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저수지의 개들
작가 : Hotsan
작품등록일 : 2019.11.9

복학한 장무영이 이협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벌어지는 일들.

 
각자 짊어지는 것은 같다.
작성일 : 19-11-10 11:42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1403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무영은 땀 흘리며 광화문역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학원 수업 도중 연락을 받았다. 협이었다.

 “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4-456. 빨리 와 ”

 문자를 보고 나서야 그는 낮에 했던 협과의 약속을 떠올렸다. 그녀에게는 정신이 없는 하루였으리라. 하지만 잊지 않고 그를 불렀던 것이었다. 혼란스러운 건 무영에게도 매한가지였다. 그는 자신 뒤에 서 있던 협을하루 종일 생각했다. 버드나무가 흔들리는 아래 그녀의 모습은 끊임없이 떠올랐다. 길을 걷다가도, 필기하다가도 뒤를 돌아보고는 했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슬프고 참담한 얼굴이겠지만, 쉽게 협의 얼굴이 그려지지 않아 고역이었다. 그런 혼란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그녀의 짧은 문자였다. 무영은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다.

 협이 보내준 주소는 상당한 구석에 위치했다. 그는 몇 번이고 주변 주소를 살펴가며 길을 찾아 나섰다. 상가를 지나 막다른 길처럼 보이는 곳에서 꺾어 들어가자 작은 유리문이 반쯤 열린 건물이 나왔다. 무영은 잠시 멈춰 어두운 문을 응시했다. 그리고 처마와 문 사이, 애매한 위치에 붙은 표지판을 발견했다.

 “ 갤러리 호수 ”

 무영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은 어두웠다. 좁은 통로엔 호수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고,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정도의 명도의 전구가 있었다. 통로는 ㄴ자로 꺾여 있었는데, 끝에는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조금 더 밝아진 공간의 벽에는 사각형의 액자가 빼곡히 걸려 있었다. 반대편에는 작은 방이 붙어져 있었는데, 문이 없어 그 방에도 그림이 걸려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중간이 묘하게 굽어져 있어 완전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갤러리 호수는 호리박 모양으로 중간이 홀쭉히 들어가 있었다.

 그 곳엔 사람이 한 명이 기둥처럼 서 있었다. 미동도 없이 한 쪽 벽을 보고 있었다. 한 쪽 어깨에는 검은색 크로스 백이 위태롭게 들려 있었다.

 “ 왔어?”

 무영은 집중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주 작게 낸 발걸음 소리를 듣고 협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작은 손을 흔들며 오라는 시늉을 했다. 무영은 그녀 옆으로 가서 섰다. 그리고는 말없이 다시 그림을 보기 시작하는 협이었다. 무영은 당황스러웠다.

 이 곳엔 어디에서부터 뭘 해야 하는지가 하나도 적혀 있거나 설명 되어 있지 않았다. 심지어 작가의 약식 소개조차도 없었다. 똑 같은 높이에 그림이 걸려 있지도 않았고, 그 간격이 일정하지도 않았다. 무영은 그림을 보지 않고 협을 보았다. 그 것이 그에겐 확실한 안정감을 주었다. 하지만 턱에 있는 생채기를 발견하고는 그것 조차도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 나 그만 보고 그림 봐. 김훈 작가라고 우리나라에서 유명하신 분이야. ”

 “ 그러려고 했어. 그런데 구한말에도 서양화를 그린 사람이 있어? ”

 “ 무슨 소리야. 아직 살아계셔. 정정하시다고 ”

 먼저 보이는 그림은 댄서들이 서 있는 모습이었다. 발레복을 입고 서 있는 여자 둘과 남자 둘. 역동적인 옷이었지만 사천왕같이 엄숙한 표정으로 내려 보고 있었다. 윤곽선이 확실치 않아 가만히 서 있는 포즈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무영은 협에게 시선을 거두고 그림을 가만히 보았다. 그렇게 무영은 협과 엎치락 뒤치락하며 그림들을 지나쳤다. 협이 먼저 간 작품을 무영이 오래 보기도 하고, 무영이 지나친 작품을 협이 오래 보기도 했다.

 

 “ 손님들이 오셨네. “

 그 때였다. 반대편 방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무영은 너무 조용히 등장해,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조각상 같다는 생각을 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는 라틴계 여성들처럼 잘게 굽이쳤다. 살짝 어두운 피부와 함께 그녀에게는 꼭 맞는 머리 같았다.

 “ 협아 너무 오랜만에 온 거 아니야? “

 협은 그 여자를 보자 말자 달려갔다. 협도 꽤 큰 편이었지만, 그 여자는 좀 더 컸다. 키가 170은 훌쩍 넘는 것 같았다. 성모 마리아가 검은 원피스에 검은 머리를 하고 있다면 그런 모습이었을까. 자애로운 눈은 협을 조용히 쳐다보았다. 둘은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협은 오늘 있었던 일을 차근히 아뢰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협이 친군가요? “

 그녀는 계속 무영을 신경 쓰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여자는 협의 이야기를 잠시 끊고 말 했다. 무영은 여자가 자신에게 관계를 직접 물어볼 줄은 생각 하지 못 했다. 그래서 더욱 당황했다. 그는 한 번도 협과 자신의 관계를 정의한 적이 없었다.

 “ 아. 그러니까 “

 “ 네 . 친구에요. 저수지의 개들 멤버구요 “

 여자는 흥미로운 표정이었다. 검은 원피스는 중간이 단추로 나뉘어져 있었다. 꼭 정장을 밑으로 주욱 늘린 듯한 모양새였다.

 “ 언니. 이름은 장무영이에요. “

 언니라 불린 여자는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그에게 걸어왔다. 여기서 색이 있는 건 그녀의 빨간 하이힐이 유일한 것 같았다.

 “ 안녕하세요. 갤러리 호수의 이인하입니다. 그리고 나도 협의 친구에요 “

 무영은 불쑥 나온 악수요청에 자신의 손을 건넸다. 그는 뜨거운 물이 손에 타고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유달리 긴 인하의 손가락은 손등까지 덮어 버렸고, 무영은압도되었다. 멀리서 보았던 자애의 눈빛은 온데 간데 없고, 날카로운 눈빛만이 그를 훑고 있었다.

 “ 뭘 하는 분일까요. 협이 친구라고 데리고 오는 사람은 꽤 오랜만이라서요. ”

 “아. 같은 학교 같은 과에요.”

 무영은 말을 하고 나서 후회했다. 한국에서 동문수학하는 관계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만큼 쓸모없는 소개는 없을 것 같았다. 인하의 조용한 관찰을 받고서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원래 그런, 의례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꼭 애인의 이성 친구를 보는 듯한 경계와 호감의 선상에 놓인 눈빛이었다.

 “ 맞아요. 같은 과네요.”

 협이 쿡쿡대며 웃었다. 무영은 그녀의 농담에 얼굴을 필 수 있었다.

 “ 그렇군요. 제가 항상 돈 없는 남자는 애인으로 만나지 말라고 경고해서 말이죠. 함부로 추측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미안합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협은 그림보라고 하고요 “

 협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으로 들어가 있으라는, 몸을 편히 놓아도 된다는 허락의 의미로 협은 그를 봤다. 그리고 자신도 그림을 조금 더 보고 들어가겠다는 요구의 눈짓을 했다. 그는 인하를 따라가기 전에 협에게 조용히 다시 한 번 말을 건넸다.

 “방금 농담하신 거지? ”

 

 *

 

 무영은 그 여자를 따라 반대편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옆 방에 2분의 1이었지만 옆에 문이 하나 달려 있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작은 사무실이 나왔다. 사무실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았다. 밖으로 난 작은 창문으로 환풍기가 자그만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두 개의 소파가 놓여 있고, 테이블 하나, 그리고 책꽂이 하나가 끝이었다. 온갖 책들과 잡지가 흩어져 있었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상석에 앉아 그에게 앉으라고 눈짓했다.

 “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협이랑은? “

 무영은 인과관계를 통해 설명할 수 없음을 느끼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보았던 모든 순간들을 말했다. 무영은 그녀와 오랫동안 만난 적이 없었다. 그저 순간 순간들이 너무 강렬했기에, 최근에 있었던 일들엔 항상 그녀가 드리워져 있었다. 인하는 무영을 가만히 살펴보며 그가 하는 말을 들었다. 편히 앉아 중간마다 냉소를 짓거나, 미간을 찌푸리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무영은 인하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상대와 대화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리가 굉장히 길었기에, 그녀는 소파에 약간 기대었지만, 누운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김철수의 장례식장 이야기에 다다랐다.

 “ 철수요. 슬픈 일이죠. “

 말없이 듣던 그녀의 첫 한마디였다. 무영은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이야기를 멈췄다. 인하 또한 그를 보는 걸 멈추고 잠시 멀리 어딘가를 보았다. 그렇게 조용한 사이에 무영은 불을 켜는 소리를 들었다. 인하는 태연하게 얇고 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그에게 말을 건넸다.

 “ 재밌네요. 어떻게 사셨나요. 무영씨는. ”

 “ 네?”

 “ 아. 부모님 뭐하시고, 고등학교 어디 다니고 이런 거 안 말해도 돼요 ”

 평범한 호구조사였다. 학연 지연 혈연에 포함되는 질문들과 비슷했지만, 정말 호기심에 기반한 듯한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인하는 어려운 질문을 쉽게 던졌다.

 “아 부모님은 청주시에서 만물상 하고 계세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하셨으니까요. 위에 누나 하나 있어요.”

 인하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는 꼭 반항하는 어린아이처럼 반대로 해 나갔다.

 “ 고등학교 전체 400명 정도 됐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친구들 아직 거의 다 연락해요. 제가 호구 같아서 좋은가 봐요. ”

 무영은 담담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런 말을 하면서 불편함을 못 느끼고 있었다. 인하는 어느새 자세를 고쳐 앉아 그의 말을 경청했다. 곱슬한 머리를 조금씩 만지며, 조잘거리는 그를 시선으로 어루만졌다. 그의 소개는 그리 길지 않았다. 아주 짧고 정형화된 소개였지만, 사실 그것이야말로 그의 정수였다. 인하는 그 것을 알아채고 있었기에 감사히 그의 인생을 머릿속 에서 그릴 수 있었다.

 “ 아. 마지막으로 그림을 진짜 하나도 몰라요. 방금 저기 있는 그림들도 그냥 봤어요. 여기는 해설이나 화가의 한 마디 같은 게 안 적혀 있네요. ”

 무영은 이것으로 소개를 마무리 지었다. 인하는 입술을 깨물며 답했다.

 “ 아무것도 없이 느껴야 해요. 그게 제일 중요해요. 그리고 무영씨, 협과 같이 빠져들어 있었잖아요. 그럼 된 거죠.”

 그녀는 너그럽게 말했다.

 “ 고마워요. 솔직하게 말해줘서. 그럼 반대로 궁금한 건 있나요?”

 무영은 뜬금없는 그녀의 질문에 웃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질문은 하나밖에 없었다.

 “ 이협은 뭐 하는 사람이죠? ”

 인하는 예상했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는 그로부터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는 머릿속을 정리하듯이 다른 곳을 쳐다보며 턱을 괴었다. 무영은 느긋하게 상대방의 답을 기다렸다.

 “ 옛날에 찾았다 영재! 라는 방송이 있었어요”

 이미 종영한 방송이었지만, 무영은 그 방송을 기억했다. 어릴 때 하던 것이었다. 말 그대로 각 분야에 소위 어린 천재들이 나오는 예능 방송이었다.

 “ 저는 그때 유럽에서 막 돌아온 상태였죠.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저는 가치 있는 그림, 재능 있는 화가를 찾는 게 더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찾아서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게 나름 잘 먹혔어요.”

 “ 거간꾼이셨군요.”

 그녀는 그를 재밌다는 듯이 보았다.

 “ 어디서 그런 말 하면 맞아 죽을 수도 있어요. 하여튼 돌아와서 정신없이 서울 생활을 다시 정리하고 있을 때, 제 옛날 지도교수님한테 연락이 왔죠. ‘ 재밌는 애가 있다. 대구로 와라.’ 그런데 그 교수님 칭찬이 진짜 인색한 사람이거든요.”

 인하는 대구로 그 길로 내려갔다. 방문의 이유는 젊은 인하의 야망 때문이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유럽에서 보낸 그녀는 졸업 이후로 그곳에서 20대를 보냈다. 그리고 나름대로 커리어를 쌓았다. 기획에 참여한 모든 전시회는 그녀의 명성을 계속해서 키워 나갔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구석에는, 장사꾼처럼 되어버린 자신에 대한 실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아주 순수한, 순수한 미적 재능, 그것이 있다는 소식에 메마른 인하가 불타오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우연이든지 아니든지 협의 존재는 불쏘시개였다.

 인하가 도착한 곳은 북구 조야동이었다. 공단이 여기저기 있는 곳이었다. 그 길로 조야중학교로 갔고, 미술실에는 교수와 한 소녀가 있었다.

 “솔직히 대학까지 와서 ‘미술’을 한다는 애들, 각자 지역에서 좀 한다는 애들만 있거든요. 나도 내 지역에선 제일 잘했다는 것. 예체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착각이에요. 뭐 물론 재능이 있기는 쉬운데, 영감이 있는 건 어려워요.”

 “ 그게 무슨 차인데요? ”

 “그러니깐, 잘 그리는 건 기술에 가깝다는 거죠. 연습하면 누구나는 아니지만, 꽤 많이 할 수 있어요. 근데 결국 작품을 만들려면 자기의 개성이 있어야 해요. 여기까지도 꽤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죠. 그런데 그 개성이 굉장한 설득력이 있거나, 현재의 틀을 깨버릴 만한 새로운 것이어야 해요.”

 인하가 도착했을 땐 이미 한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교수는 조용히 뒤에 서 있었다. 분위기를 읽고 조용히 교수에게 다가갔다. 교수는 인하의 인기척을 보고 입을 막는 시늉을 하더니 앞에 있는 소녀를 가리켰다.

 “ 어떤 꼬맹이가 허리를 꼿꼿이 새우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죠. 사람의 초상이었어요. 중년의 여자였는데 그 눈빛이. 하하. 참 말도 안 됐지. ”

 “네?”

 “ 나 원래 자화상이나 초상 이런 것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그 사람 이목구비며 특히 눈빛이 하나도 잊히질 않아. 지금도 기억하죠. 그 조그만 게 벌써 모방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있었던 거죠”

 

 무영은 인하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들었다. 꼭 몰락한 왕가의 역사를 아랫목에서 듣는 듯, 몰래 지켜보는 누군가의 일생은 달콤했다.

 “결국 그 친구는 교수님한테 6개월 정도 지도를 받았죠. 이례적이었어요. 매주에 한 번 그 아이는 서울로 올라와서 피드백을 받고, 같이 그림도 보고 그랬어요. 나랑도 친하게 지냈어요. 6개월이 흘러도 저와 그 아이는 가끔 만났습니다. 꼭 스펀지같이 미술사의 흐름을 빨아드리고 이해하고, 자신이 나아갈 걸 만들어 내는 게 놀라웠죠. 중학교가 끝나가면서 저는 그 친구에게 유학을 적극적으로 추천했어요. 경험할 수 있는 폭이 완전 다르거든요. 근데 굳이 고등학교까지만이라도 한국에 있고 싶다고 바락바락 애를 쓰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허락했죠. 그게 제일 큰 실수였어요 ”

 무영은 그녀의 회한으로 가득 찬 얼굴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떤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이해 할 수 없었다. 협이 문을 열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

 

 협은 빙긋이 웃으며 무협 옆에 앉았다.

 “언니 이번에 작품들 진짜 좋던데요. 잘 봤어요.”

 무영은 그녀가 이렇게나 해맑게 말하는 걸 처음 본 것 같았다. 그렇게 그는 이야기하는 걸 멍하니 들었다. 그녀는 그림에 대한 인상을 설명함으로써 또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다. 인하는 끄덕이며 듣기만 했다. 협은 이야기를 끝내고 소파에 완전히 몸을 기대었다. 방에 셋이 들어오니 알맞게 찬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소파 옆에 꽃 한 송이가 놓여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래서 무영씨도 잡지에 도움을 주고 있겠네요”

 인하는 어느새 무영을 보고 있었다.

 “ 네. 뭐. 도움인지는 모르겠지만요 ”

 협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 수훈씨와하영씨 작품 모두 보았나요? ”

 “ 네. 보았죠. ”

 “ 인상 깊은 건 있었나요?”

 “ 아. 하영이는 이미 아마추어가 아닌 것 같던데요”

 무영은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며칠 전에 보았던 웹툰을 떠올렸다. 블루문 웹툰 사이트 공모전은 네티즌 투표제였다. 하영의 경주마란 작품은 벌써 압도적인 표 차이로 8강을 넘어서 버렸다. 내용은 살인마와 살인마를 쫓는 피해자의 딸 이야기였다.

 “ 내가 말했던 치명적인 단점은 뭔지 알겠어?”

 무영은 협을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아직도 이 만화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림부터 대사, 줄거리 진행까지 어디 하나 모난 곳이 없는 작품이었다. 스릴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무영이었지만 하영의 ‘경주마’는 굉장히 재밌었다. 고민하던 무영은 무언가 떠오른 듯 머뭇거리며 말을 했다.

 “딱히 문제라고 생각지는 않은데 웃긴 점은 있다. 곤암동 옆에 상도동이잖아. 내가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좀 했거든. 근데 만화 배경이 내가 아르바이트 했던 골목이랑 진짜 똑같던데”

 “ 또? ”

 “ 음.. 여주인공이. 그러니깐. 의식한 건 아닌데. 널 좀 많이 닮은 것 같아”

 협과 인하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무영씨 영 눈이 흐리멍텅 하진 않네요”

 협은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그를 봤다. 장난기 가득한 눈이었다. 그리고는 자랑 섞인 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 맞아. 그거 나 맞아. 그리고 그게 내가 말한 하영이의 단점이야 ”

 무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어디에도 부족한 점은 없었고, 자신도 아쉬웠던 점을 말한 적 없었다.

 “ 주인공을 너랑 닮게 해서 부족한 건가?”

 무영의 진지한 목소리에 협은 크게 웃었다.

 “ 걔는 자기가 직접 경험한 사람, 장소가 아니면 종이 위에 구현하지 못해. 어떤 상황도 현실에 강하게 묶여 있을 수밖에 없는 거지”

 “ 그게 왜? 아는 사람이나 실제 있는 지형으로 하면 더욱 리얼하잖아. 사극도 고증 엄청나게 챙기는데 그거랑 같은 맥락 아니야?”

 무영은 금세 진지하게 변한 무협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질문을 듣고 미세하게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그녀는 웃다가 진지하게 될 때면, 눈꼬리가 살짝 흔들렸다.

 “ 사극은 시작하기 전에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역사라는 배경을 끌어오겠다고 사람들에게 공표하고 시작하는 거야. 모두가 알고 있고 공유 하는 시간과 공간이기 때문에, 고증에 실패하면 사람들은 큰 반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

 그건 특수한 경우지. 예를 들어 내가 장무영이 아닌 장수영이라는 캐릭터를 구현해낸다고 생각해봐. 이 장수영이라는 사람은 장무영에서 많은 걸 본 따온 사람이야. 다른 게 있다면 좀 더 섹시한 캐릭터지. 그래서 장수영은 장무영보다 10cm 더 크게 할 거고, 어리숙한 눈도 날카롭게 바꿔 버릴거야. 코도 조금 더 오똑하게. 옷은 맨투맨 말고 몸매가 드러나는 화이트 셔츠. 이 정도까지만 해도 괜찮아. 그런데 하영이는 그 정도도 못 해. 그저 아는 사람 중에 자신이 만드는 작품에 가장 적절한 인물을 샅샅이 조사해서 그려 넣는 거야. 그건 구현이 아니라 스캔이지. 배경은 더 심해. 우리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곤암동 살인사건 기억나지? 걔 그거 그릴 때 진짜 곤암동 골목 샅샅이 다니면서 다 사진찍고 다녔어. 거의 구글맵 수준이었다고. 보통은 그렇게 한다고 해도 현실과 유사성이 많아야 50프로 아니겠어? 그런데 하영이는 95프로에 가까워. ”

 “ 그거 스토킹 아니야? ”

 무영은 협이 무엇을 말하는지 대충 감이 오기 시작했다. 창작이라는 경주에서 하영 혼자 모래주머니를 달고 달리는 것 같았다.

 “ 이번 경우엔 내가 허락해 줬어. 직접 하영이 앞에서 흉기도 휘두르고 잔인한 표정도 잔뜩 지어 줬지. 복수심에 불타는 눈도 보여주고. 아. 그 대신 내 눈에 쌍꺼풀만 만들어 달라고 했다.”

 무영과 협은 뜬금없는 쌍꺼풀에 웃음을 터뜨렸다. 둘은 진지한 이야기 사이에 깔깔거렸다. 그는 그러면서 그녀의 눈을 한참이나 보았다.

 “그러니깐 하영이는 인물만 잘 상상하면 된 다는 거잖아?”

 그들의 대화를 듣다 인하가 끼어들었다.

 “그게 아니에요 무영. 언제까지 실제 인물을 그대로 쓸거죠? 도대체 하영씨가 경험할 수 있는 장소와 인물, 사건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녀가 계속 만화를 그릴수록 한계에 부딪힐 거에요. 모든 창작에서 마찬가지죠. 어떤 하나가 제약이 걸린다면, 그 제약은 거기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창작 전체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 사람들은 그녀의 리얼함에 빠지겠지만 결국 이상한 점을 알아챌 겁니다. 진짜같은컨셉과 진짜는 다른 거니깐요.

 제가 생각하기에 만화라는 건 가장 범용성이 높은 장르에요. 그렇잖아요. 결국, 영상으로 찍는 것엔 한계가 있어요. 개연성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고, 더 다양한 구도로 나타낼 수 있고, 더 많은 컨셉을 소화할 수 있는 장르죠.

 문학을 생각해 봅시다. 글로 묘사하는 건 명확한 한계가 있어요. 그 어떤 수식을 달아도 글의 묘사에선 빈칸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문장을 읽고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죠. 물론 이게 글의 재미입니다. 반대로 영상은 채울 수 없이 모든 것을 보여줘요. 시각적으로 완벽한 캐릭터와 이미지를 전달하죠. 하지만 머릿속에서 활발히 재창작이 일어나진 않아요. 그래서 그 이미지를 어떻게 다루고 어떤 형식으로 전달할지가 중요시됩니다.

 만화는 그 중간이에요. 구체적 이미지를 던지는 동시에, 그 이미지로 인해 활발히머릿속에서 두 번째의 창작이 시작되죠. 2D의 캐릭터, 즉 선과 점으로 된 이미지들은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보다 자유도가 높고, 글 보단 구체적이에요. 여기서 만화의 넓은 범용성이 생깁니다. 개연성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 더 다양한 구도를 가질 수 있으며, 더 많은 컨셉을 소화할 수 있게 돼요. 하지만 하영씨는…. 어디에도속하지 못한상태인 거죠.”

 “몰랐네요. 그냥 하영이가 굉장히 쉽게 하는 것 같던데….”

 무영은 혼잣말 비슷하게 말을 했다. 인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 그런 건 없어요. 각자 짊어지고 나아가는 건 똑같죠 ”

 하지만 인하는 곧 그 웃음을 넣고 그를 조용히 쳐다보았다. 셋은 조용해졌다. 무영은 괜한 미안함으로 그들을 보았다.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소외감과 먹먹함으로 말을 할 수 없었다. 협의 주위에 있는 이들은, 다들 그 모습이 달랐지만, 어딘가에 다 같이 닿아있었다. 그들을 묶어주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그들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건 무엇일까.

 잠시 찾아온 고요에 셋은 숨을 가다듬고 서로를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었다. 이제 좀 이 자리가 편해진 듯 등을 가볍게 기댄 무영과 그와 가볍게 어깨를 닿은 채 앉아 있는 협. 그리고 이 공간의 주인으로서 그들을 느긋하게 안고 있는 인하. 짧지만 충분한 고요를 끝낸 건 인하였다.

 “그래서 무영씨는어때요. 요즘”

 “저요? 요즘 좋죠. ”

 “뭐가 좋은데요?”

 “공모전 1차도 끝났구요. 그리고 ”

 무영은 망설였다. 자신도 확실히 설명이 불가했다. 자신에게 불쑥 나타난 개들의 정체와 그들에게 오는 영향은 아직 미지수였다.

 “ 무슨 짐을 지고 나아가야 하는 걸까요”

 그의 한 마디는 조용한 파장을 만들어 냈다. 그 파장은 협을 거쳐 인하에게까지 전달되었다. 협은 조용히 담배를 꺼냈다. 검은 유광 소파와, 검은 원목 테이블. 모든 것은 검정이었다. 하지만 다들 빛났다. 무영은 그곳에서 광이라고는 없는 흑 묵 黑 墨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협과의 만남은 그녀와 거리를 좁히는 것 같았지만, 그 사이엔 넓은 소용돌이가 도는 강이 흘렀다. 무영은 대화를 나눌수록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재능은 중요하죠. 특히나 압도적인 재능은 원석에 비유되잖아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 무엇인가요? ”

 “ 무슨 일이든 시작하는 것. 아무것도안 하고 있으면 영감이든, 재능이든, 목표든, 무엇도 떠오르지 않아요. 무영씨도나름으로 열심히 하고 있을 테고. 그럼 절반 이상 된 겁니다. ”

 인하는 그를 깊게 쳐다보았다. 협은 조용히 연기를 뿜고 있을 뿐이었다.

 “ 그리고 협은 빛나는 돌만 주워 옵니다. 동아리 하는 데 당신이 필요하겠네요. 반대일 수도 있구요”

 소파가 포근하게 무영을 빨아드렸지만, 그는 온갖 생각이 드는 걸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협이담배를 다 피우자 인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협아시간이 늦었다.”

 무영은 휴대폰을 확인했다. 시간은 벌써 새벽 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더 놀란 것은 인하가 꺼낸 물건이었다. 자동차 키였다.

 “언니. 진짜지? 나 조심히 타고 내일 갔다줄게 ”

 무영은 눈을 의심했다. 평범한 자동차 키가 아니었다. 가끔 고향에서 보던 아버지 트럭의 “열쇠”랑은 형태부터 달랐다. 그때 인하는 무언가를 또 들고 나왔다. 책이라고 보기엔 얇지만 큰 잡지 같은 느낌이었다.

 “ 무영씨. 선물이에요. 나는 엄청나게 많이 봐서. 당신한테 더 필요할 것 같아”

 세잔. 이라고 적힌 책이었다. 그림만이 있는 화집이었다.

 “ 그거 구하기 힘든 거에요. 소중히 봐 주세요 ”

 

 *

 

 무영은 안전벨트를 꼭 매고 협이 운전하는 모습을 보았다. 꽤 능숙하게 차를 몰았다.

 차의 배기음이 아주 거칠게 진동했다. 그녀는 곧바로 집으로 향하는 게 아니라 자유로로 향했다. 무영은 조용히 그녀의 방향에 올라탔다. 그들은 질주했다. 협은 창문을 열고 한쪽 팔을 걸어두고 운전했다. 아직 차가운 밤기운이 차를 가득 채웠지만, 그들의 해방감을 무너뜨릴 순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을 조용히 서울을 달렸다. 무영에겐 처음이었다. 그에게 서울은 항상 막혀 있고, 도망칠 수 없는 큰 진흙탕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순간은 아니었다.

 “집이 어디라고 했지?”

 “너 그거 되게 집착한다”

 무영의 집에 가까이 도착했을 때였다. 그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 아. 다음 주 모임은 없어. 그 대신 하영이랑 같이 있어주라”

 “ 알았어. 아 협아 ”

 무영은 그녀를 부르고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보고 있었다.

 “ 질문도 안 하고 답을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건 너무 비겁한데 ”

 “ 철수랑은 원래 알던 사이야? ”

 차는 낮은 배기음을 길에 깔고 있었다. 큰 짐승이 낮게 엎드려 있는 것 같았다.

 “ 그게 중요해?”

 “ 아니. ”

 “ 중학교때 사귄 친구였어. 대학도 우연히 같이 오게 됐고. 과도 우연히 같았고. 그리고 우연히 내가 죽였네”

 그녀는 시끄러운 배기음을 내뿜으며 사라지고 말았다. 협은 농담인 말투로 했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무영은 조용히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는 조용한 숙면의 소리만 들려왔다. 그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꼭 무덤같이 좁고 작은 곳이었다. 그는 작은 등을 켜 놓고 화집을 한 장씩 넘기기 시작했다.

 

 *

 

 “아 이런 인터뷰 진짜 어색하네”

 소연과 무영은 교내 작은 카페에 앉아 있었다. 소연은 그 날 본 모습과는 달리, 청바지와 아디다스 집업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머리를 묶었다.

 “ 출연하신 단편들 다 보고 왔습니다”

 “네?”

 소연은 크게 웃었다.

 “ 시작 전에 먼저 사과 드릴게요. 그 날 무례 했어요. 수훈이 형한테도 그랬고…. 어 뭐라고 불러야 편하실까요? ”

 “ 음 누나?”

 둘은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무영은 소연과의 약속을 잡고 어떤 인터뷰를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저수지의 개들에 초안이 있었지만, 너무나 어렵거나, 무영이 보기에 그리 공감이 되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는 난생처음 잡지라는 걸 읽게 되었다. 대부분은 도서관에서 보았지만, 영화 잡지 한권을 구매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그가 혁신적인 질문을 준비해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소연이라는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시작하고 싶었다. 영화라는 장르에 조금의 지식이라도 가지고 가고 싶었던 것이었다.

 연영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부터 어떤 활동을 해 왔고, 무슨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1시간 정도 질문과 답이 있었다. 녹음기능은 돌아가고 있었지만, 무영은 검은 만년펜을 열심히 움직였다.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이 안들 땐 어떻게 하시나요 ”

 “ 글쎄요. 알파치노가 나오는 여인의 향기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가 말해요. 발이 꼬여 탱고가 잘 안 춰질 때는, 계속 탱고를 춰야 한다. 제가 하는 게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것 같고, 그냥 우주 속에 미약한 움직임 밖에 되지 않다는 생각으로 가득 찰 때가 있어요. 그래도 계속 합니다. 뭐든지요. 저는 멈추면 제가 그대로 고꾸라질 걸 알고 있어요”

 무영은 소연의 답을 듣고 잠시 펜을 멈췄다. 그는 자신의 순간적인 인상들을 적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나온 그녀의 답은 혼자 조금 더 꼭꼭 씹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대답과 질문의 공간들은 소연을 좀 더 여유롭게 만들었다.

 “ 사실 제가 준비한 건 다 끝났어요. 수훈이형에 관련해서 물어도 될까요?”

 “오프더 레코드로? ”

 소연은 씩 웃으며 그를 보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 사실 올해가 졸업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을 왜 수훈이 형과 하셨나요?”

 “ 3학년 때 수훈이가 전과해서 들어왔죠. 그는 남는 시간마다 항상 글을 썼어요. 끊임없이 영화를 공부했고, 고민했어요. 그와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수훈의 많은 모습을 옆에서 보았죠. 그는 영화를 영화로 봐요”

 “ 무슨 말이에요?”

 “ 무시하지 않고, 어떤 요행도 바라지 않아요. 진짜 영화를 좋아하고 진지하게 생각하거든요. 안 좋아할 수가 있나요. 그리고 사실 이 번도 걔가 해달라고 부탁한 게 아니에요. ”

 무영은 예상치 못한 대답에 그녀를 보았다.

 “ 내가 부탁했죠. 걔가 사람 구한다는 소리 듣고 바로 달려갔어요. 근데 거절하더라구요 ”

 “ 수훈이형 그럴 상황 아니었다면서요 ”

 “ 저랑은 자기가 쓴 최고의 작품으로 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

 둘은 그 말과 함께 서로 생각에 빠졌다. 무영은 수훈을 생각했다. 큰 옷과 짧은 머리. 자주 쓰는 벙거지 모자.

 “ 먼저 가 보겠습니다. 제가 시간을 너무 끌었네요. 다음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소연은 무영이 급하게 다음 일정이 있음을 알리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대학생활을 돌아보게 된 것 같아 느낌이 이상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 일어난 일들을 다시 한 번 곱씹었다. 원래 하던 생각이었지만 남에게 전하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수훈과 무영이 어딘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아. 저 잡지에 실을 내용 하나를 빼먹어서요. 하나만 더 물어도 될까요? ”

 소연은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를 보았다. 그는 무영과 같은 신문방송학과임을 밝혔다.

 “그럼요. 뭐든 괜찮죠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5 그럼에도 나아간다. 2019 / 11 / 10 174 0 15709   
14 모든 일에 이유가 있진 않다. 2019 / 11 / 10 191 0 9709   
13 돌뿌리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 있다. 2019 / 11 / 10 151 0 12827   
12 결국 모두 같다. 2019 / 11 / 10 171 0 15276   
11 모르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2019 / 11 / 10 185 0 13719   
10 연신내에는 설산선녀가 있다.2 2019 / 11 / 10 176 0 9648   
9 연신내에는 설산선녀가 있다.1 2019 / 11 / 10 174 0 9816   
8 각자 짊어지는 것은 같다. 2019 / 11 / 10 196 0 14032   
7 기대가 깨지는 소리는 크다.2 2019 / 11 / 10 178 0 14054   
6 기대가 깨지는 소리는 크다. 1 2019 / 11 / 10 195 0 9563   
5 저수지의 개들 2019 / 11 / 9 167 0 14674   
4 갑자기 날아온 소식은 대개 슬픈 소식이다. 2019 / 11 / 9 166 0 7933   
3 서툰 진심은 전혀 멋있지 않다. 2019 / 11 / 9 186 0 8290   
2 작은 틈은 알아채기 힘들다. 2019 / 11 / 9 195 0 11433   
1 우연은 의외로 많다. 2019 / 11 / 9 299 0 1103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