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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혼자서는 못 죽습니다
작가 : 김백야
작품등록일 : 2019.10.21

무슨 짓을 해도 죽을 수가 없다.

 
18화: 고양이 눈매의 남매
작성일 : 19-11-10 11:18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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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이완은 차분했다. 혼란스러운 건 추주안 쪽이었다.

 

 "처음은 우연이라고 해도 두 번째는 못 믿슴다. 당신 블루 칼라의 첩자 같은 거 아님까?"

 

 이완은 추주안의 손을 힘으로 떼려다 그만두었다. 반감만 더 살 것 같았다.

 

 "역시 기자인 거지. 우리 이야기를 써서 돈벌이를 하려는 거잖아!"

 "아니...콜록, 아니에요. 제가 외곽인... 아니, 블랙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이완이 말했다.

 

 "그래 오빠! 이 사람 무두를 아무 준비도 없이 죽였어. 분명 전력이 되어 줄 거야!"

 "추주원! 가만히 있으랬지!"

 

 남매가 옥신각신했다. 이완은 애써 숨을 가다듬었다.

 

 '이러다 숨 막혀 죽는 거 아냐.'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그것대로 문제였다.

 

 '외곽 사람들이 블루 칼라를 오해하고 있다더니. 이 사람도 결국 의심은 버리지 못한 거였네. 당연한 건가.'

 

 솔직하게 말해선 안 된다는 직감이 들었다.

 

 "오빠가 그랬잖아! 무두는 정해진 수가 있다고!"

 "그만 얘기해. 입 다물어!"

 "......그래서 그 무두를 모두 죽이면, 언젠가 다 없앨 수 있게 되면 우리도 다른 일을 할당량으로 받을 거라고 그랬잖아! 블루 칼라들처럼 일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추주원이 씩씩거렸다. 추주안이 추주안을 엎어진 물 보듯 내려다보았다. 이완의 멱살을 쥔 손에 힘이 빠졌다.

 

 '그런 이유였구나. 사명감 같은 건 아니었네. 할당량에 메였다니... ...힘들었겠어.'

 

 이완이 바닥에 앉아 목을 가다듬었다.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들의 일을 고작 흥미 정도로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이게 일임다."

 

 추주안이 붉어진 눈가를 닦아냈다.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이 아님다. 우연찮게 흘러 들어온 블루들의 반응은 거기서 거기예요. 놀라거나, 혐오하거나, 선망하거나. 우리가 뭐 영웅이나 되는 줄 알지."

 "......"

 "우리 이야기를 자기네들 세계 가져가서 안주감으로 삼는 놈들은 최악임다. 누구는 생사를 다투고 있는데."

 

 추주원이 팔짱을 끼고 그건 동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망하는 놈들은 더 문제임다. 일을 우습게 봤다가 죽은 놈이 몇이나 되는 줄 알아? 잘할 수 있다고 거들먹대더니 꽁지 빠지게 도망치고, 사진이나 찍어대고! 우리는 가십거리가 아니야! 그런 식으로 블루들이 죽으면 결국 잘못은 우리가 한 게 되는데!"

 "......저는 죽지 않을 겁니다."

 "무두 한 번 죽여 봤다고 당신이 불사신 같아?! 이 일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방금 말했잖아. 당신도 이 일을 우습게 여기다 결국 죽거나, 아니면 블루로 도망쳐 가겠지! 갈 곳이 있으니까. 우리는 여기가 바닥이야. 전제부터 다르다고!"

 "이봐요."

 

 이완이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오해를 산 건 미안합니다. 하지만... 난 살아남을 겁니다. 죽지 않을 거예요. 그건 내 의지고, 그렇게 결심한 이상 죽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할 겁니다. ...도망치지도 않을 거예요."

 

 그건 내가 죽을 수 없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이완은 생각했다.

 

 이완이 추주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몸을 털고 일어나자 시야가 비슷한 곳에 닿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마주쳤다.

 

 추주안이 입을 다물었다.

 

 "......당신의 말을 전부 신뢰하는 건 아님다. 일단 무기부터 내놔요."

 

 이완은 잠자코 품에서 폴딩 나이프를 꺼내 추주안의 손에 들려주었다.

 

 피가 났던 손가락이 따갑지 않았다. 그새 상처가 나았다. 말라붙은 핏줄기만이 상처가 있었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었다.

 

 '주원이가 못 봤겠지. 어두웠어서 다행이야.'

 

 추주안이 나이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앞뒤로 뒤집어 보았다가 칼날을 문질러 보기도 했다. 추주안의 얼굴에 의구심이 피어 올랐다.

 

 '의심하는 얼굴은 남매가 똑같네. 안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고양이 같아.'

 

 그럴 상황이 아닌데도 웃음이 나올 것 같아서 이완은 후다닥 고개를 숙였다.

 

 "정말 무기가 이게 다임까?"

 "예."

 "그대로 서 있어 보십쇼."

 

 추주안이 이완의 몸에 손을 올리더니 머리부터 발 끝까지 훑었다.

 

 "...이걸로 무두를? 추주원. 잘못 본 거 아냐?"

 "아니야 오빠. 나도 안 믿기는데 그걸로 죽였어. 내가 확실하게 봤고 확인까지 했어."

 

 가스레인지를 점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낡은 주전자에 수돗물을 담아 올려둔 추주원이 침대 위를 대충 털고 앉았다. 시트가 지저분했다. 누가 버린 걸 주워다 씌운 것 같았다. 다른 쪽 침대는 아예 매트리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러면 당신 블랙이 아닌 거야? 나한테는 블랙이라고 했잖아?"

 "그것 봐라. 내가 아무 말이나 믿지 말랬지."

 

 추주원의 물음에 추주안이 타박했다.

 

 "아, 오빠는 조용히 좀 해 봐. 아무튼, 그래서 당신. 오빠 얘긴 뭐야? 두 번째라니?"

 "...아, 그게."

 

 어떻게든 변명을 생각해야 했다.

 

 "......할당량에 이 구역을 방문하라는 얘기가 떠서 어쩔 수가 없었어."

 "엥? 블루들은 특이하네. 그런 게 할당량에도 떠?"

 "이례적인 일이야. 나도 살면서... ...그런 게 뜨는 건 한 번도 못 봤거든. 그래서 더 와 봐야겠다고 생각했지. 반쯤은... ...죽고 싶지 않아서 그랬지만."

 

 이완은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최대한 블루 칼라처럼 보여야 했다.

 

 이완은 퇴근 후 외곽을 방문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이야기를 간추려 추주원에게 전했다.

 

 '아이러니하군. 블랙들은 블루를 싫어한다면서, 지금은 블루처럼 보여야 한다니.'

 

 "세화 언니한테 맞았는데 살아 있다니, 진짜로 비범하잖아......머리는 지금은 괜찮아?"

 "어, 으응. 대충 응급 처치는 했어. 생각보다 크게 상처나진 않았더라고."

 

 추주안이 의아한 얼굴이었다. 이완은 추주안의 표정을 무시했다.

 

 "할당량에 떴던 거라면 진짜 어쩔 수 없긴 했겠네... 하지만 그럼 당신 결국 블루라는 거 아냐? 나한테 거짓말 한 것까진 이해하겠는데! 블루들은 이 집에 있을 수 없어!"

 "내가 도움이 될 거라면서?"

 "그건... 그렇긴 하지만! 나는 오빠처럼 안 죽는다느니 그런 말엔 안 넘어가. 오빠가 얼마나 상처 받은 줄 알아? 당신 같은 사람들한테! 게다가 우리 부모님도...!"

 

 추주원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고양이 같은 시선으로 이완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오빠보다 동생 쪽이 더 무섭군.'

 

 물이 끓었다. 낡은 주전자에서 나는 무서운 쇳소리가 방 네 평을 가득 채웠다. 추주안이 일어나 이 빠진 컵에 물을 세 잔 따랐다. 이완이 입을 열었다.

 

 "그래, 나는 블루 칼라야. 거짓말해서 미안한데.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어. 난 다른 블루들과 달라. 아까 한 말도 정말이야. ...이 일을 우습게 보지 않는다는 말 말야."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믿느냐고?"

 "...내 여자친구... 여자친구가."

 

 '미안하다, 현주야.'

 

 이완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여자친구가 무두에게 죽었어. ...그래서 꽤 힘들었거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오래 방황했어. 결혼... 할 사람이었고. 사랑했지."

 "뭐? 정말로?"

 "그럼, 정말로."

 

 추주원의 동공이 커졌다.

 

 "......당신, 그럼 진짜로 우릴 도울 생각인 거야? 함부로 접근한 게 아닌 거야? 아니, 아니, 이게 먼저가 아니지. 정말 힘들었겠다. 어떡해......"

 "괜찮아. 그래도 너랑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충분히 오해 할만 했어."

 

 추주원은 놀라고, 반쯤은 감동받은 것 같았다.

 

 "여자친구를 위해 원수를 갚으려고 죽을 각오까지 짊어지다니! 대단해! 로맨틱해... 걱정하지 마. 내가 무두에 대해서 알려줄게. 오빠도 도와줄 거야."

 "그래, 고마워."

 "거기 앉아. 낡았는데 앉을 만 해."

 

 이완이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무두는 밤에 나와. 보통 열 시 지나서. 그래서 우리 블랙들은 항상 걱정이 많아. 열 시부터 열 두시 안에 무두를 죽이지 못하면 우리도."

 "...힘들었겠네."

 "할당량은 한 구야. 엄청나게 능력이 좋지 않은 이상. 세화 언니랑 우리 오빠 정도가 돼야 두 구나 세 구. 나도 가끔 컨디션이 좋으면 두 구가 떠."

 

 어쩐지 자랑하는 말투였다.

 

 "대단하네."

 "맞아, 난 총을 제법 잘 다루거든."

 "없애는 게 힘들어 보이긴 하더라. 일단, 본능적으로 좀 무서워서."

 "겁쟁이! 아냐, 나도 처음엔 진짜 무서웠어."

 

 무섭다는 말에 추주원이 까르르 웃었다.

 

 '알기 쉬운 어린애네.'

 

 이완은 생각했다.

 

 "무서운 거야 적응하면 괜찮아지긴 하는데. 문제는 속도야. 무두는 굉장히 빠르거든. 항상 주변을 경계하고 있어야 해.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져. 순간 이동이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니까!"

 "......그래?"

 

 이완이 무두와 마주친 건 짧은 시간이었지만, 속도가 빠르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속도는 그냥 성인 남자 정도였는데. 이 애의 말대로라면 정말 순간 이동 같은 걸 하는지도.'

 

 추주원이 말을 이었다.

 

 "그 서늘하고 얼음장같은 냉기, 매운 냄새 때문에 먼저 잠복하기만 하면 없앨 수 있어. 그렇지만 심장을 한 방에 명중시켜야 해. 팔 같은 걸로 방어하거나 피하기도 하는데, 잘못 맞추면 골치 아파지거든."

 "어떻게 되는데? 뭐, 다시 팔이 자라나기라도 하나?"

 "그건 아니고... 맞춘 부분도 연기가 돼."

 "아."

 

 정말 골치가 아프긴 하겠군. 이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연기에 닿으면 우리도 연기가 되니까. 세화 언니가 지난번에... 빗 맞춰서 죽을 뻔 한 적 있어. 몸에 구멍 난 그게 다가오는데 처음으로 무두가 무섭다고 생각했대."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세화라면 지하실에서 날 죽이겠다고 협박하던 그 여자로군.'

 

 "심장을 방어하고 있어서 맞추기 어려웠대. 그래서... 뭐. 팔 다리를 쏴서 조각 냈지. ...근데 그런 식으로 죽이는 건 언니니까 가능한 거야.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해! 우리는 모두 사격 훈련을 해. 한 번에 심장을 맞출 수 있게."

 "너도 그럼 배운 거야?"

 "응. 난 오빠한테 배웠어. 요즘엔 다른 사람들을 가르쳐 주기도 해! 당신처럼 칼을 쓰는 일은 잘 없어. 걔들 피부가 엄청 딱딱해서 힘이 좋지 않은 이상... ..."

 "그 다음은 말 안 해도 알겠다."

 "응. 응. 아까 당신, 엄청 운 좋았던 거야."

 "네가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연기 맞았을 걸."

 

 추주안이 못마땅한 얼굴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완과 추주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블랙 중에 어떤 아저씨는 원래 공사장에서 일했대. 불을 피울 때마다 매캐한 냄새가 너무 힘들었대. 여기까지 들어와서 그 냄새, 아니 그 냄새보다 더 심한 냄새를 맡으며 일하게 될 줄은 몰랐대! 재미있지?"

 "별게 다 재미있군."

 

 추주안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탕.

 

 그러더니 뜨거운 물을 담은 잔 세 개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말이 올린 거지 테이블을 부술 기세였다.

 

 그렇잖아도 낡은 식탁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아, 고맙......"

 "난 당신 못 믿겠어, 역시."

 

 추주안이 솥뚜껑만한 손을 이완의 눈앞에 불쑥 내밀었다.

 

 "할당량에 이 지역 방문하기가 떴다고 했지. 아직 열 두시 안 지났슴다. 카드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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