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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혼자서는 못 죽습니다
작가 : 김백야
작품등록일 : 2019.10.21

무슨 짓을 해도 죽을 수가 없다.

 
17화: 괴물의 심장은 사람과 같다
작성일 : 19-11-10 11:14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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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본능적인 공포가 끼쳐 들었다. 두려웠다. 이완은 연기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억지로 눈을 떴다. 주머니를 뒤져 폴딩 나이프를 찾았다. 정신 없는 와중에 검지 손가락인지 중지 손가락인지를 벴다. 손 끝에 피가 묻어났다.

 

 이완은 소녀를 감싸 품으로 끌어당기며 나이프를 괴물의 심장에 박아 넣었다.

 

 머리꼭지까지 소름이 돋았다.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있을 리 만무했지만 살인할 때의 감각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눈 앞에 놓인 건 분명히 시커먼 연기를 머리로 가진 괴물이었다. 그러나 손길에 전해지는 감각은 달랐다. 사람의 살을 뚫고 근육을 갈라 뼈를 피해 심장을 내리꽂을 때의 감각.

 

 이완은 칼을 꽂은 채 손목을 돌려 나이프를 한 바퀴 꺾었다.

 

 소녀가 이완을 잡아당겼다.

 

 "칼 빼 멍청아!"

 

 소녀의 말을 따른 건 본능이었다. 이완은 칼을 잡아당기면서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무두가 이완 쪽으로 쓰러졌다.

 

 쿵.

 

 무두의 연기가 발 끝을 스쳤다. 연기가 지나간 부분의 신발이 새까맣게 타 들어갔다. 삭아버린 신발코에 동그란 구멍이 생겼다.

 

 피는 솟구치지 않았다.

 

 "무두의 연기를 맞은 곳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기껏 물리쳤는데 죽으려고 작정했지, 당신!"

 "헉, 헉."

 

 손 끝에 남은 감각이 선연했다.

 

 "얼른 피해야지, 멍 때리고 있으면 어떡해! 당신 진짜 덜 떨어졌네!"

 "허억, 헉..."

 

 이완은 숨을 가파르게 들이쉬었다. 손 끝에 경련이 일었다. 무두의 피부는 두꺼웠다. 사람과 다른 점이었다. 조직이 단단하여 뚫기 어려웠다.

 

 '사람을 죽여본 적은 없어도. 아까도 생각했지만, 꼭......'

 

 시체 같았다. 죽어 딱딱하게 굳은 시체.

 

 "운이 좋았어. 잘못했다간 벌써 죽어 사라졌을 거라고!"

 "...허억."

 

 소녀가 이완을 질책했다. 이완은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대꾸할 정신이 없었다.

 

 "......뭐야. 당신 괜찮아?"

 

 소녀가 다가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완을 살폈다. 그러다 이완의 앞에 떨어진 폴딩 나이프를 발견하고 들어올렸다.

 

 "자."

 

 소녀가 이완에게 나이프를 내밀었다. 이완은 나이프를 받아 품 속에 넣었다. 같은 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몰랐다.

 

 "......도와줘서 고마워. 당신 아니었으면 나도 죽었을 거야. 소리지른 건 당신이 걱정돼서 그런 거고... 기분 상했어?"

 

 소녀가 안절부절 못했다. 이완은 점퍼를 끌어당겨 눈물과 콧물로 얼룩진 뺨을 훔쳤다.

 "그게 아니라 그냥 놀라서 그랬어. 괴물... ...무두를 죽여본 건 처음이라."

 

 이완이 몸을 털며 일어섰다. 소녀가 안심했다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가, 놀란 얼굴을 했다.

 

 "뭐? 처음이라고?"

 "응. 왜?"

 

 이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꼴이 말이 아니네. 너는 울지도 않더라. 대단한데. 연기가 너무 매워서......"

 

 이완은 어색한 분위기를 메우려 아무 말이나 했다.

 

 '이 맘 때 애들한테는 어떻게 얘기해야 하더라...'

 

 이완의 고뇌를 아는지 모르는지, 소녀는 이완을 지나쳐 무두에게 다가갔다. 무두는 미동도 없었다.

 

 소녀가 무두의 심장에 총구를 겨누었다. 생기는 없었다.

 

 "...진짜 죽었잖아...? 아니, 저 만들다 만 것 같은 칼로?"

 

 소녀가 혼잣말하더니 이완을 쳐다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입을 뻐끔거리다 별안간 치마를 걷어 올렸다.

 

 "뭐...!"

 

 이완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바보 같긴."

 

 소녀가 치마 안에 총을 걸었다. 총 뿐 아니라 나이프, 폭탄처럼 보이는 무기들이 속바지 아래, 허벅지 벨트에 걸려 있었다.

 

 소녀가 이완의 손을 잡고 골목 안으로 향했다.

 

 "얼른 가자."

 

 이완은 뒤를 돌아보았다. 소녀의 걸음이 생각보다 빨랐다. 놀라 힘 빠진 다리를 추슬러 걷는데, 순간 무두가 희게 빛났다.

 

 "잠깐... 잠깐만. 저거 안 죽은 것 같아."

 "아냐, 죽었거든. 내가 확인했어. 당신이 없앴잖아."

 

 흰 무언가는 구슬 같았지만 형체가 또렷하지 않았다. 아지랑이처럼 허상이라고 말하는 게 더 가까운 표현 같았다.

 

 흰 구체는 둥둥 떠오르더니 이완에게 날아와 심장 속을 파고들었다.

 

 "헉."

 

 소녀와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왜 그래? 역시 연기에 맞은 거야? 아니, 맞았으면 이렇게 멀쩡할 리가 없는데......"

 

 구역질이 일었다. 이완은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 괜찮. 괜찮아. 갑자기 다리가 좀 아파서."

 "뭐야! 똑바로 좀 걸어라! 멀쩡한 사람이!"

 

 소녀가 이완의 등을 퍽퍽 세차게 두드렸다.

 

 이완에게는 골목이 거기서 거기로 보였지만, 소녀는 제 갈 길을 아는지 망설임 없이 골목을 돌파했다.

 

 "이 구역에 무두가 두 구나 있을 거라는 말은 못 들었는데. 하여간! 오늘 작전 담당 누군지 알기만 하면 아주 그냥!"

 

 소녀는 걷는 내내 구시렁댔다. 이완이 소리 내서 웃었다.

 

 "조용히 해! 무두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거 귀 없어 보였는데. 귀 없어도 소리 들을 수 있어?"

 "......어떻게 알았지. 덜 떨어진 줄 알았는데 똑똑한 점도 있네."

 

 이완의 지적에 호들갑 떨던 소녀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었다. 이완은 소녀가 마음에 들었다.

 

 얼마쯤 걷자 가로등이 나왔다.

 

 '가로등은 고장난 게 아니라 일부러 끊은 거였구나. 서울하고 연락이 끊겼다고 했는데, 시스템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이완이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짐작했지만 빛 아래의 소녀는 꽤나 미인이었다. 특히 눈동자가 크고 검었다.

 

 "이름이 뭐야?"

 

 이완이 물었다.

 

 "추주원. 예쁜 성씨지?"

 "그런...가? 나는 이완이야."

 "뭐야! 예쁘다고 해!"

 "그래, 그래. 예뻐."

 

 씨이... 중얼거리던 추주원이 이완을 쳐다보았다.

 

 "당신 몇 살이야."

 "스물 여덟."

 "나는 열일곱인데."

 

 빠르게 걸음을 옮기던 추주원이 우뚝 멈춰서더니, 이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손을 뻗어 이완의 뺨을 감싸고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기까지 했다.

 

 칠흑 같은 검은 눈동자가 이완의 뺨에 시선을 올려 꽂았다.

 

 "당신...잠깐만, 근데. 이 얼굴......"

 

 이완의 표정이 굳었다.

 

 '들켰나? 설마. 그 지하실에는 없던 얼굴인데. 아니, 아니야. 내가 미처 살피지 못했을 수도 있어.'

 

 여차하면 추주원을 뿌리치고 도망갈 생각이었다.

 

 "당신...... 되게 잘생겼다! 영화 배우 같아! 연예인이야? 연예인이 어쩌다가 블랙이 됐어! 얼굴이 아주, 행동하고는 딴판이네!"

 "......그거 무슨 뜻인데..."

 

 김이 팍 샜다. 다행이었다. 무두를 없앨 때는 재빠르고 날쌔더니 행동하는 건 영락없는 열일곱 살짜리 애였다.

 

 "여기서부턴 가로등이 있으니까 안심해도 되는 거지?"

 

 이완이 추주원에게 물었다.

 

 "응. 그래도 손은 놓지 마. 혹시 모르니까. 당신 말야, 힘 엄청 세더라. 우리 오빠도 칼 하나로는 못 없앨 텐데."

 "오빠가 있어?"

 "응! 우리 오빠 이름은 추주안. 좀 헷갈리는데 부르다 보면 익숙해져. 너... 아니 당신은 형제 있어?"

 "나는 외동이야. 이름으로 불러도 돼."

 "나는 우리 오빠한테만 오빠라고 불러. 그러니까 당신은 그냥 당신이야."

 "그래, 그러면 너 편한 대로 해. 지금은 어디 가는 거야?"

 "우리 집. 오빠한테 당신 소개시키려고."

 

 오빠 호칭을 종용하지 않자 추주원은 이완이 마음에 들기 시작한 것 같았다. 추주원이 입술을 끌어당겨 웃었다.

 

 "그런 허접스러운 칼로 피부를 어떻게 뚫은 거야? 노하우라도 있어?"

 "아니, 그냥. 너무 놀라서. 노하우고 뭐고 생각할 틈도 없었어."

 "심장이 거기 있는 지는 어떻게 알았어?"

 "그냥. 우연히 맞았지 뭐."

 "운이 좋네! 잘못 찌르면 즉사시키기 힘들거든."

 

 '해부학을 배워 둬서 다행이지...... 미대 나오길 잘 했네...'

 

 이완은 속으로 안도했다.

 

 "당신은 우리한테 꽤 도움이 될 것 같아. 하는 걸 보면 블랙에 대해선 아무것도 못 들은 것 같던데. 내가 도와줄게."

 "내가 소질이 있나?"

 "엄청! 다들 총을 쓰거든. 칼로는 죽이기 힘드니까. 일단 피부가 단단해서 나 같은 여자애들은 뚫기도 힘들어."

 "하긴, 위험하기도 하겠다. 연기 맞으면 안 되니까."

 

 이완이 추주원의 말에 맞장구 쳤다. 추주원이 재잘재잘 떠들었다. 주로 외곽의 삶이나 갖고 싶은 옷, 물건에 대한 거였다. 이완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

 

 한참 걷던 추주원이 어둠 속에 묻힌 판자집 하나를 익숙하게 찾아 들어갔다.

 

 '그러고 보면, 외곽인이 할당량으로 괴물을 잡는다는 게 정말이었네.'

 

 문이 낮았다. 추주원이 허벅지에서 작고 녹슨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지하실의 문과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끼이익.

 

 문은 붉고 여기저기 칠이 벗겨졌다. 열리는 소리가 꺼림직했다. 추주원이 안으로 들어서 이완에게 손짓했다. 이완은 고개를 한껏 숙이고 문을 통과했다.

 

 "오빠! 나 왔어."

 

 내부는 오히려 바깥보다 어두웠다. 작은 램프 하나가 켜져 있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문이 계단 위에 있어서 아래로 걸어 들어가야만 했다.

 

 고시원 네 평 정도의 크기였다. 낡은 침대 매트리스 두 개가 벽에 바짝 붙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매캐한 냄새가 났지만 무두를 마주치고 나니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중앙에는 나무로 만든 식탁과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계단 반대쪽에는 조악하게나마 부엌장이 벽에 맞춰 들어가 있었다.

 

 구석에 그림자가 있었다.

 

 남자였다. 몸집이 컸다. 추주원의 오빠인 것 같았다. 이완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주원이한테 얘기 들었......"

 

 말을 끝맺기도 전에 멱살이 잡혀 벽에 밀어붙여졌다. 이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하실에서 이완을 풀어 준 남자였다.

 

 반가운 기색을 표하려 입을 열자 멱살을 잡은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컥...!"

 "오빠! 왜 그래!"

 "추주원, 가만히 있어. 이 놈 어디서 주워온 거야? 아무나 집에 들이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지!"

 "아니 그 사람이 내 목숨을 구해줬다고! 그 사람 아니었으면 나는 꼼짝없이 죽었어! 오빠야말로 난폭하게 왜 그래? 내가 함부로 폭력 쓰지 말랬지!"

 

 추주원이 추주안의 으름장에 지지 않고 추주안의 등짝을 찰싹찰싹 때렸다.

 

 "아! 아! 아프다 가시나야!"

 

 추주안이 추주원의 등쌀에 못 이겨 이완을 놓아 주었다.

 

 이완이 늘어난 옷을 정리하며 콜록거렸다. 추주안이 이완에게 소리쳤다.

 

 "당신, 도망가라고 했잖아! 왜 이렇게 말을 안 듣슴까! 아니면 설마 당신 기자야? 어?"

 

 그렇잖아도 험상궂은 추주안의 얼굴이 인상을 쓰자 더욱 위협적으로 변했다.

 

 "여기서 다시 봽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기자 같은 건 아니고요. 여러분을 돕고 싶어서......"

 "당신이 뭘 안다고 도운다 만다 함까! 진짜 죽고 싶어? 내 동생한테 무슨 짓 했어!"

 

 또 벽에 밀려 멱살을 부딪쳤다.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이완은 생각했다.

 

 '힘이 좋네. 지하실에서 어줍잖게 개겼으면 진짜 총 맞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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