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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혼자서는 못 죽습니다
작가 : 김백야
작품등록일 : 2019.10.21

무슨 짓을 해도 죽을 수가 없다.

 
14화: 블루 칼라
작성일 : 19-11-10 11:09     조회 : 188     추천 : 0     분량 : 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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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마친 유성지가 몸을 일으켰다.

 

 "그만 일어날게요. ...이제... 이런 식으로, 연락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완은 유성지를 잡지 않았다. 유성지는 표정이 보이지 않도록 스카프를 몇 겹으로 둘렀다. 카페를 나서자 싸리 눈이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온다더니. 눈이잖아.'

 

 이완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음에도 마음이 불편했다.

 

 '이렇게까지 얘기했으니 연락하지 않겠지. 저 사람 어딘가 불편해.'

 

 쓸데없는 말을 한 건 아닌가, 유성지는 이완의 말을 전부 믿지 않았다.

 

 '내 말 하나만을 듣고 외곽으로 가진 않을 테니까.'

 

 유성지는 걸음을 빨리 했다. 이완이 나쁜 사람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뱉은 말에 책임을 지고 싶지도 않았다.

 

 '내 일이 더 중요해. 주문 들어온 것도 끝내야 하고.'

 

 자기합리화를 반복하며 유성지는 이완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오늘의 할당량을 마저 채워야 했다.

 

 *

 

 블루 칼라.

 

 그 단어를 듣고 나니 이제까지 몰랐던 게 당황스러울 만큼 귀에 자주 들어왔다. 한국말에 갓 트이기 시작한 외국인이 된 기분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영어지만.'

 

 월요일이었다. 회사에 출근한 이완은 엑셀에 2팀 전체 일정을 옮겨 적는 중이었다.

 

 "블루 칼라들만 공격 당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저희가 만만한 게 아닐까요!"

 "서윤 씨도 그 신조어 써요? 나는 좀 유치한 것 같아."

 "변해가는 흐름에 중요한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대리님!"

 

 또다. 김서윤이었다. 김서윤은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주 대리와 얘기하고 있었다. 백색소음처럼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그들의 대화가 선명하게 날아와 이완의 귓속에 박혔다.

 

 "블루 칼라, 블루 칼라 하는데. 애초에 그거 나누는 의미 없지 않나요.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 건 마찬가진데."

 "하지만 괴물들이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만 공격한다잖아요. 무서워서 못 돌아다니겠어요!"

 "외곽으로만 안 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에이, 아니죠 대리님. 저는 본가가 시골이란 말이에요. 본가에 가려면 무조건 외곽을 지나쳐야 하는데...... 어쩔 수 없다고요! 그렇잖아도 요즘, 부모님이랑 연락 잘 안 되고. 하여간, 외곽으로 갔다가 공격받은 사람들도 나름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요?"

 "나는 괴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안 믿겨. 21세에 웬 좀비예요? 그냥 그쪽 지역 사람이 살기 힘드니까 치안이 위험한 게 그런 소문으로 와전된 거겠지."

 "좀비가! 아니라니까요! 괴물들은 진짜 있어요. 부르는 이름도 있다고 그러는데, 외곽 사람들이."

 

 주 대리와 김서윤의 대화는 블루 칼라로 시작해서 괴물로 끝났다. 주 대리는 괴물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세상에 귀신이나 괴물 같은 게 어디 있어요. 이렇게 과학이 발전했는데."

 "대리니임. 저는 진짜 귀신 봤어요. 어렸을 때인데......"

 "또 중학생 때 얘기 하려고 그러죠. 그냥 어두워서 잘못 본 걸 거라니까?"

 "아니라니까요! 괴물을 봤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사람 모습이긴 한데 머리가 없대요. 으으."

 "그러니까 그게 가능하냐고. 다 지어낸 말이라니까."

 "모...모르죠! 가능하니까 소문이 퍼지는 거라니까요? 없는 말이 소문이 되진 않아요!"

 

 이완은 의구심이 들었다. 괴물의 실존을 주장하는 김서윤도 괴담 읊듯 불확실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괴물이 진짜 있는 건가. 유성지 작가가 잘못 알고 있었다면?'

 

 이완이 살았던 세계에도 어느어느 지역에 귀신이 나타난다거나, 괴생명체가 발견되었다는 소문은 차고 넘쳤다. 9할이 별 거 아니었다는 결론으로 끝나지 않던가.

 

 '너무 덥석 물어버렸나. 앞뒤 재지도 않고 그 작가 말이라면 맞을 거라고 생각해 버렸네.'

 

 침묵을 지키던 김서윤이 호들갑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 기억났다. 그래. 그 괴물들을 무구라고 부른대요."

 "그게 뭐야. 한자야? 우리 말?"

 "모르죠. 그건..."

 "뭐예요, 서윤 씨.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았어?"

 "그거야 흥미 위주니까요!"

 "봐봐, 서윤 씨도 흥미라고 얘기하네. 잘 모르잖아?"

 

 이완이 귀를 쫑긋 세웠다.

 

 "에이, 그래도 모르잖아요. 외곽인들, 블랙 칼라들이 진짜로 그 일을 한대요. 할당량으로 뜬대요. 그렇다는 건 존재한다는 거 아녜요?"

 "괴물들 없애기가 그 사람들 일이라고? 그 사람들이 그런 일 할 힘이나 있겠어요?"

 "대리님! 그런 게 바로 약자 혐오......"

 

 주 대리가 손짓했다. 수다는 그만 떨라는 신호였다.

 

 "쓸데없는 얘긴 이제 그만 하고 일이나 해요. 외곽인들 걱정하다 우리가 먼저 죽겠어. 난 죽기 싫으니까 일 해야지."

 

 주 대리가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김서윤은 투덜거렸지만 기분이 상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는 건 이런 대화가 흔하다는 거겠지, 이 사람들 말고도 세계 사람들 대부분 할 수 있는 그런 대화. ...괴물이고 뭐고, 흉흉한 세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신변잡기일 뿐인 건가.'

 

 이완은 주 대리의 눈치를 보면서 포털에 들었던 이름을 쳐 넣었다.

 

 무두

 

 연관 검색은 많았지만 게시물은 많지 않았다. 뉴스는 한 건도 없었고 관련 없는 글이 검색에 걸린 게 몇 가지, 괴물에 대해 다루었더라도 방문자를 늘리기 위한 블로그 글이나 카더라 뉘앙스의 짧은 괴담밖에 없었다.

 

 사진이 첨부된 글도 있었다. 사진들은 화질이 좋지 않았다. 그마저도 포토샵 티가 나는 것과 지나치게 화질이 낮아 형체조차 알아보지 못할 것을 제하고 나니 남는 게 없었다.

 

 '이런. 유성지 작가의 말이니 신빙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김샜다. 유성지 작가에게 세계의 개입이니 뭐니 떠들어댄 게 낯부끄러워졌다. 집이었더라면 이불을 찼을 것이다.

 

 블루 칼라

 

 다음 검색어를 쳐 넣을 때였다.

 

 "아, 이완 씨는 모를 수도 있겠네."

 

 주 대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완의 화면을 어깨 너머로 본 듯했다.

 

 "...아, 대리님. 딴짓하려고 했던 게 아니고요, 엿들으려고 했던 것도 아닙니다. 그냥 모르는 단어가 들려서, 궁금해서요."

 "애써 변명할 필요 없어요, 나라도 궁금했을 텐데 뭘."

 

 변명하던 이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냥 우리 같은 사람들을 블루 칼라라고 불러요."

 

 김서윤이 커피 한 잔 타 오겠다며 탕비실로 향하자 주 대리가 말했다.

 

 "우리 같은 사람들요?"

 "평범한 사람들이요. 할당량 받고 일 하고 그런. 카더라에 의하면 선택 받은 소수의 사람들만 블루 칼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뭐 그런 말 있는데 난 안 믿고요."

 "그러면 블랙 칼라라는 건."

 

 이완이 되물었다.

 

 "블랙 칼라는 그냥 외곽인들 말하는 거예요. 내가 보기에는 그냥 외곽인하고 우리를 나누기 위해 블루, 블랙 그런 가당찮은 이름을 붙이는 것 같고."

 "외곽인이요?"

 

 계속 되묻는 이완이 답답하지도 않은지, 주 대리는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가난한 사람들요."

 

 주 대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가난해서 서울 중심부에 집 한 채 살 수도 없는 사람들. 월세 40만원 내기 힘든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정부 지원 받는."

 "아아."

 

 김서윤과 대화에서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들다고 했던 건 이 뜻이었구나, 이완은 뒤늦게 이해했다.

 

 "그 사람들 대단하다고, 괴물 없애는 일 목숨 걸고 하는 거라는 얘기가 돌아. 아까 서윤 씨랑 내 대화 들었으면 짐작했겠지만, 우리가 하는 일과는 다른 일들이 할당량으로 등장하나 봐요. 내 눈으로 못 봐서 확실하게는 얘기 못 하겠지만."

 "괴물 없애기를 말하는 건가요. 서윤 씨 말에 의하면요."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이니까 그렇게 소문이 난 게 아닌가 싶어. 실제로 괴물이 있진 않겠지만 거친 일을 하겠죠. 할당량 말고 다른 이유로도 죽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니까요."

 "그 쪽 치안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내가 보기엔, 괴물 같은 게 있어서 위험한 게 아니라 그냥 외곽인 자체가 위험한 게 아닐까. 그 사람들이 나쁘단 게 아니고, 최근 정부 지원도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살기 위해 누군가를 납치하고 그러는 거겠죠."

 

 이완은 뺨을 긁적였다.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 ...그렇게 사람 납치해 가고 그러면 경찰 수사는 안 하나요..."

 

 물어보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주 대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법으로는 그렇긴 하지만, 그 쪽은 요즘 거의 무법지대예요. 경찰도 들어갔다가 실종되거든."

 "......"

 "군인도 못할 일을 한다고, 그 사람들이 우릴 지켜주는 거 아니냐, 서울 안까지 괴물 같은 게 들어오지 못하는 건 그 사람들 때문이다. 칭송하는 여론도 있는데 나는 잘 모르겠네요. 아무리 세상이 흉흉해도 믿기질 않는 얘기들이니까."

 

 김서윤이 커피 세 잔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왔다. 이완은 김서윤이 건네는 커피를 받아 쥐었다.

 

 "고마워요."

 

 '집에 가면서 버려야겠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서류 작업을 마치고 틈틈이 블랙 칼라와 블루 칼라에 대해 검색해 보았지만, 대부분 주 대리가 얘기한 반경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 야 근데 진짜 블랙 칼라들한테 고마워해야 한다

 

 ㅈㄱㄴ

 외곽에서 살면서 우리 지켜주는 거면 감사 인사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

 거긴 경찰이랑 군인도 안 들어간다며

 그 사람들이 우리 방패 쳐주는 거 같은데

 사는 것도 취약할 거 아니냐???

 고맙기도 하고 무섭기도 함

 한 번 가보고 싶은데 겁도 나고

 

 ㄴ 블랙 칼라들 진짜 대단하지 않냐

 ㄴ 촌스럽게 무슨. 외곽인이라고 해 그냥.

 ㄴ 그렇다기엔 화이트 칼라 있다는 얘기도 있잖아

 ㄴ 무슨 게임 세계도 아니고 그딴 게 있겠냐

 ㄴ 그 사람들이 언플하려고 있지도 않은 괴물 만들어내는 거 아님?

 ㄴ 병이라도 걸린 사람들이면 어떡하려고;

 

 블루, 블랙 칼라라는 단어는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주 대리는 아예 신조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완은 생각했다.

 

 '사람들 사이에 등급이 메겨지기 시작한 거구나.'

 

 포털을 뒤적이던 이완은 위화감을 느꼈다. 사용자 대부분이 '외곽인' 과 '우리' 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서울만 있는 게 아닌데.'

 

 부산 맛집

 전주 여행

 경기도 시세

 충청남도 여행

 

 검색에 잡힐 만한 단어를 여러 개 두드려 넣었다. 이상했다. 결과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부분 일 년에서 이 년이 넘은 글들이었다. 십 년이 넘은 글이 상단에 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꼭 대한민국에 서울만 남은 것 같잖아.'

 

 서울에 아무리 인구가 밀집해 봤자 한계가 있을 거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밥을 먹고, 세상이 돌아가는 거지. 대체 어떤 구조로? 지방 사람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고?'

 

 이 세계는, 이완이 파악한 것보다 더 많은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

 

 '할당량 빼고는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떠올려 보면 그렇지도 않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서현주, 죽지 못하는 자신, 비슷하지만 달라진 회사 사람들, 뜬금없이 나타난 유성지 작가와의 만남. 이완은 있었던 일들을 차례차례 떠올렸다.

 

 '끝나자마자 강동구, 외곽인이 산다는 곳에 다시 가 봐야겠어.'

 

 습관적으로 종이컵을 들어올렸다가 커피 냄새에 헛구역질하며 이완은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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