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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러나 그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에르노
작품등록일 : 2016.10.5

누군가 그를 미친듯이 원한다! 영문도 모른 채 쫒기는 소년, 그는 어째서 납치당하는가?
벗어날수록 옭아매오는 그물, 그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치명적인 음모가 정체를 드러낸다!

강대한 라니냐 제국의 볼모가 되어버린 도림 왕국의 태자, 상냥하고 친절하나 실은 비성숙한 자아에 고통받는 그는 제국을 적대하는 식민지 독립파에 의해 납치당하고 만다. 탈출을 시도하고 흉악한 적들과 추격전을 벌이며 이색적인 해적과 조우한다. 스릴 넘치는 모험과 풋풋한 사랑을 통해 자아의 성장을 일궈나가는 다크판타지.



표지는 핀터레스트 펌입니다.

 
10.루카를 위하여
작성일 : 16-10-13 17:59     조회 : 536     추천 : 0     분량 : 7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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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대로 다음 시련은 다음 날 찾아왔다.

 

  아리아와 이도가 선장의 집무실 안에서 얘기하고 있는데 네다섯 명 정도의 선원들이 갑자기 찾아온 것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 슬픔, 불신 등등이 교차하고 있었다. 이도는 올 것이 왔구나 하며 눈을 감았다. 아리아는 담담해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한 선원이 말했다.

 

  “누님! 소문이 정말입니까?”

 

  아리아는 한숨을 쉬었다. 비밀은 진실보다 더 잘 퍼진다.

 

  “어디까지 알고 있지?”

 

  “저기 있는 신참이 사실은 제국의 대자이고, 누님이 그를 보호하며, 또 누님이 곧 이 해적무역 일을 그만두고 저희를 데리고 제국으로 간다는 것 말입니다. 정말입니까?”

 

  아리아는 입술을 문지르며 어디까지 알려줄지를 가늠했다.

 

  “사실이야. 숨겨서 미안하군.”

 

  “누, 누님!”

 

  또 다른 선원이 말을 더듬거렸다.

 

  “저, 저희는 누, 누님만 미, 믿고 따르지만, 만, 그래도 이건, 건, 너무 갑작, 작, 스러워요, 요!”

 

  “그래요! 저희도 상의도 없이 너무 합니다! 애초에 저 자가 정말로 제국의 대자인지 어떻게 확신합니까?”

 

  “어제의 전투에서 두 명이 죽었어요! 저 자가 정말로 제국의 대자가 아니라, 거짓말을 한 거라면 완전 개죽음 아닙니까! 그를 어떻게 믿을 수 있어요!”

 

  순식간에 집무실 안이 시끄러워졌다.

 

  아리아는 소리 질렀다.

 

  “그만!”

 

  모두들 입을 닫았다.

 

  아리아는 말했다.

 

  “너희들의 생각이 어떤지는 잘 알아. 하지만 너희들도 알겠지? 식민지 무역에서 우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어. 이러다가 정말로 전쟁이 터진다면 우리는 쫄쫄 굶어야 할 판이야. 또 전쟁에서 독립파가 이긴다면 제국과 식민지 사이에서 중개무역을 해왔던 우리는 추방당하거나 죽겠지. 우린 어차피 다른 살 길을 모색해야겠어. 그래. 너희들의 말이 맞아.”

 

  아리아는 이도를 바라봤다.

 

  “이 남자는 진짜 제국의 대자가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진짜라면? 그렇다면 그것 하나 만으로 우리의 미래는 활짝 피는 거야. 생각해봐. 제국의 대자를 안전하게 보호해 제국 수도에 도착한다면 황제는 우리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보상을 내려줄 거야. 당연하지 않아? 그러면 우리는 이제 이런 고된 생활과는 안녕이야. 너희들도 그걸 원하잖아.”

 

  선원들은 순간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고는 표정이 누그러졌다.

 

  “그건 그렇지만요.”

 

  “만약 이 자가 가짜라면, 이 녀석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너희에게 맡기지. 이 정도면 되겠어?”

 

  그 말에 담긴 잔인함에 이도는 모골이 송연했다. 하지만 그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진짜니까.

 

  선원들은 잠시 서로 중얼거리더니 한 남자가 대표로 말했다.

 

  “알겠어요. 저희는 누님을 믿으니까요. 다른 애들한테도 그렇게 일러두겠습니다.”

 

  그러더니 다함께 나갔다.

 

  아리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눌렀다.

 

  “내가 너무 안일했어. 놈들은 나를 너무할 정도로 신뢰하니까, 내가 하자고 하면 군말없이 따를 줄 알았는데. 저놈들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구나.”

 

  “걱정하지 마. 난 진짜니까.”

 

  “흐으음.”

 

  아리아를 이도를 쳐다봤다.

 

  오, 물론 아리아는 이도를 믿었다. 믿고 싶었다. 하지만 만일 가짜라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생각 또한 있었다. 어느 정도는 불신이 있단 말이다. 아리아만이 아니다. 슈리, 루카, 돌격대장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불신을 가지고 있다. 납치선의 선장이 한 말과, 납치선이 그 먼 거리를 쫒아온 사실 등등을 종합하자면 이도가 가짜일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지만, 여하튼 완벽은 없는 법이다.

 

  윽. 이도가 약간 상처받은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실로 모성애를 자극했다. 아리아는 이도의 마음을 풀어줄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것을 떠올렸다.

 

  “이 문제는 됐고. 이도, 너 저번에 회 먹고 싶다고 했지?”

 

  “왜?”

 

  “와 봐. 회는 낚시로 막 잡은 게 최고거든. 내가 알려줄게.”

 

  아리아는 의기양양하게 낚싯대를 들어보였다.

 

 

 

  이도와 아리아는 낚싯대를 들고 배 측면의 난간으로 갔다. 슈리와 루카가 이미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루카는 여유롭게 낚시를 즐겼다. 슈리는 인상을 쓰고 발에 힘을 꽉 주고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었다. 낚시가 아니라 권투를 하는 느낌이다.

 

  아리아가 말했다.

 

  “자, 봐봐. 이렇게 미끼를 끼고 던지는 거야.”

 

  이도는 아리아가 보여주는 대로 따라했다. 배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어 재미로 낚시를 즐기기엔 나쁘지 않았다. 이도는 바다 위에 나란히 늘어서있는 네 개의 찌를 봤다. 방금의 소동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난 아직 불신 받고 있구나. 어쩔 수 없는 거겠지.

 

  그 때, 슈리가 탄성을 질렀다.

 

  “왔다! 왔어! 소녀의 장난감! 캬하하하! 루카! 넌 아무것도 아냐!”

 

  슈리의 찌가 좌우로 요동쳤다. 슈리는 이빨을 까득 물며 버텼다.

 

  “이이익, 뭐가 이렇게 무거워?”

 

  이도가 말했다.

 

  “내가 도와줄까?”

 

  “신경 꺼! 내가 할 수 있으니까! 이야압!”

 

  그만 슈리의 찌가 루카의 낚싯줄과 엉키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고기는 놓치고 말았다. 슈리는 머리를 감싸 쥐며 괴성을 질렀다.

 

  “젠자아아아앙! 루카! 너 아까부터 방해만 하고!”

 

  루카는 휘파람을 불었다.

 

  “흥이다 흥~ 지가 모타는 주제엥! 허접해라~ 쿠쿠쿠쿠쿠쿡!”

 

  루카는 입을 막고 슈리 특유의 웃음소리를 흉내 냈다. 머리끝까지 열이 뻗친 슈리는 루카를 번쩍 들어올렸다.

 

  “감히 날 모욕하다니! 반성해!”

 

  그러고는 바다에다가 던져버렸다. 이도는 깜짝 놀랐다.

 

  “잠깐! 너무 심하잖아!”

 

  루카가 바다에 풍덩 빠져 하얀 포말이 올라왔다.

 

  아리아는 킥킥 웃었다.

 

  “괜찮아. 루카의 별명은 바다원숭이야. 바다에서는 그 누구보다 잘 움직여. 그래서 가끔은 스스로 바다에 빠지고 다시 올라오고 그래.”

 

  그렇다. 슈리가 방금 한 행동은 친구들이 개울가에서 놀며 친구를 물웅덩이에 빠트리는 것과 비슷할 뿐이었다.

 

  하지만.

 

  “사, 살려! 나 살려!”

 

  루카가 허우적대며 바다에서 빠져나오질 못 했다.

 

  “쥐, 쥐가! 쥐났어! 어푸!”

 

  사태를 눈치 챈 아리아가 외쳤다.

 

  “배를 멈춰, 당장!”

 

  슈리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구하려 할 무렵, 먼저 행동한 사람이 있었다. 이도였다. 그는 재빨리 웃옷을 벗어던지고 바다 위로 몸을 던졌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슈리가 외쳤다.

 

  “소녀도 돕겠어요!”

 

  “안 돼!”

 

  아리아가 슈리를 말렸다.

 

  “저길 봐.”

 

  아리아의 눈이 공포에 질려있다. 슈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세상에. 상어 지느러미가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슈리는 이도를 향해 외쳤다.

 

  “이도! 조심해! 상어가 있어!”

 

  물 위에 떠 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상어 지느러미가 보였다. 이도는 침을 꿀꺽 삼켰다. 굳이 자극하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야. 이도는 우선 허우적대고 있는 루카에게 갔다.

 

  “루카! 아직도 쥐났어?”

 

  이도는 루카를 붙잡고 발을 만져주었다. 루카는 눈을 찡그렸다.

 

  “혼자서 못 움직이게써.”

 

  “괜찮아. 나랑 같이 돌아가자.”

 

  이도는 불안한 눈빛으로 이리저리 선회하는 상어 지느러미를 봤다. 그리고 항해하다가 멈춘 배는 꽤 거리가 떨어져있었다. 이도는 루카를 붙잡고 배를 향해 헤엄쳐갔다. 아리아가 난간에서 배 밑까지 오는 줄사다리를 늘어뜨렸다. 이도는 뛰어내리기 위해 준비하는 슈리를 보며 소리 질렀다.

 

  “안 돼! 오지 마! 오히려 자극할 뿐이야!”

 

  슈리는 애가 탔다. 하지만 이도의 말이 맞았다.

 

  아리아는 화승총을 든 선원 몇 명을 데려왔다. 유사시에 상어를 쏠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다른 선원들도 예사치 않은 상황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도는 루카를 끌고 힘겹게 헤엄쳐갔다. 다행히 아리아가 적당한 크기의 나무판자를 던져줘서 살았다.

 

  이도는 뒤를 돌아봤다. 상어 지느러미가 일직선으로 자신을 향해있다. 젠장. 그래도 배까지 얼마 안 남았어. 이도는 온 힘을 다해 헤엄쳤다. 화승총을 든 선원 한 명이 보다 못해 아리아에게 말했다.

 

  “누님! 저 자식 점점 다가오는디요! 쏘, 쏠까요?”

 

  “안 돼! 상어는 우리 생각만큼 포악하지 않아. 괜히 자극하는 게 더 위험해.”

 

  상어는 다행히 이도를 지나쳐갔다. 공격하지는 않고 주위를 빙빙 돌며 탐색했다. 이도는 물속에서 눈을 떠서 상어를 봤다. 초점 없는 검은 눈동자.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상어를 신기하게 여기듯 상어도 날 신기하게 여기는 거야. 그냥 그런 거야.

 

  그 순간, 총성이 탕 하고 울렸다.

 

  총탄은 상어를 빗나가고 바다에 박혔다.

 

  아리아는 하얘진 얼굴로 화승총을 든 선원들을 바라봤다. 한 놈이 두 손을 덜덜 떨고 있다. 놈의 총구에서 연기가 올라온다.

 

  “이 병신새끼! 뭐 하는 짓거리야?”

 

  “그, 그, 그게, 너무, 너무 위험해 보여서.”

 

  “이 덜떨어진 새끼!”

 

  위협을 느낀 상어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댔다. 그러더니 다시 한 번 이도를 향해 다가왔다. 루카가 이도에게 속삭였다.

 

  “이도! 나 이제 쥐 나아써! 이제 놓아줘도 대!”

 

  이도는 입을 굳게 닫았다.

 

  더 나은 선택.

 

  이것 밖에 없어.

 

  이도는 루카를 배로 확 밀었다. 이제 상당히 가까워졌다.

 

  “루카! 너 먼저 가!”

 

  이도는 루카의 옆으로 헤엄쳐갔다. 그리고 칼을 빼들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목을 살짝 베었다. 피가 새어나왔다.

 

  그 모습을 본 루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쉴 새 없이 물살에 흔들리는 데도 그 광경만은 루카의 눈동자에 굳건히 고정되었다.

 

  피 냄새를 맡은 상어는 방향을 틀었다.

 

  “어째서?”

 

  아리아는 입을 막으며 경악했다. 이도가 한 일이 무엇인지 안 것이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아리아는 몸을 감쌌다. 지금의 이도는 빛나고 있다. 그 빛이 자신의 어둠을 드러내는 것 같아 고통이 느껴졌다. 어째서 그렇게 상냥할 수 있는 거야?

 

  이도의 손목에서 새어나온 피가 바다 표면으로도 보였다. 이제 선원들 모두 이도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았다. 이도는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상어를 봤다. 무섭지만 몸이 마비될 정도는 아니다. 이건 내가 한 선택이야.

 

  “모두 쏴!”

 

  아리아는 명령했다. 이도와 상어가 뒤엉키고 나면 기회가 없다. 화승총이 불을 뿜었다. 몇 개는 상어를 맞추고 몇 개는 바다를 맞췄다. 상어는 신음하며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이도는 숨을 삼키고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상어가 코앞까지 왔다.

 

  아리아는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상어가 아가리를 벌렸다.

 

  지금이다!

 

  이도는 상어의 아가리를 향해 위로 비스듬히 칼을 꽂아 넣었다. 상어의 속도가 더해져 칼은 깊숙이 들어가 상어의 머리 위로 솟아나왔다. 이도는 몸을 옆으로 틀었으나 상어의 몸통에 부딪히고 말았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도는 바다 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고개를 휘저으며 바다 위로 올라가고자 했으나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 알기 어려웠다. 상어는 고통에 몸을 비틀었다. 버둥대면 댈수록 칼은 상어에게 상처를 입혔다.

 

  “으으으읍!”

 

  부딪힐 때의 충격으로 산소가 빠져나간 모양이다. 급격히 숨이 막혀왔다. 이도는 빛이 비추는 곳을 향해 헤엄쳐갔다. 젠장, 젠장! 이도는 불길한 예감이 옆을 봤다. 아직 죽지도 않은 상어가 마지막 발악으로 이도를 향해 오고 있다. 지금 당하면 끝장이다. 그런데 피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끝인가.

 

  이도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몸이 홱 돌아갔다. 으음? 충격은 없다. 부드럽다. 이도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젖은 옷 사이로 루카의 가슴이 보였다. 아담하다.

 

  “푸하!”

 

  이도는 드디어 물 밖으로 나왔다. 숨을 들이마시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주변을 둘러보니 더는 상어가 안 보인다. 이도는 자신을 구한 루카를 바라봤다. 루카는 씩 웃고 있다. 이도는 말했다.

 

  “구해줘서 고마워.”

 

  “내가 할 말 뺐지망!”

 

  루카와 이도는 함께 줄사다리를 타고 배 위로 올라갔다. 슈리는 옷이 다 젖어 속살이 비치는 루카에게 옷을 덮어주었다. 그러고는 루카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내가 잘못했어! 내가 나쁜 놈이야! 날 때려도 좋아!”

 

  “슈리는 울보~”

 

  루카는 슈리의 볼을 콱 꼬집으며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아팠지만 슈리는 참으며 눈물을 흘렸다.

 

  아리아는 이도에게 새 웃옷을 주었다.

 

  “이도.”

 

  아리아는 이도를 향해 박수를 쳤다. 뒤를 이어 슈리, 루카, 돌격대장, 그리고 모든 선원들이 이도를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도는 어안이 벙벙해져 주위를 막 둘러봤다. 기분은 좋지만 어색하다. 이도는 머리를 긁었다.

 

  “부끄러운걸.”

 

  “무슨 소리야? 넌 루카를 위해 희생하려고 했어. 이 정도는 당연하지.”

 

  아리아가 그를 격려했다. 갑자기 선원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으, 음! 난 당신이 대자인지 뭔지 굳게 확신을 할 수 없으! 하지만, 거, 뭐랄까. 당신이 아주 좋은 사람이란 것만은 알겠으! 의심해서 미안하으!”

 

  선원들은 깔깔 웃으며 더 박수쳤다. 이도는 미소 지었다. 신뢰를 얻는다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루카는 갑자기 이도의 팔을 확 들어올렸다. 그러더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외쳤다.

 

  “이도가 내 목숨을 구했쪄! 난 이제 이도 믿어! 선장님을 따라 이도를 보호할 고얌!”

 

  루카는 슈리한테 말했다.

 

  “슈리도 그럴 거지?”

 

  슈리는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어? 아, 하하! 무, 물론 소녀도 은혜는 값지요! 오호호!”

 

  루카는 마지막으로 선원들을 돌아봤다.

 

  “모두들 내 생명의 은인을 보호해 줄 거지?”

 

  선원들은 동의의 의미로 박수를 쳤다. 루카는 즐거운 듯 더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어! 저기 바바!”

 

  루카가 바다를 가리키며 외쳤다. 죽은 상어가 배를 드러낸 채 둥둥 떠다니고 있다. 루카는 방방 뛰어다녔다.

 

  “오늘은 상어 고기 파티~! 와하하하!”

 

 

 

 

  “회를 먹고 싶다 하긴 했지만, 상어 회를 먹게 될 줄이야.”

 

  이도는 으적으적 씹으며 맛을 느꼈다. 오오ㅡ, 환상적이다.

 

  선원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상어가 꽤 크긴 했지만 백 명 정도가 나눠 먹으니 양이 아주 풍족하진 않았다. 그래도 쉽게 먹을 수 없는 진귀한 고기다. 게다가 상어는 부패가 빨라 잡은 즉시 먹어야 진미가 남아있다. 여하튼 맛있다. 그 덕분에 선원들끼리 얘기판도 벌어졌다.

 

  아리아는 살짝 데쳐서 조리한 국물에 담긴 샥스핀을 이도에게 건넸다.

 

  “자, 이거 왕족도 먹기 어려운 거야.”

 

  이도는 입을 벌려 샥스핀을 받아먹었다. 미끈미끈하고 부드럽고 실같이 쪼개지고...... 세상에 이런 맛이 있었다니. 슈리도 샥스핀을 이도에게 건넸다.

 

  “이건 소녀의 칠칠치 못한 행동의 반성이랍니다!”

 

  “어, 그, 아직 입 안에 남아있는데.”

 

  “잔 말 말고 받으시지요!”

 

  슈리는 샥스핀을 이도의 입 안에 우겨넣었다.

 

  루카도 샥스핀을 들었다.

 

  “나도 줄 거얌! 난 목숨을 빚졌엉! 아앙~”

 

  루카는 이도의 입에 억지로 샥스핀을 밀어 넣었다.

 

  “읍읍!”

 

  이도는 상어와의 혈투 때보다 심한 호흡곤란을 느꼈다.

 

  “우웩!”

 

  이도는 그만 입 안 가득 들어있던 샥스핀을 뱉고 말았다. 아리아, 슈리, 루카, 돌격대장 모두 안타까움의 탄성을 질렀다. “그 아까운걸! 근데 괜찮아?” “소녀의 성의를 우습게 보는 겁니까!” “토해쪄~” “인마, 신참! 그거 남자한테 좋은 거라고!”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도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더 나은 선택이겠지......?

 

  울렁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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