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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 닿기를
작가 : 리아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0

청화국 30대 국왕의 외동딸로 태어난 공주, 한서월. 가장 행복해야 할, 성년을 맞이하는 탄신일 저녁. 갑작스러운 아버님의 죽음과 함께 복수를 위한 삶을 살게 되는데······.

 
14. 난 너를 불러
작성일 : 19-11-10 01:48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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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

 

 "설마, 서의겸을 사랑하지 않는 건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 좋을까.

 

 서의겸을 사랑하고 있다. 당연한 것이 아니냐.

 

 여기서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과연 내 목소리가 진실처럼 들리기는 할까.

 

 제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나를 잠시 가만히 내려다보던 윤정한이-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겠네?"

 

 "......윽."

 

 -곧 내 턱 끝을 조심스럽게 쥐고는 살짝 힘을 주어 입술 사이의 틈이 벌어지게 했다.

 

 유려하게 뻗은 집게손가락으로 내 턱을 올려 들고 그 높이에 맞추어 제 고개를 숙인 그는, 내 입술 바로 앞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

 

 애써 피하지 않았다.

 

 그에게 턱을 잡혀 있던 탓이었고, 등은 벽에 닿아 있는 와중에 정면은 윤정한이 가로막고 있어 빠져나갈 구멍이 없던 탓이기도 했으나.

 

 정말 피하려 했다면 힘에서 밀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에게 잡혀 있지 않은 자유로운 한쪽 손으로 그를 밀어내고자 하는 시도 정도는 했을 것이다.

 

 혹은 고개를 돌려 버리거나, 그마저도 저지당한다면 끔찍하게 싫다는 듯 눈을 감고, 입술이 닿는 것을 막아보겠다며 입을 꾹 다물고 있는다는 선택지도 있었을 터였다.

 

 그러나 나는 어떠한 미동도 없이, 여전히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을 내비치지 않은 채로, 그를 주시하고만 있었으니.

 

 그것은 내가 그의 질문에 어떠한 답을 내어놓아야 할지 몰랐던 탓이고, 그 이전에 내가 의겸이에게 지니고 있는 감정이 분노뿐인 것이 확실한 것인지, 아직도 다른 마음을 떨쳐내지 못한 것인지를 알 수 없었던 탓이었으며, 이 시국에서 윤정한이 나를 원한다면 내어줄 수 있었던 탓이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를 거부할 마음이 없었던 탓이었다.

 

 "정말, 너는......."

 

 무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와 눈을 마주하더니, 당장이라도 입을 맞출 것처럼 굴던 윤정한은, 피식-웃으며 나에게서 멀어졌다.

 

 서의겸을 멀쩡히 두고서 제가 입술을 탐하려 하는데도 전혀 동요하지 않으니,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입을 맞추려 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 모습이, 자신의 질문에는 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한 태도로 보여졌을지도 모른다.

 

 "재미있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 작은 머리를 도대체 어떠한 것들이 채우고 있는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겠어."

 

 옆에 놓여 있던 의자에 다리를 꼬고 걸터앉은 그는 아까전 내려놓았던 찻잔을 다시 집어 들었다.

 

 윤정한은, 독심술로 이름이 자자했다.

 

 아름다운 외모와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는 상대의 긴장을 풀고 표정을 금세 드러나게 만들기도 했지만, 타고난 뛰어난 머리로 논리적인 생각을 빠르게 이끌어 내는 것에도 거의 최정상의 위치에 올라 있었기에.

 

 그래서 그가 집권하기 시작하던 때에 숙청당한 간신들의 수가 상당하다고 들었다. 이것이, 즉위한 지 고작 이 주 만에 안정적인 왕권을 이룩해 내고, 이제 한 해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왕권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는 이유였고.

 

 무슨 생각이든 쉽게 읽어내는 그의 바로 앞에서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쪽의 생각을 할 만큼 간이 큰 신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 그에게, 내 머릿속은 도무지 보이질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겠지, 나조차도 나를 제대로 알 수가 없으니까.

 

 "의겸이와 다투기라도 했어? 어째 분위기가 싸늘한 것 같은 건 기분 탓이 아니겠지?"

 

 아, 그래서 새벽에 밖으로 나온 거였어? 별일이네, 사소한 말다툼도 잘 하질 않던 애들이.

 

 "아무리 사이가 좋았대도 혼인하고 나면 뭔가 달라지는 것이 있다더니. 참, 옛말 하나도 틀린 것 없어."

 

 나와 의겸이가 다툰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나 보다. 따지고 보면 아예 틀린 상황이 아닌 것은 옳았다.

 

 서의겸이 내 목숨을 쥐고 있고, 서의겸의 목숨을 내가 노리고 있었다. 아버님의 시해 사건의 전말과 누군가의 목숨이 걸려 있는,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심각한 다툼' 이었으니.

 

 "한서월. 네가 서의겸의 사람이 아니라, 내 왕비였다면 좋았을 텐데."

 

 "......나를, 가지고 싶어?"

 

 윤정한을 향해 던진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질문이었다.

 

 그가 어떠한 답을 내어놓을지와 관계없이, 정한이의 진심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럼에도 듣고 싶었다. 직접적으로 물어 본 적이 없어 그가 진심을 이야기할지, 혹은 거짓을 이야기할지가 궁금해서.

 

 진심을 말한다면 어느 정도의 진심이 섞여 있을 것인지를 보고 싶어서.

 

 "......너를 가지고 싶지 않아 하는 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특히 본인을 가지고 싶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그 신분과 그에 따르는 권력 혹은 재력. 미인으로 유명한 것은 물론이고 심성이나 능력까지, 어느 하나의 부족함 없이 완벽함을 넘어서 있으며 그와 걸맞은, 백성들을 이끄는 고고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분위기를 지닌 사람.

 

 그것이, 청화국의 현존하는 공주이자, 이제는 왕비의 직위에 있는 나에 대한 세간의 평판이었다.

 

 "감히 평을 내리기에도 두렵다고 일컬어지는 게 너야. 그러니 너를 가지면 얻는 것은 끝없이 많지."

 

 청화국을 넘어서 홍화국에까지도 퍼져 있는 말을, 윤정한이 모를 리는 만무했다.

 

 특유의 차분한 미소와 함께 그가 꺼낸 답 속에는, 진심이 들어 있지 않았다.

 

 윤정한 역시도 모든 방면에 출중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 나라의 주인이기까지 하니, 호화로운 인생을 누리려는 욕망에 어떻게든 그의 품에 뛰어들어 무슨 짓이든 해 보려 하는 이들은 차고 넘쳐날 것이다.

 

 나를 가지고 싶어 하는 이유를 나에 대한 평판으로 언급했다는 것은 내가 본인과 동등한 수준의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되는데, 윤정한은 그러한 이유로 행동할 사람은 아니었다.

 

 "정말 모르겠다. 요즘 너희 다섯 명 전부,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벗인데도 말이지."

 

 "너는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항상 속을 가장 알기 힘들었던 건 네 쪽이야, 윤정한."

 

 "뭐, 너희들이 그렇게 이야기하곤 했었던 건 사실이지만."

 

 오랜 벗이라는 게, 오히려 이렇게 작용할 때도 있는 법이지.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됐다, 관두자. 쉬어.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밖의 시종에게 이야기하고."

 

 너무 이 이야기에만 힘을 쏟아 버린 것 같은데, 집무를 서둘러 처리하기 위한 머리도 남겨 둬야 한다며 포기를 선언한 정한이가, 손을 휘휘 내저어 보이며 쉬라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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