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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 닿기를
작가 : 리아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0

청화국 30대 국왕의 외동딸로 태어난 공주, 한서월. 가장 행복해야 할, 성년을 맞이하는 탄신일 저녁. 갑작스러운 아버님의 죽음과 함께 복수를 위한 삶을 살게 되는데······.

 
10. 슬픔의 나날, 그리고 예정된 슬픈 운명
작성일 : 19-11-10 01:46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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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서월, 또 어디 아파?"

 

 "어......? 아, 아니.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봐......"

 

 잠을 설쳤다. 아니, 전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잠자리에 들기 전 들었던 것 때문에.

 

 '울지 마, 내가 다 잘못했어......'

 

 전날 밤, 미안하다는 말 뒤에 덧붙여진 말이었다. 당혹스러움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던 사이 잠시 내 손목을 꼭 쥐고 있던 손이 떨어졌고, 어느새 의겸이는 잠들어 있었다.

 

 잠에서 깬 서의겸을 마주쳤을 때 나와 그 사이의 관계를 철저히 연기해야 하는 냉랭한 분위기로 돌아와 있던 것을 보면, 의겸이는 전날밤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애초에 그런 얼굴과 함께 미안하다는 말이 향해야 할 대상이, 꼭 나라는 보장은 없었다.

 

 당시의 의겸이가 과거의 시간에 머무르고 있던 상태였더라도, 아버님을 시해하고자 하는 계획을 머릿속에 담아 두고 있었을 테니 그에게 나는 마음을 나눌 상대가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의 내가 울고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서의겸은 술에 취해 있었기에 충분히 내가 다른 이와 겹쳐 보였을 가능성도 있었다. 만약 이 생각이 맞다면 의겸이가 나와 겹쳐 보았던 인물은, 그가 내 아버님을 시해하게 된 원인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되었다.

 

 그러나 그의 입이 열리던 순간 들었던, 심장이 빠른 속도로 내려앉는 듯한 기분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 탓에 생각을 거듭하다, 결국 날이 밝아버린 것이었다.

 

 "안색이 많이 창백한데. 피곤하면 우리끼리 하고 있을게, 걱정하지 말고 쉬다 와. 너 그러다 또 쓰러지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아니, 아...... 그럼 미안해, 잠시만 부탁해."

 

 벌써 몇 번이나 지훈이가 내 일을 대신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는데. 나를 보고 있는 지훈이의 얼굴을 마주보려 고개를 돌리자, 시야에 서의겸의 모습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거절하려던 말문이 막혔다.

 

 시야에 비친 것만으로도 어지러웠으나, 올라온 상소들을 다 해결하기 전까지는 서의겸과 몇 번이고 더 얼굴을 마주봐야 한다. 지금의 상태로 계속 앉아 있는 것이 오히려 더 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의겸, 너도 함께 다녀올래?"

 

 "나는 괜찮아."

 

 "그래? 별일이네, 한서월. 많이 피곤한가."

 

 평소같으면 거절할 애가 웬일로 스스로 일어나는 거 보면......

 

 지훈이가 중얼거리는 말이 스치듯 들려왔지만, 제대로 신경을 써서 들을 경황마저도 없이 마당으로 내려왔다.

 

 뒤따르는 시종들과 혼자 보낼 수 없다는 순영이를 겨우 설득해 남겨두고 무작정 걸어 도착한 곳은, 뜻밖에도 내가 얼마 전까지 지냈던, 청화국의 공주가 사용하는 궁이었다.

 

 다섯 살에 이곳에서 지내기 시작했으니 고작 십 년이 조금 넘을 뿐인 시간이었지만, 일생에서 가장 오랜 기간을 보냈던 곳이라 습관적으로 발이 움직였던 모양이다.

 

 "......."

 

 순간 멈춰버린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이끌었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푸른 이파리들을 자랑하는 커다란 버드나무가 눈앞을 가득 채웠다.

 

 그 나무의 가장 낮은 가지에 곱게, 그러나 색이 바래 묶여 있는 비단 끈 두 가닥과, 그 끝에 각각 달려 있는 작은 나무패들이 시선을 끌었다.

 

 '이렇게 마음을 담아서 나무패를 걸어 두면, 밤하늘의 고귀한 별이 되신 분들께 그 마음이 전해진대. 그래서 그 분들께서, 저 위에서 항상 지켜 주실 거래.'

 

 지금으로부터 십 삼년 즈음 전, 그러니까 내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던, 나와 승관이가 다섯 살이던 무렵. 갑작스러운 어머님의 부재로 무기력하게 지내던 내게 기운을 나게 해 보겠다며 의겸이가 준비해, 함께 매어 두었던 것들이었다.

 

 의겸이는, 원래 궁 밖에서 자랐다. 왕가의 피를 물려받기는 하였으나 과거에 있었던 사건으로 왕실의 족보에는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던 채였다.

 

 공주이셨던 의겸이의 어머님은 의겸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리고 아버님은 우리가 네 살이 되던 해에 병으로 돌아가셨다.

 

 그 직후 내 아버님께서 오갈 곳 없는 의겸이를 찾아 궁으로 데려오신 것이니, 나무패를 달던 시점에서 의겸이 역시도 아직 아버님을 잃은 슬픔이 온전히 가시지 않았을 터였다.

 

 의겸이의 아버님께서는 왕실과 관련된 큰 행사에만 의겸이와 함께 조용히 자리하곤 했는데, 얼마나 자상하신 분이였는지, 의겸이가 얼마나 존경했었는지. 몇 번 만나뵙지 않았던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의겸이는, 제 아버님이 돌아가시던 날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그리워하는 티를 낸 적이 없었다. 친자식처럼 길러 주신 내 부모님께서 계셨기에 그럴 수 없었다고 하기에는, 조금 더 어리광을 부려도 될 나이였다.

 

 나를 달래며 내게 나무패를 건네던 그 서의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네가 오늘따라 늦게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그 광경을 보지만 않았더라면. 그래서 네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면, 너를 죽일 생각 같은 건 없었어. 서의겸도 평소처럼 너를 대했을 테고. 아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은 너를 달래며, 다정하게 위로해 주었겠지.'

 

 ......그래, 최한솔의 말대로 그 날 내가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그래서 현재의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면. 십 삼년 전의 나를 위로하던 것처럼, 똑같이 위로를 건넸을 것이었다. 서의겸은.

 

 지금의 현실과 과거를 부정하는 가정. 어느 쪽이든, 전자와 후자 모두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무겁지 않은 산들바람에도 힘없이 흩날리는 비단 조각이, 꼭 나를 닮은 기분이었다. 더 지켜보고 있다가는 그와 관련된 기억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 같아서, 눈을 감은 채로 떨리는 숨을 내뱉고는, 몸을 돌려 버렸다.

 

 

 

 ***

 

 

 

 연못가에 앉아 있을 요량으로 내 궁을 벗어나, 정원으로 향하던 도중이었다.

 

 "......어."

 

 풀이 사그락거리며 밟히는, 내 발소리와는 다른 이의 발소리와 함께. 바닥만을 보고 있던 내 신발 앞으로 무언가가 놓였다. 방금 전까지 보고 있던 풀의 푸른 빛과는 전혀 다른, 붉은 빛의 화려한 신발이었다.

 

 "안녕."

 

 의아해 하며 고개를 들자, 눈앞의 상대는 차분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왔다.

 

 "오랜만이네, 서월아."

 
작가의 말
 

 원래 부제는 모차르트의 마지막 진혼곡인 Lacrimosa, 였는데. 아무래도 사극이니 어울리지 않는 말 같아서 뜻으로 적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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