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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안락한 게 아니고
작가 : 수요일
작품등록일 : 2019.11.9

"저 물어주세요."
안락사 시술소를 찾은 남자와 뱀파이어 여자의 차갑지만 뜨거운 동거.

 
22화(완)
작성일 : 19-11-10 00:45     조회 : 273     추천 : 2     분량 : 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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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단독] 이한병원, 백신 단독 개발 위해 불법 생체 실험 진행 2019.10.30 00:14:37 손유혁 기자

 [기획] 이한병원 한성근 과장, 그는 누구인가 2019.10.30 04:45:44 김지성 기자

 [단독] 조00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 일부, 이한병원 백신 게이트 총괄 2019.10.31 10:07:23 손유혁 기자

 

 손 부장은 약속을 지켰다. 윤오가 보낸 USB를 바탕으로 빠르게 기자들을 꾸려 세상에 진실을 알렸다. 윤오가 목숨과 맞바꿔가며 지켜낸 녹음기 속 한 과장의 목소리는 음성 변조 처리돼 세상에 흩뿌려지며 보도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용됐다. 손 부장은 기사를 내면서도 믿을 수 없는 사건의 내막에 윤오의 부탁대로 사건을 보도한 이후에 윤오를 찾아 나섰다. 이 정도 일을 들이받았으면 무사하지 못할 지도 몰랐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남윤오란 환자 있습니까? 수요일보 손유혁인데요., 제 동료기자가 실종돼서요….”

 기자생활 30년 인맥을 총동원해 서울 시내 25곳의 병원에 전화를 돌렸을 때, 손 부장은 겨우 윤오란 이름을 가진 환자가 조금 전 입원해왔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숨은, 숨은 붙어 있는 거죠?”

 떨리는 목소리로 손 부장이 물었고 반대편에선 상태는 양호하나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해 입원 중이라는 것을 알려왔다. 손 부장은 당장에 병원으로 내달렸다.

 

 *

 윤오의 몸은 괜찮았다. 선이 대부분을 고쳐 놓았고 대모까지 나서 돌봤으니 그랬다. 다만, 모든 일에 지친 것인지, 결국은 선민의 복수를 해냈다는 생각에 안도한 것인지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나질 못했다. 단야는 그 곁을 지켰다. 윤오가 깨어나길 기다리며.

 윤오의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너는 참 많이도 자는구나. 그간 내가 곤히 잠든 너의 곁을 지키며 너의 콧잔등을, 입매를 만지며 기다려왔던 건 이 순간을 위한 연습이었을까. 단야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 보이는 윤오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똑, 똑-.

 단야는 흠칫 놀라 몸을 일으켰다. 난리통에 몸만 피해 윤오를 서울 외곽 병원으로 옮긴 터였다. 여기까지 찾아올 이는 적어도 단야가 아는 선에서는 없었다. 단야는 숨을 죽이고 문 뒤켠에 섰다. 여차하면 공격하기 위해 몸을 숨기고 아주 살짝 문을 열었다. 그 틈으로 구둣발 하나가 비집고 들어왔다.

 “남윤오! 남윤오, 정신 차려, 임마! 내가 너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유선민이나 너나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웬 아저씨였다. 단야는 들어오자 마자 울먹이는 아저씨의 모습에 꽉 쥐었던 주먹에 힘을 풀었다.

 “누구시죠? 여긴 어떻게 알고.”

 “그렇게 묻는 그쪽은요? 저는 남윤오 선배 기잡니다. 자료 넘기고 사라져서 찾아내려고 서울 시내 다 뒤졌다구요.”

 “또 누가 알아요, 여기?”

 “일단은 나만 아는데…. 그쪽은 누구냐니까요?”

 “저는…. 남윤오 임보…. 중인….”

 머뭇거리는 단야에 손 부장은 위아래로 단야를 훑어보더니 방향을 틀어 윤오가 누워 있는 침대에 다가갔다.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윤오의 얼굴을 오래도록 봤다. 이불 밖으로 나와 있는 윤오의 오른 손등을 두 번 두드렸다. 조용히 읊조렸다. 미안하다, 미안해….

 손 부장은 얼마쯤 병실에 머무르다 돌아갔다. 단야는 다시 홀로 남겨져 윤오를 지켰다. 그때, 굳게 닫혔던 병실 문이 열렸다.

 “저, 보호자님. 남윤오 환자 상태 관련해서 담당의 선생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셔서요. 잠시 이쪽으로.”

 단야는 고개만 끄덕해 보인 뒤, 윤오의 손을 한번 꼬옥 쥐고 간호사를 따라 나섰다. 간호사를 따라가 만난 담당의는 의미심장했던 간호사의 호출과 다르게 시덥잖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상태는 양호하니 얼마 안 가 눈을 뜰 것이라는. 추가적인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는. 걱정 말라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형식적인 말들. 이런 얘기하려고 여기까지 불러냈다고? 단야는 자꾸만 찌푸려지는 미간을 애써 피며 담당의에게 알았다는 말을 건네고 자리를 떴다. 병실로 어서 돌아가야 했다. 윤오가 혼자 있다가 눈을 뜨면 어떻게 해. 눈을 떴을 때 외롭지 않았음 좋겠어. 단야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윤오는 단야가 병실을 나섰을 때와 똑 같은 자세로 누워 잠들어 있었다. 달라진 거라곤 윤오의 머리맡에 놓인 꽃다발과 작은 쪽지, 어라? 단야는 얼른 다가가 쪽지를 잡아 들었다. 펼쳐 읽었다. 익숙한 날카로운 필체. 홀연히 모습을 감춘 대모였다. 백신 개발 TF팀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을 내려놓는다는 짧은 서신만 남겼다고 뉴스에서 봤는데…. 이 쪽지를 전할 틈을 만들려고 의사한테 날 불러내라 시킨 건가. 힘은 여전한가 보네. 단야는 대모가 남긴 글 몇 줄을 읽어 내려갔다.

 

 선이 몸은 내가 함께 데리고 간다. 혹여나 알겠느냐. 어느 날, 어느 곳에서 이 아이가 다시 눈을 뜰 지.

 

 단 세 문장을 읽으며 단야는 어림짐작으로 알았다. 대모와 선이 단야가 언제고 찾아올 수 있는 그곳으로 갔을 것이라고. 우리가 가꾸던 우리의 옛집으로 갔을 것이라고.

 

 *

 손 부장이 뒤를 밟혔는지 불법 생체 실험 취재원을 찾아내려는 사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을 들락날락했다. 첫 몇 번은 겁을 줘 사람들을 쫓아내던 단야도 점차 북새통을 이루는 윤오의 병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남윤오 씨가 불의에 굴하지 않고 취재에 뛰어든 덕택에 동료 기자의 죽음이 밝혀졌다는 게 사실인가요?”

 “남윤오 씨 상태는 어떻죠?”

 “병원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남윤오 씨가 아직도 의식을 찾지 못하는 거죠?”

 ‘모른다’로 일관하던 단야는 자꾸 병실로 밀고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힘을 써 밀쳤다. 작고 마른 여자의 몸에서 이렇게 센 힘이 나왔다는 사실에 무례한 질문 공세를 이어가던 사람들은 얼이 빠진 모습으로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뒷걸음질 쳐 병원 복도를 벗어났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잠이 오나 보네. 나중에라도 불면증 있다고 말하기만 해 봐. 가만 안 둬, 남윤오.”

 단야는 윤오를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소란스러운 곳에서 윤오가 충분히 잠들었다 깨어날 수 있을까. 깊고 아득한 꿈에 푹 빠져들었다 돌아올 수 있을까.

 

 단야는 모두가 잠든 새벽, 고요한 틈을 타 윤오를 안아 들었다. 자취를 감췄다.

 터를 잡은 어느 곳에서, 단야가 윤오의 거슬한 뺨을 조심조심 쓸며 조용히 읊조린다.

 

 언제 깨어나도 좋아, 나에겐 시간이 많으니까, 니가 잠든 이 시간들 즈음은 얼마가 되더라도 찰나와 같아. 니가 눈을 떴을 때, 나는 니 곁을 지키고 있을 테고, 나는 니 눈을 바라보고 있을 테니까. 걱정 말고 깨어나. 남윤오.

 

 *

 너무 많이 샀다, 또.

 단야는 양손 그득 들려 있는 봉투를 냉장고 앞에 내려 놓으며 숨을 내쉬었다. 나는 먹지도 않는 걸. 아니야, 남윤오가 곧 일어나 다 먹어줄 거니까. 단야는 냉장고 문을 열고 사온 것들을 정리해 넣었다. 채소 칸을 열어 금방이라도 아삭거릴 듯 푸른 양상추와 각종 버섯, 색색깔 알록달록한 파프리카를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나 빨간 파프리카는 안 먹는데.”

 단야의 손에 들렸던 빨간 파프리카가 채소 칸에 들어가지 못하고 굴러 떨어졌다. 그 상태로 잠시간 굳어 있던 단야가 고개를 돌렸다. 조금 잠긴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 사람을 아무 말도 않고 올려다봤다.

 “안 먹는데, 단야 씨가 그렇게 보면 무서우니까 먹을게요.”

 윤오였다. 곤히 잠든 남윤오가 아니라 빛이 감도는 눈동자로 나를 보는 남윤오다. 단야는 그 얼굴을 더욱 자세히 보고 싶었는데, 자꾸만 눈 앞이 흐려졌다. 일어나면 세상에서 가장 밝게 웃어주려고 했는데 이 꼴이 뭐야. 단야는 울음을 삼키고 힘을 줘 입꼬리를 한껏 끌어 올렸다.

 “일어났네. 기다렸어, 윤오야.”

 단야가 윤오에게 안겨 들었다. 윤오는 품에 쏙 들어온 단야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일어났어요.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이제 여기가 우리집이야. 너랑 나랑 쭉 함께할 곳.”

 모든 게 전과 다른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윤오가 자꾸만 두리번 거리자 단야는 윤오의 손을 이끌고 신이난 듯 이곳저곳을 다니며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현관 나가자 마자 있는 작은 정원은 너랑 내가 원하는 꽃들로 다시 채우고, 아일랜드 대신 놓은 나무 식탁에선 우리 둘이 마주 보고 끼니를 챙기자. 니가 눈 뜬 볕이 가장 잘 드는 방은 니 방으로 하고, 중간에 문으로 연결되는 바로 옆 방은 내 방으로 하고. 원한다면 내가 니 방에서 같이 잠들어 주고. 그렇게 살자, 우리. 여기서.

 “뭐든 좋아요. 단야 씨가 좋다면 나도 뭐든 다 좋아요.”

 “그리고…. 하나 더 알아야 할 게 있는데,”

 단야가 윤오의 손을 끌어 현관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잠금장치가 열렸다 다시 띠리링-, 하고 잠겼다.

 “이제 우리집으로 돌아오려면 이 여섯 자리 누르면 돼.”

 단야가 잠금장치에 손을 대 숫자를 띄운 뒤 톡톡톡톡톡톡, 여섯 자리의 숫자를 눌렀다. 930526. 구삼공오이육, 구삼공오이육. 윤오는 잊지 않으려는 듯 여러 번 여섯 자리를 외다 입을 멈췄다.

 “저 태어난 날인데 1993년 5월 26일?”

 “맞아. 니가 태어난 날. 니가 내 지난한 인생에 들어오기 위해 세상에 난 날.”

 

 단야와 윤오는 서로를 품에 안고 둘의 보금자리에 몸을 들였다. 안락하고도 안락한 생을 안은 채.

 
작가의 말
 

 수요일에 만나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홍씨드 19-11-13 13:08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모범생 19-11-14 14:48
 
오늘 처음 보았는데 너무 재밌어요. 다음글은 언제 올라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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