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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저수지의 개들
작가 : Hotsan
작품등록일 : 2019.11.9

복학한 장무영이 이협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벌어지는 일들.

 
갑자기 날아온 소식은 대개 슬픈 소식이다.
작성일 : 19-11-09 23:39     조회 : 166     추천 : 0     분량 : 7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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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항공 사업 공모전은 벌써 한 달의 세기를 넘어가고 있었다. 넷은 끊임없이 회의하고 PPT를 만들었다.

 “짐 보관해주고 호텔까지 배송해주는 거 괜찮은 것 같아. 근데 이거 설렘 배송 너무 별로이지 않냐? “

 모바일 활용 마케팅 활성화 방안은 넷 모두 폭발적으로 의견을 내고,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충성고객 창출을 위한 마케팅 전략이 문제였다. 정체의 이유는 충성고객 창출에 대해서 인동과 무영이 차이를 못 줄인다는 것이었다. 인동은 그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혜인은 숨이 막히는지 자꾸 물을 마셨다.

 “ 무영아. 기성항공 10년 전만 해도 국내선이 대부분이었어. 최근 돼서야 국제선 몇 개 겨우 들어왔다고. 얘네 기내에서 뭐 파는 줄은 알아? 그런데 그걸 고객들한테 배송하자고? “

 “ 제주 새우라면, 감귤 향수 이런 것들 나름 잘 팔려요. 품목이 그래서 그렇지 퀄리티도 좋구요. 분명 수요 있을 겁니다. 저는 좀 더 고객 친화적이어야 생각해요. “

 “ 너가 생각하는 고객이 도대체 누군데? “

 무영은 그의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꼭 꾸지람을 듣는 학생의 모습이 된 것 같았다. 가장 큰 갈림점은 두 명이 대상으로 삼는 고객층이었다. 기성항공은 지금 같은 국내선 붐이 일기 전, 세워진 작은 규모의 항공사였다. 지금 와서야 소형 항공사 중 가장 덩치가 커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래서 무영은 충성고객을 형성하기 위해, 초기 고객을 철저히 지키는 방향으로 내용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오늘 인동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 모든 기업은 존나 커지는 게 목적이라고. 너가 타겟으로 잡는 사람들 굳이 기성이 뭐 안 해도 그쪽 항공 이용할 거야. 만약 내가 오너라면 국제선 많이 이용하는, 돈 많은 사람 충성고객으로 잡을 것 같은데? 프리미엄화. 얼마나 합리적이고 보기 좋아. “

 “하. 형 말이 일리가 있네요. 제가 무영이랑 조금 더 조정해서 만들어 볼게요 “

 정욱은 크게 웃으며 인동에게 말했다. 무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 같았다. 혜인은 둘이 만든 내용을 바탕으로 PPT 초안을 제작했다. 하지만 다시금 뒤집힐 생각에 그리 표정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팀별 과제 카페에도 빈자리가 늘어났다.

 “ 필요한 거랑. 필요하지 않은 거랑. 확실히 구분하자고. 쉽잖아. 안 그래? 오늘은 그만하자. “

 그 말과 함께 인동은 자신의 커피를 들이켰다.

 “ 아. 오늘 지형이 형 오는 거 알지? 2년 전에 이 공모전 수상한 형 말이야. 술 한잔 하자는데 너희도 갈 거지?

 정욱은 신난 표정으로 무영과 혜인을 번갈아 보았다.

 

 넷은 나란히 역 입구로 갔다. 탐라고기집이라는 음식점이었다. 돼지고기가 괜찮은 곳이었다. 정욱은 인동에게 지형이란 사람을 계속 묻고, 혜인과 무영은 그런 둘을 뒤따라갔다. 그때 무영은 문득 기성항공의 사투리가 생각났다.

 “ 인동형 기성항공 타면 마지막에 제주도 사투리 써 주잖아요. 탐라국 혼저옵서예하면서 “

 무영은 기성항공의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갔던 기억이 나 인동에게 말했다. 하지만 인동의 표정은 처음 듣는 것 같았다.

 “ 그래? 좀 짜 치는데. 제주도 사투리 하나도 못 알아듣는 거 아니냐? “

 무영은 인동의 말을 듣고 물었다.

 “ 형 혹시 기성항공 이용해 본 적 없어요? “

 “ 응. 솔직히 말해서 저가 항공사 왜 사용하냐. 난 거기에 목숨 걸고 싶지 않아. 옛날에 러시아에서 프랑스 넘어갈 때, 직항이 갑자기 결항 돼서 어쩔 수 없이 이용해 본 적 있다. 아니 나는 난기류 만나면 버틸 수 있나 했잖아. 겉모습보고. “

 인동은 난기류를 말하며 손을 마구 흔들어 댔다.

 “ 그래도 얘네 덩치가 많이 커지긴 했지? 몇 년 전 만해도 제주도 가는 노선이 80%였는데 “

 “ 그렇긴 하죠. 저도 몇 번 이용했는데. 좀 짜 치고 구리긴 해요. 좌석도 심하게 좁고 “

 정욱의 맞장구에 그들의 이야기는 다시금 지형이란 사람으로 돌아갔다. 작년에 SK 입사했고, 낚시를 좋아하고, 그것 때문에 강릉까지 따라갔다는 인동의 말은, 무영에게 완전히 전달되지 않은 채 툭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넷은 고깃집에 도착했다. 그때 무영은 휴대폰의 진동을 느꼈다.

 “ 아 전화 좀 받고 들어갈게요 “

 전화기엔 “누나” 라고 적혀 있었다. 정욱은 그를 흘깃 쳐다보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는 조용히 휴대폰을 귀에 댔다.

 “ 응 누나. 응. 어디 아프시다고? 다리를 다쳐? 왜. 주말에 왜 일을 해. 돈 받았냐고?

 아. 받았어. 40만 원.

 아니구나. 45만 원이야. “

 무영은 탐라로 들어서는 문을 두고 오랫동안 전화를 했다. 그리고 연거푸 담배를 태웠다.

 

 *

 

 무영이 고깃집을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가득 차 있었다. 여기저기서 반찬과 고기를 더 시키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무영은 잠시 테이블들을 살피다 정욱의 얼굴을 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처음 보는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 야 이 새끼 왜 이렇게 늦어 “

 무영은 인동의 큰 소리에 흠칫 놀랐다. 거기엔 정욱이 소주를 꽉 쥐고 술을 따르고 있었다. 벌써 다들 산만한 움직임으로 술을 마시고 있었고, 정욱은 들어온 무영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무영은 꾸벅 인사를 하며 테이블로 향했다.

 “ 어어 그래. 너가 무영이구나. 너도 공모전 준비 한다면서 “

 한 남자가 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무영은 조심스레 그 사람을 봤다. 인동이 설명했던 지형인 것 같았다. 주변에는 그 또래와 비슷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 안녕하세요. 16학번 장무영입니다. “

 “ 무영아. 인사 제대로 드려라. 여기 09학번 선배들이야 “

 인동의 힘 중 소개와 함께 선배라고 불린 이들은 무영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다들 벌써 술을 마시고 있었는지, 밥을 먹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지형이라 불린 남자의 고집 끝에 혜인의 앞자리에만 작은 공깃밥이 놓였다. 무영은 자리에 앉아 소개와 소개를 거치며 사람들의 얼굴을 익히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취해서 일그러진 그들의 얼굴은 내일이면 다른 모습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 소용없는 짓인 듯했다. 그는 잔을 부딪치고 농담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최선을 다했다.

 지형은 술이 들어가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사람이었다. 감정이 몸에 그대로 드러나는 사람들. 그는 옛날에 아버지와 함께 가던 낚시터를 생각했다. 낚시하러 와서 술에 취해 의자에서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이 사람도 그런 곳에 가서 고기를 낚을까. 하지만 그의 상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형의 일방적인 한숨이 그를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 너도 지금 복학한 거야?

 지형의 풀려버린 눈 덕분에 누구에게 질문한 것인지 불분명했다. 볼살이 밑으로 처져 있었는데, 더 취하면 볼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무영은 네. 하고 대답을 했다.

 “복학하고 뭐 하고 지내는데? “

 “ 아르바이트하고 학원 다녀요 “

 “ 무슨 아르바이트? “

 “ 치킨집이요. “

 “ 학원은? “

 “영어학원 다니고 있습니다. “

 “ 어디? “

 “ 강남에 있는 EMC 학원이에요 “

 갑자기 지형은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을 몰아내려 힘겹게 숨을 크게 쉬었다.

 “야 치킨집 아르바이트에 영어학원까지 너무 진부하다. 무슨 21세기 한국을 통과하는 키워드는 너가 다 하네”

 그렇게 시작된 지형의 조언은 인동의 맞장구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나왔다. 정욱은 그에게 같이 해외여행을 가자는 말을 하며, 무영의 잔에 술을 계속 부었다. 지형의 동기처럼 보이는 한 여자가 그를 보며 말했다. 안경이 굉장히 두꺼워서 눈마저 작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 후배님. 이런 말 해서 좀 그런데. EMC 좀 그래. 거기 겨우 토익 빌빌대서 들어가는 애들이 대부분이야. 끝나고 하는 스터디도 너무 술판이고. 별로 안 필요할 것 같은데? “

 “ 그래그래. 무영아 해외도 나가보고 그래. 너 시간 이렇게 버릴 거야? “

 지형은 웃을 때마다 테이블을 두드리는 습관이 있었다. 무영은 아직 집지도 않은 젓가락이 흐트러지는 걸 물끄러미 보았다. 인동과 정욱은 웃으면서 술을 따랐다.

 “혜인아 너 프랑스에서 살았다고 하지 않았나? “

 인동은 생각이 난 듯 혜인을 보며 말했다. 말을 하며 한숨을 쉬는 그의 입에선 술 냄새와 향수 냄새가 섞여서 흘러나왔다.

 “ 아. 네. 친척분이 파리에 계셔서. 어릴 때 2년 정도 있었어요. “

 혜인은 갑자기 나온 유학 이야기에 부끄러운 듯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정욱은 오오하는 소리를 내며 테이블을 두드렸다. 부럽다. 나도 가고 싶다. 하는 단말마의 외침은 그의 흐리멍덩한 눈빛과 함께 아무에게나 쏟아졌다. 지형은 휴대폰을 만지며 쯧쯧거렸다.

 “ 무영아. 그러니깐 치킨 같은 거 말고 푸아그라도 먹어보고. 그게 다 경험이라니까. 영어도 영어 배우려고 학원가는 거 너무 옛날 느낌이야. 하다못해 워킹 홀리데이 가서 뒤지게 고생하는 애들도 있잖냐 안 그래? 크크크”

 “푸아그라? 형님. 그거 오리 간 그거 맞죠? 아닌가 닭인가? “

 순간 인동과 지형은 얼굴이 찢어지도록 웃기 시작했다. 웃음이 새어 나올 때마다 그들은 참으려 하지도 않았다. 병에 걸려 뱉어내는 깊은 기침과 다를 바 없었다. 사람들이 없을 때 우리는 자신의 숨겨진 부분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에 빠지고는 한다. 두 명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그 욕구에 진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옆을 신경 안 쓰고 우스꽝스럽게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엔 어떤 자비도 없었기에 기름이 묻은 테이블을 그대로 미끄러져 무영에게로 툭툭 떨어졌다. 정욱 또한 그들을 보고 따라 웃었다.

 “끅끅. 끅끅. 끄윽.”

 무영아. 맛있는 고기들은 적당히 물이 더러워야 한다. 봐봐라. 이런 흙탕물에서 이렇게 큰 붕어가 나올지 알았나. 좀 더 가까이 와서 봐봐라. 아버지는 항상 그와 함께 낚시를 가면 물고기들을 보여주곤 했다. 그는 낚시터에서 건져 올린 커다란 민물고기를 떠올렸다. 아가미에서 아주 작은 바람 소리가 났던 기억이 있다. 어린 무영은 호기심에 귀를 댔었고, 거기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 끅. 끄윽. 끄윽. “

 무영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 저. 술이 너무 취해서. 죄송합니다. 먼저 들어가 볼게요. 죄송합니다. 인동형 제가 먼저 들어가 볼게요. 무영아 가 볼게. 혜인아 가 볼게. “

 무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몇 번의 인사를 했다. 정욱이 그에게 소리를 쳤지만, 그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급하게 문을 밀치고 나갔다. 밖에는 이미 노을이 없었다.

 

 *

 

 해가 저문 곤암동은, 거대한 산 밑에 드리우는 그림자처럼 천천히 추위를 드러냈다. 식당이 있는 골목을 빠져나온 무영은 거칠게 발을 딛으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몇 잔 연거푸 마신 술이 몸에서 출렁였다. 그리고 그 흐트러진 파동을 좇으려 두 발은 이곳 저곳을 바삐 움직였다. 밥집과 술집은 모두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장사를 하고 있었다. 각 집마다 간격을 두며 골목에 쓰레기봉투가 놓여 있었다. 무영은 작은 이빨로 봉투를 뜯는 고양이를 보았다. 네 발이 달린 작은 짐승은 끝도 없이 놓인,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쓰레기봉투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 울타리였구나. “

 무영은 머리가 아파져 오는 걸 느꼈다. 결국, 가던 길을 멈추고 거친 회벽에 몸을 기댔다. 자신이 땀을 쏟았던 것들을 조용히 떠올렸다. 그는 적당한 노동과 성취감, 외로움에 취해 살아왔었다. 모든 적당함은 끝을 볼 수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무영이 평생 불편함을 못 느끼고 살아온 것은 온전히 부모의 울타리 때문이었다. 양은 평생을 그곳에 살면서 작은 목초지가 세상의 끝인 줄 알고 살아갔다.

 무영은 두려움을 느꼈다. 목책 너머에 미지의 것들이 자신을 비웃는 것이 아니라, 그 낡은 목책을 비웃으면 어떻게 할까. 그리고 동시에 동경과 질투의 아지랑이가 넘실거렸다. 애초에 새 鳥로 태어난 것들은 도대체 무엇을 꿈꾸며 살아가나. 무엇을 목적을 두고 사랑하고 싸우고 고생하는가. 그렇게 낯선 선배들의 몇 마디는 그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무영은 순간 헛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가장 역겨운 것은 술에 취해 조언하던 사람들의 입 냄새가 아니었다. 선배들을 비롯해 정욱에게조차 인정받고 싶어하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뒷모습을 보이고 떠나면, 자신을 찾으러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까 불안해하는 자기 자신이 가장 역겨웠다.

 고양이는 취한 이의 토사물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멀리 달아났다.

 

 *

 

 마케팅의 이해 팀별 과제 발표는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처음에야 각자 새로운 아이템에 대해 흥미를 느꼈지만, 비슷하게 반복되는 내용에 사람들은 집중력을 잃어갔다. 마지막 순서가 되고, 협이 단상 위로 올라갔다. 무영과 정욱 혜인은 앞자리에 앉아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펄럭이는 검은색 슬랙스를 입고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

 협은 낮은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했다. 팀별 과제 발표자는 전날까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정욱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혜인은 대부분의 PPT를 만들었기에 선뜻 부탁하기 쉽지 않았다. 무영은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 아무도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 내가 할게. “

 메신저에 올라온 한 마디를 보고서야 무협은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훌륭히 발표를 해내고 있었다.

 “ …상표를 구체적으로 특징 잡아 만들어 내는 것이 저희 마지막 솔루션입니다. 이렇게 저희는 미성 치킨 매출감소의 이유와 그에 대한 기획을 구성해 보았습니다. “

 발표는 막바지로 흐르고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발표에 정욱과 혜인은 만족스러운 듯한 모습이었다.

 “ 여기서 저희는 하나의 기획을 더 추가했습니다. 바로 고객층의 다양화를 위한 메뉴 추가와 인테리어 변화입니다. “

 하지만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정욱과 혜인이 만든 PPT에는 몇 가지 슬라이드가 추가되어 있었다. 한 번도 합의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무영은 당황스러워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협의 표정은 그대로였다.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모두 한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린이 메뉴의 추가, 좀 더 밝은 야외 조명의 추가 설치, 밝은 원목 무늬 테이블로 교체. 미취학 아동들도 올 수 있는 분위기의 조성. 협의 독단적인 발표를 들으며 셋은 어린 여자아이를 떠올렸다. 협은 이미 성인이 되었을 인수의 딸 미성을 마지막 고객으로 정한 것 같았다.

 팀별 과제 발표는 10분 정도를 추가로 사용했고, 마지막 순서 이후 수업은 끝이 났다. ‘ 수업 끝’이라는 말을 듣고서도 사람들은 바로 문을 향해 나가지 않았다. 팀들끼리 모여 고생을 기리며 웃음을 나눴다.

 “ 다들 수고했어. “

 정욱은 애써 웃으며 사람들을 보았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셋은 아무 말 없이 서 있기만 했다.

 “ 왜 말 안 해 줬어요. 언니? “

 혜인은 날카롭게 협을 보았다.

 “ 어차피 의견 내도 썩 좋아하지 않았을 거잖아. “

 “ 당연하죠.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거니까요. 불필요했어요 “

 협은 그런 그녀를 보고 어깨를 으쓱하며 무영을 보았다.

 “ 난 우리 팀장을 따른 것뿐이야.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 “

 협은 주머니에 손을 빼고서는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정욱과 혜인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들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은 것은 오로지 협의 독단적인 발표 때문만은 아니었다. 협이 뻔뻔이 이번 팀의 장은 무영이었음을 인정하는 모습과 그럼에도 아무 말 없이 책을 보는 무영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느끼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다들 고생했어. 우리는 이제 기성 항공 공모전만 신경 쓰면 되겠다. 나가보자. “

 마른 목소리로 말을 끝낸 무영은 짐을 챙겼다. 항상 사람들이 나가는 걸 보고 있다가 천천히 마지막에 여유롭게 나가던 그였다. 하지만 오늘은 남들보다 먼저 짐을 챙겼다.

 “ 야 장무영. 오늘 미팅 잡혀 있는 거 알지? 약대 애들 “

 그는 미팅이란 단어를 머리에 떠올렸다. 양꼬치 집에서 인동이 말했던 미팅 자리가 생각이 났다.

 “ 그게 오늘이었나? “

 “ 야. 너 진짜 죽어 “

 무영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 벅찼다. 하지만 정욱의 눈은 기대에 가득 차 있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게 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자연스레 끊겼다.

 “지잉“

 강의실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동시에 휴대폰을 꺼내기 시작했다. 수많은 진동소리는 메신저 알림음이었다. 문을 향해 나가던 협도 멈추어서 휴대폰을 보았고, 서운함을 표현하던 정욱도 주머니를 뒤졌다. 모두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이 본 것은, 동기 메신저 방에 있는 장문의 글이었다.

 “19년 5월 1일 경영학과 45기 김철수님이 별세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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