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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진눈깨비
작가 : SUPLIF
작품등록일 : 2019.9.1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은 주인공, 어느 순간부터 날씨는 이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오늘부터 처음부터.
작성일 : 19-11-09 23:28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8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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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은 왠지 기분이 좋다.

  그렇기에 더욱 짜증났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눈의 힘을 죽였다.

  침대에서 일어나 걸터앉아서 기지개를 폈다.

  난 큰 잘못을 한 적이 없지만, 이유 모를 죄악감에, 죄책감에 온몸의 근육이 풀렸다.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누군가와 만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늘 그렇듯 학생의 본분을 지켜야한다.

  딱히 학교가 싫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싫은 것은 단지, 오늘도 나의 하루는 의미가 없을 거란 것이다.

  어제 들은 얘기가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기 다른 이유지만 인간은 날개가 없기에 날 방법을 찾는 거야”

 

  웃기지 마. 내가 그런 게 가능할리 없잖아.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 남는다니, 나의 목표를 이룬다니 그런 건 다 거짓된 이야기다.

  그럼에도 아직 날고 싶다면, 거울을 보고 말해봐. 너의 눈은 아직 살아있는지.

 

  그렇게 나의 본분을 지키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지 며칠이 지났다.

  공서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안녕! 나 오늘 여행간데. 감기는 다 나았어”

 

  “다행이네”

 

  “그렇지~”

 

  “어디로 가는데?”

 

  “이란!”

 

  “재밌게 놀다와”

 

  “응!”

 

  공서진의 목소리에서 기분이 묻어져 나온다. 엄청 기대하고 있었겠지.

 

  나는 오늘도 학교에 왔다.

  공서진이 없는 학교생활은 오늘로 두 번째다.

  원래 친구가 없던 덕분에 심심한 건 알아서 잘 해결하지만 그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온기도 남아있지 않는 공서진의 자리를 보니 마음이 뒤숭숭했다.

  내가 그 날 밤 죽었다면, ‘이때까지 공서진을 볼 수 있었을까. 공서진이 나를 기억해주긴 할까.’ 라는 고민이 들었다.

  이제 한 달 정도 혼자 보내야 한다.

  솔직히 공서진이 가지 않았으면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너무 공허하니까.

  하루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하루 일과를 마쳤다. 물론 카페 알바는 오늘 쉬기로 했다. 이 텐션으로 접객업을 했다간 짤릴 게 뻔하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침대에 누웠는데 안수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진설! 큰일이야!”

 

  안수호가 다급하게 불렀다.

 

  “왜?”

 

  “공서진이...”

 

  그 말을 끝으로 안수호의 목소리는 조그맣게 떨리며 사그라들었다.

  순간적으로 몸이 경직되었다.

 

  “왜 그러는데?”

 

  “방금 공서진 부모님께서 연락하셨는데...”

 

  “...”

 

  “공서진이 이란에서 사라졌데...”

 

  라며 안수호가 분노를 짖누르기 시작했다.

  이 말을 듣고 손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난 바닥에 굴러 떨어져서 이름 모를 감정을 표현했다.

  소리를 지르고, 울부짖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성이 돌아오지 않았다.

  공서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잔잔하게 빛나던 눈동자가 조금씩 흔들리며 요동쳤다. 모든 걸 잃어버린 듯하였다.

  화가 났다.

  눈물이 났다.

  실성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젠 내가 살아갈 의미가 없었다.

  마음속에서 피어난 걱정들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꽃들은 점점 수를 늘려가며 꽃밭을 만들었다.

  그 부질없이 아름다운 꽃을 하나 꺾었다.

  그러자 땅속 깊은 곳부터 메말라갔다.

  이윽고 지면에서 땅이 갈라지며 꽃들이 모두 시들었다.

  이젠 걱정을 할 겨를이 없다.

  이미 죽은 눈을 감고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들이마신 숨은 차디찬 얼음 같았다.

  목이 막혔다.

  수분이 다 빨렸었다.

  이 모든 감정을 담은 나의 목소리가 하늘을 찔러댔다.

  눈을 떠보니 나의 맨발은 달리고 있었다.

  공서진이 있는 곳을 향해서.

  택시를 타고 김해 국제 공항에서 내렸다.

  발을 보니 발바닥은 이미 다 까져있었다.

  여권도 없다.

  돈도 없다.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난 가야만 했다.

  보안검색대에서 총기를 소지해 빼앗긴 사람을 보았다.

  내가 지금 살길은 저것 하나 밖에 없었다.

  보안검색대에서 압수해간 물건들을 옮기려 총을 싣고 있는 리어카 뒤를 쫓았다.

  물건들 사이에서 총을 훔쳤다.

  곧바로 가방에 넣고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이란으로 가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한 사람을 찾았다.

 

  “저기 죄송한데 제가 돈이 좀 부족해서 그런데 ATM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아 네, 저기 모퉁이에서 돌면 나와요”

 

  “제가 빨리 가야 되는데 거긴 사람이 줄을 서 있더라구요...”

 

  “아 그럼 공항 바로 앞에 있는 ATM기를 쓰시면 될 것 같아요”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같이 가주실 수 있나요..?”

 

  “아 네”

 

  라며 구석진 곳으로 데려왔다.

  긴장감에 온몸이 떨렸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숨을 들이켰다.

  차가운 밤 공기가 나의 목을 사정없이 긁어댔다.

  그 자리에서 바로 총을 겨눴다.

 

  “지금 바로 가지고 있는 걸 전부 주시죠. 아니면 여권과 비행기 표만 있어도 됩니다”

 

  친절하게 ATM기의 위치를 알려주던 사람이 바로 손을 들었다.

  그 사람이 울먹이며 요구하는 것을 주었다.

 

  “죄송해요 좀 바빠서...”

 

  라고 말하며 비행기를 탔다.

  그러자 기내에서 방송이 울려 퍼졌다.

 

  우리 비행기, 지금 출발합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모두 자리에 착석해주시고 항공예절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비행기가 출발했다.

  죄책감이 쌓여만 갔다.

  이제 죽어도 마땅하겠지.

  난 사회의 악이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야.

  그래도 오늘, 내가.

  찾으러 갈게.

 

  비행기에서 내리자 경찰들이 신분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 때, 공항에서 방송이 울렸다.

 

  지금 현재 03시 32분 경, 총기 소지 및 협박 행위를 한 남성 한 분을 찾고 있습니다. 이 방송을 듣는 즉시 관리실로 오시길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렇게 될 거라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일어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차례로 내리며 신분 조사를 하였다.

  내 차례가 다가오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손에서 땀이 폭발 해나왔고, 온 몸이 떨렸다.

  경찰이 나의 앞에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고개를 푹 숙였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생각을 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도망쳐서 성공할 확률은 없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그것만은 확실했다.

  그 사실에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난 오늘 꼭 도망쳐야한다.

 

  신님, 부디 다시 한 번 저를 도와주세요. 죽기 살기로 도망칠게요. 그리고 공서진을 만난다면, 그땐 죽어도 좋아요.

 

  눈을 감았다.

  두 손을 모으고 진심으로 빌었다.

  다시 한 번 살려달라고.

 

  그 때,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핸드폰 경보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혼란에 빠져서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순식간에 공항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간판들은 작동하지 않았다.

  1분 1초마다 새로운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어제부터 움직인 지진, 이란 북서부서 규모 5.9 지진...5명 사망. 그 중 한국인 1명’

 

  동공이 풀렸다.

  그 한명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길 빌었다. 다시 한 번 만나서 보고 싶으니까.

  공항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도망쳐 나왔다.

  공항 주변에는 벌써 내 얼굴을 그린 몽타주가 붙여져 있었다.

  미친 듯이 달렸다.

  큰 도시 주위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에 앉았다.

  그간 느꼈던 긴장감과 죄책감의 긴장이 한 번에 풀렸다.

  동시에 눈이 스르륵 감겼다.

 

 ...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떴다.

  이란 주민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짧게나마 영어로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자연스러운 척, 길을 걸었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비포장 도로를 걸었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주민들이 먹을 것을 주었다.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감사히 받았다.

 

  그렇게 며칠을 눈이 풀린 채 돌아다녔다.

  친해진 주민도 몇 명 생겼다.

  친구라고 부르라고 했다.

  이란에 사는 모두에게 공서진의 사진을 보여주며 찾아다녔다.

  이렇게 생긴 사람을 본적 없냐고,

  한국인을 본적 없냐고.

 

  1시간의 한 번씩은 여동생과 안수호에게 전화가 왔다.

  이 넓은 땅에서 절대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안수호에게서 문자가 왔다.

 

  ‘야 진설. 돌아와 이제 끝이야 공서진 찾았데’

 

  그 한 마디에 다리 힘이 풀렸다.

  이제 정말 끝인 걸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더 있을까.

  결국 이렇게 끝나는 걸까.

  집에 돌아가면 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솔직히 돌아갈 곳도 없다.

  지명수배를 당하는 중이라.

  하지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민폐 끼치면서까지 보고 싶던 사람을 보러 가야한다.

  하지만 공항에 들어가 당당하게 비행기를 탈 순 없다.

  바닥에 앉아서 불안에 떨고 있는 나에게 이란 친구가 말해줬다.

  오늘 배가 뜰 거라고. 난민들을 태우는 배가. 그 배는 한국을 향할 거라고 말했다.

  또 다시 신은 나를 도와주는구나.

  다시 살아갈 의미를 부여해주는구나.

  항구를 향해 걸었다.

  잔뜩 상처 난 발, 더러워진 옷, 풀린 눈은 이곳의 노숙자라고 해도 믿을 만큼 꼴사나웠다.

  하지만 더 이상 이 삶에 미련이라곤 없었다.

 

  배에 올라타서 한국을 향했다.

  최소 3일은 가야한다고 했다.

  바다는 추웠다. 바람은 칼 같았고 나의 살갗을 쓸었다.

  잠은 오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도 아무도 자지 않았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긴장감에, 잘 수 없었다.

  하늘은 까맣고 바다는 깊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다. 그 공포심이 나를 더욱 심해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그 무엇도 나의 결심을 이기지 못했다.

  깜깜한 하늘도, 깊은 바다도. 나를 넘지 못했다.

  그 무엇이 나를 아프게 해도 지금보다 힘들진 않을 것이다.

  공서진이 사라진 지금 나는 이 곳에서 살아갈 의미를 잃은 것이다.

  3일을 잠을 자지 않고 방황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드디어 육지가 보였다.

  주위 사람들도 하나 둘 일어나 환호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를 까만 새벽에 착륙해 서로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야심한 밤바다를 뛰기 시작했다.

  이제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는 공서진을 향해 발에 피가 나도록 달렸다.

  아팠다. 흔들리는 머리카락이 자꾸 눈을 가렸다.

  미친듯이 달렸다.

  기차 철로를 따라 계속, 계속해서 달렸다.

  이내 다리 힘이 풀리고 선로에 떨어졌다.

 

  물 끓는 소리가 나 잠에서 깨었다. 떨어지면서 기절했나보다.

  이불이 덮여져 있었고 발의 상처도 회복되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니 경찰서였다.

  죽도록 뛰어서 도착한 곳이 바로 저승이었다.

  이제 모두 끝난 걸까...

  경찰서에 있는 순경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집 나온 거야?”

 

  의아한 질문이었다. 애초에 날 왜 잡아가지 않은 거지.

 

  “예 좀...”

 

  “데려다 줄게. 가자”

 

  이제 다리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순경 아저씨의 부축을 받고 차에 탑승했다.

 

  “집 어디야?”

 

  주소를 말했다.

 

  “가깝네 안전벨트 매”

 

  눈물이 흘렀다.

  끅끅대며 눈물을 삼켰다.

  나를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생긴 기분이었다.

  그 안도감에 다시 눈이 감겼다.

 

 ...

 

  “자 도착했다. 여기 맞지?”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익숙한 곳이 보였다.

  하지만...

  우리 집은 이미 경찰이 있는 상태였다.

  나를 데려다준 순경 아저씨가 그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집에 사는 애라고 하던데...”

 

  어쩔 수 없이 난 다시 도망쳤다.

  공서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곳에는 여러 돌들이 있었고 꽃도 많이 있었다.

  발이 이끄는 곳으로, 나를 이끄는 곳을 향해 전진하였다.

  안수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진설?”

 

  “응 나야”

 

  “한국이야?”

 

  “응 도착했어”

 

  “지금 어딘데?”

 

  나에 대한 물음밖에 없는 말에 조금 안심했다.

 

  “집이야”

 

  “다행이다”

 

  “근데 경찰이 있어서 도망쳤어”

 

  “도망을 쳐?”

 

  이때까지 있었던 일을 안수호에게 전부 말했다.

 

  “이야... 위험한 짓을 했네”

 

  “그렇지”

 

  “뭐 그래도 이해는 돼”

 

  “고맙다”

 

  “그래서 이제 어떡하려고?”

 

  “공서진은 어디 있는데?”

 

  “아 그게 사실...”

 

  안수호가 말하기 전 뜸을 들였다.

 

  “너가 돌아오게 하려고 거짓말 했던 거야... 미안...”

 

  얼굴 근육이 굳었다.

  오랜만에 느낀 실패감에 기분이 좋았다. 아직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다른 소식 들은 건 없어?”

 

  “응...”

 

  “일단 끊을게”

 

  전화를 끊자마자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여기 있다!”

 

  라며 경찰들이 나를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다시 달렸다.

  덩치 큰 사람들은 못 올 만한 장소로 뛰어들었다.

  한국에서도 똑같은 상황이구나...

  다시 길 구석에 쭈그려 앉았다.

  팔 사이사이에 난 상처들이 아팠다.

  가슴에 난 상처도 아팠다.

  세상이 나를 미워하는 것 같았다.

 

  다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너 쉽게 잡히지 않으면 일이 더 커질 거야”

 

  경찰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말에 난 분해서, 죽을 만큼 괴로워서, 가슴 한 가운데가 조여서 소리쳤다.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르잖아!!!”

 

  한 번 더 깊게 다짐하며, 주먹을 꽉 쥐고 몰려온 경찰들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무것도 모르잖아!!!”

 

  “더 이상 힘들고 싶지 않아서... 더 이상 울고 싶지 않아서... 더 이상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다녔는데... 당신들은 자기 목숨을 바쳐서 지켜낼 사랑하는 사람은 없는 거냐고......”

 

  죽을 듯이 괴로운 가슴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공허함 마음이 나를 향해 외쳤다. 이제 됐다고, 세계는 바뀌지 않는다고.

 

  “계속 방해할 거라면 이대로 죽어도 좋아요...”

 

  라며 내 머리에 총을 겨눴다.

  죽은 눈을 깨우고.

  떨리는 팔을 붙잡고.

  방아쇠에 손을 올렸다.

 

  “그 총 내려놔!”

 

  경찰이 소리쳤다.

  의미 없다는 거 알고 있잖아요.

  다신 이 지옥으로 나를 끌어들이지 마세요.

  분노에 가득찬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따뜻해서 나의 온도를 조금씩 데워갔다.

 

  방아쇠를 조금씩 당기기 시작했다.

 

 ...

 

  그 때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눈앞에는 아름다운 모양을 한 얼음들이 떠있었다. 이 익숙한 얼음 모양을 보자, 손에 힘이 풀려 총을 놓아버렸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이다.

  등 뒤에서 살얼음판 위를 걸어 다니는 발소리가 들렸다.

 

  “여”

 

  안수호가 손을 치켜들며 웃는 얼굴로 인사하였다.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심장이 그제야 뛰었다.

 

  “오랜만이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왜 그래 너 답지 않게”

 

  “응..?”

 

  “울고 있잖아. 너”

 

  안수호의 말대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고마워...”

 

  "별거 아니야~ 자 이제 어떡할 거야?"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고 기도하며 달렸다.

 

  "가야지. 찾으러."

 

  라며 뒤를 돌아보고 안수호를 보며 말했다.

  그때 본 안수호의 표정은 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해보였다.

  잔잔하게 미소를 짓고, 흐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려 수많은 별이 있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오른 팔을 들어올려 손짓하였다.

  그 안수호는 벌써 나보다 힘든 경험을 한 듯했다.

  떨어지는 눈물을 달빛이 비추고 떨리는 다리를 손으로 붙잡으며 나에게 말했다.

 

  "저기로 가... 내 친구가 안내해줄거야... 충격은 먹지 마..."

 

  라며 나에게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안수호의 말을 듣고 그곳으로 냅다 달렸다.

  오늘 밤이 마지막인 것처럼 뛰었다.

 

  얼음을 따라서 뛰었다.

  그 차가운 공기와 얼어붙은 얼음 덕분에 차갑게 식은 심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런 밤이면 뼈저리게 느낀다.

  다시 만나고 싶다고.

  그래서 오늘은 앞을 향해 나아가려고한다.

 

  공서진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그 빙정을 따라서 걸었다.

  경찰서를 지나쳤지만 오히려 더 당당하게 걸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그럴만한 각오를 하였기 때문이다.

  식은 심장을 뜨겁게 만들기 위해.

  나의 인생을 바쳐서 공서진을 만날 각오를 하였다.

  그러니 경찰에 붙잡혀도 된다. 내가 결정한 일이니까.

 

  얼음 조각을 따라 공서진이 있는 곳으로 왔다.

  그곳은 아름다운 곳이며, 동시에 가슴이 찢기도록 비참한 곳이엇다.

  그곳은 당연히 경찰들도 있었다.

  경찰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보고 ‘잡아라!’라며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을 무시하고 굳건하게 걸었다.

  그런 나를 본 경찰들이 더욱 성을 내며 뛰어왔다.

  하지만 오늘 난, 나의 인생을 후회 없게 만들기 위해 세계를 바꿀 생각이다.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모았다.

  그곳은 평범하게는 쉽사리 올 수 없는 곳이었다.

  그 돌이, 꽃이 내 심장에 처참히 박혔다.

  그러곤 걸었다.

  걷고 걸어서 도착한 그곳엔 공서진이 있었다.

  그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공서진에게 말했다.

 

  오늘 말이야.

  네가 있는 곳에 왔어.

  눈물을 머금고 한 손엔 꽃을 들고.

  이젠 이름 적힌 비석만 남아있는 너에게.

 

  아직 너에게 듣지 못한 말이 많아서,

  아직 너에게 하지 못한 말이 많아서,

  다시

  돌아가려해

 

  그리고

  또,

 

  다시

 

  눈이 내렸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진눈깨비 작가 SUPLIF입니다. 공서진을 위해 위험한 짓도 망설임 없이 해내는 주인공, 결국 공서진과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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