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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원초적 욕망
작가 : 박소영
작품등록일 : 2016.10.9

“당신을 위해, 당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상이 여기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던 외모로 살아가며 당신이 원하던 일을 이루고, 당신의 이상형과 당신이 원하는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다. 당신의 모든 상상을 현실로 만드십시오. 유토피아는 당신이 창조하는 완벽한 현실입니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결국 유토피아를 가능케 했다. 만 30세를 넘긴 사람은 누구나 유토피아에 갈 수 있는 세상. 그러나 실제 유토피아를 조작하는 것은 인간이 아닌 ‘그들’의 욕망이다. 이를 깨달은 몇몇 사람들은 유토피아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찾아 나선다.

 
첫 만남 (1)
작성일 : 16-10-13 13:21     조회 : 507     추천 : 1     분량 : 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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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한국 현지 시간 오전 3시 27분.

 

 현재 위치 37°32'03.4"N 126°56'13.8"E.

 

 속이 울렁거려 죽을 것 같다.

 

 지구 상공 500km에서 빛의 속도로 낙하한 비행선은 한강의 수면을 30cm쯤 남겨 놓고 급속도로 정지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엄청난 쓰나미와 굉음을 일으키며 자신의 등장을 알리게 될 테니.)

 

 이 비행선은 물체가 광속으로 이동하며 만들어내는 소음과 마찰, 속도의 변환에 따른 물리적 충격을 거의 완벽하게 흡수한다.

 

 그러나 제 아무리 완벽하다 해도, 이렇게 극단적인 속도 전환은 미친 짓이다.

 

 마음 같아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나가는 지구인에게 우연히 발견하기 전에 나는 재빨리 비행선에서 내려야 했다. 이후 비행선은 아주 고요하게 한강으로 가라앉았다.

 

 오랜 시간 계획했던 지구행. 오는 길도 상당히 멀고 험했다.

 

 하지만 나는 어떤 감상에 젖기는커녕 미칠 듯이 울렁대는 속을 진정시키려 일단 숨부터 크게 들이마셨다.

 

 으, 공기의 질이 상당히 나쁘다. 그리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게 바로 매연 냄새라는 건가? (우리 행성에서는 몇 백 년 전부터 탄소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살면서 처음 맡는 공기와 냄새가 속을 더 뒤집어 놓는다.

 

 “시작이 참 좋네.”

 

 나는 한 손으로는 코를 틀어막고, 다른 손으로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디바이스를 꺼내 E-47 카메라 영상을 켰다.

 

 난간 위에 몸을 걸친 울적한 여성 지구인이 발끝을 들어 올리며 몸의 무게중심을 점점 더 밖으로 옮기고 있었다.

 

 -마포대교는 한국(서울)의 자살명소입니다.

 -한국은 지구 내 자살률 1위 국가입니다.

 

 정보시스템이 알려준 정보와 오늘 차영주에게 일어난 일을 종합해보면, 지금 그녀는 바로 이 다리 위에서 생을 마감하려 하고 있다.

 

 인생이 왜 이렇게 그지 같냐며 한숨을 푹푹 쉬던 첫인상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결국 사람을 귀찮게 만들고 있다.

 

 지체할 시간이 없는 나는 마포대교 위로 이어지는 계단을 빠르게 오르며 디바이스에 대고 ‘차영주와 통화 연결’을 명령했다.

 

 울적한 여성 지구인이 내 전화를 받기 위해 다시 몸을 일으켰다.

 

 “여보세요?”

 

 “이상한 짓 할 생각 말고, 기다려요.”

 

 나는 다짜고짜 그녀의 행동을 저지하고 나섰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차영주가 내 파트너가 되지 않겠다고 해도 나는 그녀의 삶이 지금 이런 식으로 끝나지는 않길 바란다.

 

 “네? 누구세요?”

 

 차영주가 눈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

 

 그 때 나는 막 마포대교 위로 올라선 참이었고, 미리 출발시켜 놓았던 자동차는 정확한 타이밍에 도착해 내 앞에 멈춰 섰다.

 

 “만나서 얘기해요. 곧 도착하니까.”

 

 AI가 조종하는 차는 나를 태운 뒤 E-47 카메라가 보내는 GPS 신호를 쫓아 다시 출발했다. 약 1km만 더 가면 차영주가 있는 지점이다.

 

 “잘못 거신 것 같은데요?”

 

 울적한 여성 지구인은 내게 앞뒤 설명을 요구하듯 물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의 통화를 잠시 음소거로 설정하고, 본부와 모선, 우리 1팀원 모두가 공유하는 통신 채널을 연결했다.

 

 “대체 무슨 상황…….”

 

 급한 마음에 나는 자호의 질문도 무시하며 뒤늦은 상황보고를 시작했다.

 

 “현재 위치 37°32'03.4"N 126°56'13.8"E. 지구인 파트너 후보자의 신변에 위험이 감지돼 계획보다 빨리 첫 접촉 시도합니다. 상황 종료 후 다시 보고하겠습니다.”

 

 보고 중에도 내 시선은 E-47 카메라가 보내는 영상에 고정돼 있었고, 차영주가 제 멋대로 전화를 끊으려는 게 보였다.

 

 “대체 무슨 위험이길…….”

 

 이번에는 디디의 말을 끊으며 나는 차영주와의 통화를 재개했다.

 

 “끊지 마요, 차영주 씨!”

 

 그리고 순간,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저런. (‘끊지 마요, 울적한 여성 지구인!’이라고 말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네? 저요?”

 

 차영주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누구…시죠?”

 

 정보시스템의 계산에 따르면 내가 그녀에게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9초.

 

 “아… 차영주 씨는 아직 저를 몰라요.”

 

 나는 대충 아무 말이나 지껄이며 점점 줄어드는 시간을 확인했다. 6, 5, 4…….

 

 

 ***

 

 

 “저 안 죽어요. 그러니까 팔 좀 놓고 얘기하죠?”

 

 울적한 여성 지구인은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흠. 구닥다리 정보시스템이 나한테 불필요한 정보를 알려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우리 독립단체가 사용하는 정보시스템에는 5세대 AI가 탑재돼 있는데, 이는 유토피아를 움직이는 최첨단 AI들과 비교하면 사실 AI라고 부르기도 힘든 수준이다.

 

 그런 AI가 선별해준 정보를 가지고 내가 너무 유난을 떨었나.

 

 “죽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거든요.”

 

 울적한 여성 지구인은 살짝 날이 선 말투로 덧붙였다.

 

 하긴…. 차영주라는 인물은 가족들을 두고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성격이 못 된다. 게다가 아무 것도 이뤄보지 못하고 이대로 죽기엔 그녀는 욕심이 많다.

 

 지난 5개월 동안 분석한 차영주의 성향을 (이제야) 곱씹어보니, 내 판단이 잘못됐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나는 붙잡고 있던 그녀의 팔을 놓아주었다.

 

 다행이었다.

 

 

 ***

 

 

 “그래요. 뭐, 다 좋은데! 지구 밖에서 왔다니? 대체 왜 그런 소리를 해서 사람을 골치 아프게 해요?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안 돼요?”

 

 나를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던 차영주가 다다다 말을 쏟아내며 내게 ‘진실’을 요구했다.

 

 아무래도, 우리와 지구인 모두 ‘인류’라는 점이 오히려 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 같다.

 

 내가 다리가 8개였다거나, 머리가 지금보다 3배 컸다거나, 초능력이라도 하나라도 갖고 있었다면 ‘15억 광년 떨어진 행성에서 왔다’는 내 말에 차영주가 ‘이 미친놈은 뭐야’라는 표정을 짓진 않았을 거다.

 

 “왜 갑자기 말이 없어져요?”

 

 차영주는 한껏 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우주의 원시지역에 사는 지구인들에게 외계인류란 어느 날 다리 위에서 마주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내가 아무리 사실만을 이실직고한다고 해도 차영주는 내 모든 말을 믿지 않을 게 분명하다.

 

 게다가 차영주는 아직 나와 파트너 계약을 맺지 않았다. 그녀에게 모든 것을 다 얘기해줄 수 있는 단계도 아니다.

 

 “지금 여기서 밤새 얘기한다고 해도, 내가 차영주 씨를 완전히 납득시키기는 불가능할 것 같아요.”

 

 나는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기로 한다. (차라리 오늘은 그냥 지구인인 척 할 걸 그랬다.)

 

 “그래도 최소한 한 가지는 믿어야 돼요.”

 

 “뭘요?”

 

 “차영주 씨 동생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식물인간상태에 빠질 확률은 98%, 그리고 결국 뇌사할 확률은 97%에요.”

 

 우리 단체가 사용하는 정보시스템이 아무리 구닥다리 모델이라고 해도 의학적 분석만큼은 신뢰할 만하다. (의학 분야에서는 이미 3세대 AI가 인간의 지식과 판단력을 뛰어넘었었다.)

 

 “이 사람이 보자보자 하니까!”

 

 차영주는 팔짱을 풀고 양 주먹을 꽉 쥐었다.

 

 “자꾸 내 동생 가지고 협박할 거예요?”

 

 그녀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튄다.

 

 “그러니까 서로 돕자는 얘기예요. 나는 차영주 씨가 할 수 없는 일을 돕고, 차영주 씨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돕고.”

 

 사람의 목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시작하는 거래.

 

 “하!”

 

 그녀는 기가 찬 듯이 숨을 내뱉었다.

 

 지금 그녀가 어떤 마음일지 이해한다. 누군가 우리 아버지나 진의 목숨을 가지고 내게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나는 지금의 차영주 만큼 차분하게 대응하지도 못할 것이다. (차영주는 내 예상보다도 순하고 예의바른 것 같다.)

 

 “아니, 그쪽이 무슨…….”

 

 차영주는 이내 무언가를 생각해내려는 듯 잠시 눈을 굴리더니.

 

 “그래, 무슨 요술램프 지니라도 돼요? 아니면, 15억 광년인가, 뭐 그렇게 멀리서 오면 사람도 막 맘대로 죽이고 살리고 그래요?”

 

 내게 화가 난 채로 또 한 번 다다다 쏘아붙인다.

 

 “요술램프 지니?”

 

 나는 차영주에게 되묻는 척, 왼쪽 손목에 차고 있는 디바이스를 슬쩍 들고 물었다.

 

 ‘아랍 신화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정령으로, 램프 속에 살면서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준다.’

 

 정보시스템은 시계 액정에 간단한 설명을 띄운 뒤, 관련 이미지도 보여주었다. 나는 그 이미지를 제대로 보기 위해 왼팔을 조금 더 위로 들어올렸다.

 

 지니라는 정령은 푸르딩딩한 피부에, 다리 대신 꼬리를 가졌고, 개성 있는 헤어스타일과 턱수염을 뽐냈다.

 

 “저기요?”

 

 차영주가 부르는 소리에 나는 슥 팔을 내렸다.

 

 “어쨌든 그쪽 동생을 살린 뒤에 다시 얘기하죠. 지금 이대로는 우리 대화에 큰 진전이 없을 것 같으니까.”

 

 나는 ‘닥터 버그’를 꺼내들었다.

 

 “병원으로 돌아가면, 동생 입 속에 이걸 넣어요.”

 

 그리고 꽤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내 손을 잡는 순간 자신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차영주 스스로 확인하고 나면, 그 뒤부터는 우리의 대화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

 

 

 남자는 자신의 재킷 안주머니에서 엄지손가락만한 유리병을 꺼내들었다. 병 안에는 쇠구슬 하나가 들어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한 말 다 무시해도 좋아요. 하지만 이건 믿어 봐요.”

 

 남자는 내 손에 그 유리병을 쥐어준다.

 

 “그 물건을 사용해본 뒤에 다시 얘기하죠. 만약 그때 차영주 씨가 나와의 거래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우리는 아마 다시는 볼 일 없을 거예요.”

 

 남자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뒤돌아섰다. 자신의 볼 일은 이것으로 끝났다는 듯이, 아주 쿨하게.

 

 “아니, 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고.”

 

 나는 내 손에 든 유리병을 보며 혼잣말을 했고, 남자는 몇 걸음 뒤에 세워져 있던 차 앞에 다가섰다. 최소 10만km는 달렸겠다 싶은 국산 SUV.

 

 뭐야 저건 또? 설마 저걸 타고 15억 광년을 날아왔다는 건 아니겠지?

 

 ‘무슨 외계인이 UFO도 없어요?’

 

 지니에 이어, 2차 유치뽕짝 공세가 튀어나오려는 걸 이성의 제재로 겨우 막아냈다.

 

 “가요?”

 

 대신 나는 소심하게 그의 발길을 붙잡았다. 아니, 뭐 자세한 설명도 없이 무작정 이걸 애 입에 넣으라니…….

 

 “왜요? 집까지 데려다줘요?”

 

 남자는 반쯤 열린 차문을 붙잡고 물었다. 무표정한 눈빛이 ‘막상 내가 간다니까, 뭔가 아쉽지?’라고 묻는 것 같다.

 

 “아뇨! 그쪽이 왜 저를 데려다줘요?!”

 

 그의 차에 폭탄이라도 설치된 것 마냥 나는 강한 거부의 뜻을 드러냈다.

 

 “아 맞다. 차영주 씨는 타인을 불신하는 스타일이죠?”

 

 그는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문장부호가 느낌표로 끝나는 게 맞는 것 같은(스타일이죠!) 뉘앙스로 말했다. 정말 나에 대해 아는 듯한 확신의 말투.

 

 -차영주 씨를 알아요. 특히, 지난 5개월간의 차영주 씨에 대해서는 꽤나 잘 알고 있어요.

 

 나를 잘 안다고 주장하는 그의 말대로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이는 두 가지 의미인데, 하나는 말 그대로, 홀로 카페에 있다 잠시 화장실을 갈 때면 누군가 내 소지품을 훔쳐갈지 모른다는 불안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의 진심’을 믿지 않는다는 말이다. 가족 외에는 그 누구도 나라는 사람을 크게 신경 쓰거나 걱정해주지 않는다는 생각.

 

 타인의 선의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외롭고 힘든 순간에는 항상 혼자였던 기억 때문에 그렇다. 원래 사람은 다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의 문제는 저 남자다.

 

 “네. 특히 그 쪽은 정말 믿기 어렵죠.”

 

 나는 입술을 삐죽거렸고,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곤 이내 차에 몸을 실었다.

 

 워낙 썬팅이 짙게 돼 있어 내부를 전혀 볼 수 없는 차창을 응시하며 나는 내 손에 들려있는 유리병을 꼭 쥐어본다.

 

 정체도 목적도 불확실한 사람. 그런 사람이 건넨 물건을 영지 입 속에 넣으라고? 말이 돼?

 

 나는 유리병을 쥔 손의 엄지손가락을 탁탁 튕긴다.

 

 하지만 저 사람의 말이 다 사실이면? 내가 저 사람의 말을 무시했다가 정말 우리 영지가 깨어나지 못한다면…?

 

 “후…….”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냥 저 남자가 진짜 요술램프 지니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바보 같은 생각과 함께.

 

 “응?”

 

 그 순간 남자가 탄 운전석의 창문이 스르륵 내려갔다. 그리고 차 안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곧바로 그 노래를 알아챘다. 내가 아는 가장 우울한 가요,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이 노래 좋아하죠?”

 

 남자는 창틀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괬다. 여전히 무표정을 한 채, 나를 향해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을 했다.

 

 내가 그나마 사람의 진심을 믿었던 시절, 생각만 해도 눈물이 찔끔 날만큼 좋아했던 아이와 새벽 2시의 햄버거를 사러 가는 길에 듣던 음악.

 

 그 때의 기억 때문인지 이 우울한 선율 속에서도 나는 설렘과 행복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가면서 들을래요? 아, 차에 초콜릿도 있어요.”

 

 그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내가 즐겨먹는 간식을 미끼로 내세웠다. 이건 겨우 사탕 하나를 들고 어린애를 꾀는 수준이다.

 

 “타요, 울적한… 차영주 씨.”

 

 남자는 난데없이 내 이름 앞에 ‘울적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잘못 튀어나온 말인지 본인도 잠깐 머뭇거리긴 했지만.

 

 나는 ‘빈차’라는 빨간 불빛을 빛내는 택시가 그의 차 옆을 천천히 지나가는 걸 바라보았다.

 

 동화 속 아이들이 왜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갔는지 알 것 같다.

 

 “초콜릿은 줘도 안 먹어요. 거기에 뭘 넣었을 줄 알고.”

 

 말은 이렇게 하면서, 울적한 차영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와 초콜릿이 있는 차로 다가간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며 스스로를 설득시켜 본다. 최소한 나에 대해 잘 안다는 말은 진실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허무맹랑한 제안들도 현실성 있는 소리일지 몰라.

 

 그렇게 믿고만 싶다. 어차피 내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우리 가족도 내 삶도 구원할 수 없으니까.

 

 혹시 누가 알겠는가. 이 남자가 진짜 15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날아온 요술램프일지.

 

 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보조석의 문을 확 열어젖혔다.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운전석에 앉은 그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가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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