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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하얀세계
작가 :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9.9.3

잠에서 깨어나 보니 처음 보는 방 안에 있다?

벽도 바닥도 천장도 온통 하얀 방. 그리고 굳게 닫혀 있는 철문.

방 안에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울리고, 그때부터 서로를 죽이는 살육게임이 시작되었다.

 
세 번째 게임(3)
작성일 : 19-11-09 20:25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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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긴장감과 오랜만의 장거리 도보로 지친 첫날밤은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다. 아침에 눈을 뜨니 먼저 일어난 선아가 벽을 두드리며 체크하는 게 보였다.

 

 “잘 잤어?”

 

  그녀는 날 흘깃거리더니 이내 하던 일을 계속했다.

 

 “마치 여행 가서 함께 잔 남자친구 같은 대사 하지 마.”

 “그게 여고생이 할 말이냐…….”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찬영이 보인다. 좁은 지하실의 모습도 천장의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덕분에 어제보다 더 잘 보였다. 내부를 조사하던 선영은 별다른 걸 발견하지 못했는지 한숨을 내쉬며 통조림 몇 개를 들고 왔다.

 

  마치 디스토피아적인 세계에서 최후의 만찬을 즐기는 것과 같은 아침 식사가 조용히 이루어졌다.

 

 “너 혹시 운동 같은 거 했어?”

 

  어제부터 신경 쓰이는 걸 묻자, 선아는 제법이라는 듯 눈을 굴렸다.

 

 “격투기.”

 “그렇군.”

 

  여유를 부리던 모습이 단순히 머리 계산으로만 나오는 건 아닐 거라 생각했지. 마른 체형이지만 탄탄해 보이는 잔근육이 미미한 빛을 받아 도드라진다.

 

  그래도 안심이 되는 건 아니었다. 참가자들 중에서는 말도 안 되는 피지컬을 가진 녀석도 있었으니까. 혹여나 모를 전투가 벌어졌을 때 짐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뒤늦게 일어난 찬영이 식사를 하는 동안 난 선아와 바깥으로 나가 주변을 살폈다.

  달라진 건 없었다.

  괴물도, 사람도ㅡ

  아무것도 없는 적막한 미로 속이었다.

 

  찬영이 식사를 마친 후 우리들은 물을 챙겨 길을 떠났다. 사람들에게 뒤쳐졌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걸음을 서두른다.

 

  어제 본 시체들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사람들을 해치는 살인자나 특수한 기관이 있다면 차라리 나을까. 고요한 침묵이 또 하나의 공포가 되어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상태로 중앙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조용했다.

 

  하지만 역시 이 게임은 그렇게 수심에 잠겨 있는 걸 허락할 만큼 녹록지 않았다.

  의외의 상황이 벌어진 건 약 서른 번째의 모퉁이를 돌았을 때였다.

 

 “벽 색깔이 달라졌네?”

 

  찬영은 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말대로다. 미로를 구성하고 있는 거대한 석벽의 문양과 색상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헤이즐넛 색상으로 펼쳐져 있던 벽의 분위기가 부드럽고 쓸쓸한 느낌이었다면, 짙은 청자색으로 변모한 이 안쪽은 어쩐지 차가운 느낌이다.

 

  위험한 냄새가 한층 더 짙어졌다.

 

 “끄아악!”

 

  그리고 그것을 곧바로 증명하기라도 하듯, 때마침 울리는 비명 소리.

  가깝다.

  가까운 곳에서 비명과 금속음이 뒤섞여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우리 셋은 동시에 내달렸다.

 

  혹시 사람들을 해치는 자를 발견한다면 지금이 좋다. 누군가가 저항하고 있는 거라면 그를 도와 맞서는 게 차라리 나으니까. 상대가 강적이라면 따로 만나는 건 사양이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건 살인자도, 괴물도 아니었다.

 

 “저게 뭐지?”

 

  블록을 쌓은 듯 만들어져 있는 기괴한 벽. 그 안쪽에서 튀어나온 칼날들이 사람들을 꿰뚫고 있었다. 일시적으로 작동한 함정이 아니다. 양옆의 벽이 앞뒤로 움직이며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열댓 명 정도로 보이는 사람들 중 남은 건 고작 반도 안 되어 보인다.

 

  빠르게 상황을 분석했다. 불규칙하게 칼날과 벽이 움직이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만일 저것을 직접 당했다면?

  상식을 벗어난 운동 신경이나 엄청난 반사 신경이 없다면 죽어버린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을 지도 모른다.

 

 “구해야 해.”

 

  난 재빨리 몸을 날려 사람들을 도왔다.

  선아와 찬영도 뒤따라 달려와 이리저리 피하고 있거나 패닉에 빠진 이들을 안전한 건너편으로 인도했다.

 

  촥! 촥!

 

  사정없이 튀어나오는 칼날에 식은땀이 난다. 패턴을 파악하고 들어왔음에도 아슬아슬하게 몸을 스치는 그것을 보니 욕지거리가 나왔다. 가까스로 우리들은 서너 명의 사람들을 구해 반대편으로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아직 남아있던 사람들은 이미 죽어버린 자들과 운명을 함께하거나 우리가 들어온 입구 쪽으로 탈출했다.

 

  비명 소리가 점점 잦아들어 간다.

  끔찍한 참상을 외면하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아무래도 이게 끝이 아닌 거 같은데.”

 

  긴장된 찬영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우리가 들어온 곳에 서 있는 한 남자.

 

  그 녀석이다.

  혼자 들떠 있던 장발의 남자.

 

 “으흐흐, 여기 또 재미있는 것들이 있네.”

 

  역시 그 토막 난 시체들은 저 자의 짓이었나? 동선이 비슷했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는지 등줄기를 타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만약 어제 우리들이 자고 있는 곳을 저 남자가 발견했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는 안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겨우 죽음의 함정에서 빠져나온 그들이 그 남자를 경계할 여유는 없었다. 그걸 알고 있기에, 나는 그가 손을 높이 들었을 때 큰 소리를 내질렀다.

 

 “피해!!”

 

  촤아악!

  마치 물살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철컹거리는 기관 너머에서 울린다.

 

 “끄아아아악!”

 

  주저앉아 있던 남자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굴렀다. 허공을 가르며 떨어진 그의 수도가 남자의 팔을 잘라버린 것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완력과 절단력. 믿을 수 없는 그 광경에 우린 경악했다.

 

 “무, 무슨 짓이야! 살려줘!”

 “이히히히히~!”

 “으아아악!!”

 “이 자식!”

 

  순식간에 피를 뿌리며 죽어가던 사람들 중 하나가 달려들었다.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다리. 그것은 전광석화처럼 장발남의 옆구리에 직격되었다.

 

  능력인가? 순간적으로 다리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라면 저 함정에서 살아남은 것도 이해가 간다. 저 속도라면 맞은 상대가 무사할 리 없을 것이다.

 

 “오호?”

 

  하지만 그건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제대로 들어갔음에도 남자의 표정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걷어찬 사람의 낯빛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으아악!”

 

  어김없이 떨어진 그의 수도는 남자의 머리를 무참히 부숴버렸다.

 

 “이, 일단 후퇴하자.”

 

  선아의 말에 동의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인지를 초월한 저 완력과 움직임에 대항할 수단을 만들 때까지 붙어서는 안 된다. 머릿속에서 끝없이 울리는 경보음을 삼키며 우리들은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한 놈도 놓치지 않아.”

 

  혀로 입술을 적신 장발남은 우리들을 따라 달렸다. 함정이 보이지 않는 건가? 그것에 일말의 기대를 품고 뒤를 돌아보았다.

 

  쾅! 쾅!

 

  놀라운 광경이 벌어진다. 칼날들은 남자의 몸을 뚫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남자의 몸과 휘두르는 팔에 부딪힌 칼날들이 박살 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마치 무자비한 파괴왕처럼 함정 안의 모든 것들을 박살 내며 앞으로 조금씩 전진한다.

 

 “달려! 빨리!”

 

  겨우 죽음에서 벗어나 안도하고 있던 사람들도 허겁지겁 일어나 우리들을 따라 달렸다. 그러나 가장 늦게 일어난 남자는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커억!”

 

  깊은 신음 소리를 뒤로하고, 우리들은 혼비백산하여 최대한 멀리 달아났다.

 

  비로소 이곳이 어떤 곳인지 다시 한번 상기되었다.

 

 

 

 

 

 “헉, 헉, 대체 저 자식은 뭐야!”

 

  얼마나 멀리 달려온 걸까.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방전된 우리들 사이에서 찬영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사람들. 낯익은 이는 없다. 우리 쪽 참가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어디에나 있는 미친놈이겠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조용히 대꾸했다. 따라오는 기색은 없다. 그의 움직임으로 올 때 못 잡을 거리는 아니었을 텐데, 중간에 이리저리 꺾어 들어오는 사이 다른 쪽으로 간 건가?

 

  애써 구한 사람들도 전부 흩어졌다. 묻고 싶은 게 몇 개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을 쫓아간 것 같아.”

 “그러게.”

 

  좀 진정되고 나니 긴장이 탁 풀린다. 풀밭 위에 드러누워 미로의 격벽 사이에 드러난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대체 난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이 상태라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무자비한 함정에 그런 미친놈까지 함께라니. 게다가 그런 녀석이 하나라는 보장도 없다. 이미 다른 조와 뒤섞여 버린 지금이라면 어디서 어떤 위험을 만나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대체 그 힘은 뭐지? 역시, 능력이겠지?”

 

  선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무슨 능력일까?”

 “밸런스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을 테니 몇 초간 괴력이 되는 능력 아닐까.”

 

  듣고 있던 찬영이 반론을 제기했다.

 

 “그건 납득이 안 되는데. 그 자식, 그런 발차기를 맞고도 멀쩡했어. 충격파가 느껴질 정도로 강한 발차기였다고.”

 “그러면 전신 강화?”

 

  골치가 아프군. 내가 무엇이든 벨 수 있는 단검을 만들어 낸다면 잡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검이 닿기 전에 내 몸이 찢겨 나갈 가능성이 훨씬 크다.

 

  다른 두 사람도 다를 바 없다. 근접해야만 효과가 발휘하는 능력들이고, 찬영의 것은 전투에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 응용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불도저 같은 놈에게 어디까지 먹힐 지도 미지수고.

 

 “우선은 그놈은 거르자. 내가 너무 쉽게 봤어.”

 “동감이야…….”

 

  그냥 살인귀와 초인 살인귀는 전혀 다르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석벽의 색으로 미루어 볼 때 같은 구역인 건 틀림없는 것 같지만, 직선이 아니라 곡면으로 휘어져 있는 벽 사이에 들어앉아 있으니 뭔가 소용돌이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어디냐고 물어봤자ㅡ 잠깐, 저게 뭐야?”

 

  선아가 무언가 발견한 듯 외쳤다. 곧바로 돌아본 우리들은 또다시 놀라고 말았다.

 

  곡면으로 이루어진 벽이 파도처럼 꿈틀거리며 우리들을 죄여 오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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