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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안아주세요
작가 : 후이라
작품등록일 : 2019.11.4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랑없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치유자 이유검. 나라에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하여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 단 하나의 희망인 그가 스스로 세상 속에 걸어갔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사람이 있다. 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죽고 싶어하는 혹은 죽이고 싶어하는 호위무녀 김지원. 그녀의 임무는 단지 왕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마지막화
작성일 : 19-11-09 15:44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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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 발로 죽음을 향해 걸어오시다니, 과연 왕자다우십니다.”

 

 “.....”

 

 

 

 

 유검은 창석 앞에 멈추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창석은 유검을 보며 느꼈다. 그 눈은 재헌의 눈을 닮지 않았다. 왕자의 눈도 아니었다. 그는 옥에 갇혔을 때 보지 못했던, 아니, 태어나서 처음 마주한 눈빛 앞에 몸이 굳었다.

 

 

 유검은 창석을 꿰뚫어보았다. 천천히 들여다보며 그 안의 마음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수많은 물음이 담긴 그 눈빛을 창석은 해석할 수 없었다. 단지 그 눈을 받아내는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졌고, 마음속에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창석은 자신이 유검에게 손을 댄다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창석은 그 느낌과 정확히 반대로 움직였다.

 

 

 

 

 칼을 유검의 가슴을 향해 겨눴다. 그가 칼을 겨누자마자, 동시에 유검이 먼저 창석을 끌어안았다.

 

 

 

 “....?!?!?!”

 

 “컥....”

 

 

 

 

 정면으로 칼을 받아낸 유검은 거칠게 숨을 토해내면서도 창석을 끝까지 안았다. 창석은 이 왕자를 당장에라도 몸에서 떼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칼을 쥔 손이 덜덜 떨리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진흙에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칠수록 더욱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주변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적막이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고, 서로를 향해 칼을 들던 이들 모두가 멈췄다. 그 광경에 사람들의 눈이 모두 모였다.

 

 

 

 

 유검이 창석을 안고 있는 그 사이에서, 그의 심장이 맞닿은 곳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검붉은 피가 빠르게 흐르며 유검의 옷자락을, 신발을, 그리고 바닥을 적셨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맑던 하늘에 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백성들의 수군거림이 동시에 물 끓어오르듯 했고, 어두움도 순식간에 하늘을 가득 채웠다. 보통 비가 내릴 것 같지 않았다. 폭풍우가 다가올 것 같은 하늘이었다.

 

 

 

 유검의 피로 젖은 바닥에 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졌다. 이어서 강물처럼 바닥이 젖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바닥을 뚫을 것처럼, 온 땅을 채웠다. 마치 단 한 부분도 빈 곳을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무서운 기세로.

 

 

 

 지원은 천천히 유검에게로 다가갔다. 그에게 안겨있는 창석의 눈은 이미 저 세상 사람 같았다. 다가오는 지원을 보았지만, 그건 의지라기보다는 자연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눈에는 아무런 기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예언의 의미가... 이런 것이었습니까.”

 

 

 

 

 

 지원은 유검의 볼을 쓰다듬었다. 힘겨운 지 숨을 몰아쉬던 유검이 겨우 눈을 돌려 지원을 쳐다봤다. 그를 보는 지원은 자신의 얼굴을 적시는 물이 눈에서 흐른 것인지, 하늘에서 내린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내리는 비만큼, 많은 눈물이 나오는 건 분명했다. 가만히 유검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자, 어진도 어느새 곁에 다가와 서있었다.

 

 

 

 

 

 “...제가 지켜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피범벅이 된 얼굴과 몸으로도 유검의 눈은 맑았다. 여전히 다정하게 지원을 쳐다보았다. 정신이 아득해져오는 와중에도 유검은 그녀를 향해 애써 웃어 보이려고 했다.

 

 

 “저 또한..지키겠..다고..했었죠..”

 

 

 

 

 유검이 숨을 쉴 때마다 말이 부셔져 나왔다. 더듬더듬 말을 할 때마다, 울컥 피가 쏟아져 나왔다. 지원은 그 모습을 보며, 그의 가슴에 깊이 꽂힌 칼날처럼, 이 순간이 제 머릿속에 깊이 남을 것 같다고 느꼈다.

 

 

 유검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손을 뻗어 지원을 끌어안았다.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서 그녀를 안았다. 지원은 아무런 저항 없이 그의 품에 살며시 안겼다. 그에게 박힌 칼날 끝이 지원의 가슴에 와닿았다.

 

 

 

 “지원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에는, 유검의 목소리가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를 향해 똑똑히 말했다. 말이 끝나자 다시 잦아드는 숨소리가 지원의 목덜미에서 느껴졌다.

 

 

 그의 유난히 따뜻했던 손도, 몸도, 쏟아지는 비에 천천히 식어갔다. 피가 다 씻겨 내리면, 그 위로 다시 피가 뿜어져 붉게 물들었다.

 

 

 “이제는.... 살리는 일을 해주세요.”

 

 

 

 

 유검의 들썩이던 몸짓이 멈춰갔다. 지원은 그걸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의 등 뒤로 손을 올려 그를 마주앉았다. 이렇게 하면 그의 생명이 조금이라도 더 붙어있을 것처럼. 떠나지 못하게. 그가 계속 숨을 쉬길 바라며.

 

 

 

 

 

 

 

 완전히 움직임이 멈추자, 하늘의 비는 거짓말처럼 그쳤다. 전에 없이 맑은 하늘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지원과 유검, 그리고 곁의 어진.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은, 햇빛이 완전히 드러날 때 까지 가만히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재앙이 끝났다는 사실을.

 

 

 

 

 

 #

 

 

 

 

 

 왕자가 죽은 이후, 잠깐 개었던 하늘에서 이후 끊임없이 비가 내렸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하늘에서 구멍이라도 뚫렸는지. 비는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무유병으로 인해 농사를 제대로 짓지 않아 메마르던 땅들이 차고 넘치게 적셔졌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땅에서는 감당하지 못했고, 흡수되지 못한 물이 다시 솟아올랐다. 온 나라가 물에 잠기는 것 같았다. 그로 인해 날은 밤낮 구분 없이 오로지 먹구름으로 인해 어두웠다.

 

 

 

 해가 떠도, 해가 져도 흐리고 어두운 날의 연속이었다.

 

 

 그 사이 사람들에게는 희한한 변화가 일어났다. 왕자의 죽음을 목도했던 이들은, 더 이상 무유병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자신을 죽이려고 하던 자를 끌어안던 그 모습은, 왕자를 욕하던 이들의 마음에도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남겨 놓았다.

 

 

 창석은 그 뒤로 종적을 감추었다.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왕자에 대한 예언이 뭔지, 진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예언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왕자 스스로 예언을 완성시켰던 것이다.

 

 

 

 

 #

 

 

 

 

 하늘은 마치 이 나라 백성들의 마음과 같았다. 그들의 마음이 흐리면 날은 계속 흐렸고, 왕자가 그러했듯 조건 없이 사람을 안아주면 날은 차츰 개어갔다.

 

 

 

 그리고 어진과 지원은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유검이 그랬던 것처럼, 그가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곳을 가장 먼저 찾아갔던 것처럼.

 

 

 

 지원의 굳은 살 베긴 손은, 더 이상 칼을 쥐지 않았다. 그 대신 그녀는 그 손으로 사람들의 손을 맞잡았고, 등을 쓰다듬었다.

 

 

 

 ‘안아주면 느낄 수 있잖아요. 아, 이 사람이 나를 아끼는 구나. 사모하는 구나.’

 

 

 

 눈부신 햇살이 이마를 스치는 날에는, 빛나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안아주면 느낄 수 있다고.

 

 

 지원은 눈앞의 소녀를 쳐다보았다. 그 아이는 자신이 처음 부모님을 잃었던 때처럼, 여섯 살 정도 되어 보였다.

 

 

 지저분한 얼굴에, 부스스한 머리칼. 손에 꼭 쥐고 있는 나뭇가지와 경계하는 눈빛. 꼭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지원은 그 아이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소녀는 잠시 주춤거리더니, 손을 내밀었다. 지원은 소녀를 천천히 안아주었다.

 

 

 

 

 ‘어때요. 기분 좋아졌죠?’

 

 

 

 

 어쩌면,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원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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