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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안아주세요
작가 : 후이라
작품등록일 : 2019.11.4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랑없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치유자 이유검. 나라에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하여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 단 하나의 희망인 그가 스스로 세상 속에 걸어갔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사람이 있다. 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죽고 싶어하는 혹은 죽이고 싶어하는 호위무녀 김지원. 그녀의 임무는 단지 왕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20화
작성일 : 19-11-09 15:43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4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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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석은 자꾸만 올라가는 입술을 막을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 모든 일들이 믿기지 않았다. 믿을 수 있게 된다면, 눈앞에서 보게 된다면 그때는 제 뜻과 다르게 웃는 것을 멈출 수 있을까. 드디어 자신을 따라주는 이들과 함께 이 나라의 왕권과 역사를 바꿀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때가 되었습니다, 폐하.”

 

 

 

 

 

 그날도 다름없이 아침부터 어전 회의가 진행되었다. 재헌은 왕좌에 앉아있었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기가 판 무덤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어쩌자고 그런 법을 제정하도록 허락했는지 뒤늦게 후회해봤자 바뀌는 건 없었다.

 

 

 

 그런 재헌의 맘을 알기라도 하는 것인지, 창석은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재헌을 향해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폐하. 이제 이 나라의 가장 큰 재앙이 머지않아 끝날 것입니다.”

 

 

 

 

 

 창석은 그 말과 함께 미소를 드러냈다. 그렇게 어전회의가 끝나자, 그와 중신들, 그리고 병사들은 유검을 끌고 궁의 마당으로 나왔다. 그에게는 밧줄이 감겨있었고, 발은 맨발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왕자에 대한 마지막 예인 건지 새로운 의복을 입고 있었다.

 

 

 

 

 ‘내 잘못이다, 네가 이렇게 된 것은.’

 

 

 

 마지막으로 아들을 쳐다보는 재헌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담기지 않았다. 또한 아버지를 쳐다보는 유검은 그와는 반대로 담담했다. 오히려 재헌을 위로하는 듯 했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눈빛에 재헌은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두 번째였다. 아들의 뒷모습을 무기력하게 보는 것은. 그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시야가 희뿌옇게 가려지는 걸 느꼈다.

 

 

 

 

 

 

 #

 

 

 

 

 

 

 

 왕자가 모습을 드러내는 걸 모두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는지, 도성문 밖을 나서자마자 사람이 파도처럼 가득 밀려왔다.

 

 

 백성들은 유검이 궁으로 들어오는 때와 마찬가지로 수레를 줄줄 따라다녔다. 그때처럼 유검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언성을 높였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 유검은 함거가 없이 맨 몸으로 걸어갔기에, 그에게 날아오는 돌이나 볏짚들이 금세 왕자의 얼굴에 상처를 내었다.

 

 

 

 

 그 틈에, 지원이 있었다.

 

 

 

 지원은 변장을 한 채 성 문 앞에서부터 행렬에 따라 붙었다. 머리를 짧게 자른 뒤 갓을 쓰고, 천으로 입과 코를 가렸다. 지원은 곁에서 유검을 향한 그 모든 것들을 지켜보았다.

 

 

 

 

 당장이라도 칼을 뽑아 백성들을 향해 휘두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사람을 죽일 수 없었기에 그저 묵묵히 따라갔다.

 

 

 그런 지원과 같이 역시나 당장이라도 나서서 유검을 구해내고 싶은지, 건너편에 숨어있는 어진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지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진 역시 끄덕이며 분을 참아냈다.

 

 

 어진과 지원의 뒤로 마을 사람들이 섞여들어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유검을 향해 돌을 던지는 사람을 툭 밀어서 방해하는 사람도 더럿 있었다.

 

 

 

 

 “거 사람을 왜 밀고 그러시오?”

 

 “여 좀 보소, 지금 사람이 안 밀고 서 있게 생겼나.”

 

 

 

 밀려 넘어진 이가 성을 내면, 오히려 배로 성을 내어 보이지 않게 백성들을 방해했다. 그렇게 작은 움직이들이 서서히 유검의 곁으로 다가와 그를 보호하기 위해 둘러싸고 있었다.

 

 

 

 

 잠시 후, 벽보가 가장 크게 붙어있던 장터 한 가운데에 행렬이 멈췄다. 이 나라에서 제일 많은 수가 모일 수 있는 땅이 그곳이었다. 그럼에도 빈 공간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수레 근처에 서 있든 한 사병이 북을 두드렸다. 천천히 소란스러움이 잦아들었다.

 

 

 

 “모두 들으십시오. 저는 서창석 대감입니다.”

 

 

 

 창석의 목소리에 백성들의 수군거리던 소리가 잠잠해졌다. 그러자 조용해진 가운데 다시 한 번 창석이 말했다.

 

 

 “지난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재앙의 근원인 왕자 이유검에 대한 형 집행이 오늘 시행될 예정입니다.”

 

 “형 집행?”

 

 “죽인다는 거야? 왕자를?”

 

 

 

 

 

 사람들은 ‘형’ 이라는 단어에 반응하며 다시 수군댔다. 웅성거림 속에 창석은 잠시 그들을 쳐다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예언의 내용대로 왕자가 죽으면 모든 재앙이 끝날 것이니, 백성들은 비난을 멈추고 왕자의 고귀한 희생에 모두 화를 가라앉히길 바랍니다.”

 

 “....”

 

 “또한 형 집행 이후에는 백성들을 대상으로 하여 왕권 집행 변경에 관한 투표가 있을 것이니, 모두 자리를 지켜주길 바랍니다.”

 

 

 

 

 

 창석이 마음속으로 계획한 그대로 그는 말을 읊었다. 그 말을 실제로 내뱉게 되니 흥분을 가라앉힐 길이 없었다.

 

 

 

 그렇게 현 왕권의 무력함을 강조한 이후, 그는 곧바로 백성들의 의견을 물어 그것을 이유로 왕위를 차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끝까지 자신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왕자를 함부로 비난하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군사들이 유검을 바닥으로 주저 앉게 했다. 그는 아무런 저항 없이 그들이 움직이는 대로 바닥에 앉았다.

 

 

 차갑고 꺼끌한 모래들이 얇은 옷 위로 느껴졌다. 유검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그런 유검의 옆에 백정이 가까이 다가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치 이때만을 기다린 것처럼 빠른 속도로 일이 진행되었기에 모든 것이 너무 순조로웠다. 백정의 칼이 유검의 얼굴 옆에서 섬뜩하게 빛을 냈다.

 

 

 

 

 

 ‘잠깐, 너무 빠른데..?’

 

 

 

 

 지원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사람들 틈에 숨어있던 어진에게 눈짓을 했다. 백정의 우락부락한 근육과 자신의 팔뚝만한 칼이 유검의 목에 닿기 전에 그를 구해야했다.

 

 

 

 

 지원은 지체 없이 밤새 깎아 만든 나무 화살을 꺼내들었다. 정확히 백정의 팔에 조준했다. 단 한 번이면 되었다.

 

 

 

 

 “윽...!!!”

 

 “웬 놈이냐!!!”

 

 

 

 

 

 찢어질 듯한 목소리가 화살의 근원지를 찾았다. 백정이 비틀거리자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칼이 유검의 얼굴 옆을 스치듯 지나갔다. 목 대신 머리카락이 잘려나가 바람에 흩날렸다.

 

 

 백정의 움직임에 대열이 무너지자,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이 순식간에 창을 백성들에게 휘둘렀다. 백성들이 뒷걸음질 치며 움직이자 어진과 숨어 있던 마을 사람들만이 피하지 않고 앞으로 나왔다.

 

 

 

 곁에 서 있던 군사들이 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고, 백정은 피가 흐르는 팔을 부여잡은 채, 칼을 들고 창석을 쳐다봤다. 창석은 입술을 깨물었다.

 

 

 

 

 “무엇을 망설이느냐!!! 어서 형을 집행하라!!!!”

 

 

 

 

 거의 악에 바친 창석의 목소리가 수군거림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백정이 정신을 딴 곳에 팔고 있는 그 틈을 타서, 지원은 곧바로 유검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녀는 칼을 꺼냈다. 전과 다르게 무뎌진 칼날이었다. 누군가의 목숨을 해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한 사람은 지킬 수는 있었다. 지원은 그 칼로 유검 곁에 바짝 붙어서 주위의 군사들을 막았다. 마을 사람들도 서둘러 다가와 유검을 둘러쌌다. 그들이 군사를 막아주는 동안, 지원은 유검의 묶여 있는 손을 풀어주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갓을 쓴 탓에 유검은 지원을 곧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지원은 갓을 벗어 유검과 눈을 마주쳤다.

 

 

 

 “왕자님, 접니다.”

 

 “지원님..”

 

 

 

 

 

 

 

 그제야 지원을 알아본 유검의 눈은 놀란 듯 잠깐 커졌으나 곧바로 돌아왔다. 어쩐지 당황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의 눈은 지금 이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유검은 예언이 성취될 이 날을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지원의 머릿속에 순간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피하시지요, 왕자님.”

 

 “....”

 

 

 

 

 

 

 불안한 예상대로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지원의 머리에만 있던 생각이 점점 마음 속에 확신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피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이 모든 일이 그대로 진행되길 바라는 것이다.

 

 

 

 

 지원은 그럼에도, 끝까지 그를 일으켜 세웠다. 유검의 몸이 이렇게 버겁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그를 부축해 걸어가는 내내 바닥을 뚫고 들어갈 듯 걸음이 무거웠다.

 

 

 

 그는 정확히 말하자면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주위는 아수라장이 되어 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밀렸기 때문이다.

 

 

 

 

 

 ‘또다시 백성들이 다치는 구나.’

 

 

 

 유검은 그래서 도망칠 수 없었다. 군사들이 계속해서 도착하여 수가 불어났다. 그 사이에 어진이 다가와서 지원을 도와 유검을 호위했다. 그 모습이 저 멀리 지켜보던 창석의 눈에 띄었다. 연이어 지원과 눈이 마주쳤다.

 

 

 

 

 

 

 “왕자님, 어찌 이러십니까.”

 

 

 

 

 지원은 애가 탔다. 이제 변장한 자신을 알아본 창석이 다가올 것인데, 어째서 이 사람이 몸을 움직이지 않는지. 그러나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지원의 손에 붙들려있는 유검은 주위를 살펴보다가 창석을 찾아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유검은 말릴 새도 없이 창석에게 향했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왕자님!!!”

 

 

 

 

 

 지원이 그를 부르며 팔을 뻗었지만, 이제껏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던 사람이 맞는지, 그는 창석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창석 역시 그를 쳐다보며 말에서 내렸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유검을 향해 칼을 들었다.

 

 

 

 

 

 “나를 용서하십시오, 지원님.”

 

 

 

 뒤늦게 그를 따라오는 지원에게 유검은 말했다. 지원은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창석이 칼을 꽉 움켜쥐며, 비릿하게 웃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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