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
 1  2  3  4  >>
 
자유연재 > 기타
안아주세요
작가 : 후이라
작품등록일 : 2019.11.4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랑없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치유자 이유검. 나라에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하여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 단 하나의 희망인 그가 스스로 세상 속에 걸어갔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사람이 있다. 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죽고 싶어하는 혹은 죽이고 싶어하는 호위무녀 김지원. 그녀의 임무는 단지 왕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19화
작성일 : 19-11-09 15:43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677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지원과 어진, 유검이 머물던 곳으로 둘만 돌아왔다. 왕자가 잡혀간 흔적은 없었으나, 어진이 흘렸던 핏방울과 여러 사람의 발자국이 있었던 일의 증거가 되었다.

 

 

 지원은 어진의 어깨를 다시 치료해주면서 그에게 사람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지원이 없는 동안 치료를 하기 위해, 둘이서 유검과 곳곳을 돌아다녔다는 그의 말을 듣고 생각해 낸 방안이었다.

 

 

 

 

 “당장 다 같이 손잡고 궁으로 쳐들어가려고?”

 

 

 

 

 

 지원은 엉뚱한 소리를 지껄이는 어진의 입을 문득 틀어막고 싶었다. 그 소리를 다 같이 궁으로 들어가자는 말로 알아듣다니. 그것도 재주네.

 

 

 

 

 “훈련도 안 받은 사람들을 데리고 궁 근처에나 갈 수 있다고 생각해?”

 

 “그건..”

 

 “만약의 때를 대비해서 모아두라는 거지. 어차피 왕자님은...궁 밖으로 다시 나올 거야.”

 

 “왜?”

 

 

 

 창석은 스스로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건 싫어했지만, 다른 사람 이라면 달랐다. 특히 자신의 목적에 필요한 일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볼수록, 일을 더욱 크게 만들수록 좋았다.

 

 

 

 그러니 창석은 아마도 유검을 성 밖으로 끌고 와서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를 완전히 없애버릴 것이다. 이것은 오랜 시간 창석의 곁에서 딸이란 이름으로 살아왔던 지원의 감이었다.

 

 

 

 

 “나는 일단 왕자님이 어떤 상태인지 한 번 뵈러 갈 거니, 부탁할게.”

 

 “알겠어.”

 

 

 

 

 

 어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밤이 조금 더 깊어진 후에 길을 나섰다.

 

 

 어진과 지원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그녀는 홀로 궁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혼자서는 간 적이 없던 그 길을, 유검과 함께 처음으로 새벽잠행을 동행할 때, 섬으로 떠날 때 이용했던 그곳으로 갔다.

 

 

 

 지원의 걸음이 빨라졌다.

 

 

 

 그때는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 예상하지 못했는데. 가까워진 비밀문은 사람의 흔적이 지워진 듯 풀이 많이 자라있었고, 넝쿨나무가 거의 감싸듯 문을 가리고 자란 상태였다.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그는 지금 괜찮을까. 지원은 이런 생각을 하며 문을 두르고 있는 넝쿨을 빠르게 뜯어냈다.

 

 

 

 

 

 그렇게 군사들의 눈을 피해 궁으로 잠입한 지원은 이상하게도 경비가 삼엄하지 않게 느껴졌다.

 

 

 

 아니면 지원이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거침없이 그가 갇힌 곳까지 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지원의 눈에 궁은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창석의 저택이 전과 다르게 화려하고 커진 것에 비해, 궁은 왕자를 떠나보낸 것에 대한 슬픔이 베여있는 듯 했다.

 

 

 그녀는 궁에 처음 오던 날, 전에 있던 호위무사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며 알아두었던 궁의 내부 위치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평소에는 기억나지 않던 것들도, 극한의 상황에서는 이상하게도 번뜩하며 떠오르기도 했다. 지원은 그렇게 자기도 놀라울 정도로 쉽게 옥으로 향했다.

 

 

 

 

 

 

 

 

 

 #

 

 

 

 

 

 유검은 예전에 자신의 방 안에 갇혔던 것처럼 눈을 감은 채, 달빛이 들어오는 창을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두 손을 모은 그는 마치 누군가에게 기도를 하는 것 같았다.

 

 

 

 

 “...왕자님, 저 왔습니다.”

 

 

 

 

 지원의 말을 듣자마자 유검의 눈이 반짝 뜨였다.

 

 

 얼굴에 상처 하나 없었지만, 마음에는 상처가 가득한 것 같은 눈이었다. 눈빛이 그것을 말해 주었다. 지침이 그대로 가득 담겨있는 그의 눈은, 지원을 발견하고는 애써 웃으려고 노력하는 듯 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지원님.”

 

 “몸은 .. 괜찮으신가요?”

 

 “그럼요.”

 

 

 

 

 유검은 힘겹게 미소를 지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이미 모든 것을 놔버린 듯 체념한 듯 보였다. 그는 이제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어보였다.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지원이 온 것에 의아해 했지만, 그는 놀라지도 않았다.

 

 

 

 그런 그를 향해 지원은 유검을 가로 막고 있는 창살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어떤 말이 좋을지 알 수 없었으나, 계속해서 떠오르는 말은 있었다.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왕자님.”

 

 

 

 

 

 미안한 것이 많던 유검이 항상 달고 다녔던 그 말이 이제 지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괜찮습니다.”

 

 “..제가 꼭 왕자님을 구할 겁니다.”

 

 “지원님.”

 

 

 

 지원의 말을 가로 막은 유검이 창살 사이로 손을 뻗었다. 칼집을 꼭 쥔 채, 굳어있는 지원의 손등에 유검의 따뜻한 손바닥이 닿았다.

 

 

 

 

 “이제 그만하셔도 됩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제가 대신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

 

 “그 때가 지금 온 것 같습니다.”

 

 “.....”

 

 “그러니 그만 애쓰시고, 이제 지원님의 일만 하세요.”

 

 

 

 

 

 

 지원은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유검을 쳐다보았다. 무슨 뜻인지 곧바로 이해되지 않았다.

 

 

 

 

 

 “어떤 일을 .. 말입니까.”

 

 

 

 

 

 유검은 말 대신 다시 웃었다. 아마 그는 울거나 화를 내는 표정을 살아생전 해본 적이 없는 게 분명했다.

 

 

 

 “..알고..계셨습니까.”

 

 “....”

 

 “제가 서창석 대감의 편에 있었다는 것을..”

 

 “지원님은 지원님이 할 일을 하셨을 뿐입니다.”

 

 “....”

 

 

 

 

 궁에 온 첫 날, 유검과 재헌이 마주앉아 나누던 대화를 엿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토록 마음에 걸리더니 역시나였다. 유검이 예언의 내용을 일부러 흘린 것이 맞았다. 지원은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이미 알고 있었구나.

 

 

 

 그렇게 그는 지원의 모든 것을 알고도 그녀를 곁에 두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그녀가 사람을 수도 없이 죽였다는 것도 예상하고 있지 않았을까. 지원은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처음 겪는 일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어찌 그러십니까.”

 

 “....”

 

 “왜 그토록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참고, 희생하시는 겁니까.”

 

 “....”

 

 “저를 나무라십시오. 나를 속인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저주하시란 말입니다.”

 

 

 

 

 

 조용히 울음을 참아내듯 지원이 말했다. 그러자 유검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그의 손이 이번에 지원의 뺨에 닿았다. 눈물이 흐르는 지원의 얼굴은 뜨거웠다.

 

 

 

 

 

 “제가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

 

 “이미 충분히 아픈 사람한테.”

 

 

 

 

 

 밤새 옥에 갇혀 있어 유검의 손은 차갑게 얼어버릴 법도 했으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온기가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비록 짧았으나 저는 원하는 일을 했습니다. 지원님도 원하는 일을 하세요.”

 

 “...”

 

 “저에게 잘못한 것이 없으나, 지원님이 용서를 원하신다면. 저는 모두 용서할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는 내내 지원은 입술을 차마 떼어낼 수 없었다. 갑자기 벙어리가 된 듯 했다. 머릿속에는 더 이상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 만날 때부터, 유검은 지원에게 세상에서 처음 겪어보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이가 끝까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지원은 겨우 정신을 붙잡고 할 말을 떠올렸다. 그녀가 지금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살아계십시오.”

 

 “....”

 

 “항상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피투성이라도 좋으니 살아만 있으라고.”

 

 “지원님.”

 

 “그 말, 반드시 지키셔야 할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지원은 곧바로 돌아섰다. 더 있다가는 지원은 저도 모르게 엉엉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유검은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지키지 못할 약속에 답하지 않는 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지키리라 마음먹었다.

 

 

 

 

 

 어떻게든 그를 살려낼 것이다. 부모님이 죽은 이후 처음으로 누군가를 살리고 싶어졌다. 그리고 거기엔 지원도 포함되었다.

 

 

 

 그녀도 이제는 살고 싶어졌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살아야 했다.

 

 

 

 

 

 

 

 지원은 궁을 빠져나오며 걸어갔다. 어진과 약속한 장소로 서둘러 가야했다. 아마도 그 역시 지원만큼 유검의 상태가 궁금해서 안달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과 다르게 걸음이 무거웠다.

 

 

 그녀의 눈에는 이제 거리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평소와 같이 그녀는 습관적으로, 거의 반사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무유병이 으레 그렇듯이, 역시나 그들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다가 목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상태로 죽어가고 있었다.

 

 

 

 지원은 그 앞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

 

 

 

 

 

 그러나 허공을 향해 들었던 지원의 팔이 멈추더니, 서서히 다시 제자리로 내려왔다.

 

 

 

 그녀는 깨달았다.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의 가슴에 칼을 찔러 넣을 수 없었다.

 

 

 

 

 이제 그녀는 피 냄새가 비리고 역겨운 것을 넘어서 죽일 수가 없었다. 살고 싶었고, 그를 살리기 위해서 살아야 했기에 더 이상 누군가를 죽일 수 없음을 깨달았다.

 

 

 칼집에 검을 넣은 지원은 달렸다. 사람들을 모아서, 그의 죽음을 막아야했다. 그것이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임무였다.

 

 

 

 

 

 #

 

 

 

 

 

 

 

 지원과 헤어진 뒤 곧바로 어진은 마을로 들어갔다. 기억을 더듬어 구석진 곳 까지 찾아가 사람들을 찾았다.

 

 

 

 그들은 유검에게 배운 것처럼, 사람들을 만나며 안아주고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에는 도성 일각에서 보기 드문 생기가 가득했다. 진짜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친 이를 치료하고, 조를 짜서 무유병 치료를 어떻게 하면 될지 논의하고, 푸성귀일지라도 먹을 것을 나누며 삶을 열심히 꾸려나가고 있었다.

 

 

 어진은 이들의 모습을 보며, 잠깐 감격에 잠겨 있었다. 만약 유검이 이 광경을 볼 수 있다면, 그곳이 감옥 일지라도 기운을 차렸을 텐데. 어진은 눈이 뜨거워지는 듯하자 눈을 치켜올려 하늘을 쳐다봤다.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지.

 

 

 

 어진이 모습을 드러내자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함성을 지르는 것처럼 소리 내어 반겼다. 그러나 혼자 온 것이 의아한지 자꾸만 어진의 뒤를 살펴보았다. 이 모습에 어진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왕자님께서 지금 잡혀가셨다고요?”

 

 “그래서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모두 모여 막아야 합니다.”

 

 

 

 

 그들은 술렁였다.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유검은 제 목숨을 아끼지 않았고, 자신이 다치면서까지 무유병을 치료하고자 몸을 던졌던 왕자였다. 그들의 눈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도통 그가 왜 죽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어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설명을 덧붙였다.

 

 

 

 

 “모두 왕권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꾸민 짓입니다.

 

 무유병이 발생한 이유가 왕자님이기에,

 

 끝내기 위해서는 왕자님을 죽여야 한다는 소문을 퍼트렸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전하자 사람들은 모두 분통을 터트렸다. 다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날짜를 알려달라고 했다. 이건 다른 마을에서도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모두 서둘러서 짐을 챙겼다. 정확한 형 집행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기에, 언제 갑자기 유검이 저잣거리로 끌려올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미리 가서 진을 치고 있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스스로 나서주었다. 유검의 조건 없는 선행이 다시 값없이 돌아오는 순간들이었다.

 

 

 

 

 마을을 모두 돌아본 후, 새벽이 다 되어서야 어진은 다시 집으로 향했다. 이제 유검이 사라지고, 혼자서 머물러야 하는 곳이지만 그에게는 갈 곳이 그 뿐이었다.

 

 

 

 아무도 없을 것을 예상하고 걸어오는데 마루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등. 멀리서 봐도 그건 지원이었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평소와 다르게 앞으로 고꾸라질 듯 어깨와 등이 굽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눈을 의심했다. 지원을 만난 이후로 처음 보는 자세였다.

 

 

 

 그녀는 항상 꼿꼿하고, 또 단단하게 각을 잡은 채로 몸을 세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무사는 다르구나 싶었는데, 오늘은 무사는커녕 초상집에 가면 문을 지키고 있을 법한 사람의 분위기였다.

 

 

 “자네, 새우가 호형호제 하자고 달려올 것 같아.”

 

 

 

 

 

 어진은 지원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나름 분위기를 띄어보려고 한 말인데, 지원은 그대로 밀쳐지며 등을 더 구부러트렸다. 어진은 순간 불안해졌다. 자신은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 같다는 좋은 소식을 전하러 왔는데, 지원의 모습은 반대였기 때문이다.

 

 

 

 

 

 

 “..왕자님에게 무슨 일 있는가?”

 

 

 

 

 

 

 지원은 고개를 천천히 들어 어진을 쳐다봤다. 어진은 놀랐다. 그녀의 눈이 텅 비어 있었다.

 

 

 

 

 

 

 “...왕자님이 다 알고 계셨어.”

 

 “무엇을..?”

 

 “내가 서 대감 밑에서 일하는 걸.”

 

 “..뭐?”

 

 

 

 

 지원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지원이 그토록 가라앉아 있었구나. 어진은 저도 모르게 힘이 풀려 지원의 옆에 털썩 앉았다. 왕자님이 다 알고 계셨다고.

 

 

 

 

 

 “어때 보이시던가?”

 

 “놀랍게도 아무렇지 않으시더군.”

 

 “..정말인가?”

 

 “다 받아들이셨어. 담담하게도. 모든 걸 이해한다는 것처럼.”

 

 “....”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지? 내가 무슨 짓을 한 줄 알고 나를 용서하는 거지?”

 

 

 

 

 

 그녀는 이제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손가락으로 제 머리칼을 헤집어 놓으며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런 지원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어진 역시 매 순간 유검과 같이 다니며 놀라움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그런 분이잖아.”

 

 

 

 

 

 

 어진은 지원의 어깨를 위로의 손길로 두드렸다. 유검이 옥 안에 갇혀 있는 동안, 남아있는 둘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위로는 이런 것뿐이었다.

 

 

 

 

 

 

 “왕자님께 반드시 살아계시라고 말했네.”

 

 “나 역시 무유병을 치료했던 마을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렸어.”

 

 “다들 모이겠다고 했나?”

 

 “당연한 것처럼, 자신의 일처럼 나서주었어.”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유검을 만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서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혹시나 사람들이 겁이 더 많아서, 나서주지 않을까봐 걱정도 함께였다.

 

 

 

 

 어진의 말을 듣고 지원은 다시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니까. 후회는 나중에 몰아서 해야했다.

 

 

 

 

 지원은 머릿속에 남아있는 유검의 잔상을 떨쳐버리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창석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건 싫어하지만, 남의 허점을 드러내는 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면 분명히 대낮에 거리 한복판에서 유검을 끌고 올 것이다.

 

 

 

 

 벽보도 붙이고, 동네방네 떠들썩하게. 그리하여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겠지.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원은 서둘러 어진에게 말했다.

 

 

 

 

 

 “해가 뜨자마자 도성 근처, 저잣거리, 장터 등 어디든 샅샅이 뒤져서 위치를 먼저 알아야해. 그리고 나서 마을 사람들을 그리로 모으게.”

 

 

 

 

 다시 정신이 돌아온 듯한 지원의 단호한 목소리에 어진은 조금은 안심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원은 그 순간 작게나마 그의 마음이 고맙게 느껴졌다.

 

 

 

 어느 새 날이 밝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마지막화 2019 / 11 / 9 287 0 3349   
20 20화 2019 / 11 / 9 303 0 4395   
19 19화 2019 / 11 / 9 278 0 6778   
18 18화 2019 / 11 / 9 272 0 4646   
17 17화 2019 / 11 / 9 278 0 4671   
16 16화 2019 / 11 / 9 307 0 5921   
15 15화 2019 / 11 / 9 265 0 3388   
14 14화 2019 / 11 / 9 267 0 3373   
13 13화 2019 / 11 / 9 274 0 3241   
12 12화 2019 / 11 / 9 272 0 5594   
11 11화 2019 / 11 / 9 280 0 3742   
10 10화 2019 / 11 / 9 274 0 5184   
9 9화 2019 / 11 / 9 277 0 4841   
8 8화 2019 / 11 / 9 269 0 4995   
7 7화 2019 / 11 / 9 280 0 5131   
6 6화 2019 / 11 / 9 284 0 4608   
5 5화 2019 / 11 / 9 293 0 5505   
4 4화 2019 / 11 / 9 272 0 5396   
3 3화 2019 / 11 / 9 292 0 5946   
2 2화 2019 / 11 / 9 282 0 6796   
1 1화 2019 / 11 / 9 444 0 401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퇴근하셨나요?
후이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