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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안아주세요
작가 : 후이라
작품등록일 : 2019.11.4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랑없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치유자 이유검. 나라에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하여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 단 하나의 희망인 그가 스스로 세상 속에 걸어갔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사람이 있다. 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죽고 싶어하는 혹은 죽이고 싶어하는 호위무녀 김지원. 그녀의 임무는 단지 왕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18화
작성일 : 19-11-09 15:42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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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어디로 가시우?”

 

 “…이 땅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가는 배가 얼마요?”

 

 

 

 

 

 

 목적지 대신 값을 말했다.

 

 

 

 이상한 사람을 보듯 뱃사공은 멀뚱히 지원을 쳐다봤다. 묵직한 주머니를 내밀자 수긍하는 듯 지원의 짐을 배로 실었지만.

 

 

 

 지원은 오랜만에 꺼낸 단검을 닦았다. 밤이 되어 어두웠지만 그 덕에 마음은 한결 차분해졌다.

 

 

 

 

 떠나면 당분간은 오지 말자.

 

 

 

 

 “그나저나 그 소문 들었소?”

 

 “…”

 

 “그 뭐라더라 밤중에 누가 수레를 타고 끌려갔다던데.”

 

 

 

 

 

 눈길도 주지 않는 지원에게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해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원은 수다스런 말을 외면하는 것에 익숙해진 탓에 제 할 일을 했다. 그것도 누구 덕분인지 떠올리자니 유검이 퍼뜩 떠오른 탓에 기분이 무거워졌다.

 

 “그 있잖소. 한 해 내내 벽보에 붙은 그 왕자.”

 

 “…?”

 

 

 

 

 

 지원의 손이 멈췄다. 방금 전 유검 생각을 한 걸 들킨 것 마냥 놀란 그녀였다.

 

 

 그녀는 단검을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뱃사공에게 다가갔다. 그는 줄을 돛 주변에 감으며 중얼대다가 순식간에 다가온 지원의 손길에 힘없이 멱살을 잡혀벼렸다.

 

 

 

 

 “아, 아니. 이보시오!! 이게 갑자기 뭔!!!”

 

 “…뭐라 했소, 방금?”

 

 “아니, 이 여자가, 뭐, 뭐요?!?!”

 

 “벽보에 붙은 누구라고?”

 

 

 

 

 곧 죽일 것처럼 목을 죄어오자 뱃사공은 목덜미를 잡은 지원의 손을 마구 쳐냈다. 그러나 전혀 소용이 없고, 꼼짝하지 않았다. 어쩐지 그 손은 부들부들 떨리면서도, 굉장한 힘으로 곧 옷이 찢어질 것 같이 붙잡았다. 죄이는 옷깃 사이로 뱃사공이 겨우 목구멍을 열어 말했다.

 

 

 

 

 

 “왕자 말이오, 왕자!!! 그 무유병을 이 땅에 퍼트린 왕자가 돌아와서 간밤에 잡혀갔다는 소문이 있소!!! 어우, 이것 좀 놓으시오!!”

 

 

 

 

 그 말을 듣자 지원의 손에 힘이 풀렸다. 뱃사공은 기침을 내뱉으며 겨우 숨을 몰아쉬었다. 죽을 뻔 했네. 목덜미를 매만지는데, 갑자기 봇짐이 뱃사공 눈앞으로 날아왔다.

 

 놀란 뱃사공이 뒤를 쳐다 보자 지원이 메고 있던 봇짐을 마저 배에 던져버린 뒤였다.

 

 

 

 

 

 “왜 갑자기 짐을 던지고 그러슈?”

 

 “여기서 기다리시오.”

 

 “뭐요?”

 

 “내 금방 돌아 올 테니.”

 

 

 

 

 남자가 뭐라고 할 새도 없었다. 지원은 말을 마치자마자 순식간에 부두로부터 멀리 떨어져 달려갔다. 그 빠른 속도에 감탄하다가, 남자는 생각했다. 굉장히 이상한 여자군.

 

 

 

 그렇게 누구 하나 죽일 것처럼 멱살을 잡더니, 왕자라는 말을 듣고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하는 지원의 얼굴이, 전후사정을 알지 못하는 뱃사공의 눈에는 그저 이상하게만 보였기 때문이다.

 

 

 

 

 

 

 #

 

 

 

 

 

 부두로부터 벗어난 지원은 곧바로 창석의 저택을 향해 달렸다. 거리는 꽤나 멀었지만, 배를 타고 떠나기 직전이어서 타고 있던 말도 팔아넘긴 후였다.

 

 

 

 달려오는 내내 지원은 그제야 창석의 느슨한 태도가 이해되었다. 처음으로 제 자신이 미련하게 느껴졌다.

 

 

 

 

 어쩐지 창석이 자신에 대한 감시가 너무 약해졌다 싶었는데, 그는 이미 알고 있었구나. 왕자의 위치를.

 

 

 

 어떻게든 얻어내야 무언가를 놓아주는 그가, 왕자를 손에 넣었으니 그녀를 놓아주었던 것인데. 그러나 그 사실을 지원은 이제야 깨달았다. 후회스러웠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지원은 숨을 헐떡이며 창석의 집에 도달했다. 근처에는 낯선 그림자가 서성이고 있었다.

 

 

 

 

 낯설었던 이유는 저택과 어울리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낯설지만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원은 그림자로 가까이 다가갔다.

 

 

 

 

 

 

 “이어진...?”

 

 

 

 

 

 

 이름을 부르자 그림자가 휙 돌아섰다. 어진은 어깨를 천으로 어설프게 칭칭 감은 채였다. 어진은 어둠 속에서 눈을 찌푸리다가 지원을 알아본 건지, 천천히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오자 달빛에 그의 모습이 조금은 선명히 드러났다. 어진의 의복은 핏자국이 말라붙은 채 이리저리 헤어져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는 지원과 가까워지자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분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칼이 왕자님을 향하면 ... 가만 안 둔다고 말 했었나?”

 

 

 

 

 

 멱살을 잡은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런 어진을 지원은 제지하지 않았다. 그저 날이 선 눈빛을 받아냈다. 지금은 그를 맞서는 것보다, 유검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는 게 중요했다.

 

 

 

 지원은 최대한 차분하게 어진에게 물었다.

 

 

 

 

 “왕자님은 어디 계시는지 알고 있나?”

 

 “내가 그때 당신이 늦게 오는 것이 수상했는데 …아니, 혼자 새벽부터 떠날 때도 이상했는데..”

 

 “여기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대체 왜…아무 잘못도 없는 왕자님이 잡혀 가냔 말이다...”

 

 

 

 

 지원과 어진의 말은 전혀 서로에게 닿지 않았다. 제 할 말만 늘어놓는 상황에 지원은 입을 다물었다.

 

 

 

 섬에서 살다가 이런 험한 꼴은 처음인지 어진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할 수 없이 지원은 제 멱살을 쥔 어진의 손을 떨쳐내고, 검을 꺼냈다.

 

 

 

 

 

 “계속 넋 나간 채로 쓸모없는 말만 내뱉으면, 먼저 저 세상으로 가도록 도와주겠네.”

 

 “뭐?”

 

 “마지막으로 왕자님을 어디에서 봤나.”

 

 

 

 

 

 목에 칼이 들어오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어진의 눈빛 역시 다시금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그러고는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네 아버지인가 하는 사람이, 네가 알려줬다며 우리가 머물던 곳에 왔었다.”

 

 “내가 알려줬다고?”

 

 “그래, 당신이.”

 

 

 

 

 알려준 적은 없었으나, 그녀 덕분에 위치를 알게 된 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창석의 비열한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지원은 어울리지 않게 변명했다.

 

 

 

 

 “믿지 않겠지만, 난 말한 적이 없어.”

 

 “….”

 

 

 

 

 

 어진은 그 말에 그녀를 노려봤다. 믿고 싶지 않았고, 믿지도 않지만 지원의 눈빛은 정직해보였다. 그러니까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제 체면 지키자고 거짓말을 늘어놓을 것 같진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런 믿음이 지원에게 간다는 것이, 이상하겠지만 지금은 누가 거짓말을 했느냐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신은 그 말을 듣고 날 찾으려고 여기 온 것이군.”

 

 “....나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지원과 어진은 잠시 침묵했다. 주위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지원은 생각했다. 만약 유검과 같은 사람이 끌려와서 창석의 집에 갇혀 있다면, 아마도 어떠한 인기척이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원이 도착한 내내 이곳은 조용했다.

 

 

 

 

 

 “자네 이곳에 언제 도착했었지?”

 

 “별로 되지 않았어. 아마도 한 시진 정도 지난 것 같아.”

 

 “다른 낌새는 느끼지 못했나?”

 

 “무엇을 물어보려고 하는지 알겠는데, 왕자님은 여기 안 계시네.”

 

 “뭐?”

 

 “이미 살펴보았고, 난 자네를 기다렸을 뿐이니까.”

 

 

 

 

 다시 말이 없어졌다.

 

 

 

 

 그의 말대로 아마 여기엔 유검이 없는 게 분명했다. 있었다 하더라도, 창석은 그를 자신의 집에 오래 두지 않을 것 같았다. 아마도 최종 목적지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겠지.

 

 

 그토록 바래왔던 것처럼, 유검을 죄인처럼 끌고, 궁을 향해서 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궁으로 가야했다. 어떻게 들어가야 하지.

 

 

 

 

 지원은 생각에 잠겼다. 왕자의 호위무사 신분일 때는 출입에 전혀 불편함이 없던 궁이 새삼 철옹성과 같이 느껴졌다.

 

 

 

 그를 구출해낼 방법이 있을까. 지원은 자기도 모르게 벌써 유검을 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에 빠져 어진이 곁에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진은 입을 열었다.

 

 

 

 지원은 지금 어진처럼, 아니 누구보다도 유검을 구출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보였다. 그녀가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했으니까.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서, 대체 왜.

 

 

 

 “왜 떠난 건가.”

 

 “..그게 왜 갑자기 궁금하지.”

 

 “이렇게 부리나케 돌아올 거면, 그냥 곁에서 지키지 그랬어.”

 

 “….”

 

 “왕자님은 자네가 많이 힘들었나 싶어서 걱정하던데.”

 

 

 

 

 

 끝까지 혼자 사람 좋은 척은 다 하네. 지원은 자기가 떠난 이유가 유검 자신 때문인가 걱정했을 그를 떠올리니 헛웃음이 났다. 어이가 없는 웃음이었지만, 그래도 썩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건 이유가 되지 않았다. 유검의 곁에 있는 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이유가 되지 못했다. 그것보다는 스스로 만든 이유였다.

 

 

 

 

 

 “것보다는 피 냄새가 역겨워졌거든.”

 

 “뭐? 그런 사람이 이렇게 칼을 겨눠?”

 

 

 

 

 

 어진의 지적에 지원은 천천히 칼을 내려 넣었다. 그러자 잔뜩 긴장하고 서 있던 어진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목적은 같아 보이니, 어서 가세.”

 

 “어디를?”

 

 “왕자님이 어디 계신지 알고 있지 않나.”

 

 “…자네는 어떻게 알았나?”

 

 “나는 오는 길에 소문을 들었네. 혼자 갈 수가 없으니 자네를 찾아 온 거고.”

 

 

 

 지원은 그가 벌써 알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지원은 잔뜩 긴장하며 온 몸에 쥐고 있던 힘을 풀었다.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건, 이토록 다행이기도 했다.

 

 

 

 이런 지원의 마음과는 다르게 말은 거칠게 나갔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아예 멍청이는 아니었네.”

 

 “뭐라고?”

 

 

 아니, 이 여자가. 발끈 하려던 어진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둘 뿐으로, 그것은 지원이었고, 어진이었다.

 

 

 

 

 서로를 싫어하던 둘이 서로를 믿어야하는 상황에서 생겨난 유대감은 그들에게 묘한 위로를 주었다.

 

 

 

 

 

 지원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했다. 호위무사로 들어갈 때와 침입자로 궁에 들어갈 때는 전혀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제 창석은 자신이 필요 없어진 단계에 접어들었고, 독단적인 계획을 진행 중이었다.

 

 

 지원은 섬으로 떠나있었기 때문에 왕권을 차지하기 위한 계획이 어떻게 만들어져왔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했다.

 

 

 

 이제 지원이 맞설 사람은 왕도, 유검도 아닌 창석이 되는 것이다.

 

 

 

 지원은 주먹을 굳게 쥐었다. 그럼에도 창석을 보는 것은 떨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검의 얼굴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그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할지가 잠깐 막막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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