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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안아주세요
작가 : 후이라
작품등록일 : 2019.11.4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랑없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치유자 이유검. 나라에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하여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 단 하나의 희망인 그가 스스로 세상 속에 걸어갔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사람이 있다. 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죽고 싶어하는 혹은 죽이고 싶어하는 호위무녀 김지원. 그녀의 임무는 단지 왕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17화
작성일 : 19-11-09 15:42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4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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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유검은 함거 안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저잣거리에 나올 때면, 항상 얼굴을 가린 채, 고양이마냥 발소리도 내지 못하고 걷던 때와는 달랐다. 탁 트인 곳 함거 안에서 제법 편하게 앉아 백성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필 수 있었다. 오히려 그런 점은 좋았다.

 

 

 

 

 그러나 백성들은 그러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저 사람이 왕자라고?”

 

 “워메, 얼굴이 고생 한 번 하지 않아 곱기도 겁나게 곱구만.”

 

 

 

 

 

 왕자가 처음으로 진짜 모습을 드러내자, 첫 반응은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그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들. 하얗다 못해 맑고 정갈한 이목구비와 검게 빛나는 머리와 눈썹. 신성함을 드러내는 듯한 강한 눈빛까지. 지원도 놀랐던 유검의 그림 같은 고운 외모에 사람들은 입을 벌렸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건 그런 외모를 가진 유검을 향한 질타였다.

 

 

 

 

 “쯧즈, 저런 얼굴을 가지고 백성들의 목숨을 빼앗아 갔구만.”

 

 “누가 아니래. 귀신도 홀릴 외모네.”

 

 

 

 

 

 그 잘난 외모는 결국 무유병의 원인이 되었고, 이유가 되어버렸다. 백성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왕자는 무유병이 발병하기 전 이라면 선망의 대상이었겠지만, 이제는 모든 악의 근원이었다.

 

 

 

 백성들은 수레를 타고 성문으로 가는 유검을 내내 따라다니며 수군거렸다. 유검은 그 모습을 보며, 지원과 처음으로 함께 도성 밖으로 나오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 자신을 향해 도끼를 던지던, 딸을 무유병으로 잃었던 어미의 마음이, 지금의 백성들과 같았던 것일까.

 

 

 

 

 

 ‘네 놈 때문에 내 딸이 죽었어. 네놈이 진작 대신 죽었어야 했는데!!!’

 

 

 

 

 악에 바친 고함 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 했다. 유검은 눈을 질끈 감았다. 백성들의 마음이 그녀와 같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아직까지 무유병인지도 모르고, 스스로를 죽어가는 사람들, 혹은 서로를 죽이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이렇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것도 마음이 아팠다.

 

 

 그때 한 사람이 수레로 달려들었다. 그는 아마도 어떤 이의 아버지였을 중년의 사내였다.

 

 

 

 

 “당신이 죽였소, 내 자식을...!!! 살려내, 살려내란 말이요!!!!!”

 

 

 

 

 함거의 창살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 사람은 유검의 멱살을 잡고 뒤흔들고, 목을 죄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거칠게 수레를 흔들어댔다. 금방이라도 바퀴가 빠질 것 같았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함거 안에서 유검은 눈앞의 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는 남자의 원망을, 그 손길을 피하지 않았고, 그 사람의 눈물을 쳐다보며 같이 울었다.

 

 

 그는 여전히 마음이 아팠기 때문에, 손을 뻗어서 어떻게든 그 눈물을 닦아주려고 했다. 그러나 유검의 모습을 지켜보던 창석은 병사에게 눈짓을 하여 달려든 남자를 제지시켰다.

 

 

 

 

 

 “이거 놓으시오!!!! 저 놈 때문에 내 자식이 죽었소!!! 당장 저 놈의 목을 치시오!!!!! 그럼 내 아들이 살아날지도 모르니...”

 

 

 

 

 

 이름 모를 아들의 아버지는 거의 기절할 것처럼 뒤로 주저앉더니, 계속해서 울부짖었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눈물이기에, 그래서 이제는 꽤나 많이 무유병으로부터 해방이 되었다고 여겼다.

 

 

 

 

 그러나 자식을 잃은 부모의 모습 앞에서 유검은 잊고 있었던 수많은 눈물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같이 눈물을 흘렸다. 유검은 당장이라도 이 함거를 부러뜨리고 나가서 그를 끌어안아주고 싶었다.

 

 

 

 

 창석은 이 광경을 보며 묘한 승리감에 젖어있었다. 울며불며 고함을 지르는 백성과 그 앞에서 무기력하게 눈물을 쏟는 어린 왕자의 모습이라니. 정문으로 행차를 하는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게다가 가는 내내 해가 뜨면서 주위가 밝아지자, 사람들은 저절로 모여들었다.

 

 

 

 

 한동안 조용했던 거리에 수많은 병사들이 걸어가고, 또 한동안 보지 못했던 죄수를 이송하는 함거까지 등장하니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게 개미 한 마리를 보기 어려웠던 저잣거리가 이토록 사람이 가득 찬 건 실로 간만이었다. 단연코 세상을 뒤흔드는 가장 최고의 방법은 소문이었고, 사람들의 말이었다.

 

 

 그것이 왕자의 장난 같은 치료보다 더 힘이 있다고 믿는 창석이었다.

 

 

 

 

 성문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온갖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심지어는 돌이나 모레, 그 어떤 것이든 손에 잡히는 대로 함거를 향해, 왕자를 향해 던지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렇게 날아오는 흙도, 모레도, 그 어떤 것도 피하지 않은 유검은 몸도 마음도 너덜해진 듯 했다.

 

 

 

 

 

 

 “왕자님을 반겨주는 백성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창석은 유검을 향해 들릴 듯 말 듯한 비꼬는 말을 던졌다. 그러나 유검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듯, 이제는 체념한 듯 가만히 앉아서 그저 멍하니 백성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성문이 완전히 닫히고 나서야 주위가 겨우 잠잠해졌다. 창석은 말에서 내려서 자신에게도 쏟아진 돌과 흙을 털어내며 유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한동안 숙여져 있던 고개를 들어 그는 창석을 쳐다봤다.

 

 

 

 눈물이 가득 맺힌 유검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항상 놀라운 점이었다. 그러나 감정을 감춘 채, 창석은 그를 향해 말했다.

 

 

 

 

 “돌아오신 기분이 어떠십니까.”

 

 “나는 어찌해도 좋습니다.”

 

 

 

 

 

 울고, 웃고, 모든 것을 다 표현함에도 불구하고, 유검의 감정은 격하지 않았다. 그 모든 감정 앞에서 단 한 번도 흔들리는 법도, 떠는 법도 없었다.

 

 

 

 그저 올곧게 모든 감정을 나타냈다. 오히려 그런 점이 그를 강인하게 보이도록 했고, 그 강인함으로 인해 사람들은 그가 선한 사람임에도, 쉽게 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원님은 가만 두어주세요.”

 

 “제가 어떻게 여식을 함부로 대하겠습니까, 왕자님.”

 

 “지원님이 당신 때문에 나에게 온 것을 알고 있습니다.”

 

 “….”

 

 

 

 

 

 창석의 눈이 커졌다. 세상 물정을 아예 모르는 이는 아니구나 싶었다. 유검은 이어 말했다.

 

 

 “상처가 많은 사람입니다. 예언대로 제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니 거기까지만 하시죠.”

 

 “...선지자는 왕자님께서 하셔야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유검의 차마 흘러내리지 못하고 눈에 가득 고였던 눈물이 볼을 타고 한 방울 흘러내렸다. 창석은 손짓했다. 병사들은 유검이 탄 수레를 끌고 갔다.

 

 

 

 

 

 그렇게 창석은 어전회의가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편전에는 중신들이 창석의 자리를 비워두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창석이 들어서자 장터마냥 북적대던 내부가 일순간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의 뒤로 보이는 수레로 인해 장내는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재헌은 숨을 멈추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수레에 탄 유검의 얼굴이, 온통 흙투성이에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왕자의 모습이 보였다. 재헌은 올곧게 앉아서는 눈을 감고 있는 그를 향해 달려갔다.

 

 

 

 

 “유검아..!!!!”

 

 

 

 

 

 재헌이 달려오자 곧바로 창석의 병사들이 제지했다. 재헌은 불같이 소리쳤다.

 

 

 

 

 

 “무엄하도다!!! 당장 왕자를 풀어 주어라!!!!”

 

 

 

 

 

 

 그러나 병사들은 꼼짝하지 않았다. 창석은 창틀을 잡고 서 있는 재헌에게 다가갔다. 유검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폐하, 어찌 대역 죄인이 돌아오는데 그리도 반기시는 겁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창석은 더욱 뻔뻔스러운 눈빛으로 재헌을 가리고 섰다. 창석의 등 뒤로 유검의 모습이 감춰지자 그제야 재헌은 그를 쳐다보았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가. 왕자를 보자마자 재헌은 원래의 그 위엄 가득한 얼굴로 돌아와 창석을 맞서고 있었다.

 

 

 

 

 “폐하, 그저 백성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왕자가 돌아온 것에

 

 너무 당연하게 여기시기에 소인 의아했을 뿐이옵니다.”

 

 

 

 어깨를 으쓱하며, 뭘 그런 것을 굳이 말로 설명해야하냐는 듯한 태도였다. 재헌은 속에서부터 열이 나는 듯 했다. 겨우 분을 눌러내린 채, 말을 씹어뱉듯 내뱉었다.

 

 

 

 

 “…당장 함거 문을 열어라.”

 

 

 

 

 왕의 명령과 창석의 제지 사이에서 난감한 건 병사들이었다. 더불어 두 사람의 대치 속에 흐르는 긴장감에는 숨만 겨우 쉬며 눈알을 굴리는 중신들도 있었다.

 

 

 

 “그럴 수는 없지요.”

 

 “…네 놈이 무슨 계략으로, 누굴 속이려 드는 것이냐.”

 

 

 

 

 

 창석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나 그의 그런 당당함은 근거가 있었다.

 

 

 이제 대부분의 중신들은 재헌을 향해 적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모두 창석이 그동안 깔아놓은 밑밥들을 덥석 물었던 자들이, 그의 계획대로 왕을 향한 불신과, 나라를 위한 이상한 정의감으로 왕권에 의구심을 쏟아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중신들의 의구심과, 그들의 잘못된 충성을 바탕으로, 또한 백성들의 원성을 근거로 하여, 창석은 법을 바꾸어놓았다. 이 나라 재앙의 근원이 된 자가 왕권을 계속 잡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법은 바로 재앙을 끝내기 위해 왕자를 찾아오면, 찾은 자가 왕이 되는 것이었다.

 

 

 “폐하께서도 왕자를 잡아오는 자가 처형을 진행하고, 왕권을 내주시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말을 듣자 재헌은 잠시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왕자가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오지 않기를 원했다. 이 소문을 어떻게든 왕자가 듣는다면, 유검도 더 멀리 도망가고, 궁으로는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 착각했다.

 

 

 

 그러나 그건 한낱 인간의 계획과 소원일 뿐이었다. 예언이 유검에게 의도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래도 부모 자식 간에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는 해야 하니, 비켜주게.”

 

 

 

 수그러든 재헌의 태도에 창석은 천천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러자 재헌은 눈앞에 드러난 유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까지 감고 있던 눈꺼풀을 들어 올린 유검은 아버지를 향해 살짝 웃었다. 방긋 떠오른 미소 위로 6살이었던 유검의 모습이 겹쳐졌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이지, 너에게.’

 

 

 

 재헌은 그의 볼 위에 살짝 손을 대어보았다. 볼은 차가웠고, 눈물은 따뜻했다. 여전히 자기 앞에서 어른처럼 웃어 보이려는 아들이 그저 안쓰러웠다.

 

 

 

 왜 그런 운명을 갖고 태어났어야만 했는지, 누구를 원망해야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재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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