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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안아주세요
작가 : 후이라
작품등록일 : 2019.11.4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랑없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치유자 이유검. 나라에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하여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 단 하나의 희망인 그가 스스로 세상 속에 걸어갔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사람이 있다. 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죽고 싶어하는 혹은 죽이고 싶어하는 호위무녀 김지원. 그녀의 임무는 단지 왕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15화
작성일 : 19-11-09 15:41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3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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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어진과 유검이 살갑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 지원은 예전의 그녀처럼 말없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육지에 도착하자마자 해야할 일이 있었다.

 

 

 

 바로 육지를 떠나기 전부터 품어왔던 창석의 명령, 돌아오면 곧바로 내게 알려라는 그 말을 따르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찾아간 창석의 저택은 전보다 더 크고, 웅장했으며, 몇 배는 많은 병력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지나치게 화려한 것이 오히려 유검이 머물던 궁보다 더한 듯 했다.

 

 

 한바탕 전쟁이 휩쓸고 간 것처럼 엉망진창의 백성들의 터전과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지원은 이 풍경을 만약 유검이 보았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렇게 지원은 턱 끝이 뾰족하게 야윈 모습으로 창석 앞에 나타났다. 지원의 외모는 수척해졌고 날카로워졌으나 눈빛은 어딘가 힘이 빠진 느낌이었다. 창석은 그걸 눈치 챘다.

 

 

 

 

 

 

 ‘그래.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구나.’

 

 ‘아닙니다.’

 

 ‘…오랜만에 땅에 오니 어지럽지는 않던?’

 

 ‘괜찮습니다, 아버지.’

 

 

 

 

 

 

 지원은 창석의 눈을 쳐다보는 듯 했으나 정확히는 미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창석은 찻잔에서 입을 대지 않던 지원에게 차를 권했다.

 

 

 

 

 ‘왕자님은 어디에 모시고 있나?’

 

 ‘…그렇지 않아도 그것에 대해 논의 드리려고 했습니다.’

 

 

 

 

 지원이 차를 들었다.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이었다. 마시기보다 겨우 입술을 적실만큼만 잔을 기울이고는 내려놓았다. 창석은 눈썹을 들어 올려 지원을 자세히 쳐다봤다.

 

 

 

 

 ‘꼬리가 붙었습니다.’

 

 ‘너 답지 않구나, 딸아.’

 

 ‘저도 따로 머물게 되어, 알게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다.’

 

 

 

 

 

 숨기고 있었다. 이렇게 티가 나도록. 지원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창석은 그녀가 나가자마자 곧바로 자객을 보내었다.

 

 

 

 시간이 흐른 뒤, 자객은 돌아와 창석에게 보고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자신의 예상이 빗나가길 바랬다.

 

 

 

 

 

 ‘대감님이 말씀하신 얼굴이 확실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왕자님, 이라고 부르더군요.’

 

 

 

 

 확인 사살을 한 뒤 창석은 잠깐 머리를 매만졌다. 이렇게 지원을 보내버리기엔 아까웠다. 자신이 거둬 키운 만큼 몫을 해주길 원했는데.

 

 

 

 

 

 ‘그래도 수확은 있군. 왕자의 거처도 알아냈고, 딸년의 실력이 예전만큼 못하다는 사실도 알아냈고.’

 

 

 

 

 

 

 뒤에 따라붙은 미행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둔해지다니. 고작 몇 달 왕자와 붙어 다녔다고 지원의 실력이 이리도 무감해지니 창석은 지원에게 서운할 지경이었다.

 

 

 

 

 머리를 매만지던 손이 턱 끝 수염으로 향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한 시름 놓았다고 생각했다. 지원 덕분에 변화의 불씨를 빨리 당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화창한 아침이었다.

 

 

 

 

 섬에 머물 때는 바다가 가까운 지역의 특성한 한동안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어 보기 힘든 햇빛이었다. 오랜만에 눈이 부시게 빛나는 하늘을 보며 유검은 푹 잠에 들었다 깨어날 때 느낄 수 있는, 개운함을 느꼈다.

 

 

 

 

 지난밤의 결심대로 아침부터 부지런히 마을을 돌아다닐 작정이었다. 유검은 긴 팔과 다리를 쭉 뻗어내며 눈을 감고 있을 어진과 지원의 얼굴을 보러 방에서 나갔다.

 

 

 

 하나 있는 방을 내주고 마루에서 잠들었을 생각을 하니 맘이 좋지 않았다. 내일부터는 다 같이 방에서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왕자님, 일어나셨습니까.”

 

 

 

 

 

 유검의 기대와 달리 어진 혼자 우두커니 앉아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말끔히 씻은 얼굴로 어디서 구해왔는지 세숫물을 담은 양동 그릇을 유검에게 내밀었다.

 

 

 

 그걸 본 유검은 왠지 머쓱한 기분에 작게 웃으며 손을 내밀어 받았다. 먼저 깨어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가만히 물을 묻혀 얼굴을 닦아내던 유검은 지원의 모습이 계속 보이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 챘다.

 

 

 

 

 

 “지원님은 벌써 아침 훈련이라도 하시고 계신가요?”

 

 “…그게.”

 

 

 

 

 어진이 곤란한 듯 콧등을 쓸었다. 유검은 순간 직감했다.

 

 

 “…떠나셨군요.”

 

 

 

 

 

 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검은 천천히 얼굴을 닦았다.

 

 

 

 

 말없이 찾아왔던 것처럼, 말없이 떠나갔구나.

 

 

 

 아예 짐작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동굴에서 어진을 만난 이후, 부쩍 말이 줄어들었고 어떤 일에도 나서는 법이 없었다. 그저 마음의 무언가 감춘 모습이었다.

 

 

 

 

 그래도 조금 더 보고 싶었는데. 꼭 안아주고 싶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에 급급해서 곁에 가장 가까웠던 지원을 놓쳐버린 기분이 들었다. 유검은 울적해졌다.

 

 

 

 

 “그래도 인사는 하면 좋았을 텐데. 많이 힘들었나보네요, 지원님이.”

 

 

 

 

 유검의 쓸쓸해진 목소리에 어진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저 지난밤의 일이 걸렸다.

 

 

 

 어제 웃던 모습이 정상이 아니었군. 빈틈없이 차갑던 지원이 헛웃음을 치는 게 눈에 띄는 일이라면 일이었다. 그것 외에는 다른 짐작 가는 것이 없었건만.

 

 

 

 소리도 없이, 소문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지원의 행동에 어진은 무엇보다 당황스러움이 컸다.

 

 

 

 

 그래도 속내를 알 수 없이 왕자님 곁에 있는 것 보단 나았지만, 쓸쓸해하는 유검을 보니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치료를 해야죠.”

 

 “제가 호위는 지원님보다는 못해도, 치료는 함께 하겠습니다.”

 

 

 

 

 무유병 환자를 안아줄 때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던 지원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진은 그보다는 괜찮은 조력자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럼요, 어진님. 든든합니다.”

 

 

 

 

 유검은 웃었다. 그의 입이 살짝 떨리는 듯 했지만 곧 멈추었다.

 

 

 

 

 

 

 

 

 #

 

 

 

 두 사람은 채비를 하고 마을로 갔다.

 

 

 

 

 처음 발견한 황폐해진 마을에는 사람들이 드물었으나 그래도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상인들과 농민들이 물건을 내다 팔고 있었고, 활기는 없었으나 차분한 생기가 느껴졌다.

 

 

 

 

 저잣거리 중앙을 벗어나 변두리에는 어김없이 시름시름 앓고 있는 사람들이나 아무렇게 묶어 놓은 사람들이 보였다. 유검과 어진은 주로 그 사람들을 찾아갔다.

 

 

 

 

 방법은 따로 없었다.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갈 뿐이었다. 그렇게 부둥켜안고, 눈이 원래대로 돌아오면 그들은 곧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바로 방법에 대해 알려줬다.

 

 

 

 

 

 “안아주세요. 살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는 안아야했다. 낭만적인 이 치료법은 효과가 좋았기에 섬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잘 따랐다. 그러나 유검의 정체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을을 한동안 돌아다니며 치료를 하면, 마지막 날에 유검과 어진이 있는 곳에 원을 그리고 모였다. 유검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그들에게 알려줬다.

 

 

 

 

 뻔한 이야기였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었다. 남보다 더 가지지 못해서, 어떻게든 더 가지려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느라 결국 죽게 되는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

 

 

 

 

 “못해도 좋으니, 없어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줘요. 다들.”

 

 “….”

 

 “그리고 조금 더 보태자면, 한 번만 안아주세요. 저 사람이 가진 것이 부러울 때, 가서 안아주기. 약조해주세요, 아셨죠?”

 

 

 

 

 유검의 이유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는 그 마음이 백성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렇게 유검이 돌아다닌 후에 백성들은 스스로 나서서 무유병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마치 유검은 그럴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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