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기타
안아주세요
작가 : 후이라
작품등록일 : 2019.11.4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랑없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치유자 이유검. 나라에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하여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 단 하나의 희망인 그가 스스로 세상 속에 걸어갔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사람이 있다. 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죽고 싶어하는 혹은 죽이고 싶어하는 호위무녀 김지원. 그녀의 임무는 단지 왕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14화
작성일 : 19-11-09 15:40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337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유검과 지원은 섬에 첫 발을 디뎠을 때와 같은 기분을, 육지에 돌아와서도 동일하게 느꼈다.

 

 

 

 불과 반년이라는 시간만 흘렀을 뿐인데, 폐허가 된 땅에서는 그 어떤 생명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떠나기 전에는 그래도 사람만 없을 뿐이지 장터의 길가나, 건물이 무너지진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허물어진 건물들과, 나뒹구는 물건들, 더러운 길가 등이 그 폐허의 심각성을 느끼게 했다.

 

 

 이에 유검과 지원은 말을 잃었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어진만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왕자님, 왜 그러시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네요.”

 

 

 

 

 유검은 설명 대신 무겁게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세 사람은 머물 거처를 찾아다녔다. 거리 곳곳에는 유검과 지원의 얼굴이 그려진 벽보가 붙어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에도, 지저분한 골목에도 벽보만은 흠 없이 깨끗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벽보 앞을 지나가는 얼굴을 가린 두 사람은 의심을 사기 충분했다.

 

 

 검게 그려진 제 얼굴 앞에서 유검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지만, 곧 다시 움직였다.

 

 

 그렇게 유검과 지원, 어진은 어쩔 수 없이 궁에서, 마을의, 장터의 중심에서 떨어진 변두리로 계속해서 빠져나가야했다.

 

 

 그러나 유검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문득 멈추더니 입을 열었다.

 

 

 

 

 “이렇게 숨는 건 원래의 의도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무유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사람들 속에 들어가는 것을 택했던 유검이었다. 소문을 듣던지, 벽보를 보던지 자신을 쫓아오는 사람들을 통해 많은 무유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벽보 앞에서 마음은 무거웠으나, 이렇게 마을과 떨어진 곳은 백성들이 찾아오기 힘들 거라 생각했다.

 

 

 

 

 “왕자님, 벽보를 보지 않으셨습니까. 우선 목숨을 아끼신 다음에, 오랫동안 치료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러나 어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일단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섬은 유검을 아는 자들이 적었기 때문에 목숨의 위협이 심하지 않았지만, 왕자임이 알려진, 게다가 누명을 쓴 상태라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유검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이제는 지원만이 아닌 어진이라는 식구가 늘었기에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일 동이 트자마자 거리에 나가야겠습니다.”

 

 “예, 왕자님. 잠만 이곳에서 주무시고 해가 뜨자마자, 바로 함께 가겠습니다.”

 

 

 

 

 

 망설임 없이 돕겠다고 나서주는 어진의 마음이 믿음직스럽고 또 고마웠다.

 

 

 그제서야 유검은 안심이 되는 듯 그를 보며 웃었다.

 

 저잣거리에서와는 다른 그 미소에 어진은 쑥스럽다는 듯 헛기침을 했다. 같은 남자임에도 왕자의 미소는, 이성과는 다른 의미로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어진은 괜히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김지원…아니, 지원님은 어디로 간 거죠?”

 

 

 

 

 

 

 어진이 유검과 대화를 나누며 주인 없는 집에서 가져온 이불을 정리하는 동안, 지원은 어느새 보이지 않고 없었다. 그러나 유검은 별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원님은 아마도, 아버지를 찾아뵈러 갔을 겁니다.”

 

 

 

 

 

 유검은 지원이 어떤 일을 하든지 상관없다는 말투였다. 말투 가득 베여있는 지원을 향한 믿음에, 어진은 문득 천막에서 봤던 것들이 떠올랐다.

 

 

 

 

 “…지원님의 아버지는 어떤 분이신가요?”

 

 “서창석 대감님의 수양딸이었거든요. 지원님을 호위무사로 키워주신 분이기도 하죠.”

 

 “그렇군요.”

 

 

 

 

 어진은 그녀가 손에 피를 묻힌 채, 피보다 더 비릿하게 웃어보이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했다. 그래서 말도 없이 사라진 지원이 수상했다. 유검을 이대로 혼자 두긴 걱정스러웠으나, 아직 깊은 밤이 아니기에 얼른 지원을 쫓아가고자 마음 먹었다.

 

 

 

 

 

 “왕자님, 주무십시오. 저는 주위를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그러세요, 어진님.”

 

 

 

 

 

 어진은 유검이 돌아눕는 것을 확인한 후 길을 나섰다. 지원을 믿을 수 없었다. 그 자가 당장이라도 왕자님의 거주지를 불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 온 낯선 땅에서 어진이 지원을 찾는 건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차라리 가만히 길목에서 기다리다가 지원을 만나면 결판을 짓는 것이 빠를 듯 했다.

 

 

 

 인적 드문 곳으로 온 탓에 겨우 달을 의지해서 걸어갈 수 있었다. 어진은 더듬거리며 가까스로 읍내로 통하는 길목에 다다랐다.

 

 

 

 

 

 그때 멀리서 지원이 보였다. 두 눈이 마치 어둠 속에 빛나는 부엉이처럼 반짝였다. 사람이 아무도 없어 보이지만 한시라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 과연 무사다웠다. 매일 가까이 지내다보니 저 자가 그저 그런 비겁한 사람인 줄 알았지만, 멀리서 보니 눈에 띄는 호위무사였다. 지원이 유검의 눈에 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어진이 잠깐 자신의 무기를 고쳐 쥔 사이 지원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여기서 뭐하는가?”

 

 “…??”

 

 

 

 

 

 잠깐 사이 지원이 없어져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데 등 뒤에서 지원이 어진의 어깨를 짚었다. 아까 경계를 하던 것이 아마 어진의 기척을 들은 모양이었다.

 

 

 

 

 다시금 평소처럼 어진의 눈에 보이던, 그의 생각에는 도통 여인 같지는 않은, 뺀질대는 듯한 태도로 돌아온 지원이었다. 소리도 없이 이렇게 와서는 뻔뻔하게 물어보는 것 좀 보소. 어진은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을 둘러댔다.

 

 

 

 

 “아, 잠시 보초를 서고 있었소.”

 

 “…왕자님을 두고 보초를 참 멀리도 서는군.”

 “뭐 경계해서 나쁠 건 없지 않나.”

 

 “…흠.”

 

 

 

 

 

 어진의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속을 리가 없었다. 지원은 가늘게 눈을 뜨며 어진의 콧등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방울을 흘겨보았다. 이런 애송이에게 의심을 받는 처지라니. 지원은 갑자기 한숨이 푹 나왔다.

 

 

 

 

 “그러는 자네는 어딜 다녀오는 거지?”

 

 “왕자님이 말 안 해주시던가?”

 

 

 

 

 한 번이라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뭐 저런 여자가 다 있나 싶어 어진은 마지못해 말을 했다.

 

 

 

 

 “…뭐 대충 듣긴 했네. 아버지를 만나러간다나.”

 

 “그럼 됐지 왜 물어보지?”

 

 “자네가 딴 맘을 먹고 왕자님 소문이라도 내고 다닐까봐 내 걱정이 돼서 말이지.”

 

 

 

 

 

 

 그러나 어진 역시 순순히 물러서는 사람은 아니었다. 바로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며 자신이 지원을 의심하고 있다는 걸 당당히 표현했다.

 

 

 지원은 오히려 어진의 그 숨김없는 솔직함이 나쁘지 않았는지 피식 웃어버렸다.

 

 

 

 

 

 “당신이 이렇게 돌아다니는 게 오히려 소문내기 딱 좋을 것 같은데.”

 

 “뭐?”

 

 “빨리 돌아가지. 당신이 그렇게나 눈물겹게 아끼는 왕자님 누가 훔쳐가겠네.”

 

 “거 참 여인네가 말을 해도.”

 

 

 

 

 

 참 거칠기 짝이 없군. 어진은 지원과 대화를 할 때 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를 보는 듯 했다. 대화를 끝내자마자 먼저 긴 다리를 휘적대며 걸어가는 지원이었다. 이번에도 어진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재빨리 따라갔다. 뭐 당분간은 의심하지 않아도 되겠네. 조금은 마음이 놓은 어진이었다.

 

 

 

 

 

 빛나는 달은 두 사람이 안전하게 왕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도왔다.

 

 

 그러나 드러내기에도 충분했다. 아무리 숨어든다 한들 이 땅은 이제 창석의 손 안에 있었다. 그들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정체 모를 눈빛의 주인은 곧장 은밀하게 창석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마지막화 2019 / 11 / 9 287 0 3349   
20 20화 2019 / 11 / 9 303 0 4395   
19 19화 2019 / 11 / 9 278 0 6778   
18 18화 2019 / 11 / 9 272 0 4646   
17 17화 2019 / 11 / 9 278 0 4671   
16 16화 2019 / 11 / 9 307 0 5921   
15 15화 2019 / 11 / 9 265 0 3388   
14 14화 2019 / 11 / 9 268 0 3373   
13 13화 2019 / 11 / 9 274 0 3241   
12 12화 2019 / 11 / 9 272 0 5594   
11 11화 2019 / 11 / 9 280 0 3742   
10 10화 2019 / 11 / 9 275 0 5184   
9 9화 2019 / 11 / 9 278 0 4841   
8 8화 2019 / 11 / 9 269 0 4995   
7 7화 2019 / 11 / 9 281 0 5131   
6 6화 2019 / 11 / 9 285 0 4608   
5 5화 2019 / 11 / 9 293 0 5505   
4 4화 2019 / 11 / 9 272 0 5396   
3 3화 2019 / 11 / 9 292 0 5946   
2 2화 2019 / 11 / 9 282 0 6796   
1 1화 2019 / 11 / 9 444 0 401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퇴근하셨나요?
후이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