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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안아주세요
작가 : 후이라
작품등록일 : 2019.11.4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랑없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치유자 이유검. 나라에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하여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 단 하나의 희망인 그가 스스로 세상 속에 걸어갔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사람이 있다. 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죽고 싶어하는 혹은 죽이고 싶어하는 호위무녀 김지원. 그녀의 임무는 단지 왕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13화
작성일 : 19-11-09 15:40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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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나기 전날, 모처럼 어진과 유검은 모두 일찍 잠이 들었고, 지원은 홀로 타들어가는 모닥불이 완전히 꺼질 때 까지 기다렸다.

 

 

 

 

 불씨가 사라지자 완벽한 어둠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홀로 된 그 어둠 속에서 지원은 생각했다.

 

 

 

 

 육지로 돌아가면, 창석을 만나야할 것이다. 반년 간 소식을 끊었으니 그동안 어떤 일들이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귀신같이 지원을 찾아낼 것이다. 미리 말하지 않아도 발을 내딛자마자 그 걸음 소리는 천리 길을 달려, 창석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지원은 적극적으로 치료를 돕지도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유검을 막지도 않았다.

 

 

 

 애매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가 고작 하는 일이라고는 밤마다 어슬렁거리며 그 옛날 새벽에 무유병 환자들의 목숨을 거두던 것처럼, 대신 거두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어진의 은근한 감시 속에 진행하기 귀찮아졌다. 그 감시는 힘들다기보다는 귀찮은 일이었다. 그 감시가 느슨해진 틈에 지원은 홀로 길을 나섰다.

 

 

 

 

 지원은 천천히 마을을 돌아봤다. 처음 왔을 때 보다는 이제 제법 사람 사는 곳 같았다. 피폐한 땅을 밟았을 때 당황하던 유검의 모습과 자신이 떠올랐다.

 

 

 

 

 봉두와 할머니가 처음 머물던 천막이 보였다. 이제 원래 살던 집으로 가족들이 옮겨갔기에 그곳은 비어 있었다. 그냥 지나쳐가려는데 소리가 들렸다. 동굴 속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했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지원은 확인하러 갔다.

 

 

 

 

 

 “…여기 숨어 있었네.”

 

 

 

 

 

 아니나 다를까 무유병 환자들이 숨어들어있었다. 두 명의 남자였는데, 서로 죽일 듯 달려들다가 지쳤는지 숨을 몰아쉬며 기절해있었다.

 

 

 

 천막 안이 소박하긴 했어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피 비린내가 진동했다. 두 사람은 금방 무덤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왕자는 어떻게 했을까.’

 

 

 

 

 

 

 유검은 분명 이들을 끌어안고 또 오지랖을 부리며 치료한다고 나서겠지. 지원은 검을 꺼냈다.

 

 

 

 

 ‘당신은 그럴지라도 나는 여전히 이런 사람이니까.’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칼을 깊숙이 그들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묵직하게 칼날이 스며들었다. 그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면 불쑥 떠오르던 피로 가득한 잔상이 잔잔히 가라앉았다. 눈앞의 죽음으로 예전의 죽음이 가시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었다. 오히려 과거의 피 냄새와 지금의 피 비린내가 섞여, 코 안으로 가득 찼다. 역겨움이 들이부어지는 듯 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두 남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거의 멈춰가던 숨소리마저 급히 줄어들었다. 유검을 만나기 전에 그랬듯이 심장을 겨눈 지원의 칼은 정확했다.

 

 

 

 

 

 그때 누군가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당신 이러는 거, 왕자님도 아시나?”

 

 

 

 

 

 어진이었다. 상념에 젖은 지원이 그를 알아채자마자, 그는 곧바로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었지만, 가슴에 칼이 꽂힌 채 누워있는 시체를 보며 어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잠깐 역겹게 느껴지던 피비린내에 아찔함을 느꼈던 지원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대꾸했다.

 

 

 

 

 

 “…보면 보르나. 무유병을 치료해 주는 중이지.”

 

 “뭐?”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무유병이 없어진다는 의미에서 같다고 생각 하는데. 자네 생각은?”

 

 

 

 

 

 지원은 말꼬리를 올리며 꽂혀있던 칼을 뽑았다. 뽑은 자리에서 피가 튀었다. 지원의 한 쪽 볼과 턱 끝에 피가 묻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어진을 똑바로 응시하며 피를 천천히 닦아냈다.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당당히 노려보는 지원의 기색에 어진은 질릴 듯 했다.

 

 

 

 

 

 “네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

 

 “사람을 살리는 왕자님 옆에 사람을 죽이는 호위무사라니….”

 

 “참 잘 어울리지?”

 

 

 

 

 

 이제 지원은 어진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고 섰다.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어진은 자신보다 눈높이가 아래에 있음에도 지원이 작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왜 당신 같은 살인자가 호위무사가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기세 하나는 인정하지. 그러나 그 칼이 왕자님을 향한다면....”

 

 “걱정 마. 내 임무는 왕자님을 죽이는 게 아니니. 잘해보시게.”

 

 

 

 

 

 

 눈앞에 서 있던 지원은 어진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그대로 밖으로 걸어갔다. 지원의 나간 발자국대로 핏방울이 떨어져 있었다.

 

 

 

 지원이 빠져나간 장소에는 피를 흐르며 단번에 죽어버린 두 남자와 어진이 서 있었다.

 

 

 

 

 

 #

 

 

 

 

 

 

 “중신들이 머무는 곳에 주로 두었겠지?”

 

 “예, 대감님. 집뿐 아니라 움직이는 행로를 파악하여 모두 주검을 잘 발견할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지원이 육지로 향하는 동안, 창석은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는 요즘 밤마다 시체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지원과의 만남 이후, 창석은 자신의 계획을 착실하게 진행 중이었다. 지원이 얼마나 유검을 잘 막아주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모든 건 자신의 계획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창석은 나라에 퍼지는 무유병에 대한 소문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계속했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입김이 센 중신들의 집 근처에 무유병 환자의 주검을 옮겨두었다.

 

 

 

 그들이 아침에 궁으로 오기 전 발견할 수 있도록. 발견해서 소스라치게 놀라고 왕을 압박하도록 말이다.

 

 

 그의 계획대로 중신들은 회의 때 마다 입을 열어 호소했다.

 

 

 

 

 “폐하, 이 나라 곳곳에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서 도망 간 왕자님을 찾아내어 하늘의 분노를 막으셔야합니다.”

 

 

 

 

 

 

 울부짖듯 소리치는 중신들의 목소리 사이에 재헌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유검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창석은 이 모습을 지켜보며 묘한 승리감을 느꼈다.

 

 

 

 

 창석은 거기에 더해 무유병 환자가 아닌 자여도 시체라면 무조건 사람들의 눈에 많이 띄는 곳에 두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시체를 발견해서 도망간 왕자를 원망하도록 했다.

 

 

 

 방법은 효과가 좋았다. 어전회의뿐만 아니라 이제 백성들은 궁 앞에 모여서 왕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도망간 왕자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달라고. 그래서 이 재앙을 막아달라고.

 

 

 

 “왕자를 찾아 처벌하라!!!”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 가버린 대역 죄인을 벌하여 주소서, 폐하!!!”

 

 

 

 그들의 눈에는 생기가 점점 사라져갔다. 그렇게 죽음이 진동하는 땅에서 백성들은 생명력을 잃어갔다. 사는 것 보다 죽지 않는 게 중요한 화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창석은 예상보다 이르게 새로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대감님, 지난 밤 부두에 못 보던 배가 정박을 했다고 합니다. 어떤 자인지 파악하진 못했으나 머무는 곳을 알아두었습니다.”

 

 “…알겠네. 위치가 확인되는 대로 나에게 알려주게.”

 

 

 

 

 

 

 드디어 돌아왔군. 창석은 자신의 계획이 완성되어감에 희열을 느꼈다. 나라의 주인이 바뀔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창석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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