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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안아주세요
작가 : 후이라
작품등록일 : 2019.11.4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랑없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치유자 이유검. 나라에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하여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 단 하나의 희망인 그가 스스로 세상 속에 걸어갔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사람이 있다. 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죽고 싶어하는 혹은 죽이고 싶어하는 호위무녀 김지원. 그녀의 임무는 단지 왕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11화
작성일 : 19-11-09 15:35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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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여버릴거야!!!!!!!”

 

 

 

 

 

 그는 손이 묶인 탓에 유검을 크게 해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마치 팔딱거리는 물고기를 막 낚아 올린 것처럼 몸부림쳤다. 유검이 그를 안고 있는 모습은 고래를 끌어안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끝날 거예요, 괜찮아요.”

 

 

 “죽여 버릴 것이다, 죽여야 해!!!!!”

 

 

 

 

 

 날뛰는 탓에 유검의 머리도, 옷도 흐트러졌다.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진은 자신을 묶어놨던 끈을 끊어버렸다. 시간의 흐름 속에 낡아진 탓이었다. 쇠고리에 연결되어 있었으나 끈을 붙잡는 데에는 전혀 소용이 없었다.

 

 

 

 자유를 얻은 어진의 손은 곧바로 유검의 목을 겨냥했다. 자신을 껴안고 있는 유검을 떼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는 유검의 목을 조르며 그의 얼굴을 긴 손톱으로 할퀴고, 뜯어먹을 것처럼, 산산조각을 낼 것처럼 달려들어 공격했다.

 

 

 

 옆에서 봉두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지원은 이제 굳어버린 정도가 아니라 얼어버렸다. 그를 보자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

 

 

 

 자신의 목을 조르기 위해 달려들던 아버지가 떠올랐고, 그를 막아 자신을 방 문 밖으로 던지듯 내쫓던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때, 유검은 천천히 어진의 귓가에 입을 대었다. 그러고는 침착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잘 버텨왔어요. 당신은 존귀한 존재에요….”

 

 “죽일 것이다!!!!!!”

 

 “죽지 말아요. 제발 살아만 있어요.”

 

 

 

 

 

 재헌의 말이 떠올랐다.

 

 

 피투성이라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 달라던 아비의 부탁.

 

 

 이제 그 말을 유검은 어진에게 해주었다. 제발, 죽지 말아요. 살아줘요. 당신이 살았으면 해요.

 

 

 

 

 피투성이라도 좋으니.

 

 

 

 

 

 엉엉 울면서 주저 앉아있던 봉두가 어진의 등 뒤로 달려왔다. 그리고 등 뒤에서 어진을 안았다. 그리고 같이 속삭였다.

 

 

 

 

 “형아, 죽으면 안 돼. 형, 내가 좋아해.”

 

 “헉…헉….”

 

 

 

 

 유검은 이제 단단하게 버티고 서서 봉두까지 끌어안았다. 어진이 숨을 몰아쉬며 주변에서 주워들은 돌덩어리를 서서히 내려놓았다. 천천히 몸부림이 잦아들었다.

 

 

 

 마치 작은 여우비가 내리듯, 눈이 소리 나지 않게 녹아내리듯, 조용하게 변화가 시작되었다.

 

 

 

 어진의 눈빛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유검을 공격하지 않았다. 봉두와 유검은 여전히 그를 끌어안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형아!!!”

 

 “봉두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어진은 제 품으로 파고드는 봉구를 안았다. 봉두는 형의 목에 매달려 울었다. 제정신이 돌아온 어진이 물었다. 그는 그제야 사람과 같이 보였다. 천 조각이 풀어지자 드러난 두 눈과, 전체적인 외모는 야성미가 넘쳤다.

 

 

 유검은 그제야 뒤로 털썩 주저앉아 바닥에 팔을 짚어 비스듬히 앉았다. 힘이 풀리는 듯 했다. 그는 앉아서도 두 형제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유검의 말에 어진이 그를 쳐다보았다. 거칠지만 부드럽게 깊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유검과는 정 반대였다. 섬에 사는 사람이라 그런지 검지만 단단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거친 외모와 달리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나리는 누구십니까?”

 

 

 

 거친 외모와 달리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그의 물음에 유검은 잠시 망설였다.

 

 

 

 

 “저는….”

 

 

 

 

 더 이어가려다가 그는 잠깐 말을 골랐다. 뭐라고 소개해야할까. 왕자라고 하기는 이제는 궁을 도망친 신세였다. 게다가 곧 쫓길 위험에 처했으니. 그렇다면..

 

 

 

 

 “일종의…어의입니다.”

 

 “난생 처음 보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한 일이 없어요. 그냥 안아주면 되는 것입니다. 마음을 가지고.”

 

 “예?”

 

 “봉두도 같이 어진님을 안아주었어요. 그랬더니 빠르게 회복되었잖아요?”

 

 

 

 

 어진은 유검의 특이한 호칭에 잠깐 갸우뚱 했다. 어의라고는 했지만 정갈한 외모에서 풍겨오는 고고한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의복은 특별한 종류는 아니었으나, 검은 머리와 눈썹과 대조를 이루는 푸른빛이 의복마저 빛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본인이 어의라는 걸. 어진은 그런 것에 크게 상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리, 그럼 저희 부모님도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안 그래도 유검은 지원 앞에 묶여 있던 나머지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중이었다. 그 사이 지원이 그들을 기절시켰는지 잠잠했다.

 

 

 

 그러나 칼날을 겨누고 있는 지원도 역시 잠잠했다. 정확히 말하면 여전히 굳은 채 서 있었다. 지원이 조금 신경 쓰였지만 유검에게 우선 치료가 먼저였기에 어진에게 물었다.

 

 

 

 “어진님과 봉두의 부모님이신가요?”

 

 “예, 나리.”

 

 

 

 갑자기 어진의 눈이 붉어졌다. 품에 안긴 봉두의 손등 위로 굵은 물방울이 후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진은 이를 악 물 듯 참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죽어야 마땅합니다, 나리. 유일하게 봉두와 할머니만 그 짐승 같은 병이 걸리지 않아서 부모님을 저리 모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치료가 끝나면 저는 제 발로 가서 벌을 받겠습니다.”

 

 

 

 

 부모의 팔과 다리를 손수 묶고, 눈을 가리고, 저렇게 마당의 개처럼 두기까지, 어진은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듯 그 과정이 끔찍했다. 유검은 어진이 스스로 남은 식구를 지키기 위해 가슴을 도려내듯 했을 일들의 무게가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다시 형제에게 다가가 유검은 그들을 품어주었다.

 

 

 

 

 “괜찮아요, 어진님. 부모님도…어진님이 이렇게 하시길 원했을 거에요. 봉두와 할머니를 지키시기를.”

 

 

 

 

 유검의 말은 명약과 같은 효능이 있었다. 그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마음이 녹아내리듯 괜찮아짐을 느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힘이 있는 유검의 포옹과 말, 그 안에 담긴 진심이 봉두와 어진의 가슴 속 깊은 곳의 생채기까지 어루만져주었다.

 

 

 

 “어진님, 저를 도와주시겠어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간단합니다. 제가 그분을 안아드리고 있으면, 함께 안아주세요. 이 방법이 통한다는 걸 오늘, 봉두 덕분에 알았어요.”

 

 

 

 유검은 어진의 품에 안겨있는 봉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칭찬을 받아 기분이 좋은지 봉두가 코를 훌쩍이면서도 쑥스럽게 웃었다.

 

 

 

 유검은 지원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아직도 굳은 것처럼 그들의 대화를 듣지도 못하고 칼을 들고 서 있었다. 지원은 애처로워 보였다. 그녀는 애써 과거의 기억을 내리누르고 있었다.

 

 

 

 유검은 지원의 굳어버린 손을 잡았다. 어찌나 세게 칼을 쥐었는지 하얗게 질려버린 손이었다. 새벽에 지원을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단단하지만 사정없이 떨리는 그녀의 손과, 그때의 모든 것이 생생했다.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요.”

 

 

 

 

 

 유검은 지원의 손에서 칼을 빼냈다. 유검의 따뜻한 손이 닿자 꽉 쥐었던 주먹이 힘없이 풀어졌다. 지원은 그제야 자신의 눈앞에 유검이 서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그를 쳐다봤다.

 

 

 

 

 몸 곳곳에 피가 나고 상처가 생기고, 머리는 산발에 옷은 찢어질 듯 너덜너덜해진 유검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오히려 씩씩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그에 반해 지원은 겉은 멀쩡했으나, 마음이 다 헤집어진 뒤였다.

 

 

 나는 이렇게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서, 그 죽음이 떠오를 때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어째서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하십니까.”

 

 

 

 

 지원은 쥐어짜듯 목소리를 냈다. 금방 꺼질 것처럼 목소리가 떨렸다. 울음기가 가득한 그 목소리에 유검이 도리어 놀라버렸다.

 

 

 

 

 “웃고 또 웃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그렇지 않아요.”

 

 

 

 

 유검은 지원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배에서 그랬던 것보다 훨씬 더 천천히. 그 모습은 유검이 어진을 안아줄 때, 봉두를 안아줄 때와는 사뭇 달랐다.

 

 

 

 당신이 내가 신경 쓰이듯, 나도 당신이 신경 쓰여요.

 

 그러나 지금은….

 

 

 

 

 “지원님은 여기 있어요.”

 

 

 

 

 

 유검은 말을 삼키고, 지원의 뒤에 있는, 무유병에 걸린 나머지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치료 방법도 모른 채 죽었을지도 모를 그들에게. 어진의 부모였을 그들이 다시금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그들을 묶었던 줄을 풀어내고 힘껏 안았다.

 

 

 지금 그에겐 그 일이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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