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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안아주세요
작가 : 후이라
작품등록일 : 2019.11.4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랑없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치유자 이유검. 나라에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하여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 단 하나의 희망인 그가 스스로 세상 속에 걸어갔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사람이 있다. 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죽고 싶어하는 혹은 죽이고 싶어하는 호위무녀 김지원. 그녀의 임무는 단지 왕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8화
작성일 : 19-11-09 15:31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4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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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에 보이는 줄만 없을 뿐 손발이 묶인 것과 다름없는 유검은 방안에서 무릎을 꿇고 하루 세 번 빠지지 않고 기도를 했다.

 

 

 

 그것이 마치 그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창석을 만나고 돌아온 지원은 여전히 무릎을 꿇고 눈을 감고 있는 유검 곁에 서서 인사를 했다. 창석과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왕자님, 저 왔습니다.”

 

 

 “지원님. 미안해요. 저 때문에 종일 잘 나가지도 못하고.”

 

 

 

 지원은 유검과 함께 있으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몇 번 들었는지 헤아려봤다. 아마 셀 수 없을 것이다.

 

 

 그러자 문득 궁금해졌다. 이토록 착한 심성을 가진 이가 어째서 기어코 왕의 뜻에 반하는 일을 하려고 하는지 말이다.

 

 

 그러나 그저 궁금했던 마음과 달리 목소리는 차갑게 튀어나왔다. 아마도 무언가를 저렇게 작정하며 매달리는 것을 지원은 처음 봤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본 것에 대한 낯설음이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왜 그리 애쓰며 사는지. 나는 그저 죽지 못해 사는데. 아마 이런 심정이었으리라.

 

 

 

 “왜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예?”

 

 “그토록 치료를 위해 애쓰시는 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자리에 앉아있던 유검의 옆모습이 지원을 향해 돌려졌다. 달빛에 반쯤 비추던 그의 눈동자가 지원을 얼마간 쳐다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 기분이 듭니다.”

 

 

 

 목소리는 방금 전보다 조금 더 잠겨 있었다. 어쩐지 그림자가 져버린 눈동자에 물이 살짝 맺힌 듯도 했다.

 

 

 

 “만약 제가 누군가를 치료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다면요,

 

 어머니를 다시 잃는 기분이 듭니다.”

 

 

 

 

 창문으로 달빛이 비춰 유검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 어둡게 가려져 있던 눈동자가 보이자 그의 표정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입은 웃는데, 눈은 울었다.

 

 

 

 

 

 “지원님, 저는요. 눈앞에서 어머니가 죽어 가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

 

 “그냥 그 자리에서 같이 있었다면…조금만 더 안아주었다면 어머니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제가 그러지 못했습니다.”

 

 “.....”

 

 

 “지금도 만약 제가 계속해서 가만히 있는다면, 어머니를 자꾸만 잃는 기분이 듭니다. 그걸 견딜 수가 없어요, 저는.”

 

 

 

 지원은 그의 말에 자신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머니에게 달려들던 아버지, 아니 아버지였을 남자의 눈과 자신을 밀어내던 어머니의 눈. 그 눈과 마주친 순간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자신까지.

 

 

 

 유검은, 아마도 자신처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눈앞에서 봤다. 그럼에도 그는 같이 있어야 했다, 라고 말했다.

 

 

 

 지원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걸까, 아니면 도망치고 싶었던 걸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한들, 자신은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지원은 곧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유검의 얼굴이 참을 수 없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 느낌은 역겨웠다. 그것은 유검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과는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죽음을 보고 도망치는 자와, 죽음과 함께 하는 자. 그 사이의 간극은 가늠할 수 없이 컸다.

 

 

 

 “그래도 .. 지원님이 말을 먼저 해주니까 참 좋네요.”

 

 

 지원은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래,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었다.

 

 작은 것에도 크게 기뻐하는 그런 사람. 지원과의 대화가 맘에 들었는지 좀전과 달리 유검은 몸을 힘차게 일으켜 지원에게로 다가왔다.

 

 

 

 “지원님, 제가 아는 좋은 장소가 있습니다.”

 

 

 

 유검은 지원의 손을 잡고, 계획대로라면 지원이 데리고 가야했을 창가로 걸어갔다.

 

 

 매번 굳게 닫혀 있던 그 창문을 유검이 열었다. 양쪽으로 문이 열리자 바로 정면에서 구름 사이로 달이 보였다.

 

 

 

 “지원님, 괜찮으면 지원님 얘기도 해줄래요?”

 

 “…….”

 

 “하고 싶으면 해주세요. 그냥.. 어떤 일이 있었는데, 마음이 많이 아팠다, 라고 말해도 되고. 아니면 어떤 일이 있었다만 말해도 되고요. 그것도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되요.”

 

 

 

 지원은 유검을 바라봤다.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 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고 시간이 흐른다면, 그에겐 창석의 위협이 날아들 것이다.

 

 

 두 가지 생각이 겹쳐졌다. 이 자를 여기서 계속 두는 건, 유검에게는 위협이었으나,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건 지원에게는 유익이었으니까.

 

 

 그렇게라도 무거움이 덜어진다면, 덜어질 수 있다면 말이다.

 

 

 

 “왕자님.”

 

 “예, 지원님.”

 

 “저도 눈앞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어갔습니다.”

 

 “…….”

 

 

 

 지원은 유검에게 말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말을 하는 건 유검이 원하는 것이었지만, 결국 그로인해 유검은 다칠 것이다.

 

 

 

 “그런데 저는 도망쳤습니다.”

 

 

 

 

 저는 그 끔찍한 죽음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무유병에 걸린 이들과 제가 다른 점이 무엇일까요.

 

 

 

 

 그러나 그 말은 할 수 없었다. 유검이 지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를 끌어안았다. 지원의 말이 멈췄다.

 

 

 

 

 동시에 유검의 왼쪽 귀 옆을 스치며 화살이 날아와 창문에 꽂혔다. 곧 화살은 더 날아왔고, 지원은 유검에게 안긴 채로, 그가 바닥에 누울 수 있도록 유검을 넘어뜨렸다.

 

 

 

 

 “왕자님, 제 손을 잡으세요!”

 

 

 

 쏟아지는 화살들은 다행이도 창문틀을 맞고 빛나갔다. 방금 전 유검과 함께 있던 침실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제대로 안 닫고 들어온 덕분에 몸을 굴려 재빠르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원은 유검의 머리를 감싼 채 자신의 칼로 화살을 쳐내며 침실로 향했다. 화살은 계속 날아왔다.

 

 

 

 ‘나까지 죽겠네.’

 

 

 

 

 그나마 다행인 건, 실력이 형편없는 궁수들인지 제대로 맞는 화살이 없었다. 웬만해선 직접 사람의 목숨에 관여하지 않는 창석이였기에 그저 위협하기 위해서 화살을 쏘았으리라.

 

 

 그러나 머리 쪽으로 쏟아져 내리는 화살의 양은 자칫 위험할 수 있었다. 지원은 침실의 문을 닫았다.

 

 

 곧 보초를 서고 있던 군사들이 몰려올 것이다. 왕자의 가장 가까운 호위무녀인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물을 것이고, 지원은 익숙한 화살의 외양을 보고도 모른 척 하겠지만 말이다.

 

 

 

 

 자신의 간사함은 아무렇지 않았다. 단지….

 

 

 

 

 “지원님, 괜찮아요?! 다치지 않았어요?”

 

 

 

 

 

 유검의 말에 지원은 그를 쳐다봤다. 그러자 유검의 광대뼈 부근에 가늘게 난 생채기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 화살이 스친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검은 지원의 어깨를 잡고 이리저리 그녀의 몸을 돌려 살핀다. 아마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는 모양이지만,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지원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땅한 것이 없어 이불자락을 찢었다. 우선 급한 대로 깨끗한 천 조각으로 유검의 상처에 맺혀있는 핏방울을 닦아냈다. 잠자코 지원의 손길에 눈을 감고 있던 유검은 입을 열었다.

 

 

 

 

 “이로써 명분이 생겼네요.”

 

 

 

 

 왠지 신이 난 얼굴로 유검이 입꼬리를 가늘게 늘이며 웃었다. 상처를 치료하던 지원의 손이 멈칫했다. 목숨의 위협을 받은 사람이 맞는가 싶었기 때문이다.

 

 

 

 

 

 

 

 

 

 

 #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유검은 곧바로 왕에게 찾아갔다. 아침 문안인사만이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간밤에 일어난 일을 직접 보고할 모양인 듯 싶었다.

 

 

 

 지난밤의 소동을 들은 재헌은 시위라도 하듯 얼굴의 상처를 싸매고 온 유검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봤다.

 

 

 다치지 말라고 꽁꽁 감춰뒀는데 어떻게 궁 안에 있는 왕자를 공격한 것일까. 재헌은 선지자 현의 말이 떠올랐다.

 

 

 ‘하늘은 왕자님께서 하길 원하시는 일이 있다면, 어떻게든 하게 만들 겁니다.’

 

 

 그리 말했었지. 그래서 왕자를 내 곁에 두지 못하도록 명문을 만들어 주는 것인가.

 

 

 “아버지, 어제와 같이 저는 궁 안에 있어도 안전하지 못합니다. 앞으로도 몇 번이고 이런 일이 생길 것입니다.”

 

 

 유검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여기 있으나, 나가나 똑같이 목숨을 위협받는 처지였다.

 

 

 

 “그렇다면 나가서 쓸모 있는 일을 하며 죽는 것이, 이 나라를 위한, 백성을 위한 길이지 않겠습니까?”

 

 

 

 재헌은 생각에 잠겼다. 궁 안에 침입한 자는 흔적은 없었다. 그러니 범인은 아마도 원거리에서도 정확히 많은 화살을 날릴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저 중신들 중 한 일 것이라 추측하는 재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검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할 의도는 없었는지, 화살은 창문으로만 집중적으로 쏟아진 상태였다.

 

 

 

 누구의 소행이건, 재헌은 유검을 더 이상 궁에 둘 수 없다고 느꼈다. 병사를 배로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이런 사단이 벌어졌다면, 유검의 말대로 궁 안에서 그를 보호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백성들이 저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해요, 아버지.”

 

 

 

 

 

 명분이 생긴 유검은 전에 없이 단호한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재헌은 이제껏 식음을 전폐하던 아들이 도리어 총명하게 눈을 빛내며 자기주장을 펼치자 내심 안심이 되기도 했다.

 

 

 

 “아버지께서 저를 위해 해주실 일은 하나 뿐입니다.”

 

 “그래, 아직은 내가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모양이구나. 그것이 무엇이냐.”

 

 “모든 이들에게 전해주십시오. 왕자가 명을 거역하고 떠났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할 왕자가 혼자 도망갔다면, 게다가 목숨값까지 걸려있다면, 저를 찾는 이가 더 많아질 것 아닙니까.”

 

 “네가 진정..죽고 싶은 것이냐.”

 

 “그것이 스스로 사람들이 저를 찾아내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들 된 자로써, 마지막 부탁입니다.”

 

 

 

 너무 이기적인 부탁이라고 생각하진 않느냐.

 

 

 

 

 재헌은 뒷말을 삼켰다. 제 품을 떠나고자 결정한 아들이었다. 그리고 예언은 시작된 지 오래였다. 이제는 더 이상 붙들어 둘 수 없었다. 재헌은 고개를 숙였다. 유검의 손이 보이자 그 위에 손을 천천히 겹쳐 잡았다.

 

 

 

 

 처음에는 유검의 손이 떨리는가 싶었다. 그러나 떨리는 건 재헌의 손이었다.

 

 

 “아들아.”

 

 “예, 아버지.”

 

 “피투성이라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라.”

 

 “….”

 

 “이것은 아버지 된 자의 마지막 부탁이니라.”

 

 

 

 

 유검은 대답하는 대신 뼈가 툭 불거져있는 재헌의 손 아래의 제 손을 아버지의 손 위로 올렸다. 아버지의 손은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을 멈춘 건 유검이었다.

 

 

 “걱정 마세요. 호위무사 김지원과 함께 가겠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재헌은 유검의 능력을 다시 느꼈다. 그가 손을 잡아주자 마음 속 깊이 느껴지던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아들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이 잠잠히 가라앉음이 느껴졌다.

 

 

 재헌은 자신이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아들은 6살에 잃은 제 어미를 백성들에게 투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 마음을 더는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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