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
 1  2  3  4  >>
 
자유연재 > 기타
안아주세요
작가 : 후이라
작품등록일 : 2019.11.4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랑없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치유자 이유검. 나라에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하여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 단 하나의 희망인 그가 스스로 세상 속에 걸어갔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사람이 있다. 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죽고 싶어하는 혹은 죽이고 싶어하는 호위무녀 김지원. 그녀의 임무는 단지 왕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6화
작성일 : 19-11-09 15:30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460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백성들 사이에 돌고 있는 소문을 아십니까, 폐하.”

 

 

 

 

 

 창석이 어전회의의 시작을 열었다.

 

 

 지원에게 예언의 내용을 전해들은 창석은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을 했다.

 

 없던 일도 있게 만들고, 있던 일도 없게 만드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최근 저잣거리나 관아의 대문, 마을 입구 등 어디든 가리지 않고 인적이 많은 곳에는 빠짐없이 괘서가 붙었다.

 

 

 

 거기엔 왕자가 무유병의 원인이다, 왕자가 죽으면 무유병도 끝난다, 라는 내용이 한자로 또는 한글로 모두가 알아볼 수 있게 적혀 있었다.

 

 

 

 이것을 본 백성들은 자연스럽게 소문을 퍼뜨렸고, 왕자가 이제껏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 여겼다.

 

 

 

 

 게다가 왕자의 죽음이 무유병을 종결시킬 수 있다는 말은 피폐해진 백성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쉬웠다. 예언의 실제 내용과는 다르지만 내용의 중심은 같았다. 그 중심을 만든 것은 창석의 솜씨였다.

 

 

 

 

 “폐하, 궁궐 밖에서 왕자님에 관한 유언비어가 파다합니다.”

 

 

 “그렇습니다, 폐하. 선지자의 입을 통하여 예언의 내용을 정확히 공포할 때인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미루신다면, 민심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어전회의에 참석한 중신들은 모두 선지자 현이 직접 나서서 예언 내용을 정확히 밝히길 원했다.

 

 

 

 소문이 도는 와중에도 무유병으로 인한 희생자는 셀 수 없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에만 송장을 치우던 포졸들은 이제 하루에 세 번씩 저잣거리를 순찰했다. 늘어난 시간만큼 시체의 수도 늘어났다.

 

 

 

 

 “조금 더 기다려주시오. 선지자와 논의해보겠소.”

 

 

 

 

 창석은 답답함에 미간을 찡그리며 재헌의 낯을 엿보았다. 미룰 수 있다면 계속 미룰 작정인가보군.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만들어야겠어.

 

 

 

 

 “폐하, 17년 전에.”

 

 

 “...?”

 

 

 “왕비께서 돌아가시던 날, 그 자리에 왕자님께서 함께 계셨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창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편전이 불을 지피듯이 말소리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날 왕자님은 다른 방에 계신다고 들었는데. 왕비와 함께 계셨다고?

 

 

 중신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재헌은 창석을 노려보듯 쳐다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왕자님과 무유병이 관계가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때 서대감도 그 자리에 있었나보군, 전혀 몰랐었네.”

 

 

 “그때 폐하께서 새벽 출정에서 돌아오시기 전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궁을 지키고 있었지요.”

 

 

 “참으로.. 충직한 신하구나.”

 

 

 “이제는 선지자와 함께 예언의 내용을 밝히셔야 할 때 같습니다, 폐하.”

 

 

 

 어전회의 때 거의 입을 열지 않던 창석이 단호하지만 적대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자, 편전 안은 조용해진 지 오래였다.

 

 

 

 두 사람만 서로를 향해 날을 감춘다고 생각했고, 그 둘을 지켜보는 이들은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칼날이 겨눠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도망갈 수 있을 때 까지 가보시지요, 폐하. 내가 끝까지 따라 갈 테니.’

 

 

 

 

 창석은 속으로 말했다.

 

 

 

 

 

 

 

 

 #

 

 

 회의가 끝난 후, 재헌은 곧바로 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찌나 급했던지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서서 현에게 내용을 전했다.

 

 

 

 현은 재헌의 말을 듣고도 한참을 침묵했다. 창석의 생각대로, 재헌이 그토록 미뤄왔지만, 왕자가 대신한다는 예언의 의미가 미룰 수 없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내일 어전회의 때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폐하.”

 

 “허나..”

 

 

 “폐하, 폐하는 한 사람만의 아버지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의 아버지이기도 하십니다. 그것이 하늘에서 폐하께 맡긴 나라를 사랑하고 섬기는 자의 역할입니다.”

 

 

 

 

 재헌은 현의 단호함에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현은 유검이 성인이 된 이후, 예언의 내용을 밝히길 원했으나 그때마다 거부해왔던 재헌이었다. 그도 이제는 이기적으로 한 사람의 아버지 역할만 원할 수 없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왕자가 대신할 때가 다가오는 건가.”

 

 

 “이미 왕비께서 돌아가실 때, 시작된 것 같습니다.”

 

 

 

 

 재헌은 그제야 주저앉듯 다리를 접어 앉았다. 왕비가 죽은 뒤로 좀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던 왕이었다. 일부러라도 더 강한 모습으로 왕자를 지키려고 했던 그였다.

 

 

 

 17년 전, 유검에게 주었던 은장도가 떠올랐다. 자신이 사다준 선물이 결국 유검의 목숨을 빼앗는 것 같다고 재헌은 느꼈다.

 

 

 

 

 

 #

 

 

 궁 안에만 있기 때문에 유검은 소문을 자세히 알지 못했다.

 

 

 죽음의 숫자와 비례하게 감옥으로 끌려오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었다. 굳이 감옥까지 올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 자리에서 찌르는 사람도, 찔리는 사람도 함께 사라졌으니까.

 

 

 

 한편 유검은 새벽에 궁 밖으로 치료를 위해 나갈 때 지원과 함께였다. 어차피 무유병을 치료하다 만난 사이였으므로 굳이 숨길 필요가 없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검은 지원에게 먼저 부탁을 했다. 자신이 새벽마다 나가는 것을 재헌에게 보고하지 말아 달라고.

 

 

 

 때가 때인 만큼 자신이 몰래 밖으로 나가 치료를 한다는 사실이 왕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유검은 아마 자신이 이제 궁이 아닌 방 안에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날도 유검과 지원이 새벽 잠행을 위해 나가는 중이었다. 지원의 예상과 달리 유검이 궁 밖으로 나가는 일은 쉬울뿐더러 어쩐지 자연스럽고 당당한 일 같아 보였다.

 

 

 

 유검은 나가기 전, 푸른빛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궁에서도 가장 구석에 있는, 자신이 머무는 궁 뒤쪽의 작은 문으로 향했다. 한 사람씩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문 근처로 가자 내관과 궁녀가 한 명씩 서 있었다.

 

 

 

 그들은 익숙하게 서로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왕자님. 요즘 백성들 사이에서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습니다.

 

 무유병을 없애기 위해서는 왕자님이 대신 죽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니..각별히 몸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왕자의 손을 꼭 부여잡은 궁녀가 말했다. 그녀는 왕비 선아가 살아있다면 아마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유검은 그저 활짝 웃으며 미소로 위로를 대신했다. 내관은 묵묵히 인사를 하며 예의를 갖췄다.

 

 

 문 박으로 나오자 샛길이 보였다. 지원은 이 길이 곧장 유검을 처음 봤던 곳과 연결되어있다는 것은 도착해서야 눈치 챘다. 지원은 걸어가며 유검에게 물어봤다.

 

 

 

 

 “왕자님, 방금 전 궁녀와 내관들은 어떻게 왕자님의 능력을 알고 있는 것입니까?”

 

 

 

 

 평소 궁 안에서 지원의 짤막한 대답과 상관없이 장문의 이야기를 늘어놓던 유검이었다. 그러나 궁녀를 만난 뒤로는 유난히 조용했다. 그럼에도 지원의 질문에 곧바로 입을 열어 대답을 해주었다.

 

 

 

 

 “아까 그 궁녀는 아들을 잃었습니다. 무유병으로 인해서요.

 

 제가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뒤로 제가 새벽에 나가는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십니다.”

 

 

 “…그러시군요.”

 

 

 

 “아마 본인의 아들이 생각나서 그러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는 쉽게 나갈 수 있게 되었지 뭡니까. 이렇게 지원님과 함께요.”

 

 

 

 

 지원은 화들짝 놀랐다. 유검이 마지막 말과 함께 자신의 손을 잡아 흔들었기 때문이다.

 

 

 

 

 “....이 무슨?”

 

 

 “저와 지원님은 동무 아닙니까. 제가 지금 기분이 조금 울적해졌으니 위로해주세요.”

 

 

 

 

 누군가의 손을 잡아본 적이 언제였더라. 지원은 생경한 감촉이 낯설었다.

 

 

 그러니까 손이 잡혀있으면서도 지금 이 느낌이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검의 행동은 항상 예상외의 것들이라 추측할 수가 없었다. 유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금 전의 고요함과 달리 생글거리며 지원을 쳐다보았고, 지원은 그런 그가 한 나라의 왕자라는 사실이 그저 놀라웠다. 어색함에 지원이 손을 뺐다.

 

 

 

 

 “그때는 미안했습니다.”

 

 

 “언제 말씀이십니까?”

 

 

 “제가 함부로 무유병에 대해 여쭤봤던 거요.”

 

 

 

 

 호위무사에게 극존칭을 쓰는 왕자도 적응이 안 되는 중인데, 사과를 하는 왕자는 더욱 낯설었다.

 

 

 

 지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봤다.

 

 

 

 사실 당황스러워서 머릿속에는 위험하다는 경고 신호가 가득했고, 그래서 유검을 없애버리려고 칼을 겨눴던 것이었다.

 

 

 

 지원에게 그것은 이성에 의한 판단이라기보다 본능적인 위험 신호였다. 그러고 보니, 어떻게 자신을 보고 한 눈에 무유병에 관련된 일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던 걸까. 지원은 문득 궁금해졌다.

 

 

 

 

 “괜찮습니다. 그런데…어떻게 아셨습니까?”

 

 

 “뭘요?”

 

 

 “제가 무유병으로 누군가를 잃었다는 걸,

 

 어찌 한 눈에 알아보실 수 있으신가요?”

 

 

 

 유검은 걸음을 멈추고 지원을 쳐다봤다.

 

 

 

 ‘표정도, 목소리도, 행동도 모두 바뀌는데 당신의 눈은 절대 변하지 않거든요.’

 

 

 

 무유병에 걸린 자, 또는 그런 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의 눈은 한결 같았다. 모두 다른 눈들이 같은 빛을 보냈다.

 

 

 

 지원의 눈 역시 그랬다.

 

 

 맑은 눈동자 너머의 공허함을 유검은 곰곰이 들여다보았다.

 

 

 지원을 만난 뒤로 유검은 머릿속에서 절대 없어지지 않는 저 공허함을 어떤 걸로 채워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유검은 차마 이 말을 하지는 못했다.

 

 

 

 

 “지원님은 어떤 걸 믿으십니까.”

 

 “갑자기 무슨…?”

 

 “신을 믿는다던지, 자신을 믿는다던지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믿음이요.”

 

 “…저는 칼이 있을 때에 본능을 믿습니다.”

 

 “음, 그러면 저는…오지랖이라고 해둘게요. 지원님처럼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 저는 오지랖을 믿습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거지?’

 

 

 

 

 지원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검은 눈앞의 단단하고도 작은 여자가 안쓰러울 뿐이었다.

 

 

 

 자신의 약함을 감추기 위해서 지원은 아마 본능적으로 더 강해진 것일지 모른다. 다른 감염자들처럼 지원을 안아주고 싶었지만, 아직 그럴 수는 없다는 걸 유검도 역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원을 다시 한 번 깊이 들여다보다가 걸어갔다.

 

 

 

 지원은 유검의 말이 어이가 없었지만 입술을 꾹 다물고 뒤따라 걸음을 옮겼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마지막화 2019 / 11 / 9 287 0 3349   
20 20화 2019 / 11 / 9 303 0 4395   
19 19화 2019 / 11 / 9 278 0 6778   
18 18화 2019 / 11 / 9 272 0 4646   
17 17화 2019 / 11 / 9 278 0 4671   
16 16화 2019 / 11 / 9 307 0 5921   
15 15화 2019 / 11 / 9 265 0 3388   
14 14화 2019 / 11 / 9 267 0 3373   
13 13화 2019 / 11 / 9 274 0 3241   
12 12화 2019 / 11 / 9 272 0 5594   
11 11화 2019 / 11 / 9 280 0 3742   
10 10화 2019 / 11 / 9 275 0 5184   
9 9화 2019 / 11 / 9 278 0 4841   
8 8화 2019 / 11 / 9 269 0 4995   
7 7화 2019 / 11 / 9 280 0 5131   
6 6화 2019 / 11 / 9 285 0 4608   
5 5화 2019 / 11 / 9 293 0 5505   
4 4화 2019 / 11 / 9 272 0 5396   
3 3화 2019 / 11 / 9 292 0 5946   
2 2화 2019 / 11 / 9 282 0 6796   
1 1화 2019 / 11 / 9 444 0 401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퇴근하셨나요?
후이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