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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안아주세요
작가 : 후이라
작품등록일 : 2019.11.4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랑없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치유자 이유검. 나라에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하여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 단 하나의 희망인 그가 스스로 세상 속에 걸어갔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사람이 있다. 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죽고 싶어하는 혹은 죽이고 싶어하는 호위무녀 김지원. 그녀의 임무는 단지 왕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2화
작성일 : 19-11-09 15:24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6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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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사람의 만족 역시 끝이 없었기에, 완벽함마저 사람에게는 미워할 이유가 되는 모양이었다.

 

 

 백성들이 만족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한다면 자기 자리에서 만족하며 잘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나라였다.

 

 

 

 하지만 이 땅에 완벽함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선지자 현은 알고 있었다. 신은 사람을 부족한 존재로 만들어놓았고, 그 부족함을 신에게서 찾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나라에서 만큼은 그 평화가 지속될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결핍이 없으니 오히려 그것조차 문제가 되는 것을 최근에는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나라에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저 사람이 나보다 하나라도 더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단순한 부와 명예나 권력은 아니었다. 내가 가진 밥그릇보다 저 사람의 밥그릇이 하나 더 많다거나, 내가 가진 옷이 저사람 보다 한 개라도 적다면 그것이 이유였다.

 

 

 그런 이유로 상대방을 죽이고, 그 벌로 잡혀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불과 유검이 태어난 지 6년이 흐르는 중이었다.

 

 

 

 

 재헌과 그의 선지자였던 현은 맑은 물에 툭 떨어진 붉은 물감처럼 서서히 증가하는 사건들에 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재헌은 답을 찾기 위하여 선조들의 지혜가 쌓여있는 섬으로 며칠 새벽 출정을 떠났고, 현은 궁의 자리를 지키며 하늘의 뜻을 찾는 중이었다.

 

 

 

 

 재헌과 함께 있을 때 한동안 들리지 않던 예언을 그날 받았음에 현은 감사했다. 그럼에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해서 마음에 걸리고, 고민하던 중이었다. 왕이 돌아오면 어떻게 전해야하나. 그런 생각에 빠져있던 때였다.

 

 

 

 예언은 이런 내용이었다.

 

 

 ‘왕자가 대신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무슨 뜻일까. 이제 6살인 어리다 못해 그저 아이인 왕자님을 말하는 걸까?’

 

 

 

 

 현은 묘하게도 무유병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시작되는 시기와 유검의 탄생 시기가 비슷하다는 걸 깨달으며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하늘의 뜻한 매번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니기에 무슨 말씀일지 생각에 잠겼다.

 

 

 

 

 그때 그 생각의 틈을 가르고 쿵, 소리가 들렸다.

 

 

 

 

 어떤 물건이 떨어져서 나는 쿵, 소리보다 훨씬 더 둔탁하고 어마어마한 소리. 그러니까 왠지 모르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그런 소리였다.

 

 

 

 현은 재헌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침실을 지키고 있어야 했나, 뒤늦게 후회했다. 선지자였음에도 유난히 사소하고도 인간적인 일에 걸려 넘어질 때 마다, 그는 자신의 인간적 연약함을 깨달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요?”

 

 

 “선지자님, 마마께서..!!!”

 

 

 노쇠한 몸일지언정 재빠르게 뛰어나가서 본 광경은 끔찍했다. 현은 눈을 뜨고 있지만 차라리 감겨지길 바랐다.

 

 

 

 피범벅이 되어 바닥에 흩어져있는 머리카락과 그 사이로 자신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저 얼굴이 왕비 선아의 것이라니.

 

 

 

 현실이 아니길 바란다면, 헛된 것인 걸까.

 

 

 

 

 

 

 ‘내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갑자기 유검이를 죽이고 싶었어요. 그냥 갑자기.. 정말 믿을 수가 없어요.’

 

 

 

 선아는 온 몸의 뼈가 바스러진 채, 숨을 거두기 전 신기할 만큼 멀쩡한 목소리로 저 이야기를 현에게 했다. 반드시 이 사실을 알려야한다는 어떠한 사명감까지 느껴졌다.

 

 

 

 

 ‘더 괴로운 건, 아무 이유도 없다는 거예요.

 

 그냥 그 애가 내 눈앞에서 숨을 쉬지 않았으면,

 

 그래서 사라져버렸으면 했어요.

 

 그건 기억나요. 유검이의 손길이 닿거나, 유검이가 안아주니까..

 

 괜찮아졌다는 거요.’

 

 

 

 

 현은 선아의 손을 꼭 잡은 채, 눈물만 쏟고 있는 유검이 안쓰러웠다. 선아와 꼭 닮은 머리색까지 슬퍼 보였다.

 

 

 

 “현님, 어머니는 오랫동안 주무시게 될까요?”

 

 

 

 항상 이름 뒤에 ‘님’을 붙여 제 어미처럼 존댓말을 하는 유검이었다. 현을 올려다보는 유검의 눈물이 가득고인 두 눈동자가 대답을 바랐지만, 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왕이 없는 틈을 타 발생한 왕비의 죽음과, 자신이 받은 예언의 내용, 그리고 선아의 마지막 유언까지.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 듯 했다.

 

 

 

 ‘왕자가 대신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끝내기 위해 무엇인가 시작이 됐음을 현은 직감했다.

 

 

 

 #

 새벽 출정을 마치고 돌아온 재헌은 입술을 굳게 닫았다.

 

 

 

 살아생전 좋아하던 꽃이 정원에 아무렇게나 피던 이름 모를 들꽃뿐이라, 각자의 모습으로 생생하게 피어난 들꽃들 사이에 선아만이 시간이 멈춘 듯 누워 있었다.

 

 

 꽃들은 제가 둘러싼 사람의 호흡이 멈춘 것을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그러기엔 각자의 어여쁨을 뽐내는 꽃들이 왠지 서글프게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일어나서 유검과 함께 품에 안겨줄 것 같은 선아였는데. 성내의 흉흉한 사건들에 마음이 무거워도 언제나 그 짐을 나눠지던 그런 사람이었는데.

 

 

 

 별이 박혀 있는 밤하늘처럼 까맣게 빛나던 머리카락도 윤기를 잃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재헌은 품에 안긴 유검의 등을 두드렸다. 젖은 솜처럼 유검은 늘어져 안겨있었고, 아이의 상처가 축축하게, 또 무겁게 와 닿았다.

 

 

 

 “어째서 왕자 말고는 비의 죽음을 본이가 없는 건가?”

 “마마의 성품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모를 리가 없었다. 선아는 항상 유검과 둘이서 다니길 좋아했으니까. 후회하는 성격은 아닌데, 후회가 되었다. 새벽 출정을 하지 말 것을, 그냥 가만히 머물 것을. 나가서 딱히 답을 얻지도 못했던 터라 원망스럽기도 했다.

 

 

 쌓여있는 서고의 역사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건 ‘희생’ 뿐이었다. 무엇을 희생해야할지 감을 잠지 못했는데, 설마 이런 것을 말한 것일까. 재헌이 말을 잇지 못하자 현은 대신 이어 말했다.

 

 

 

 “예언을 받았습니다.”

 

 

 

 그제야 재헌이 고개를 들어 현을 쳐다보았다. 재헌의 눈빛은 마음속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왕의 강인함이 흔들리고 있었다. 현은 선지자의 책임을 다해 하늘의 뜻을 전달했다.

 

 

 

 “왕자가 대신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무엇을 대신한다는 말인가. 끝난다는 건 또 무슨 말이고”

 

 “자세한 건 시간이 흘러야 알게 되겠지만, 일단 왕자님께 남다른 힘이 있는 건 분명한 듯합니다. 아마도 예언과 왕자님의 능력, 그리고 최근의 사건들까지 모두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검이 태어난 후부터, 항상 같은 침대에서 잠이 들던 선아와 재헌, 그리고 유검이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 유난히 몸이 가볍고 좋았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내와 아들에 대한 사랑, 그로 인한 행복감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밤을 보내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보다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는 건 없지 않는가. 그렇기에 예언의 내용에 담긴 불길한 느낌을 재헌은 무시하고 싶었다.

 

 

 

 “무엇을 대신한다는 건지, 지금은 알고 싶지 않군.”

 

 

 

 새벽 출정 길에서 돌아오며 남은 단 하나, ‘희생’ 을 요구하는 듯 느껴졌다. 선아를 앗아간 하늘이 이제는 유검까지 빼앗을 작정인건가.

 

 

 

 “이 예언의 내용은 일단 비밀로 합시다. 이 사실을 혹여 세습을 반대했던 자들이 알게 된다면, 이용하기에 좋은 내용 아닙니까.”

 

 “..예, 폐하. 그러나 언제까지나 미루실 순 없다는 걸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때가 되면 하늘의 뜻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지요.”

 

 

 

 재헌에게서 가족을 잃은 아버지의 표정이 보였다. 백성들의, 이 나라의 왕이기 전에 한 여자의, 한 아이의 아버지로, 하나 남은 사랑을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평범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영원한 비밀은 없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하늘이었으니.

 

 언젠가는 드러날 비밀을 아비의 가슴을 찢으면서까지 당장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폐하 마음의 결정이 저리 된 것에는 하늘의 뜻이 있겠지.’

 

 

 

 결국 하늘의 뜻대로 될 것을 믿기에 현은 인간의 힘으로 무언가를 억지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여기며 방에서 물러났다.

 

 

 현이 나가고 재헌은 품에 안긴 유검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손 안에는 재헌이 오는 길에 사온 은장도가 쥐어져있었다.

 

 

 남녀의 직업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칼에 대해 관심이 없는 걸 넘어서 유난히 싫어하는 사내아이 유검이었다.

 

 

 칼과 친해지길 바라며, 더 정확히는 칼을 자신의 충직한 벗으로 삼길 원하는 마음에 은장도를 선물했다.

 

 

 붉은 색 띠에, 은색으로 무늬가 새겨진 모양이 마음에 들었는지 손에 힘을 줘서 은장도를 잡고 있던 터라 손이 하얬다. 재헌은 유검의 손에 힘을 풀어주며 입을 맞추었다.

 

 

 

 “당분간은, 너까지 잃을 수가 없단다.”

 

 

 

 예언의 내용을 계속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재헌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당분간이라도 유검을 지키고 싶었다.

 

 

 스스로 운명을 선택할 수 있을 때 까지만 함께 하기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이었다.

 

 

 

 

 

 

 #

 

 

 

 

 

 

 “왕비가 죽었다고?”

 

 서책을 읽고 있던 창석의 손이 멈췄다. 동시에 눈은 커졌고, 입가에는 묘한 승리감이 감도는 미소가 걸렸다. 그는 턱 끝에 나 있는 수염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한 나라의 왕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품위가 없는, 시장터에 가면 아낙네들이 흔히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을 입고 다니던 선아가 맘에 들지 않던 창석이었다.

 

 

 

 창석의 부인이 왕비의 탄생일마다 이 땅에서 나지 않는 종류의 재료로 옷을 지어다가 수도 없이 바쳤지만 언제나 잠옷으로 전락한다며 투덜대곤 했다.

 

 

 

 그런 주제에 유검에게는 어찌나 수려한 옷만 골라 입히던지. 경비도, 궁녀도 달지 않고 오직 유검의 손만 잡고 정원에서 거닐던 선아의 모습이 창석은 유난히 보기 싫었다.

 

 

 

 그렇지만 죽길 바란 건 아니었다. 아니, 사실 죽든지 살든지 별로 상관이 없었다.

 

 

 

 

 창석에게 중요한 건 유검이었으니까.

 

 

 

 

 왕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선아는 관심대상에서 제외였다.

 

 

 

 깊게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인권이 있고, 실력이 있다면 무엇이든 업을 삼을 수 있는 이 나라에서 왕비 선아라고 왕좌에 앉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창석이 먼저 선아를 제거했을 것이다. 그런데, 선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자세하게 얘기해봐라. 어떻게 그 고귀한 왕비께서 스스로 죽을 생각을 한 거지?”

 

 

 “그것이.. 선지자께서 출입을 엄격하게 삼가고 있기에 가까이서 살피진 못했습니다만, 스스로 죽었다는 것과 왕자께서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놈의 선지자...’

 

 

 

 

 창석은 그 단어를 듣자마자 손에 힘이 들어감을 느꼈다. 그러나 곧 힘을 풀고 인자하게 내관에게 웃어보였다.

 

 

 

 ‘그따위 놈 때문에 내 이미지가 망가져서는 안 돼지.’

 

 

 

 

 입가가 바르르 떨렸지만 창석은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흥미로운 것이 생기면 오히려 머리가 잘 돌아가곤 했다. 지금은 왕비의 자살 사건과 그 곁에 유검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다.

 

 

 

 ‘웬만해서 왕궁 출입을 하지 않고 제 집무실에 처박혀있는 현이 직접 나서서 출입을 삼가고 있다고?’

 

 

 

 보통 일이 아님을 직감했다. 창석의 묘한 웃음이 점점 기묘하게 무서운 웃음으로 변해갔다.

 

 

 

 모든 것이 자유롭고, 살기에 좋은 나라임을 창석 역시 인정했다.

 

 

 

 그러나 딱 하나 싫은 것이 있다면, 왕위 세습이었다.

 

 

 

 

 창석은 자신이 모든 것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대대로 불려 받은 부도 있었으며, 뛰어난 학식으로 명예도 있었고, 타고난 전사 기질로 권력도 있었다.

 

 

 

 그러나 그 힘은 왕을 넘지는 못했다.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해서는 언제나 재헌의 허락이 필요했다.

 

 

 자신이 왕이 아니라는 이유로 허락을 받는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도 명예를 중시하는 만큼 질서는 지키기 위해 허락을 구했다.

 

 

 마음만 먹으면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지만, 자신의 이미지가 망가지면서까지 힘을, 부를 가지는 건 용납할 수 없었기에 창석은 대신 왕위 세습 문화를 바꾸려고 했다.

 

 

 세습을 없앤 뒤 왕이 되어서 법을 바꿔야지. 내가 더 가질 수 있도록.

 

 

 

 단순하게 생각했다.

 

 

 

 사람은 일상에 균형을 잃으면 그 균형을 맞출 계기가 필요했다. 창석은 그 계기를 왕권세습으로 몰아갔다.

 

 

 

 결과는 완벽한 ‘패’ 였다.

 

 

 

 창석은 백성들이 생각이 없다고 느껴졌다.

 

 

 

 누군가의 지배를 받는 것이 익숙해진 사람들, 스스로 생각하여 바꿔나가는 것은 귀찮다고 여기는 사람들.

 

 

 

 ‘딱 짐승의 우리와 같군. 자신이 갇힌 줄도 모르고 우리가 전부인줄 믿으며 사는 꼴이야.’

 

 그래도 어쩌겠는가. 압도적인 백성들의 지지로 창석에 대한 지지는 오히려 줄어들었으니, 잠깐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창석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거야말로 기회였다.

 

 

 

 왕비의 죽음은 나라를 흔들기에 충분했고, 어쩌면 근래의 사건들이 왕자와 연관이 있을지 누가 아는가. 그리고 그 연관은 만들면 되는 것을.

 

 

 

 그때였다. 갑자기 마차가 멈춰 섰다.

 

 

 

 규칙적으로 흔들리던 움직임이 멈추자 생각도 같이 멈췄다. 흐름이 끊기자 갑자기 짜증이 났다. 그러나 창석에게 원래 감정을 누르는 건 익숙했다. 감정이 눌려진 만큼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인가?”

 

 

 

 그 검은 속내와 달리, 그의 얼굴은 한없이 인자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안심한 병사가 한 여자아이가 말 앞으로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창석은 가마 밖으로 내다보다가, 천천히 마차에서 내렸다. 어두컴컴한 밤중에 유난히 하얗게 돋보이는 여자 아이의 얼굴이었다. 아직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애였다.

 

 

 동그란 눈과 코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럼에도 눈은 빛났다. 총명한 아이임이 단번에 느껴졌다.

 

 

 

 

 “도와주세요!!! 어머니가 아버지를.. 아니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고 있어요. 아니, 죽었을지도 몰라요!!”

 

 

 

 

 여자아이가 울부짖으며 외쳤다. 자신도 혼란스러운지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그 목소리 만큼은 명료했다.

 

 

 

 

 ‘별 것이 다 꼬여드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건가.’

 

 

 

 

 혼자 있었다면 귀머거리라도 된 듯이 지나쳐버렸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벌써 새벽 동이라도 터오는 것인지 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진작 집으로 돌아갈 것을.

 

 

 

 뒤늦게 후회해봤자 바뀌는 건 없었다. 이럴 때 이성적으로 돌아가는 머리를 창석은 무시 못했다.

 

 

 

 마음 가득히 저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한 구석에 던져버리고 싶다는 느낌이 차올랐으나, 언제나 그랬듯이 그 마음과 정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창석이었다.

 

 

 

 여자아이를 품에 안아들었다. 다정한 손길로. 제 자식도 그토록 어여쁘게 쳐다보진 않을 것이다.

 

 

 

 “내가 도와 줄 테니, 함께 가보자꾸나.”

 

 

 

 이렇게 잃는 게 있다면, 또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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