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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 세계의 1+1은 2가 아니다.
작가 : 요동치는하트
작품등록일 : 2016.8.31

무공과 마법, 과학과 오컬트가 공존하는 시대.
극동반도의 항구도시, 대산시에서 퇴역군인 유지, 광검사 유미, 전투인형 유나는 서가삼랑이라는 낭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한 의뢰가 들어오는데...
검이 춤추고 화약이 노래하는 슈퍼액션활극, 지금 시작!

 
- Chapter. 1 - 악마 (2)
작성일 : 16-10-13 09:11     조회 : 637     추천 : 0     분량 : 6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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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학 시험이 멀지 않았다.

 

 주말, 그것도 황금 같은 시간인 일요일 정각에 성현은 학원을 가기 위해 가방을 싸고 있었다. 역사책과 전술교범서를 넣고 이어서 연습용 고무총과 삼단봉을 접어서 밀어 넣는다.

 

 빵빵하게 차오른 가방을 두들기며 어께에 둘러 매는데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휴대기가 울기 시작했다. 성현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뭐해.>>

 

 다짜고짜 따지듯이 묻는 친구의 말에 성현은 실소를 지었다.

 

 “뭐하긴. 학원 갈 준비하지.”

 

 <<주말인데?>>

 

 “좀 있으면 입학시험이잖아.”

 

 <<미쳤군! 헛소리 말고 빨리 튀어나와. 놀자.>>

 

 “안돼.”

 

 <<졸라 단호하네. 단호박이냐?>>

 

  친구는 한참을 칭얼거리며 놀자고 졸랐지만 성현은 애써 거절했다. 그라고 왜 놀고 싶지 않겠는가. 성현의 나이 열 여섯. 아직 한참 노는 게 좋을 나이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를 나이는 아니다. 어린 그라도 이 세상이라는 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는 것이라는 건 알았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는 큰 소리로 외치며 주방과 일체형인 거실을 지나쳐 현관으로 나갔다. 쪼그려앉아 운동화 끈을 매는데 주방에서 엄마가 얼굴을 내밀었다.

 

 엄마는 젖은 손을 앞치마에 문지르며 말했다.

 

 “아들, 학원가?”

 

 “응.”

 

 엄마는 파리한 얼굴로 웃었다.

 

 “주말인데, 힘들지 않아?”

 

 “이 정도는 괜찮아. 시험기간이잖아. 매주 주말마다 나가는 것도 아닌데. 뭘.”

 

 “친구들이랑 좀 놀고 늦게 들어와도 돼.”

 

 성현은 고개를 저었다.

 

 “됐어. 그냥 일찍 집에 와서 쉴래. 그럼, 다녀올게.”

 

 그는 다시 한번 인사를 하며 가볍게 손을 들었다. 엄마는 마주 손을 흔들어주었다.

 “잘 다녀와. 가는 길에 차 조심하고.”

 

 성현은 비죽 입술을 내밀었다.

 

 “......내가 나이가 몇 인데 차를 조심해?”

 

 “네가 몇 살이든 나한테는 애기나 마찬가지야.”

 

 “나 참.”

 

 성현은 고개를 흔들며 엄마의 모습을 뒤로 하고 문을 닫았다.

 

 ***

 

 철리가 봉을 휘둘렀다.

 

 따악!

 

 성현은 연습용 봉을 들어 옆구리를 쓸어오는 일격을 막았다. 묵직한 일격, 하지만 변화는 빠르다.

 

 성현과 같은 반인 철리는 씨익 웃으며 봉을 양손으로 짧게 잡고 좌우로 공격을 이어왔다. 행동에 망설임이 없고 자신감이 넘친다. 기술의 숙련도는 둘째 치고 성현은 이미 기세에서 밀리고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허겁지겁 방어한다.

 

 명치를 노리고 봉이 내질러졌다. 성현은 휘둘러 쳐내려 했지만 그의 봉은 허공을 갈랐다. 곧게 찔러오던 봉 끝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되려 밑으로부터의 올려치기가 들어왔다. 깔끔한 페이크에 이어진 콤비네이션. 봉이 성현의 사타구니를 가격했다.

 

 “큭!”

 

 성현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보호대를 착용하고는 있지만 상당히 아프다. 눈앞에 떠올라 있는 화면의 수치가 50이하로 떨어졌다. 보호대에 작용하고 있는 방어마법이 그만큼 소진되었다는 뜻이다. 마력 수치가 0이 되는 것은 대련의 패배를 의미한다. 성현은 아픔을 참으며 봉을 휘둘렀다. 발악 같이 휘두른 봉에 철리는 허리를 젖히며 물러났다.

 

 “어쭈?”

 

 당연한 말이지만 사타구니는 급소 중에 급소다. 그런 곳을 맞았으면 보호대의 마력이 0이 되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성현은 봉이 급소를 가격하기 직전에 몸을 틀어 허벅지 안쪽으로 공격을 받아냈다. 내성적인데다가 겁까지 많은 성격이 오히려 성현의 방어기술을 향상시킨 것이다.

 

 하지만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다. 단순한 방어기술 만으로는 버틸 수만 있을 뿐 상황을 타개할 수가 없다.

 

 “이야아압!”

 

 철리는 더욱 기운이 날뛰어 격렬하게 성현을 몰아 붙여왔다. 혈기가 넘치는 만큼 동작이 커지고 빈큼도 많아졌지만 기세에 눌린 성현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날아오는 봉을 막는 데에 급급하다.

 

 딱!

 

 철리의 거친 일격에 성현의 봉이 바깥쪽으로 튕겨나갔다. 결정적인 빈틈이 생긴다.

 

 그 때, 철리의 몸통에 한 발의 탄환이 꽂혔다. 탄속이 느리지만 그만큼 무게를 높여 저지력을 높인 연습용 총알이다. 철리가 헛숨을 토해내며 물러섰다.

 

 성현은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파트너인 희연이 눈을 찡긋해보인다.

 

 고맙다는 말을 할 틈은 없었다. 희연이 팔로 얼굴을 가렸다. 팔뚝에 총탄이 꽂힌다. 희연이 뒷걸음질을 쳤다. 성현은 그제야 철리 역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재빨리 희연의 앞을 막았다. 봉을 회전시켜 날아드는 총탄을 쳐낸다. 희연은 그 사이 재빠르게 옆에 서 있는 장애물 뒤로 숨었다.

 

 그들은 2 대 2의 합동 대련을 하는 도중이었다.

 

 봉과 총. 전위와 후위로 나뉘어 벌이는 가장 기초적인 다중전투다. 개개인의 능력과 약간의 팀플레이, 그리고 전술의 전환능력을 파악하기에 알맞은 훈련이며 또한 군사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평가 종목 중에 하나다.

 

 잠깐 쉬며 숨을 돌린 철리가 합류했다. 2 대 2의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졌다.

 

 철리의 조는 1 대 1로 성현과 희연을 압박해오는 전술을 썼다. 맨 투 맨, 연계를 포기하는 대신 상대 역시 연계를 할 수 없도록 집중적으로 마크를 한다. 단순한 작전이지만 개개인의 실력에 우위가 있다고 생각되면 그것만큼 뛰어난 작전도 없다.

 

 희연은 상대와 비슷하거나 조금 앞서는 수준이었지만 문제는 성현이었다.

 

 “흡!”

 

 “......윽.”

 

 성현은 철리에게 밀리기만 했다. 어떻게 버티고는 있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희연은 계속해서 철리를 견제해 성현을 도왔지만 그럴 때마다 빈틈을 보여 공격을 얻어맞았다. 보호복에 걸려있는 방어마법의 마력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성현은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혼자였으면 벌써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희연이라는 파트너가 있었다.

 

 지금의 싸움은 미래에 있을 시험에 대비한 연습일 뿐 대단한 의미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파트너에게 짐만 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승산이 있건 없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격을 틀어 막았다. 철리가 봉을 크게 휩쓸어 온다. 그 어깨 너머로 철리의 파트너가 보였다.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철리의 파트너는 성현에게는 관심도 주지 않고 희연에게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철리는 성현을 쓰러트리는데만 집중해서 자신의 파트너에게로 향하는 동선을 완전히 열어두고 있다.

 

 직감이 말했다. 지금 돌격해 철리의 파트너를 공격하면 이길 수 있다. 동시에 한 가지 생각이 더 떠올랐다.

 

 ‘과연 그게 잘 먹힐까?’

 

 철리가 보이는 빈틈이 함정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가 철리를 무시하는 순간 희연 역시 방패막이가 사라지게 된다. 같은 타이밍에 돌진한다고 하면 철리보다 빠르게 상대를 쓰러트릴 자신은 없다.

 

 몸은 앞으로 뛰쳐나가라고 하는데 머리가 그것을 가로막는다. 집중력이 무너진다. 성현은 머뭇거렸다. 철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곧게 찔러진 봉이 성현의 가슴을 찔렀다.

 

 숨이 막힌다. 성현의 몸이 꼴사납게 나동그라졌다. 보호구의 마력이 0을 가리켰다.

 

 승부가 났다.

 

 “잘했어!”

 

 철리와 그의 파트너는 서로의 손바닥을 맞부딪히며 좋아했다. 성현은 멍하니 쓰러져있었다.

 

 너무 바보같이 당했다. 공격을 하던 끝까지 방어에 집중하던 하나만 했어야 했는데.

 

 다가온 희연이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수고했어.”

 

 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괜찮아! 괜찮아! 연습이잖아? 그래도 끝까지 잘 버티던데. 잘했어!”

 

 희연은 개의치 않는 듯 입을 벌리고 웃었다. 사내아이처럼 스스럼없이 성현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렇게 웃는 얼굴이 더욱 더 성현의 후회심을 자극했다.

 

 이번 만큼은 정말 지고 싶지 않았다.

 

 성현은 한숨을 쉬면서 보호구를 벗었다.

 

 철리는 학원의 선생에 무언가 조언인지 충고인지를 듣고 있었다. 지루한 표정의 철리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성현과 눈이 마주친다. 그는 씨익 웃어 보였다.

 

 그 웃음에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지 굳이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와 희연의 앞에도 선생이 다가왔다.

 

 서유지라는 이름의 시간강사다. 해동군교를 졸업한 엘리트라고 하는데 천대받는 직업인 낭인일을 하는 것도 그렇고, 군인답지 않은 반반한 얼굴도 그렇고, 여러모로 수상한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실력은 뛰어났다. 뺀질거릴 것 같은 외모와 달리 수업에도 착실한 모습을 보인다.

 

 유지는 무언가를 체크해둔 종이 쪽지를 보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음… 일단 희연이는 잘했다. 잔실수가 몇 개 있기는 한데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좋았어. 하지만 너무 욕심이 없어. 조금 더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움직이려고 노력해봐. 팀플레이는 좋았다. 특히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계속해서 철리를 견제해준 판단은 훌륭했어.”

 

 “헤헤, 감사합니다!”

 

 “그리고 성현이는…”

 

 유지는 성현의 이마에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꾸짖듯이 말했다.

 

 “이 녀석. 빈틈을 봤으면 바로 달려들어야지 왜 머뭇거려? 실전이었으면 넌 살 수 있는 기회를 날린 거야.”

 

 성현은 이마를 쓰다듬으며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제가 빠져나가면… 방어가 무너지잖아요.”

 

 “가만히 있으면 안 무너지고?”

 

 “......”

 

 유지는 혀를 찼다.

 

 “바보야. 자신감을 가져.

 

 네가 전투를 업으로 하는 군인을 노리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자기 판단과 감을 믿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면 언젠가 정말 허무하게 죽게 된다.

 

 네가 철리에게 실력이 모자라서 진 게 아니야. 방어는 괜찮았고 마지막에 빈틈을 찾아낸 점은 정말 좋았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었단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자신감을 가져. 너한테는 그게 너무 부족해.”

 

 자신감을 가져라.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에는 어려운 말이다. 소년은 여전히 소심한 모양새로 머리를 긁적였다.

 

 “네.”

 

  ***

 

 수업이 끝났다. 교실은 순식간에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되었다.

 

 학교에는 몇몇 친구가 있지만 학원에서는 아직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성현은 조용히 짐을 챙겼다.

 

 묵묵히 도구들을 가방 속에 밀어 넣는데 여자아이들이 떠드는 수다가 들렸다.

 

 “들었어? 요즘 난리인 연쇄살인사건.”

 

 “알아. 맨날 뉴스에 나오잖아. 한 달만에 열 명이나 죽었다며? 몇 년전 사건이랑 동일 인물인 거 같다는데. 으아, 개무섭.”

 

 성현도 그 뉴스라면 봤다. 그는 흘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그의 몸이 흠칫 떨렸다. 그곳에 희연이 있었다. 그녀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희연은 장난기가 가득 해서는 음산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게, 진짜 무섭다니까? 사람을 믹서기에 갈아 넣은 것처럼 죽인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조각조각…”

 

 “으엑, 야. 그만 말해.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니까.”

 

 “...그리고 그렇게 짜낸 육즙으로 벽에 그림을 그린다는 거야. 그 피로 된 잉크에는 부서진 뼛조각과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아 쫌!”

 

 희연의 친구는 질색을 하며 희연을 때렸다. 희연은 까르르 웃으며 계속 장난을 쳤다.

 

 사람이 죽은 사건을 장난거리로 삼다니, 무신경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웃는 모습에는 티끌 만큼의 사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살짝 찡그려진 코끝이 정말 귀엽다.

 

 성현은 저도 모르게 그 모습을 멍하니 쫓았다. 그러다 문득 이쪽을 돌아본 희연과 눈이 마주쳤다.

 

 “안녕~”

 

 희연은 조금의 주저도 없이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성현은 머뭇머뭇 손을 들어 마주 인사를 했다. 별로 친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저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여자아이가 얼마나 될까. 가슴이 조금 뛰었다.

 

 희연은 친구와 함께 교실을 빠져나갔다. 왠지 모르게 긴장이 풀렸다. 성현은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깜짝 놀라 옆을 돌아보자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유지가 있었다.

 

 “뭐, 뭐에요?”

 

 유지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하냐?”

 

 “......”

 

 성현은 입을 다물었다. 은근히 눈을 돌려 유지의 시선을 피한다. 하지만 얼굴이 살짝 달아 올라있다. 애초에 성현은 감정을 숨기는 데에 재주가 없는 인간인 것이다.

 

 유지는 성현의 어깨를 마구 두드리며 좋아했다.

 

 “이 자식,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얼굴을 해가지고 보는 눈은 있구나. 희연이라, 생긴 건 평범해도 매력있지. 특히 웃는 얼굴이.”

 

 성현의 몸이 움찔 떨렸다. 정곡을 찔렸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는 희연의 웃는 얼굴에 반했다.

 

 성현은 더더욱 얼굴을 붉혔고 유지는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고백은 안해? 말은 좀 해봤어? 그것도 아니면 일단 넘어 트리고 생각하려고? 이런 대견한 자식! 등등

 

 계속 되는 유지의 희롱에 질린 성현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선생님은 집에 안 가세요?”

 

 “가야지. 안 그래도 오늘 꼭 참가해야 하는 중요한 이벤트가 있거든.”

 

 “무슨 이벤트인데요?”

 

 “그건…”

 

 벨소리가 울렸다. 귀면차자의 여는 곡이다. 그것은 유지의 주머니 속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성현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성현 역시 귀면차자를 좋아했지만 귀면차자는 아동 취향의 다소 유치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런 작품의 여는 곡을 벨소리로 하다니. 그것도 다 큰 어른이. 성현은 유지의 담대함에 혀를 내둘렀다.

 

 유지가 전화를 받았다.

 

 “어, 유나야.”

 

 그는 유나라는 사람과 뭐라 통화를 했다. 조용조용 말하는 것 같더니 곧 빽빽 대는 소리가 휴대기에서 터져 나온다. 유지는 윽 소리를 내면서 휴대기에서 귀를 떼었다. 그는 휴대기를 끄며 성현의 어깨를 놓아주었다.

 

 “난 먼저 가야겠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빠른 걸음으로 교실 밖으로 빠져나간다. 조용히 가는가 싶더니 문 밖에서 고개만 빼꼼 내민다. 그는 씨익 웃으며 엄지를 내밀었다.

 

 “파이팅!”

 

 “......”

 

 의미를 알 수 없다. 성현은 미친 사람보듯이 유지를 쳐다보았다. 유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파이팅!!”

 

 “......”

 

 악동 같은 두 눈이 무언가를 강요한다. 다시 한번.

 

 “파이팅!!!”

 

 “파, 파이팅...”

 

 성현은 어쩔 수 없이 어깨를 움츠리며 손을 들었다. 유지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사라졌다.

 

 성현은 한숨을 쉬었다. 잠깐 대화를 나눈 것 뿐인데 중노동이라도 한 것처럼 기운이 빠졌다.

 

 정말이지, 무게감이라고는 정말 개미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다.

 

 유지와 해동군교 동기라고 하는 학원의 원장선생, 치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군인으로서는 몰라. 하지만 무인으로서라면, 내가 알고 있는 녀석 중에 유지보다 뛰어난 놈은 없어.’

 

 그건 그냥 학원의 운영을 위한 입 발린 소리였을까.

 

 성현은 최고의 무인이라면 더 냉철하거나 믿음직한 구석이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며 가방을 둘러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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