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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긋나다
작가 : 야차
작품등록일 : 2019.11.7

사랑을 믿지 않던 남자... 버려지기만 했던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다. 사랑도 인생도 중요한 건 서로의 마음이 교감되는 타이밍. 안타깝게 어긋난 그들의 사랑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게 되는데....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과는 달리 로맨스 소설에 스릴러적인 요소를 넣은 조금은 독특한 로맨스 소설.

 
어긋나다 10장(1부)
작성일 : 19-11-09 14:00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3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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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장.

 

 

  왁자지껄한 호프집 구석 테이블 한 켠에 석훈과 준식이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준식은 생각지도 못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생각에 잠겨 있었다. 계획대로 서희와 잠자리를 가진지도 벌써 사흘이란 시간이 지나 있었다. 물론, 준식의 곁에는 서희가 아닌 다른 여자가 당연히 있어야 했지만, 준식은 전과는 달리 아직도 서희와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생각엔 전혀 변함이 없고, 서희와 헤어지지 않은 건 서희와 했던 섹스가 다른 여자들과 할 때랑은 달리 굉장한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에 이대로 헤어지기는 조금 아쉬워서 아직 헤어지지 않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준식은 왜 서희와 헤어지지 않고 있는지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식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서희의 대타로 생각한 민지와의 관계도 계속 유지해오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준식은 지금 은근슬쩍 양다리를 걸치는 꼴이 되어 있었다. 이제껏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던 것이다. 허긴 머 어떤 상황이면 어떻단 말인가? 서희와 헤어지는 날 민지랑 잠자리를 갖고 민지도 차버리면 그만인걸.

  -뭐해?

  갑작스런 석훈의 이야기에 준식이 고개를 돌려 석훈을 바라보았다.

  -뭐하긴 어떻게 하면 너란 녀석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지?

  -차라리 세계 평화를 고민하고 있었다는 게 더 믿어진다.

  -아무튼 그놈 형님의 진심은 눈꼽만큼도 몰라 준다니까.

  준식이 조금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놓여져 있는 맥주잔을 들어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준식을 바라보는 석훈의 표정이 이내 진지해졌다.

  -그런데, 너 서희랑....

  석훈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말을 멈춘 석훈을 뭔가 싶어 바라보던 준식이 테이블 곁으로 다가서고 있는 서희를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미안 내가 너무 늦었지.

  -늦긴 딱 좋은 타이밍에 왔는데. 우리 서희. 내가 자리를 잠깐 비워야 했는데, 불안해서 저 녀석 혼자 두고 일어설 수가 있어야지. 역시 타이밍의 여왕 우리 서희.

  준식이 너무 귀엽다는 듯 서희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는 부리나케 화장실이 있는 이층으로 향했다. 준식을 조금은 황당한 듯 바라보는 석훈을 향해 서희가 입가에 살짝 미소 지었다. 서희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오빠 좀 말랐네요.

  -내가 좀 말랐어? 허긴, 요즘 워낙 운동을 열심히 하니까. 다이어트가 대세잖아. 다이어트하니까 몸도 가벼워 지고 정신도 맑아지고 너무 좋더라고.

  너스레를 떨듯 이야기 하는 석훈을 서희가 가만히 바라보았다. 서희의 눈빛이 조금은 민망한 듯 석훈이 자신의 앞에 놓여져 있는 피셔를 들어 올렸다.

  -한 잔 할래 서희야?

  -네. 반잔만 주세요.

  석훈이 서희의 잔에 맥주를 반이 조금 덜 되게 채웠다. 그리고, 석훈이 잔을 들었다.

  -정말, 너무 반갑다 서희야!!!

  잔을 부딪치고는 석훈이 자신의 잔을 단숨에 비웠다. 서희는 살짝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비어 있는 석훈의 잔에 다시금 맥주를 채웠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석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힘들겠지만, 오빠도 다시 여자 친구 만나야죠?

  -글쎄. 아직은 별로 생각이 없네.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금 맥주를 단숨에 비운 석훈이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서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서희 같은 여자도 없고.

  석훈을 보던 서희가 밉지 않게 피식 웃었다.

  -오빠도 참. 농담인 거 아는데 그래도 기분은 좋네. 그러지 말고 제가 소개팅 해드릴까요?

  대답 없이 석훈이 비어 있는 자신의 잔에 다시금 맥주를 한 잔 가득 채우고는 단숨에 잔을 비웠다.

  -오빠, 천천히 마셔요. 그러다 몸 축나면 어떡하려고요?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는 서희를 보던 석훈이 다시금 자신의 빈 잔에 맥주를 채우고는 단숨에 맥주를 비웠다. 그리고는 입가에 조금은 장난스런 웃음을 지었다.

  -서희가 잘 모르는구나. 준식이한테도 나한테도 맥주는 그저 보리로 만든 음료일 뿐이야. 보리차 같은 거지 보리차.

  하지만, 석훈의 웃음에도 서희는 웃지 않았다. 여전히 조금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석훈을 바라보기만 할 뿐.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돼. 좋으니까 사귀었던 것처럼 싫어졌으니까 헤어진건데 뭐. 어쨌든 진심으로 사랑했으니까 후회도 없고.

  -미안해요. 오빠 스스로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왠지 오빠 모습 보니까 마음이 아파서. 우리 오빠도 석훈이 오빠 걱정 정말 많이 하거든요.

  -그놈이야 걱정을 가장해서 나 구박하고 잔소리 하는 재미로 살아가는 녀석인걸 뭐. 에휴... 내 팔자야!!

  석훈의 이야기에 서희가 이내 피식 입가에 웃음 지었다.

  -그래 그놈이랑 사귀는 건 어때? 잘 해주니? 구박하진 않아? 혹시라도 구박하면 바로 말해. 내가 아주 그 놈 혼찌검을 내줄 테니까.

  석훈의 이야기에 서희가 다시금 씩 웃음 지었다. 그리고는 석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갑자기 준식이 오빠 얘기가 생각나서요. 석훈이 오빠는 항상 뭘 물어볼 때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묻는데요. 물론, 그게 직업병에 일종이라는 생각은 하는데, 그래도 가끔은 그게 너무 귀찮다고 했던 말이.

  -이런 건방진 놈. 뭐, 귀찮아?

  -아, 전 절대 귀찮지 않아요. 오빠. 꼭 알아주셨으면 해요.

  다시금 살짝 웃는 서희를 보며 석훈의 입가에도 이내 피식 웃음이 지어졌다.

  -오빠야 항상 저에게 너무 잘해줘요. 너무도 따스하게 다정하게. 가끔 제가 그런 오빠에 비해서 너무 부족한 것 같아 미안할 때가 많아요.

  서희를 보는 석훈의 눈빛에 순간 안타까움과 연민이 일었다. 자신의 눈빛을 서희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듯 석훈이 다시금 자신의 잔에 맥주를 채우고는 서희 앞에 잔을 들었다.

  -술은 짠하는 재미지. 자 서희야 건배!!

  천천히 서희가 자신의 잔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도 석훈은 자신의 잔을 단숨에 비웠다.

  화장실로 향한 준식은 거울 앞에서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연신 통화를 하고 있었다.

  -우리 언제 만날까?

  -이번주는 아무래도 실험 때문에 힘들 것 같고, 정말 중요한 실험이거든. 아무래도 다음주나 돼야 될 것 같아. 내가 다음주초에 전화할게. 다시 실험실에 들어가봐야 돼서.

  -알았어 잘자.

  -그래, 잘자 민지야!!

  연신 웃으며 통화하던 준식의 입가에 미소가 통화가 끝남과 동시에 사라졌다. 마치 단 한 번도 웃어 본 적 없는 사람처럼. 방금 전까지 웃으며 준식을 바라보고 있던 거울 속에 사내가 표정 없는 얼굴로 준식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너란 인간은 어쩔 수 없는 놈이라는 듯. 준식이 사내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거울 속의 사내를 무섭게 쏘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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