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
어긋나다
작가 : 야차
작품등록일 : 2019.11.7

사랑을 믿지 않던 남자... 버려지기만 했던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다. 사랑도 인생도 중요한 건 서로의 마음이 교감되는 타이밍. 안타깝게 어긋난 그들의 사랑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게 되는데....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과는 달리 로맨스 소설에 스릴러적인 요소를 넣은 조금은 독특한 로맨스 소설.

 
어긋나다 6장(2부)
작성일 : 19-11-09 08:35     조회 : 192     추천 : 0     분량 : 489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통의 시간 끝에 화장실로 향한 준식은 낯선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사색이 된 사내. 그리고 헝클어진 머리.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은 공포에 질리다 못해 백설기처럼 너무도 하얗게 질려 있었다. 거울 속의 사내를 보며 준식은 대체, 이 사내가 누군가 싶어 몇 번이고 거울만 바라보고 있었다.

  ‘앞으론 그 누구와도 절대 놀이공원엔 다신 오지 않는다. 절대로.’

  준식이 다시금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때, 준식의 핸드폰에 문자 알림 신호음이 들려왔다. 누군가 싶어서 준식이 핸드폰을 들어 바라보았다.

  -저, 민지예요 오빠. 지금 머해요?

  민지라 준식이 핸드폰을 보며 나직히 읊조렸다. 민지는 얼마 전 화상 채팅을 하면서 알게 된 여자애였다. 지방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양호선생을 하고 있었고, 그리고 역시 나쁘지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잠시 핸드폰을 보던 준식이 천천히 답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교수님과 아주 중요한 실험 중. 잠시 쉬는 사이에 딱 민지가 연락했네. 다시 들어가 봐야겠다. 나중에 전화할게.

  문자를 보내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듯이 다시 답문자가 돌아왔다.

  -알았어요. 오빠 수고해요 ^^

  준식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소변을 보려는 듯 소변기로 향했다. 사실, 오늘 서희와 잠자리를 갖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서희를 버릴 생각이었다. 차고 나서 아무도 없는 공백기가 진행되는 건 준식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민지에게 작업을 걸어둔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 민지의 마음은 자신에게 거의 넘어와 있었다. 허긴, 뭐 자신이 작업해서 실패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준식의 계획에 차질이 생겨 버렸다. 도저히 지금 상태로는 오늘밤 서희와 잠자리를 가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망할 놈의 놀이기구들.

  혹시나 싶어 준식이 고개를 숙여 언제나 지멋대로 분명하고 명확한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던 자기 주장 강했던, 소신 그 자체였던 녀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어때, 가능하겠어?’

  하지만,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대답 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지금 물줄기를 몸 밖으로 밀어내는 그 지극히 평범한 작업 역시 힘에 부친 듯 간간히 물줄기가 끊기고 있었다. 이 녀석이 이렇게 온순하고 가여워 보이는 날이 있다니. 순정 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가련해 보이기까지 한 녀석의 모습에 준식은 짜증이 치밀었다. 그리고 준식의 입을 타고 깊디 깊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이런 제기랄!!!’

  호수 옆 벤치에 앉아 있는 준식은 12라운드를 혼신에 힘을 다해 뛴 복싱 선수의 모습 그것이었다. 준식을 바라보는 서희의 눈빛에선 연신 미안함과 연민이 묻어나고 있었다.

  -오빠, 고소 공포증 있다는 말 왜 안 했어? 했으면 놀이공원에 안 왔을 텐데.

  서희를 보며 준식이 씩 웃었다. 준식의 입을 타고 너무 쉬어서 알아 듣기도 힘든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우리 서희가 그렇게 좋아하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난, 괜찮아. 오랜만에 우리 서희 때문에 너무 재밌었는걸.

  -정말? 아무튼 오빠 너무 고마워.

  서희를 준식이 당겨서 안았다. 준식의 품에 서희가 폭 안겨 고개를 묻었다. 서희를 바라보는 준식의 눈빛에선 연신 살기가 묻어나고 있었다.

  ‘오늘만 참는 거야. 앞으로 한 번만 더 놀이 공원에 오자고 하기만 해봐. 아주 그땐 그냥....’

  순간 준식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청부 살인을 의뢰하는 사람들 중에서 분명 자유이용권으로 놀이 공원을 활개치는 여자 친구를 죽여 달라는 의뢰도 꽤 많을 거라는 생각.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준식의 지금 마음 같아선 충분히 의뢰를 고민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서희와 헤어지고 난 후 어떻게 집 앞에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온 준식은 힘겹게 도어락의 번호를 눌렀다. 정말 오랜만에 준식은 정말 손가락 하나 들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었던 것이다. 도어락 문이 열리고 준식이 오피스텔로 들어섰다. 신발을 벗으며 거실 스위치를 켠 준식은 그 자리에 멈춰섰다. 거실 여기 저기에 소주병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한 켠에 만취한 석훈이 널부러져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굳이 석훈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준식은 알 수 있었다. 석훈이 이렇게까지 술을 마실 일이라고는 단 한 가지 뿐이었다.

  널부러져 있는 석훈을 보고는 준식이 황급히 다가섰다. 그리고는 석훈의 몸을 일으켰다.

  -대체, 무슨 일이야? 석훈아.

  -어 내 친구 준식....

  -대체, 왜 이래?

  -주미가 이제 그만 헤어지제.

  역시 예상한 그대로였다. 허긴, 준식의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어쨌든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반드시 일어날 일이었다.

  석훈이 순간 감정이 복받치는 듯 다시금 바닥에 고개를 묻었다.

  -내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하는데... 그런데, 그런데 나한테 이젠 그만 헤어지제... 흑흑흑....

  연신 바닥에 고개를 묻은 채 흐느껴 우는 석훈을 보며 준식은 연민이 일었다. 다른 사람이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눈물 흘렸다면 아마도 그의 어리석음을 탓했을 준식이었다. 사랑이란 게 다 무엇이란 말인가? 외모에 반해서, 그의 능력에 반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재산에 반해서, 그의 스펙에 반해서, 그의 미래에 점수를 매겨서, 그의 집안 배경이 좋아서 이런 이유들을 아름답게 포장해 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이름이 아니던가? 솔직히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겉을 둘러싸고 있는 포장지인 사랑이 모든 것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 그들의 위선됨이 준식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준식에게 있어 사랑이란 그 어떤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단 침대에 가서 눕자.

  준식이 연신 흐느껴 우는 석훈을 일으켜 침대에 가서 눕혔다. 석훈의 입을 타고 연신 주미의 이름이 흘러 나왔다. 석훈을 보며 준식은 순간 자신이 주미에게 그러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 일은 언제고 터질 일이었다. 주미만 바라보는 석훈의 그 마음과는 달리 주미는 석훈을 단 한번도 보고 있지 않았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준식은 너무나 일찍 깨달았던 것이다. 더욱이 주미가 바라보는 곳이 어딘지 너무도 잘 아는 준식은 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다른이도 아닌 지금 자신에게 있어선 단순히 친구가 아닌 세상에 유일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석훈에 일이었으니 더더욱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준식이 다시금 연민 가득한 눈빛으로 석훈을 바라보았다. 석훈은 연신 주미의 이름만 부르다 그렇게 잠들었다.

 

  반바지와 낫시티를 입은 서희는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는 서희의 입가엔 연신 웃음이 지어져 있었다. 그 사내가 자신의 앞에 나타났을 때 그의 입에서 흘러 나온 니 탓이라는 그 한 마디에 서희는 정말 숨이 막혔고, 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금방이라도 주저 앉을 듯한 그 순간에 자신을 부축해준 사람이 바로 준식이었다. 준식의 손길이 닿자마자 서희는 천천히 숨이 쉬어졌고, 그리고 천천히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준식은 그렇게 사내 앞에서 그 따스한 손길로 서희를 계속해서 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준식의 손길 속에선 자신을 아끼는 준식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었다.

  ‘진짜 오빠 아니었으면.’

  다시금 파랗게 질린 얼굴로 벤치에 앉아서 가쁜 숨을 쉬던 준식의 얼굴이 떠올랐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절대 놀이 공원에 가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준식은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그래서 너무 고통스럽고 힘겨웠음에도 그런 내색 하나 없이 오랜만에 간 서희가 놀이공원에서 실컷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것이었다. 이제껏 누구도 서희를 그렇게 배려준 사람은 없었다.... 그 누구도....

  다시금 서희의 입가에 피식 웃음이 지어졌다. 그리고 집 앞까지 데려다 준 준식이 떠올랐다. 사실, 서희는 오늘 준식과 잠자리를 가질 생각이었다. 자신을 향한 준식의 깊은 배려를 느끼고 나자 그 마음은 더욱 커졌다. 꼭 오늘은 오빠와 함께 섹스를 하고 싶었다.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었고, 오빠의 모든 것을 다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다.

  집 앞 가로등 앞에서 준식은 서희를 확 당겨 서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그리고, 준식의 따뜻한 혀가 서희의 혀를 간질렀다. 준식의 손이 천천히 서희의 허리선을 타고 엉덩이 아래쪽으로 향했다.

  -아.... 오빠!!!

  서희의 입을 타고 나직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준식이 자신의 입술을 떼고 서희의 두 눈을 뚫어져라 바라본 건. 대체, 뭐하는 건가 싶어 서희가 준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너와 함께 밤새 너를 만지고, 너를 안고 너와 함께 뒹굴고 싶은데, 오늘 한 번만 더 참을래. 우리 서희는 너무 소중하니까. 예전 아버지께서 그러셨거든. 소중한 존재일수록 배려해야 한다고. 그 배려는 그 소중함의 가치를 더욱 높여 준다고. 오늘은 서희도 너무 피곤할 테니까 푹 쉬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 그게 오늘까지야. 잘자.

  아무런 말도 없이 빤히 바라보고 있는 서희의 이마에 준식이 쪽하고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골목길을 걸어 내려갔다.

  준식을 떠올리며 서희의 입가엔 다시금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배려 하지 않아도 되는데... 나두 오늘 오빠랑 함께 하고 싶었는데... 근데... 근데 날 위한 오빠의 배려가 정말 너무 고마워.... 이제껏 정말 누구도 날 배려해준 사람은 없었는데....오빠, 나 정말 오빠가 너무 좋아. 너무... 너무 사랑해.’

  서희가 준식을 떠올리려는 듯 다시금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연신 입가엔 미소를 지은 채. 하지만 서희는 알지 못했다. 준식이 집 앞 키스로 마지막 한 번 더 녀석의 상태를 점검 했다는 것을. 그리고 오늘은 아무리 애를 써도 자의지를 가진 그 녀석이 움직일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에 실망해서 골목길을 돌아서 내려가고 있었다는 걸. 허긴, 그것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그것은 신도 알 수 없는 일인걸.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3 어긋나다 11장(2부) 2019 / 11 / 9 203 0 6249   
22 어긋나다 11장(1부) 2019 / 11 / 9 187 0 3949   
21 어긋나다 10장(2부) 2019 / 11 / 9 202 0 6237   
20 어긋나다 10장(1부) 2019 / 11 / 9 185 0 3192   
19 어긋나다 9장 2019 / 11 / 9 188 0 6819   
18 어긋나다 8장(2부) 2019 / 11 / 9 177 0 3512   
17 어긋나다 8장(1부) 2019 / 11 / 9 175 0 3550   
16 어긋나다 7장(2부) 2019 / 11 / 9 186 0 3513   
15 어긋나다 7장(1부) 2019 / 11 / 9 173 0 5784   
14 어긋나다 6장(2부) 2019 / 11 / 9 193 0 4895   
13 어긋나다 6장(1부) 2019 / 11 / 8 174 0 4501   
12 어긋나다 5장(3부) 2019 / 11 / 8 209 0 3032   
11 어긋나다 5장(2부) 2019 / 11 / 8 202 0 4395   
10 어긋나다 5장(1부) 2019 / 11 / 8 205 0 5936   
9 어긋나다 4장(3부) 2019 / 11 / 7 186 0 3313   
8 어긋나다 4장(2부) 2019 / 11 / 7 180 0 3330   
7 어긋나다 4장(1부) 2019 / 11 / 7 186 0 3076   
6 어긋나다 3장(2부) 2019 / 11 / 7 172 0 6245   
5 어긋나다 3장(1부) 2019 / 11 / 7 176 0 3286   
4 어긋나다 2장(2부) 2019 / 11 / 7 196 0 6355   
3 어긋나다 2장(1부) 2019 / 11 / 7 184 0 3800   
2 어긋나다 1장(2부) 2019 / 11 / 7 182 0 3860   
1 어긋나다 1장 (1부) 2019 / 11 / 7 346 0 618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