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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세외취세전
작가 : 정위
작품등록일 : 2016.10.10

현무문의 장자인 '손정'은 황제의 친필 편지를 세외 세력인 서방 국가의 왕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임무 수행 중 불의의 사고로 인해 크게 다치고, 우연히 서방의 한 무명 용병단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같은 방향, 다른 목적으로 수도 '알덱'으로 동행하게 되는데....

(작가 E-mail : 2ndvoice@naver.com)

 
3화 대지진
작성일 : 16-10-13 03:46     조회 : 399     추천 : 0     분량 : 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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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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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감사합니다...장초 녀석들 골치아픈 놈이었는데...”

 

  점포 주인이 정이에게 고마워하며 고기만두를 더 내왔다. 정이는 별 것도 안했는데 대접을 받는 것 같아 민망했지만, 일단 나온 음식은 받아두었다.

 

  “그런데 이 근방에서 저런 놈들은 지키는 문파가 없나요?”

  “예? 문파...여기는 그런 건 없습니다...산 중턱에 걸쳐있는 마을인데다 사는 사람이라고 얼마 되지도 않는 곳에 문파 같은 게 따로 있을 리가...오히려 서쪽에서 정부군이 순찰을 도는 경우는 있습니다만 그건 어쩌다 한번 있는 것이고...”

  “그래서 그런 양아치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다니는군요. 으음.”

 

  이래서야 당장에 정이가 자리만 비워도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판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여기 머무를 수는 없었다. 정이는 나중에라도 중원의 가장 서편에 있는 현무문에서 이곳에 사람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주인장님, 혹시 이 근방에 지도 같은 것을 구할 데가 있을지요?”

 

  주인은 상당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지도는 따로 구할 곳은 없고...제가 상인 일 때 가지고 있던 지도가 있습니다. 기다려 보십시오.”

 

  주인은 밖으로 나가더니 잠시 뒤 네모로 접혀있는 천 조각 하나를 가지고 왔다. 그것을 대충 밖에서 털었는데 먼지가 뭉게뭉게 퍼졌다.

 

  “이것이 제가 작년까지 활동할 때 쓰던 지도인데...그대로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근방 지대는 자연재해가 잦아서 지형이 자주 바뀝니다.”

  “아닙니다, 이것만 해도 저한테는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에 점원의 말대로 원래 지도와는 달리 산맥이 크게 둘로 나뉘어 있었다. 주인은 현재 이곳 마을의 위치를 대충 알려주었다. 오늘 넘은 산은 낮은 자투리 산들에 불과했다. 서쪽 대륙까진 갈 길이 한참이었다.

 

  쏴아아아아....

 

  하늘에서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이는 남은 만두를 먹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이미 어둡고, 희끗희끗 보이는 구름은 안개처럼 산을 훑고 지나가고 있었다.

 

  ‘이놈들 입 돌아가겠는데?’

 

  정이는 문 밖에서 때려눕힌 장초의 무리들을 슬그머니 살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사라져 흔적도 없었다.

 

  “거참, 덩치도 큰 놈들이 줄행랑은 빠르구나.”

 

  그는 깜빡했다는 듯 문득 품 안에 있는 밀봉 상자를 더듬어 꺼내보았다. 상자의 상태는 잔 흠집하나 없이 멀쩡했다. 하긴, 애초에 몸에 닿은 게 없는 부실한 공격들이었다.

 

  ‘날이 밝고 비만 그치면 바로 출발해야겠구나. 그래도 부탁한 분이 황제이니만큼...’

 

  정이는 자리로 돌아와 그릇째로 국물을 마셨다.

 

 ***

 

  “네? 저 혼자 세외로 다녀오라고요?”

 

  강랑이 놀라 소리쳤다. 휘는 그녀와 강 문주를 번갈아 쳐다보며 입에 털어 넣으려던 술을 가만히 들고 멈춰버렸다.

 

  “현무문에서 온 지령이다. 내일 당장 떠나거라. 가다보면 현무문의 손정 도련님을 만날 것이다. 그분 얼굴은 기억하느냐? 네가 어릴 때 첫째 도련님 좋다고 쫓아다닌 게 엊그제 같은데...”

 

  랑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휘는 이 상황이 어지간히 웃겨 입을 앙다물고 고개를 숙여 웃음을 참았다.

 

  “어엇...그...그분은 어디에서 만나요?”

  “가는 길에 알아서 합류해야 한다. 목적지는 동일하니 네 속도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물건을 옮기는 중이라 첫째 도련님이 빨리 움직이고 있진 않을 거라 하신다.”

 

  랑이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싫지 않은 지령이었다. 휘는 랑이의 사정이야 어쨌든 이번 임무가 이해되지 않았다.

 

  “형 일이라면 왜 저나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고 천무문 쪽에 말씀하셨을까요. 좀 의외인데요.”

  “지금의 중원은 중원 내의 질서로만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미 서방 대륙 및 세외 세력들과 활발하게 영향력을 주고받고 있지 않습니까. 랑이는 천무문의 계승자이니 훗날을 도모하려면 세외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문주님의 판단이신 것 같습니다.”

  “그럼 알아서 준비하면 되는 건가요?”

 

  이야기를 듣던 랑은 어떤 각오가 섰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휘는 아무리 그래도 여자 혼자 괜찮을까 우려했다. 물론 그녀의 무공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랑이의 날렵하고도 섬세한 무공은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했고, 그것은 대중들에게 삽시간에 퍼졌다. 천무문의 무술이란 소문을 타고 대중 사이에서 발전하고 있는 것이었고, 그 가운데엔 강 문주와 그의 딸이 있었다.

 

  “이건 뭔가...제가 전령을 들고 와서 괜히 두 분을 제 손으로 생이별 시키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그런데 랑이 너 세외에 가본 일 없으면...그쪽 말은 할 줄 아니?”

  “아...아니...”

 

  세 사람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 천무문 문주는 그런 문제는 생각도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빠, 빨리 형을 따라잡으면 괜찮을 거야...”

 

  랑이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꾸벅 인사하고 방으로 달려갔다.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가 났다. 강 문주는 수염을 쓸으며 말했다.

 

  “딸이 나이에 맞지 않게 항상 저리 어수선해서 걱정입니다.”

  “으음. 좀 그렇죠...조금 산만한 구석이 있어서...”

 

  휘는 강 문주의 말에 동의하고 술을 마시려는데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강 문주가 가만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 아니, 따님을 욕한 것이 아니라...그...뭐...좋은 의미로! 활발하다! 이 말입니다. 하하하. 저야말로 방정맞고 촐싹거리는 놈이라. 흐흐...”

 

  휘는 고개를 돌려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술을 마셨다.

 

 ***

 

  구름은 지난 밤 다 지나가고 질퍽한 길에 발자국들을 따라 물이 고였다. 해는 이미 산 위로 떠서 공기를 푹푹 찌게 했다. 몇 걸음 걷지도 않은 정이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주인장님 계십니까?”

 

  어제 먹은 가게에 들러 주인을 불렀다. 주인장은 음식을 준비하다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에고, 오셨습니까? 제가 점심 재료는 준비 중이라 밥은 좀 기다리셔야 되는데...만두는 곧 되는데 그거라도 좀 드릴까요?”

  “아, 아뇨 밥보다 이거...”

 

  정이는 소매에서 편지를 꺼내어 건넸다. 주인은 종이를 멀뚱히 보며 물었다.

 

  “이건...뭔가요?”

  “어제 일이 좀 걸려서요. 그 놈들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고. 혹시 나중에라도 제가 입은 이 녹색 옷을 입고 있는 자들이 오거들랑 ‘현무문’ 사람인지 물어보시고, 맞으면 이 편지를 좀 전해주십쇼. 여기 좀 도와달라는 전언이니 걱정은 마시고요...”

 

  주인은 알겠다고 하고 편지를 받아들었다. 정이는 가벼이 인사를 하고 가던 길을 가려했다.

 

  “아이고, 잠깐 기다리십쇼. 이거라도...”

 

  그는 부엌으로 뛰어가 만두를 허겁지겁 담아 정이에게 건넸다. 정이는 한사코 괜찮다고 손을 저었지만 주인장은 억지로 정이의 손에 만두꾸러미를 전해주고 가게로 들어갔다.

  정이는 웃으며 만두를 한입 베어 물었다.

 

  “으음...? 좀 덜 익은 것 같은데...”

 

 ***

 

  세 시진을 꼬박 올라오니 겨우 산 정상 봉우리가 앞에 보였다. 원래 전에 오르던 산보다 이 산들이 높기도 하거니와 내공을 아끼기 위한 방편이었다. 어디 동굴에나 들어가 야영을 하더라도 이제부턴 무리해서는 안됐다. 다시 마을이 나타나리란 보장도 없었고, 야간엔 먹을 것을 구하기도 어려워진다.

 

  “경공이나 제대로 연마할 것을. 남들 뛸 때 어쩔 수 없이 언어나 배우고 있었으니...”

 

  정이가 혼자 중얼대며 정상에 오르자 과연 장관이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 비슷한 높이의 산맥들이 북서쪽 방향으로 휘감겨 모이고 있었다. 산등성이 부분은 대개 나무가 없어 멀리서 보기에 그 모양이 손가락 같아 보였다.

 

  마을 식당 사람들의 말이 맞다면 산맥들 사이 어딘가로 강물줄기가 흐르고 있을 것이었다.

 

  “저기 모이는 곳으로 가서 봐야 대충 위치가 잡히겠는데. 지도가 맞다면 저 방향이 틀림없으니 일단...현무지보!”

 

  정이는 순간적으로 다리를 통해 기를 차고 앞으로 나아갔다. 웬만큼 가파른 능선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가 발을 디딘 능성이의 일부가 금이 가며 ‘쿵’, ‘쿵’ 하는 메아리가 산세에 울려 퍼졌다.

 

  능성이가 모이는 곳은 멀리서는 가까워 보였지만 현무지보를 통해서도 거의 반시진을 달려야 도착하는 곳이었다. 정이는 숨을 고르며 지형을 살폈다. 새로 받은 지도와 또 달랐다.

 

  “에휴, 이래서야 뭘 보고 넘어간단 말이야...일단 강줄기를 기준으로 둘로 나뉜 건 맞는데 오른쪽이 아니라 아예 남쪽으로 뻗어 있잖아?”

 

  지진이 산을 통째로 절구판에 돌리듯 방향을 틀어버릴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정이는 애초에 누군가 맞지 않는 지도를 그렸고, 그것이 맞는 지도로 퍼져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저 강을 건너야 되겠어. 흐읍!”

 

  정이는 현무지보로 강 바로 옆에 나있는 산으로 질주를 시작했다. 다시 그의 걸음 소리가 산에 퍼졌다. 발을 디딜 때마다 산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으음, 내가 너무 기를 과하게 뻗는 건가? 지반이 많이 흔들리는데.“

 

  밟을 때마다 들리는 쿵 소리는 점차 천둥소리처럼 커져만 갔다. 갑자기 시야에 들어오는 산속 숲에서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랐다. 나무 틈으로 온갖 동물들이 동쪽으로 뛰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이는 뭔가 이상한 것을 눈치 챘지만 그것은 이미 강가의 산으로 다 도착한 후였다.

 

  정이가 넓은 바닥에 멈춰 서자마자 그 진동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장에 산이 통째로 무너질 판이었다. 이미 아래쪽에서는 큰 돌들이 밑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젠장, 여긴 수시로 이러나? 이렇게 된 이상 돌아가야...”

 

  정이가 오던 방향으로 몸을 틀어 다리로 기를 모으는 순간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그는 디딜 곳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단단한 몸이 쉬이 다치진 않았다. 쏟아져내리는 지반에는 바윗덩어리와 뿌리째 뽑힌 나무들과 함께 정이가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윽, 이러다간 어디 파묻히게 생겼는데...어떻게 기공이라도...”

 

  그는 짐을 품안에 꽉 안고 필사적으로 기공을 사용해 강 쪽으로 향해 날았다. 허공답보가 어설프게 들어가며 겨우 땅바닥에 굴러 처박히는 것은 피했지만 끝도 없이 쏟아지는 부식물들을 피할 길이 없었다.

 

  “자연 앞에 장사 없네, 일단 살면 길이 있겠지, 현무강갑(玄武强甲)!”

 

  정이는 짐을 안고 사방으로 기를 발산하며 최대한 움츠렸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부식물에도 몸이 끄떡없었다. 하지만 그는 방향을 잃고 사방으로 튕겨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그 끝에는 시커먼 강이 급류를 형성하며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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