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뷰티풀, 비호니스트!
작가 : 하다하
작품등록일 : 2016.10.11

사방팔방의 결혼재촉으로 누덕누덕 마음이 낡아버린 친구들이 진지하게 비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니 솔직히, 이젠 실버타운도 잘되어 있는 마당에 내가 하고싶은 공부하고 내 능력으로 돈 벌어서 인생 즐기면서 행복하게 사는게 낫지 않나? 비혼의 조건, 비혼의 연애 그리고 행복한 비혼은 어떤걸까? 가능한 이야기일까? 결혼과 인생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30대의 이야기.

 
2화. 연애에 지쳐도 클렌징은 꼼꼼히
작성일 : 16-10-12 23:44     조회 : 319     추천 : 0     분량 : 496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끝날 것 같지 않던 금요일 밤의 수다는 어느새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다들 더 길게, 신나게 놀려면 운동이라도 해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주아 “그래, 오늘은 이쯤에서 마치고 이렇게 계속 한 달에 한 두 번씩은 보도록 노력하자~ 인간관계도 다~ 노력이 필요하더라.”

 

 정현 “네 알겠어요, 언니. 전 앞으로 매주 잡힌 소개팅으로 에피소드 적립하고 있을게요~”

 

 예미, 나영 “언니 오빠들 조심히 들어가요~”

 

 

 나도 웃으며 활기차게 인사한 후 돌아서는데,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이박사가 가지 않고 주춤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박사 “나영, 너 여의도 방향으로 가?”

 

 

 아, 아니었으면.. 내가 여의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바뀌었으면... 거짓말을 할까? 오늘 금요일이라 본가로 내려간다고 해야 할까? 설마 같이 택시 타고 가자고 하진 않겠..

 

 

 박사 “나도 영등포 쪽으로 가는데 택시 같이 타고 가자. 여자 혼자 택시 타기도 위험하잖아.”

 

 나영 “그..그래요.”

 

 

 사람이 살면서 진짜 온몸에 가시가 돋아나듯 불편한 상황이 있다. 나에겐 지금 이런 순간? 대학원 때부터 매사에 이상한 소리만 내뱉고 가르치려 드는 이런 사람이랑 숨 막히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니.

 

 얼른, 주의를 돌리려고 콜택시를 불렀다.

 

 

 나영 “요즘은 이렇게 앱으로 택시도 잡고 참 세상 좋아졌어요~~~ 3년 전쯤부터 회사에서 계속 이런 서비스 앱을 기획했는데, 아무래도 소비자들이 익숙해져서인지 인제야 막 잘나가는 거 같아요~”

 

 나는 왜 어색하면 주제와 상관없는 소리를 막 내지를까? 이럴 땐 입이 따로 노는 것 같다. 영혼이 입이랑 몸이랑 분리되는 느낌...

 

 박사 “그래? 내 친구가 스타트업 운영하는데, 우리나라는 서비스 운영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는 하더라. 그 친구가 뉴욕대를 나와서 지금 그걸 운영하는데..”

 

 나영 “아, 택시 왔다!”

 

 

 택시를 타고, 이내 정적이 흘렀다. 심지어 택시기사 아저씨도 오늘따라 과묵하신 분을 만났다.

 

 그러다 뜬금없이,

 

 

 박사 “주아 누나한테 비혼이니 뭐니 얘기하지 마, 결혼 안 하고 혼자 사는 여자는 보기 안 좋아. 별로야.”

 

 

 술기 오른 김에 울컥, 니가 뭔데 보기 좋네 마네 별로네 마네야!!!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괜히 말만 길어질까 봐 못 들은 척 해버렸다.

 

 택시 안의 먼지 한 톨도 숨죽이고 나만 바라보는 것 같은 이십 분의 여정이 흐르고 있다. 악! 아직도 이태원이야.. 악! 아직도 마포대교.. 하는 와중에 여의도 도착.

 

 풀려나는 기분으로 점프하듯이 택시에서 내려서, 얼른 가시라고 인사하려는데..

 

 

 왜 내린 거야?

 

 

 나영 “..영등포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니 가던 길 가시지 왜...”

 

 박사 “그냥.. 너, 내일 토요일인데 뭐해?”

 

 

 이거,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길 빌고 있다. 뭐지 이건?

 

 되도 않는 자신감에 어장관리랍시고 동기들 선배들을 그렇게 간 보고 다녔다는데 이런 식으로 그런 건가.... 아니, 내가 지금 너무 앞서는 건가?

 

 

 나영 “왜요? 주말이니까 일정은 항상 있죠~”

 

 박사 “저녁 약속 있는 거야? 난 점심때도 상관없는데. 영화 보러 가지 않을래?”

 

 나영 “!”

 

 

 내가 33년의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뜬금없는 데이트 신청은 처음 받는다.

 

 자주 만나는 사람도 아니며, 심지어 친한 사이도 아닌데 이건 거의 길거리 헌팅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 순간,

 

 ‘연애 안 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데이트나 한 번 해볼까?’

 

 그래.. 연애 세포도 죽을 수도 있는데, 이쯤에서 인공호흡 한 번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이걸로 인공호흡이 가능할까? 간당간당한 세포 확 죽여버리는 거 아냐 저 인간이?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속도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박사 “음? 너 혹시 재는 거야? 야 니 나이에 데이트를 재면 어떡하냐?? 아이고 감사합니다 해도 모자랄 판국에. ㅋㅋㅋㅋ”

 

 

 아.. 내가 순간 정신을 잃었었네.

 

 

 ‘그래, 촌놈한테는 손도 흔들어 주지 말랬어.’

 

 

 

 나영 “재긴요, 미안해서 그렇지. 저 내일 본가 내려가야 하는 데다, 선배랑 영화 보기 어색할 거 같아요~ 다음번 동기 모임 때 다같이 보러 가요~!”

 

 박사 “그래, 나도 뭐 내일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물어봤어. 잘 가~”

 

 하고 홱 돌아서서 가는 박사.

 

 

 다행이다. 휴 다행이야. 순간적으로 흔들린 나를 좀 혼내야겠어.

 

 

 아닌 거 같으면 애초에 [칼같이] 끊기.

 

 [감정소모]는 천하에 쓸데없는 것.

 

 남자한테 [동정심] 갖지 말자 등등

 

 그동안의 교훈을 아주 허공에 날려버릴 뻔 했어.

 

 

 아, 술 다 깼네.

 

 

 

 ***

 

 

 한 시 반... 화장 지우기에 딱 좋은 시간이네~

 

 암만 피곤하고 졸려 미치겠어도 이제는 화장을 무!조!건! 지우고 자야 담날 피부 트러블이 안 생긴다.

 

 비비적 비비적 클렌징 티슈로 닦아내고, 차가운 화장실 공기가 싫어서 샤워기로 뜨거운 물 틀어두고, 다시 세면대로 돌아와 클렌징 오일로 맛사지 하듯 2차 클렌징 하고 어푸어푸.

 

 화장실에 둔 미스트 팡팡 뿌리고 마스크팩 올리면 일단 클렌징은 끝.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온 뜨거운 물이 금세 좁은 화장실 안을 온기로 채워준다. 술 먹었으니까 샤워 너무 오래 하진 말아야지.

 

 

 ***

 

 

 스윽-

 

 가운을 걸쳐 입었어도 창문을 열어둬서 그런가 차가운 밤공기가 종아리께에 소름을 오소소 뿌린다. 오늘부터는 수면 바지를 개시해야 하는 건가.. 생각하며 핸드폰을 닦는데, 못 봤던 카톡들이 우르르 눈에 밀려 들어온다.

 

 

 - 뭐해?

 - 뭐, 술 약속 있다더니 지금까지 노는 거야?

 - 아주 흥청망청이구먼

 - 저기요?

 - 지금 한 신데??

 - 지금 한 시 사십 분인데???

 

 플러스 부재중 통화 두 건.

 

 

 태현아.... 왜 그러니...

 

 대학동기 절친 중 유일한 남성, 지태현이다. 우리보다 더 감수성 풍부하고 뭔가 여리여리 물망초 같은 느낌이라 아껴주고 있는 친구.

 

 다만 문제는 어릴 때부터 이렇게 잔소리가 많다는 것. 시어머니가 따로 없어..

 

 

 ~따르릉~

 

 

 태현 “야.”

 

 나영 “야 잘 밤이니까 용건만 말해. 누나가 술 좀 마시고 한 시 반에 들어와서 클렌징 할 수도 있는 거지 어! 너 왜 이렇게 키보드 잔소리질이야~~~”

 

 

 다다다다 내뱉긴 하는데.. 따듯하게 씻고 침대에 반쯤 누워있자니 잠이 온다. 정신이 몽롱~하니 누가 눈꺼풀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느낌이야.

 

 

 태현 “야 너 아까 단체창에서도 말 없으니까 걱정돼서 전화했던 거 아냐~ 다들 혼자 사는데 생사여부 정도는 매일 체크하자, 쫌.”

 

 나영 “내 본체는 잘 살아있어. 연애 세포가 지금 간당간당해서 그렇지...”

 

 

 잠결에 입에서 말이 그냥 흘러나오는데, 에이 뭐 소꿉친구 같은 놈인데 뭐, 하고 내버려 두기로 한다.

 

 

 태현 “연애 세포가 간당간당이셔? 내 생각엔 너 술 많이 먹어서 간세포랑 뇌세포가 더 문제일 것 같은데, 술 좀 작작 마시라고.”

 

 나영 “아 술이 내 세포들을 살찌우고 있다고 지금....ㅋㅋ 근데도 죽어가고 있어.. 연애를 하긴 해야 할 거 같은데, 초반 기 싸움이나 감정소모 같은 걸 생각하면 시작조차 하고 싶지가 않네. 너도 그러니? 나만 그런가 봐..”

 

 

 취해서 그런가 헛소리도 술술 나오고 옛날 생각도 무진장 나기 시작한다. 설렜던 첫사랑, 좋지 않았던 마무리, 내가 끝낸 연애, 상대가 끝낸 연애...

 

 그 중에서도 가슴속이 면도날에 겹겹이 베이듯이 아렸던 이별도 있었다.

 

 내 마음은 온전히 상대를 향해 달리고 있었는데, 내가 아닌 다른 이유로 등을 돌리고 보란 듯이 도망가던 그 뒷모습은 그 뒤로도 한참 동안 가슴 한 켠을 시리게 했었지..

 

 

 

 나영 “근데 태현아 나 이제는 내 흉터가 보인다~”

 

 태현 “예, 보이세요 아주머님~ 이만 주무세요 어머님~~”

 

 나영 “아니 진짜로. 정말 너무 가슴 아팠잖아, 나. 막 하늘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듯이 눈물 쏟고, 가슴치고. 그 뒤로도 한동안 가슴 한 켠을 꾹꾹 누르면서 다닐 만큼.”

 

 

 문득 지난 이별 이야기임을 눈치챈 듯, 태현이가 나직이 응, 그랬지 하고 말을 전해온다. 전화기 너머로 따듯한 눈빛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나영 “근데 그게 나 모르는 새에 아물어 버렸나봐. 나 요즘은 그래서 그 흉터가 보여. 그때의 감정들은 다 꿈이었던 것처럼 현실감이 없어. 근데 그 흉터를 보면 내가 좀 짠해.”

 

 

 음, 눈물이 한방울도 안나오는 걸 보니 정말 무던해졌구나, 라고 생각하며 말을 이어갔다.

 

 

 나영 “있지, 흉터가 지면서 마음의 두께가 흉터만큼 더 두꺼워졌나 봐. 이런 걸 두고 덤덤해진다고 해야 하나.. 이젠 연애도 귀찮고 감정 소모하기 싫고 그래.. 근데 또 사람의 인생에서 로맨스가 없어서야 되겠어?ㅋㅋ 난 로맨틱한 사람인데.... 근데 귀찮아진다 이제.. 나 취했니 왜 이리 주절거리니 ㅋㅋ미안.”

 

 태현 “나영아.”

 

 

 크~ 내 친구 목소리 하나는 정말 부드러운 중저음에 진짜 좋다. 이런 애를 왜 아무도 안 채가나 몰라.

 

 

 태현 “너 지금 정말 잘하고 있어. 내가 봐왔잖아.”

 

 

 눈물이 울컥,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진다. 조곤조곤하게 위로하는 이 목소리를 기대했던 걸지도 몰라.

 

 

 나영 “고맙다, 너희가 있어서 내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거 같아.”

 

 태현 “우린 뭐 안 그런 줄 아냐. 우리 전부 서로 보듬고 아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지는 거라고 생각해.. 소중한 인연이고, 정말 마지막 날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욕심까지 생겨, 나는.”

 

 나영 “....”

 태현 “....”

 

 나영 “나 지금 약간 소름 돋았어.”

 

 태현 “나도 ㅋㅋㅋㅋㅋ”

 

 나영 “ㅋㅋㅋㅋㅋ”

 

 

 거의 15년 만에 처음으로, 이 녀석이랑 이렇게 소름 돋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너무나 이쁘고 좋은 얘긴데 순간 소름이 너무 돋아서 잠도 깨버릴 정도. 으으.

 

 

 태현 “야 근데 지금 벌써 세 시 다돼간다. 내일 열한시 맞추려면 더 일찍 일어나야 할거아냐~”

 

 나영 “........왜 제가 오전에 일어나야 하나요??”

 

 태현 “너 님이 주말에 이태원에서 브런치 잡숫고 싶다면서요~~~ 다들 시간 맞춰서 나오기로 했잖아~~~ 뭔짓이야 이게 본인은 기억도 못 하는데~! 뭐 맨날 나만 스케쥴링하고..”

 

 나영 “아!!! 기억났다 미안미안 내일 꼭 일어날게, 내일 봐 알았지??”

 

 태현 “휴, 내가 내일 아홉시 모닝콜 하면 돼? 모닝콜 해줄게. 전화던지지 말고 받아, 알았지?”

 

 나영 “오키키!! 모닝콜!!! 굿밤!”

 

 

 ~달칵~

 

 

 카페인 과다섭취한 사람처럼 과장되게 오키키 해대고 전화를 끊었다. 안 하던 모닝콜까지 해주다니, 사실은 지가 더 브런치 먹고 싶었던 거 아냐?

 

 내일 애들 만나면 저 박사 얘기나 하기로 하고... 난 얼른 잠이나 자야겠...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 2화. 연애에 지쳐도 클렌징은 꼼꼼히 2016 / 10 / 12 320 0 4968   
1 1화. 미혼의 수다테이블 2016 / 10 / 11 531 0 438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