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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23화
작성일 : 19-11-08 21:01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3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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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철수는 조수석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대고 백미러를 보았다.

 장신의 남자는 커브길을 돌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까 두 사람과는 반응이 다른데…”

 

 철수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백미러에서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 유란을 몇 번 힐끔거리며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까 왜 그랬어?”

 “위험할 것 같아서요.”

 “내가?”

 “괜히 싸울 필요 없잖아요. 우리 목적은 그게 아니니까.”

 

 남자의 자존심 같은 거다. 철수는 그 말에 괜히 호승심이 솟아올랐다. 가슴에는 ‘그 멀대같은 놈에게?’, ‘내가 헬스 몇 년 차인지 알기는 해?’ 따위의 시시껄렁한 말이 차올라 입 밖으로 나오려 했지만, 유란은 그런 유아기적 열등감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화제를 돌려 말했다.

 

 “어쨌든 정부는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해요. 외곽으로 나오니 이상해 보이는 게 한두 가지도 아니고.”

 “쳇. 그건 나도 애저녁부터 느끼고 있었어.”

 

 퉁명스런 대답을 내뱉은 철수는, ‘내가 그따위 이쑤시개 같은 놈에게’ 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별 상관없어 보이지만 분명 바코드 현상과 관계된 거라 느껴져요.”

 

 유란의 직감은 강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통제된 삶과 가두어진 공간에 누군가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맞는다면 여기는 깊은 구덩이와 같다. 사람들을 가두어 놓고 올라오지 못하게 위에서 누르고 있는 거다.

 

 “우리라… 사육되는 짐승 꼴이로군.”

 “여기를 분리된 공간이라고 가정해 볼게요.”

 “분리된 공간?”

 “네. 아까 말한 동물들을 가두어 놓는 그런 공간이요.”

 “뭐 그렇다고 쳐.”

 “여기가 분리된 공간이면 외부는 어떨지 생각해 봤어요?”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 지금 갑자기 물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데… 아! 실험이구나. 바코더 실험.”

 “맞아요. 여기가 분리된 공간이고, 정부가 바코더를 잡아 생체실험을 하고 있다면 답은 하나에요. 외부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고,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 여기서 실험을 하는 거죠.”

 

 핸들 잡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유란을 보며 철수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다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이런 공간을 만들어? 분리된 공간을 만들지 않아도, 그냥 현실에서 실험하면 되지 않아?”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봤어요. 첫째는 윤리적 문제, 지금 시대에 병을 치료한답시고 사람을 분해해버리는 이런 실험을 공개적으로 할 수는 없었겠지요. 아마 외부와 완전히 통제된 별도의 장소가 필요했을 거예요.”

 “두 번째는?”

 “실험 대상자의 모집이에요. 아무나 막 잡아넣으면 분명히 문제가 붉어지니, 없어져도 괜찮은 사람을 가둔 거예요. 이를테면 사형선고를 받은 중범죄자 라거나, 고아라거나…”

 “난 범죄를 저지르거나, 고아도 아니…”

 

 철수는 말을 하다 멈추고 입을 딱 벌렸다.

 

 “과거가 희미하죠?”

 

 유란은 작게 웃으며 철수를 보았다.

 

 “그러기엔 사람이 너무 많잖아. 이 도시만 해도 수십만 명은 될 텐데.”

 “뭐 범죄자와 여길 통제하는 사람들까지 섞여서 그렇지 않을까요? 로봇 같은 자들도 있을 테고.”

 “이를테면 교도관 같은?”

 “그렇죠. 어쨌든 좀 더 확인해 봐요. 예상이 맞는다면 우리는 기억조작까지 당한 거니까.”

 

 철수는 세수하듯 얼굴을 손으로 비볐다. 유란의 말은 흩어졌던 퍼즐을 맞추는 것 같았고, 완성되어가는 퍼즐의 그림은 충격적이었다.

 

 “좋아. 어떻게 확인을 하지?”

 

 철수의 말에 유란은 갓길에 차를 댔다.

 

 “바리케이드와 그 이상한 로봇 같은 사람 때문에 차로 갈 수 없으니…”

 

 

 

 

 

 

 

 

 

 

 유란이 제시한 방법은 무려 도보, 그러니까 걸어서 이동하는 방법이었다.

 목적지 없이 그저 외곽으로 끊임없이 걸어 가보자라는 말에 철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당신 말은 인정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여기가 갇힌 공간이라는 걸 예상해서야. 만약 여기가 핵전쟁에서 살아남은 인류 최후의 마을이라거나, 외계인이 붙잡아 놓은 사람들이라거나… 어… 또, 카스트 제도 같이 불가촉천민을 모아놓은 곳이라거나…”

 “빨리 가요.”

 

 유란은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었다. 어디까지 도보로 이동할지 알 수 없으니, 쓸만한 건 최대한 챙겨둬야 한다. 철수 역시 투덜거리며 글러브 박스를 열어보고, 의자아래 공구상자까지 뒤지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렇게 해서 모은 아이템은 야간 투시경, 수갑, 구속구, 손전등, 밧줄, 등산용 나이프, 테이저 건, 라벨 없는 물통. 그리고 기타 잡다한 차량 수리도구들이었다.

 

 “수리도구 빼고 죄다 사람 잡는 도구들이네요.”

 “구속구 이거… 기분 나쁘네. 젠장.”

 “네?”

 “아니야. 바코더 잡으려면 이 정도는 있어야겠지. 특히 우리 같은 사람들 잡으려면.”

 

 철수는 가장 먼저 테이저 건과 등산용 칼을 챙겼고, 유란은 투시경과 수갑, 그리고 손전등을 챙겼다.

 

 “먹으면 안 되겠지?”

 

 철수는 라벨 없는 생수병을 들어 보이며 유란에게 물었다. 겉보기에 맑은 물이지만, 아무래도 목을 축이는 것 말고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유란은 고개를 저었고, 철수는 차 안으로 생수병을 던져 넣었다.

 

 “어디로 갈까? 중앙도로 쪽?”

 

 유란은 핸드폰으로 지도를 보다말고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냥 편한 쪽으로 가죠. 어차피 지도도 맞지 않을 것 같아요.”

 

 철수가 유란에게 손전등을 받아 앞장섰다. 갓길의 가드레일을 넘어 비탈을 타고 내려오니, 넓은 평야에 드문드문 솟아오른 언덕들이 지평선을 가리고 있다. 희미한 달빛은 충분한 광량을 땅에 뿌려주지 못했고, 달을 등진 그 언덕들은 검어 보였다.

 언덕 사이, 허리 높이에서 나풀대는 억새풀은 지박령의 손짓 같아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길을 찾아 그 속으로 발을 디뎠다. 개펄이 따로 없다. 온통 푹푹 빠지는 진흙길이라, 어쩔 수 없이 억새풀 뿌리 윗동을 밟으며 나아갔다.

 얼마쯤 걸었을까. 앞에 고속도로가 보였다. 방향을 보건데 두 번째 IC를 타고 올라갔던 그 도로인 것 같다. 둘은 고속도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제법 떨어져서 걸었다.

 저 멀리 가로등이 끊긴 구간이 보였다. 계속 걷다 보니 그 구간을 넘어섰다. 그러자 휴대폰이 울린다.

 

 ‘띠링. 통화권 지역 이탈.’

 

 통신 신호를 잡을 수 없다는 메시지다. 폰을 계속 보고 있었던 철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지도가 안 맞네, 통신이 끊기기 전 우리가 걷던 길은 산꼭대기였어.”

 

 혹시나 싶어 지도 업데이트를 생각해 봤으나 바로 고개를 저었다. 유란 말대로 어차피 맞지 않는 지도인데 업데이트를 한다고 똑바로 될 리가 없다.

 

 “철수씨. 저기.”

 

 그때 투시경으로 주변을 살피던 유란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응? 뭐가?”

 

 철수는 투시경을 받아들고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그리고 유란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저거 뭐야? 재 저기서 뭐해?”

 

 철수의 눈에 들어온 건, 통통한 체격을 가지고 있던 도로공사 직원이었다.

 그는 어두운 비포장도로 한 가운데 가만히 서 있었다.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을 뿐이다.

 괴기스런 모습이었다.

 철수는 한동안 투시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람이라면 저런 행동을 할 리 없다.

 상식적으로 도로 관리를 위해서 상주하는 거라면, 최소한 초소 같은 곳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아무도 저렇게 어두운 도로 한복판에 가만히 서 있지 않는다.

 

 “꼼짝도 안하는데? 멀끔히 앞만 보고 있어.”

 “손전등 잠시 끄고 좀 더 멀리 돌아서 가죠.”

 

 그때 철수가 유란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움직여. 어디론가 가는 것 같아.”

 “어디로?”

 “그거야 나도 모르지.”

 

 철수는 계속 투시경으로 그를 보면서 말했다.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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