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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긋나다
작가 : 야차
작품등록일 : 2019.11.7

사랑을 믿지 않던 남자... 버려지기만 했던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다. 사랑도 인생도 중요한 건 서로의 마음이 교감되는 타이밍. 안타깝게 어긋난 그들의 사랑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게 되는데....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과는 달리 로맨스 소설에 스릴러적인 요소를 넣은 조금은 독특한 로맨스 소설.

 
어긋나다 6장(1부)
작성일 : 19-11-08 19:51     조회 : 174     추천 : 0     분량 : 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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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장.

 

 

  준식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서희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준식을 볼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았던 적이 없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두근거려 본 적은 처음이었다. 별다른 말없이 준식은 가만히 서희의 손만 잡고 걷고 있었다. 준식의 옆얼굴을 서희가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두어 발을 더 걸었을 때 준식이 고개를 돌려 서희를 바라보았다.

  -얼굴 닳겠다. 뭘 그리 뚫어져라 봐?

  -자꾸만 보고 싶은 걸 어떡해.

  -그렇게 좋아?

  -어.

  -아무튼 이놈의 인기 이거 어쩌지.

  스스로 이야기를 하고는 조금은 민망한 듯 준식이 피식 웃었다. 준식을 보며 서희 역시 환하게 웃었다.

  -오빠?

  -응?

  -나 오빠한테 머 하나 물어봐도 돼?

  -뭔데?

  -솔직히 나 별로 예쁘지도 않고 스타일도 별로인데 왜 나한테 그날 그렇게 고백한 거야?

  서희의 이야기에 준식이 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서희를 바라보았다.

  -우리 서희 정말 바보구나. 이렇게 자신을 모르다니.

  -내가 뭘 모르는데?

  -내가 그날 너한테 고백한 건 서희가 그 은행에 있던 그 어떤 사람보다 예쁘고 섹시했기 때문이야. 나 외모 보는 남자거든.

  -그렇구나. 우리 오빠 외모 보는 남자였구나.

  서희의 이야기에 준식이 피식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사실 외모 보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다 거짓말이야. 남자도 여자도. 외모를 본다고 말하면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외모를 본다는 게 꼭 그 사람이 아주 기가 막히게 잘생기고 예쁜 걸 말하는 게 아니야. 생전 처음 만나본 사람과 잠시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좋은지 나쁜지 어떻게 알아? 호감이란 건, 그가 가지고 있는 외모 중에 단 한 가지라도 내 맘에 드는 부분이 있어야 생기는 거거든. 그래야, 그 부분 때문에 다시 또 만나고 싶어지게 되고, 다음에 만나면 또 다른 모습들, 또 다른 마음에 드는 부분들이 늘어가고 그렇게 자꾸만 서로의 호감을 키워가는 거지. 처음에 만났을때 마음에 드는 부분이 단 한가지도 없는데 어떻게 다음에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겠어? 안 그래? 외모는 무조건 봐야 돼. 그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거니까.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준식의 이야기에 서희는 그렇구나 하는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서희를 보고는 다시금 피식 입가에 미소를 지은 준식의 미소가 이내 입가에서 사라졌다.

  준식의 눈 앞에 바이킹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바이킹이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준식의 표정은 굳어졌다. 너무도 신나 있는 서희와는 달리 웃고 있지만, 웃는 모습이 정말 너무도 어색하기만 한 준식은 애써 태연을 가장 하고 있었다.

  -정말, 이 바이킹이 얼마나 타고 싶었는지 몰라.

  -그 동안 타본 적 없어?

  -친구들 하고는 와 본 적 없거든. 그리고 예전에 만났던 남자들은 다들 놀이기구 타는 걸 끔찍히도 싫어했으니까. 그것보다 다들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만 내게 이야기 했거든.

  -그랬구나. 이까짓 게 머라고 좀 같이 타주지 바보들. 아무튼 오늘 신나게 놀아 서희야.

  -어 정말, 그러려고. 자유 이용권 끊은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거든. 정말, 오늘 아주 그 동안 못 탔던 거 아주 원없이 타보려고 정말 고마워 오빠. 얼른 가자.

  자신을 보며 너무나 고맙다는 듯 환하게 웃는 서희의 모습에 준식은 다시금 입가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이 얼마나 어색하고 이상한지 준식은 아마 전혀 알 수 없을 터였다.

  바이킹의 묘미는 맨 뒤라며 맨 뒤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은 서희는 바이킹이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서희를 보며 준식은 애써 태연히 환히 웃어 보려 했지만, 바이킹에 올라타고 난 순간부터 준식이 웃는 다는 건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마치, 단 한 번도 웃어 본 적 없는 것처럼 준식의 얼굴에선 아주 작은 웃음기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사실, 준식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두려움이 바로 고소 공포증이었다. 그 무엇도 무섭지 않았지만, 다리가 지상에서 뜨고 난 순간부터 두려움이 밀려왔다. 인간이 땅 위에 두 발을 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신의 섭리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굳게 믿고 살아왔던 준식이었다. 허긴 신도 믿지 않는 녀석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긴 했지만.

  전쟁의 신인 포보스에서 유래된 공포를 뜻하는 단어 포비아에 아크로가 붙어서 아크로포비아라고 불리는 고소공포증은 준식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수반하고 결국엔 누군가와 싸움이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게 할 정도로 스트레스 속으로 준식을 몰아넣었다. 사실, 포보스의 짝꿍은 데이모스(두려움)와 아레스(전쟁)였으니. 고소공포증에 의한 두려움으로 누군가와 싸움이라도 하고 싶어진다는 준식의 반응과 태도는 전혀 상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체, 이렇게 장황하고 거창하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 싶겠지만,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단 한 마디다. 너무 무섭다!!! 젠장!!!)

  이내 천천히 바이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이킹에 앉고 나서부터 왠지 얼굴이 굳어 있는 준식의 얼굴을 바라본 서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준식을 바라보았다.

  -오빠, 괜찮아? 얼굴이 좀 창백한 것 같아.

  -괜찮아. 창백하긴 원래 나 뽀얗고 하얀 얼굴이 트레이드 마크잖아. 지금부터 한 번 제대로 즐겨 보실까.

  준식의 이야기에 이내 서희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정말 그동안 너무도 타보고 싶었던 그 마음을 마음껏 분출하려는 듯 바이킹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연신 양손을 들고 신나는 듯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이킹에 탄 다른 여인들 역시 두 손을 들어 올리고는 신나는 듯 소리를 질러댔다. 신나는 사람들 속에 신나지 않은 존재는 준식 뿐이었다.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이 행여나 서희에게 보일까 싶어 바이킹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마자 고개를 잔뜩 숙인 채 안전바만 잡고 있는 준식의 입에선 악다문 이와 입술 사이로 연신 신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차라리 소리라도 지르면 덜 민망할 것을 이를 악물고 참는 준식의 입을 타고 인간의 비명이라 말할 수 없는 기괴한 소리들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으…. 으그그그……어…으그….

  그리고 준식의 신음은 옆에서 신나게 환호하는 서희와는 묘한 대조를 이뤄 더욱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악몽의 시간은 길고 길었다. 자유이용권이 사람을 이토록이나 공포로 몰아 넣을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체험하기 위해 준식이 겪어야 했던 시련의 시간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정말, 마치 이 날만 기다려 온 듯 서희는 무려 바이킹을 네 번 연거푸 탔다. 어떤 일이든 겪어보면 적응이 된다고 했던가? 적응은 개뿔. 겪어 보고 나니까 전에 느꼈던 두려움이 고스란히 뇌에 각인되어 다음에 탈 때는 전번보다 더 두려워졌다. 대체, 왜 이걸 돈을 내고 타야 되는 것인지 준식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더 끔찍한 건 아직도 자유이용권으로 탈 수 있는 놀이기구는 너무도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왜 어린이날 아버지들이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오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날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서 왠만한 놀이기구는 탈 수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생각보다 겁이 많다는 사실을 여우 같은 아이와 그리고 덩치는 곰 같은데 하는 짓은 삵괭이 같은 마누라에게도 들키지 않을 수 있고, 거기다가 아이에게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것이었다.

  -오빠, 이번엔 저거 타자.

  이미 준식의 정신은 준식의 몸을 벗어나 있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준식의 손을 잡고는 서희는 다시금 환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아래 위로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는 놀이기구에서 준식은 거의 실신 상태로 앉아 있었다. 탑승객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번 더를 외쳤다. 서희 역시 그런 사람들과 같이 목소리 높여서 한 번 더를 외쳤다. 서희를 바라보는 준식의 눈빛은 마치 뻔하디 뻔한 무협 영화에 부모를 죽인 원수를 갚기 위해 무수한 시간동안 칼을 갈아와 그디어 마주친 부모의 원수가 그새 늙어서 칼들 힘도 없어 보이는 노인으로 바뀐 사실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라볼때의 그 눈빛이었다. (무슨 말이냐고? 나두 모른다. 지금 난 제 정신이 아니다 에휴...)

  -모두들 간절히 원하시니 그럼, 특별히 한 번 더 갑니다.

  놀이기구가 다시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탑승객들은 미친 듯이 환호했다. 준식 역시 두 손을 들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려줘. 내려 달라고 더는 도저히 견딜 수 가 없단 말이야 제기랄!!

  하지만, 잔뜩 목이 쉰 준식의 목소리는 옆 자리에 서희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연신 손을 들고 소리를 지르고 있던 서희는 준식도 자신과 같이 연신 손을 들고 있는 모습에 기분이 좋은 듯 좀 전보다 더 소리를 질렀다.

  -진짜 너무 재밌다. 오빠랑 함께 와서 더.

  서희를 보며 준식의 체념 가득한 탄식이 흘러 나왔다.

  -그래, 더 해봐라 더. 죽기 밖에 더 하겠냐.

  하지만, 그 소리 역시 그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소리가 마치 마지막 유언이라도 되는 듯 준식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일그러진 준식의 얼굴은 분명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그랬다. 그것은 바로 오슬로 국립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에르바르트 뭉크의 '절규'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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