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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긋나다
작가 : 야차
작품등록일 : 2019.11.7

사랑을 믿지 않던 남자... 버려지기만 했던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다. 사랑도 인생도 중요한 건 서로의 마음이 교감되는 타이밍. 안타깝게 어긋난 그들의 사랑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게 되는데....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과는 달리 로맨스 소설에 스릴러적인 요소를 넣은 조금은 독특한 로맨스 소설.

 
어긋나다 5장(3부)
작성일 : 19-11-08 19:45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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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 안에서 사내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들고는 불을 붙였다. 연신 치미는 화를 참을 수 없는 듯 사내는 씩씩 거리고 있었다. 사실, 왜 화가 나는 건지 설명할 순 없었지만, 그놈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서희를 보고 난 후로 도무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밀었던 것이다.

  -어디서, 그런 기생 오래비 같은 자식을. 참 보는 눈도 더럽게 없네. 근데, 왜 이렇게 화가 나지? 다시 가서 확 꼬셔 버릴까? 내가 가기만 하면 그년은 다시금 나한테 올텐데. 헤어지자고 했을 때 그렇게 매달렸던 것도 그년이었잖아. 내가 차긴 했지만, 다시 만나자고 하면 당연히 올텐데 말이야.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중얼거리고 있는 사내는 자신의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담배 한 가치 빌립시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사내가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순간, 사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바로 그 기생오래비가 자신의 눈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뭐야, 너?

  -뭐라니. 담배 한 가치 빌리는 거 아닙니까?

  -내가 왜 너한테 담배 한 가치를 빌려줘야 되는데? 담배 한 가치 살 돈도 없냐? 이 생긴 것만 뻔지르한 기생 오래비야.

  사내의 앞에 준식이 천천히 다가섰다. 준식의 입가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준식이 물끄러미 사내를 내려다봤다. 이내 준식의 입가에 지어졌던 미소가 천천히 지워졌다.

  -거참, 말 짧게 하시네. 아까 얘기 들은 바로는 내가 나이도 더 많은 것 같던데.

  -그래서 뭐, 나이 많다고 대접 이라도 받으려는 거야? 나이 많은 게 무슨 벼슬이라고. 어이 없네 진짜.

  준식이 좀 전보다 더 사내의 곁으로 다가섰다. 사내보다 준식은 머리 하나가 더 컸다. 준식이 천천히 손을 뻗어 입가에 담배를 물고 있는 사내의 담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담배 끝을 살짝 비비고는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대접은 무슨... 그냥, 담배나 한 대 얻어 피려는 거지.

  준식이 사내의 담배를 한 모금 깊이 빨고는 후하고 연기를 사내의 얼굴에 내뿜었다. 준식의 모습에 사내가 순간, 화가 치미는 듯 얼굴이 울그락붉그락해졌다. 허긴, 처음부터 준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더군다나 지금 자신의 앞에서 하는 행동들은 마치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연신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준식을 보던 사내가 도저히 더는 참을 수 없는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 그래도 기분도 더러운데 넌 오늘 죽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사내가 주먹을 휘둘렀다. 나름 재빠른 사내의 주먹이 단숨에 준식을 때려 눕히려는 듯 준식의 턱을 향해 날아갔다. 이제와서 말이지만 사내는 복싱을 배우고 있었다. 뭐 한 달에 두 서너번 가는 정도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희멀건하고 키만 멀대 같은 약골 녀석을 쓰러뜨리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남자들이 흔히 갖는 체육관부심이었다. 더군다나 선방이 아니던가? 모든 싸움은 선방이 70프로 이상을 결정한다고 사내는 굳게 믿고 있었다.

  이제, 자신의 주먹을 맞고 바닥에 쓰러진 녀석을 마구 짓밟아 주고, 이 자식 때문에 치밀었던 분노를 깨끗이 해소하고 이곳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사내는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덤으로 다시 그년까지 꼬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입가에 피식 웃음까지 지어졌다. 이미 사내의 머릿속에서 준식은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의 바램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자신의 주먹이 준식의 턱에 닿기도 전에 자신이 허공을 날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날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 것이 아니라 정말 날고 있는 것이었다. 어릴 때 슈퍼맨처럼 날아보고 싶다는 꿈을 꾸었던 적이 있었지만, 그 꿈이 이렇게 이뤄질 줄이야. 이런 젠장.

  -아... 아악!!!

  어느 틈엔가 날아온 준식의 주먹이 사내의 가슴에 내리 꽂혔던 것이다. 바닥에 쓰러진 사내는 호흡이 가파왔다.

  -후...후... 후...후...

  사내에게로 준식이 천천히 다가왔다. 준식이 다가오자 사내가 마치, 용수철이라도 되는 양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는 무릎을 꿇었다. 마치, 평소에 무릎 꿇는 게 너무도 숙달이 되어 있는 것처럼 사내의 모습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어이...

  -네... 네.. 형님....

  -뭐야, 형님이야? 방금까진 반말하더니 계속 반말하지 왜?

  준식의 이야기에 절대 그래선 안 된다는 듯 사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 아닙니다.. 저보다 나이도 훨씬 많으신데, 당연히 형님이라고 불러 드려야죠. 형님, 아까부터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정말 동안이십니다.

  사내의 이야기에 준식이 피식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준식의 입가에 웃음은 천천히 사라졌다. 그리고 조금은 섬뜩할 정도로 냉정한 눈빛으로 준식이 사내를 노려 보았다.

  -진짜 기분 더럽네. 고작 너같은 놈을 만났던 거야? 서희는...

  준식의 이야기에 행여나 불똥이라도 튈까 두려운 듯 사내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오래... 오래 안 만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깔끔하게 정리 했습니다. 저에 대한 걱정은 추호도 하지 않으셔도....

  사내의 두 눈을 준식이 무섭게 노려 보았다. 준식과 눈이 마주치자 사내가 두려운 듯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한 마디만 더 해라.

  너무도 서슬퍼런 준식의 모습에 사내가 자신의 두 손으로 입을 꼭 감쌌다. 사내에게선 절대 단 한 마디의 말도 입 밖으로 나오게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가 묻어났다.

  -가라.

  준식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내가 그 말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렇게 화장실을 나가려는 사내에게 다시금 준식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야?

  -네, 형님.

  준식의 목소리에 사내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준식에게 대답하고는 다시금 황급히 손으로 입을 꽉 막았다.

  -오늘 여기서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면 알아서 해라.

  -네, 형님.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안 그래도 집에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형님.

  사내가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 하고는 황급히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부리나케 화장실에서 멀어지는 사내를 준식은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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