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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작가 : 지쓰
작품등록일 : 2019.10.8

미래의 연인을 알고 싶은 여자와 미래의 연인을 보여주는 거울 앱을 개발한 남자가 펼치는 4차 산업혁명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 29화
작성일 : 19-11-08 18:44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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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한 차림의 서린이 자신의 방에서 머리를 쓸어넘기며 나왔다. 그리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주방에 있는 커피를 내려서 거실 소파에 앉는 서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차원의 차 안에서 그의 표정을 떠올렸다. 서경희의 이름을 꺼내자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던 차원. 서린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하품을 하는 서린. 그러다 갑자기 폰을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나저나 이 매니저 오빠는 대체 뭐 하는 거야?"

 

 매니저에게 전화를 거는 서린. 먼저 거는 것이 탐탁지 않은 듯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 어, 서린이야?"

 "뭐야, 왜 이렇게 전화가 없어?"

 "그게, 그러니까… 서린아, 우리 오랜만에 야외로 바람 좀 쐬러 갈까?"

 "뭔 소리야. 나 촬영장 안 가?"

 "그러니까… 그게…"

 "…질질 끌지 말고 똑바로 말해!"

 "저기… 촬영 신이… 없어졌어."

 "… 뭐?"

 "대본이 좀 바뀌었어… 내가 네 메일에 보냈는데 네가 확인을 잘 안하…"

 

 미간을 찌푸리며 눈동자를 굴리는 서린.

 

 "지금 내 신이 없어졌다는 거야? 그럼 그 신은 누가 하는데?"

 "저… 아경 씨 신이 새로 추가된 거 같던데…"

 "……"

 "여보세요? 서린아?"

 "그놈의 신아경, 신아경, 신아경! 악!"

 

 폰을 집어 던지는 서린. 바닥에 떨어진 폰에서 매니저가 서린을 부르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움켜쥐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서린. 그리고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들었다.

 

 조금씩 헛웃음이 새어 나오며 점점 크게 소리 내며 웃었다.

 

 "신아경… 네가 뺏어간 것들… 내가 다시 찾아오고 말 거야. 그리고 네 것도… 내가 가질 거야."

 

 * * *

 

 유니버스 기획개발팀. 직원들이 저마다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너머로 차원이 홀로 자신의 방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린이 했던 말을 떠올리는 차원.

 

 '서경희 라고 아시려나 몰라?'

 

 눈을 가늘게 찌푸리며 서린의 표정을 떠올리는 차원. 그러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모니터를 쳐다봤다.

 

 그때, 직원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저마다 모니터와 폰 화면을 보며 웅성대는 소리가 점점 더 커져 갔다. 그리고 다들 차원이 있는 방쪽을 흘깃흘깃 쳐다봤다. 민호는 모니터 화면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집중하고 있었다.

 

 [(단독) 배우 한서린, 유니버스 '거울아, 거울아' 앱 개발자 데이비드 오와 열애 중]

 

 기사에는 차원의 어깨에 기댄 서린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서린의 집에 도착하자 같이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이동 경로와 시각까지 자세히 나와 있었다. 민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유 대리에게 다가갔다.

 

 "정말이지 대박입니다. 이미 사귀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게… 기사까지 터질 줄이야. 이렇게 깊은 사이면서, 본부장님은 어떻게 티 하나 안 낼 수가 있지?"

 

 여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저마다 울상을 짓고 있었다. 책상에 고개를 엎드린 채 일어나지 못하는 여직원도 있었다.

 

 "왜 하필 한서린 이야! 그 많고 많은 여자 중에!"

 "그러니까… 물론 한서린이 예쁘긴 하지만, 본부장님이 그런 화려한 스타일 좋아하는 지는 몰랐어요."

 

 자신의 방 유리를 블라인드 해놓은 채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차원. 그때 내선 전화가 울렸다.

 

 "네, 데이비드 오입니다. … 네, 윤비서님. … 회장님 께서요? … 지금이요? … 네, 알겠습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차원. 차원이 밖으로 나오자 웅성대던 직원들의 소리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차원의 눈치를 보며 다시 자신의 모니터로 고개를 돌리는 직원들. 차원은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감지했다.

 

 담담하게 회장실로 올라가는 차원.

 

 회장실 앞에 도착하자 윤비서가 방 안으로 안내를 했다. 회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차원. 회장은 흐뭇한 미소로 차원을 반기고 있었다. 예상과 달리 회장의 밝은 모습에 눈을 살짝 찌푸리는 차원.

 

 "응, 어서 자리에 앉게나. 오랜만에 우리 데이비드 본부장을 마주하는 구먼."

 "네, 회장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내가 그… 인터넷을 잘 안 보는데 말이야. 오늘따라 눈이 간다 했더니, 바로 우리 데이비드 사진이 나오더구먼."

 "… 제 사진이요?"

 "자네 아직 못 봤는가? 허허, 자네가 잘나가는 여배우와 연애를 하고 있을 줄이야. 물론 젊은 사람들끼리 서로 좋아하고 만나는 게 당연하지."

 "… 무슨 말씀이신지…"

 "그것도 유니버스 새 모델로 거론되고 있는, 한서린 양이라니. 서로 만나는 사이라면 미리 말해주지 그랬나?"

 "……"

 "우리 데이비드 본부장이 만나는 사람이라면… 내가 더 살펴볼 것도 없지. 한서린 양을 우리 유니버스 새 모델로 생각해보겠네."

 

 * * *

 

 이불 속에 파묻혀 잠을 자는고 있는 아경. 갑자기 아경의 얼굴이 움찔거렸다.

 

 꿈을 꾸고 있는 아경. 차원과 함께 웃으며 손을 잡고 걷고 있는데 갑자기 건너편에서 어떤 여자가 달려와 차원에게 안겼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는 여자. 한서린 이었다. 아경은 얼얼한 표정으로 차원의 손을 다시 잡아보려 하지만 잡히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아경의 손을 잡았다. 이강호 였다. 강호가 자신을 끌어당기려 하자 차원을 바라보는 아경. 차원은 아경을 바라본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서린과 함께 걸어가는 차원. 아경이 차원을 애타게 불렀다.

 

 그때 눈을 뜨는 아경. 아경의 얼굴에 식은 땀이 맺혀있었다. 눈동자를 굴리며 가쁜 숨을 내쉬는 아경. 그리고 거실에서 아경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쳐다보는 아경.

 

 운동복 차림의 아경이 아파트 입구에서 터덜터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아경의 손에는 만 원짜리가 들려있었다.

 

 "딸내미 오랜만에 좀 쉬려는데… 틈을 안 주네."

 

 툴툴대던 아경은 엄지 손가락부터 하나씩 접으며 두부, 무, 콩나물이라고 내뱉었다.

 

 마트에서 가득 장을 보고 계산대에 서 있는 아경.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돈을 꺼내려 하자 손거울이 잡혔다. 지난 밤 거울을 계속 살펴보다가 주머니에 넣어 둔 기억이 났다. 거울을 다시 주머니에 욱여 넣고 계산을 하는 아경.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아경. 그리고 어젯밤에 차원에게 오늘 꼭 만나자고 문자를 보낸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시원과 함께 봤던 거울의 정체에 대해서도 떠올렸다.

 

 그때 아경의 폰이 울렸다. 엄마라는 생각에 입술을 삐죽 내밀며 주머니에서 겨우 폰을 꺼내는 아경. 그때 주머니에 있던 거울이 반쯤 밖으로 나왔다. '정은주'라고 뜨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전화를 받는 아경.

 

 "은주야,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 신아경, 이게 정말 사실이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차원이랑 만나고 있는 거 아니었어?"

 "… 어, 근데 왜 그러는데?"

 "내가 공부한다고 인터넷도 끊었는데… 애들이 하도 수군대서 알았어."

 "……"

 "오차원… 한서린 이랑 사귄다며? 지금 '디스팩트'에 사진까지 다 떴어. 차원이 정말 그렇게 안 봤는데… 지금 너랑 양다리 걸친 거야?"

 

 길가에 멈춰 서는 아경.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그때, 주머니에 있던 손거울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땅바닥에 닿는 순간 여러 개의 금이 그어지며 와자작 깨지는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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