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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작가 : 지쓰
작품등록일 : 2019.10.8

미래의 연인을 알고 싶은 여자와 미래의 연인을 보여주는 거울 앱을 개발한 남자가 펼치는 4차 산업혁명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 28화
작성일 : 19-11-08 18:42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3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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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테이블 위로 조명 하나 켜진 영화 촬영 세트장. 아경이 무표정으로 등을 펴고 앉아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형사 한 명이 들어왔다. 아경의 맞은 편에 앉아 들고 있던 서류를 살펴보는 형사. 그리고 아경을 쳐다보자 아경은 꿈쩍도 안 하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형사가 테이블 위를 쾅 내리쳤다.

 

 "도대체 의도가 뭐야? 제이니 당신이 김 회장한테 접근한 이유가 뭐냐고!"

 "…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아경의 눈 앞에 서류를 흔드는 형사.

 

 "이렇게 다 증거가 나와 있는데, 끝까지 발뺌할 거야?"

 

 아경은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형사의 눈을 가만히 마주쳤다. 요동 없는 그녀의 눈빛에 오히려 긴장감이 밀려오는 형사.

 

 "형사님, 그렇게 몇 글자 조작한다고 해서…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하시나요?"

 "… 뭐, 뭐야?"

 "세상의 일들이 아무리 부조리하게 돌아간다 해도…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시선이…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하고 있다는 거… 모르시나 봐요.

 

 깜빡임 없는 눈으로 형사를 계속 쳐다보는 아경. 형사의 얼굴에 점점 식은 땀이 맺혔다.

 

 "… 컷!"

 

 컷 소리에도 움직이지 않는 아경. 아경이 감정을 추스르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스태프 들도 아경의 호흡에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감독이 모니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형사 역할을 하던 배우가 아경에게 다가왔다.

 

 "방금 너무 좋은데?"

 "아, 감사합니다. 선배님."

 "나 방금 완전 쫄았다니까? 아경 씨 갈수록 연기가 좋은 것 같아."

 

 아경의 등을 토닥이며 걸어가는 배우. 아경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현장에는 영화에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의 모습도 보였다. 다소 비중이 작은 조연배우들. 아경을 쳐다보는 그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쟤는 뭔데 갈수록 대사가 늘어?"

 "그러니까… 이러다 한서린이 주인공인지 쟤가 주인공인지 헷갈릴 것 같아."

 "쟤 누구 백 있어? 어디서 굴러온 애야?"

 "글쎄, 나도 처음 봐. 근데 연기는 좀… 하는 거 같던데?"

 "부럽다~ 나는 백날 해봤자 한두 마디 겨우 할까 싶은데, 쟤는 첫 작품부터 저렇게 신이 늘어나고…"

 

 감독이 아경을 부르자 감독의 곁으로 달려가는 아경.

 

 "자, 이 장면! 줌인 들어갈 때 이 눈빛이 좋으니까 이 느낌 더 살려 줘."

 "네, 알겠습니다!"

 

 감독이 아경이 연기한 장면을 다시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 *

 

 늦은 밤, 지하철 출구 앞에 서서 손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는 아경. 촬영 현장에서 지었던 눈빛을 다시 지어보며 혼자 웃음 지었다. 그리고 어깨를 올렸다 내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출구 계단에서 시원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경의 뒤로 슬금슬금 다가가 아경의 어깨를 확 잡는 시원.

 

 "아, 깜짝이야!"

 "너는 공포 영화 주인공이 이런 거 가지고 놀라서 되겠어?"

 "공포 영화 아니거든~ 미스터리 액션 로맨스야!"

 "어휴, 대본 보니까 완전 호러던데?"

 "그리고 나 주인공 아니야. 조연이지."

 "야! 네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한서린은 오히려 줄고. 하여튼 한서린 걔는… 연기하는 척만 하지, 드라마 보니까 완전 로봇 하나 세워났던데?"

 

 아경이 머리를 긁적이며 미소 지었다.

 

 길가를 걷던 두 사람은 한 선술집에 들어갔다.

 

 커튼이 쳐진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 테이블 위에는 안줏거리들과 맥주병, 사케 등이 올려져 있었다. 잔을 부딪치며 원샷을 하는 두 사람.

 

 점점 취기가 오르자 아경은 기분이 좋은 듯 계속 미소짓고 있었다.

 

 "그래서 너 차원이한테 물어는 봤어?"

 

 풀린 눈을 순간 바로 뜨는 아경.

 

 "… 거울 말하는 거야?"

 "너, 아직도 안 물어 봤구나?"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는 아경. 시원은 그런 아경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어보려 했는데… 타이밍을 자꾸 놓쳤어."

 

 아경이 술을 반쯤 마셨다.

 

 "무서운 거겠지… 물어보기가."

 "……"

 "야, 그거 한번 줘봐."

 "응?…"

 "너 맨날 들고 다니는 그 손거울 말하는 거 아니야? 빨리 이리 줘봐."

 

 아경은 눈을 깜빡이다 주섬주섬 가방을 열어 거울을 꺼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거울을 한참 동안 바라보는 시원.

 

 "대체 이 쪼끄마한 거울이 뭐냐는 말이지…"

 "가끔… 막 하얀 먼지 같은 게 묻어 나기도 해."

 "… 하얀 먼지?"

 "가끔 뭐가 반짝거리는 거 같아서 열어보면, 안에 하얀 먼지 같은 게 묻어 있어. 근데 그러다 또 사라져."

 "… 오래돼서 그런 거 아니야?"

 

 입술을 삐죽 내미는 아경. 시원은 다시 거울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혹시… 차원이가 만든 '거울아, 거울아' 앱이랑 관련 있는 게 아닐까?"

 

 그때, 어디선가 음성 소리가 들렸다.

 

 "네, 말씀하세요. 주인님."

 

 주변을 둘러보는 두 사람. 그리고 자신의 폰들을 확인했다.

 

 "뭐야, 방금 쉬리 소리 아니야? 신아경 네 거야?"

 "아니, 내 거 아닌데?…"

 

 자연스레 거울을 바라보는 두 사람. 거울 위에 하얀 글씨가 떠 있었다. 고개를 들며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는 두 사람. 아경이 한쪽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입을 벌리고 있는 시원.

 

 "대박…"

 

 아경이 거울을 들어 올리자 곧바로 일어나 아경의 옆에 앉는 시원. 그리고 아경이 조심스레 입을 뗐다.

 

 "…거울아, 거울아."

 "네, 말씀하세요. 주인님."

 

 순간 10년 전, 거울을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데자뷔처럼 떠오르는 아경.

 

 "나는 과연… 배우가 될 수 있을까?"

 "… 신아경 님은 배우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시원과 눈을 마주치고 다시 거울을 바라보는 아경.

 

 "거울아 거울아, 나에게… 미래의 남자친구를 보여 줘."

 "… 네, 신아경 님의 미래의 남자친구를 보고 싶은 연도를 선택하세요."

 

 눈을 깜빡이는 아경.

 

 "단, 한 번만 선택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거울에 지난 10년간의 연도가 떴다. 아경은 조심스레 거울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장 마지막에 있는 올해를 선택하는 아경. 그리고 10년 전에도 교복을 입고 10년 후인 올해를 선택한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신아경 님은 2019년을 선택하셨습니다. 2019년을 조회한 결과, 신아경 님에게 한 명의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그 사람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시원을 한번 쳐다보고는 떨리는 손으로 확인 버튼을 누르는 아경.

 

 "단, 그 사람을 확인하는 순간 이에 관한 기억이 모두 지워지게 됩니다. 그래도 확인하시겠습니까?"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동작을 멈추는 아경. 아경의 옆에서 고개를 바짝 붙이고 보고 있던 시원이 한쪽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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