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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일치단결식구 [一致團結食口]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0.29

 
일치단결식구 [一致團結食口] #18
작성일 : 19-11-08 18:13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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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엄마와 아버지 사이에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는 남매들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가 조용하게 입을 다물었다. 레이권도 내게 그랬었다. 너는 눈치 빠른 게 장점이라고. 나는 눈치가 빠르다. 그래서 그 사람의 눈만 봐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곧잘 눈치를 챌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처음으로. 나의 유일한 장점이 단점이 되어 버렸다. 눈치가 너무 빨라서 내가 지금 형님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알 것 같다. 눈을 감고 자는 체를 했다. 눈치를 챌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는 간이 의자에 앉아 한참이나 여주를 쳐다보고는 그대로 병실을 나갔다.

 

 "갈게."

 

 다신 오지 않을까 봐 가족을 잃게 될까 겁이 났다. 하지만 곧 다행이라 여겼다. 나 때문에 힘들어질 거면 차라리 거리를 둬서 사라져버렸으면 다시 혼자가 됐으면 했다.

 

 "헤이,"

 

 유행 다 지난 바퀴 달린 운동화를 신고 달려 들어오는 바다는 한 손에 과일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왠지 이리로 오다가 중심을 잃고 손을 놔서 저 과일 바구니가 여주의 머리에 부딪힐 것 같았다. 서둘러 일이 벌어지기 전에 냉큼 몸을 옆으로 옮겼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과일 바구니가 여주의 머리가 있던 쪽으로 거칠게 날라 왔다.

 

 "이 미친놈아. 그 운동화에 달린 작은 바퀴가 널 지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하여튼 저 돌대가리."

 "아, 씨발! 넘어질 뻔했네."

 "존나 추잡스러워, 이바다. 이월아, 우린 저러지 말자?"

 "너는 지금도 충분히 저래."

 

 장난기는 가시지 않았다. 셋이 서서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다가 여주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혼자 웃고 혼자 경직되어 있는데 바다가 여주에게 다시 과일 바구니를 내밀었다. 이미 안에 있던 사과는 터진 후였다. 그나마 겉에 봉지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제 일주일 후에 퇴원이지?"

 "어? 어, 일주일 후에. 다음 주 월요일."

 "월요일이야? 일주일 후가?"

 "넌 이제 달력 보는 방법도 잊어버렸냐."

 "아니. 그건 아니고 어쨌든, 그거 잘 처먹어. 비싸더라!"

 "그래. 잘 처먹을게."

 

 척 보기에도 비싸게 생겼다. 바다는 처음부터 여주에게 주기 위해서 순전히 자신들의 의도로 산 것 같지는 않았다. 과일 바구니를 한 번 훑어보고 탁자 위 가습기 옆에 내려놓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활기찬 모습이지만 다 티가 난다. 바다의 표정에 깔린 그늘이나 애써 웃는 듯한 강하의 모습. 그리고 늘 거랬지만 입에 담배만 물고 아무 말이 없는 이월. 그런 그들의 기분 하나도 모르면 눈치 빠르다고 자부했던 여주는 자존심이 상한다.

 

 "김여주!"

 "......."

 "아, 썅. 김여주!"

 "어?"

 "뭐 생각하느라 정신이 나갔어?"

 "이건 정신이 나간 게 아니라 넋이 나간 거다."

 "그거나, 그거나!"

 

 영한과 있을 때와는 현저히 다른 분위기에 그나마 마음이 좀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 지금 가봐야 되는데, 심심하면 콜!"

 "어, 그래. 잘 가."

 "그리고 여주야 표정 좀 풀지? 지옥에 갔다 온 사람 같다. 징그러워."

 "나? 너 이렇게 예쁜 얼굴 봤냐?“

 

 "머리 맞더니 아예 돌았나 봐. 간다. 정신이나 좀 차리고 있어."

 

 정신 사납게 떠들던 그들이 병실 문을 열고 차례차례 나갔다. 그들이 나가고 나서야 여주는 과일 바구니를 다시 들어 올렸다. 터진 사과와 미지근한 과일들. 틀림없이 먹으면 별로 기분이 좋을 것 같지는 않은. 여주는 바구니 봉지를 풀어서 터진 사과를 하나 잡았다. 그리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사과를 씹는데 입으로 뜨뜻미지근한 액체가 하나 흘러들어와서 닦을 생각도 없이 그냥 내버려 뒀다. 억지로 씹는 턱이 아프다. 사과를 계속 씹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병실 안에 가득했다. 옆에서 가습기 소리도 났다. 평소에는 들리지도 않던 시계 소리도 났다. 조용하다. 모든 것이 떠나간 빈자리는 고요하고 외로웠다. 사과를 먹는데 왜 눈물이 날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사과가 너무 딱딱해서 잇몸이 아파서 그래서 그런가 보다. 이놈의 사과는 익지도 않고 딱딱하기만 하다. 단물은 하나도 없다. 죄 없는 사과 욕을 하면서 탁자에 내려놨다.

 

 

 *

 *

 

 

 "무슨 일 있어?"

 

 싸우는 사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민우는 마치 친구를 만나러 오는 듯 가게를 들락날락했다. 노아의 일도 그렇고 요새는 심신이 뒤숭숭하게 피곤해서 미칠 지경인데 민우의 속마음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한 미로 같았다. 희욱은 긴 손가락 사이에 걸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가 아닌 창문틀에 갖다 대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민우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스스럼없는 사이처럼 보일지 몰라도 곁눈질로 모든 것을 알아챌 수 있는 놈이었다. 적어도 희욱은 알았다. 가게 안 아르벨 식구들의 표정이 경직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안 그러고 배길 수야 없지. 얼굴이 너무나 익숙한 사람이니까. 희욱은 한참이나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가 뒤를 돌았다. 민우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희욱의 얼굴 앞에서 환하게 웃었다. 웃는 얼굴에는 침 못 뱉는다고 허탈한 웃음만 연달아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없어."

 "에이, 뭐 있네! 형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굴까?"

 "쓸데없는 참견은 그만두지 그래."

 "궁금하니까 그러지. 그렇게 냉정하게 답하지 않아도 돼. 형은 역시 아직도 사람 대할 줄을 모르는구나."

 "넌 아직도 그대로구나.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재주."

 "그건 좋은 거 아니니까 패스."

 

 민우의 입에는 담배 대신 막대 사탕이 물려 있었다. 어린 애처럼 늘 민우는 사탕을 좋아했다. 재훈이는 민우의 생일날마다 사탕을 사주곤 했었다. 예전에. 오랜 시간 전에 이 둘이 서로를 증오하지 않았던 아무것도 없었던 그 시절. 그들은 그랬다.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고 서로를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그때는 아마, 아마도.

 

 "이렇게 약하다고는 생각 안 했는데, 의외다?"

 "뭐가."

 "김여주 때문에 이러는 거면."

 

 민우가 미처 말을 끝내기 전에 희욱의 얼굴이 험악하게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 이름이 어째서 민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가. 모를 거란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흘러나오는 여주의 이름에 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민우는 그런 희욱의 표정을 즐기는 듯 다리를 테이블 위에 올리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사탕을 한 입 깨물었다. 아그작, 하는 소리와 함께 민우의 입에서는 하얀 막대기만 나왔다.

 

 "김여주 때문에 이러는 거면 아주 삽질하는 거라고."

 "닥쳐."

 "나는 인질극 같은 거 안 해. 둘이 지내고 싶으면 열심히 쎄쎄쎄 하라고."

 "닥치라고 했다."

 "김여주는 안재훈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나한테 소중할 이유는 없어. 다만, 형보단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할 뿐이지."

 

 희욱의 인상을 따라 하듯 민우도 서서히 차가운 표정으로 변해갔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건 여주를 사람 이하로 취급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소유물 정도로 생각하는 눈치다. 이제야 적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듯한 분위기에 밖에 있던 사람들이 방 안으로 들어오려는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희욱은 손을 들어 그들을 저지했다. 이렇게 나올 줄 예상하고 있었다. 민우는 희욱의 행동에 마냥 흥미를 느낀 모양이었다. 사탕을 깨물어 먹으면서 희욱의 얼굴을 쳐다보던 민우는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며 눈을 치켜떴다.

 

 "옛날부터 재훈이 형을 내가 아주 잘 따랐잖아, 안 그래? 재훈이 형을 지키지도 못한 형이 과연 김여주를 지킬 수 있을까?"

 "헛소리 집어치워."

 "잘 들어, 나는 형 가족을 죽이지도 살리지도 않아. 내버려 두지도 건들지도 않아. 난 형 일에 관해서는 늘 중립적인 입장에 서고 싶거든. 그렇다고 내가 가만히 있으면 너무 아깝잖아. 내가 형한테서 원하는 게 뭔지는 입에 하도 달고 살아서 뭔지 잘 알고 있겠지? 증오라는 건 말이야. 아주 깊었던 신뢰가 한 사람에 의해 일방적으로 깨짐으로써 일어나는 감정과 같아. 나는 그랬어. 그러니까 나는 형도 그러길 바라는 것뿐이야. 근데 난 누굴 중립적인 입장에 또 세우고 싶은 마음은 없어. 김여주 걔는 이 일에 관여되지 않을지도 몰라. 관여될지도 모르고. 그건 내가 겪어봐야 알 테니까. 너무 긴장 하지는 마. 설마 내가 너처럼 신뢰를 깰 것 같아? 난 형이 싫지도 않고 좋지도 않아. 중립적인 입장에 서고 싶어. 특히 형 일에 관해서는."

 "하민우."

 "왜, 형."

 "내게 남아있는 마지막 신뢰로 부탁한다. 김여주는 건들지 마라."

 

 

 내 가족을 건드리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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