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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데이드림
작가 : 마침표
작품등록일 : 2019.10.20

13번 도시의 보안대 소속 3팀장 로건
불미스러운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데

 
19. 감사관
작성일 : 19-11-08 18:08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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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로건은 어둠 속을 끊임없이 헤매다가 눈을 떴다. 그는 하얀 병실의 천장과 마주했다. 온 몸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케이블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몸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때마침 그의 상태를 살피러 왔던 간호사가 그가 눈을 뜬 것을 발견했다. 간호사는 곧장 담당의를 호출했지만 의사가 들이닥치기도 전에 그는 다시 정신을 놓아버렸다.

 

 깨어 있는 시간보다 의식 불명의 시간이 더 길었다. 어둠 속을 끊임없이 방황하고 있는 자신 쪽이 오히려 현실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원래부터 자신은 심연 속을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없이 방황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의식의 명멸 끝에, 로건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이제 그의 담당의인 아돌프를 알아볼 수도, 시선을 맞출 수도 있게 되었다.

 

 "절 알아보시겠습니까?"

 

 로건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그저 이전처럼 소통을 위해 힘겹게 눈을 떴다가 감았을 뿐이었다. 그 가벼운 동작에도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정말 가까스로 고비를 넘겼습니다."

 

 아돌프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로건은 멍한 상태로 의사가 하는 말을 들었다.

 

 괴한이 연달아 총을 쏘고, 그 탄환을 몸을 던져서 막아주었던 것은 휴버트였다. 그는 대여섯 발의 총상을 입고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괴한은 기계에 깔려서 제 때 도망가지 못했다. 그 자는 병원 시큐리티에 의해 사살되었다. 그에 대한 조사는 보안대 측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휴버트가 막아주었음에도 로건이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몇 발은 단순한 타박상과 골절 정도만 남겼지만 몇 발은 운 나쁘게도 몸에 관통상을 냈다. 의료진이 들이닥쳤을 때, 아직 숨이 붙어 있었던 로건은 곧장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은 반 정도만 성공적이었다. 몸에 박힌 총알 제거와 심한 상처의 봉합은 끝마쳤지만 그 뿐이었다. 이미 몸이 망가지고 약해져버린 로건의 회복은 부정적인 전망이었다. 그는 수술 이후의 후유증에 집어 삼켜진 상태였다.

 

 "다신 이전처럼 돌아가기는 힘들 겁니다. 보안대 복귀는 당연히 불가능하고요."

 

 아돌프가 이번에는 확실하게 단정 지었다. 진단 결과를 통보하는 그의 어조는 무덤덤했지만 동시에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로건은 그 말에 놀라거나 절망하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기도 했고, 현실감각이 마비된 탓도 있었다. 마치 남의 얘기를 듣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는 꾸준히 갖가지 약을 복용하고 수액도 꼬박꼬박 맞았다. 사실 거기에 로건의 의지는 없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던 그는 그저 간호사들이 하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다.

 

 정신을 차리거나 잃는 것도, 그의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그저 문득 자신이 깨어있는 것을 자각할 뿐이었고 그 사이사이는 까만 공백이었다.

 

 의료진의 노력 덕분인지 어떤지, 그럼에도 몸은 조금씩 회복되어 갔다. 마치 마지막으로 발악하기라도 하듯이.

 

 몸을 조금씩 움직이고 몇 마디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면회가 허용되었다. 제일 먼저 찾아온 것은 저번처럼 월터와 로웬이었다. 그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안부를 물었고 로건은 형식적으로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들은 로건이 묻지 않았는데도 보안대의 근황을 주저리주저리 털어놓았다.

 

 이전에 보안대장이 언급했던 그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예상대로 총격전이 벌어졌지만 비구역에서 벌어진 일이라 일반 시민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저항이 거세지도 않았다고 했다. 대부분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고 끝까지 저항한 몇몇 이들이 사살되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제대로 된 사격 훈련조차 받지 않은 자들이었다.

 

 작전은 싱겁게 마무리 되었고, 보안대원 쪽에서도 부상자가 나오긴 했지만 사망자는 없다고 했다.

 

 보안대는 수 톤에 달하는 실탄과 총기류를 압수했고, 데이드림 이외의 마약류 또한 압수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관계자를 생포해서 조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했다. 월터는 생각보다 저항이 적었고 일이 너무 순조롭게 풀린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로웬과 월터는 그 외에도 이것저것 얘기했다. 앞으로의 보안대의 전망이나 시답잖은 가십거리가 주된 내용이었다. 마치 계속 대화를 하다 보면 로건의 상태가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곧 쾌차하고 그가 다시 보안대로 돌아올 것처럼.

 

 로건은 그들이 괜한 걱정을 하지 않도록 최대한 열심히 듣는 척을 하고 간혹가다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 뒤로도 면회객들이 찾아왔다. 비상사태가 풀리기라도 한 건지, 이전보다 자주 찾아왔다. 그저 이름만 알고 있을 뿐이었던 다른 팀의 팀원들도 찾아왔다. 그들은 너도나도 로건의 쾌유를 빌었다.

 

 그러나 정작 로건은 그들의 방문이 달갑지 않았다. 그들이 떠드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감흥도 없고 공허할 뿐이었다. 마치 그림자들이 계속 속닥거리는 것 같았다.

 

 그들이 꺼내는 모든 말은 마치 형태 없는 스모그와 같았다. 중환자라 면회시간이 제한되는 것이 오히려 달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로건은 많은 시간을 멍하니 보냈다. 마치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나간 사람처럼. 그 눈은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아무것도 담기지 않았다.

 

 몇 달이 흐른 것 같았는데 이제 고작 12월의 후반이었다. 로건은 그 사실에 제일 놀랐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라울이 찾아왔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은 제복을 입고 혼자 왔다. 무장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잘 있었나."

 

 보안대장은 마치 로건이 계단을 헛디뎌 다리가 부러져 잠시 입원이라도 한 것처럼 평범하게 인사를 건넸다. 로건은 침대 옆에의 레버를 돌려 상체를 세웠다. 아직 팔정도만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울의 병문안 선물로 가져온 과일 바구니를 병실 한쪽에 놓아두고는 의자에 앉았다. 이미 병실 한 쪽에는 뜯지도 않은 병문안 선물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무슨 일 이십니까."

 

 로건이 물었다. 이제 그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하고 바람 빠지는 듯한 쉰 목소리가 되어버렸다. 원래의 음색은 온데간데없었다. 라울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자네의 상태가 걱정되서 와 봤지."

 "의외군요."

 "나도 사람 걱정 정도는 할 줄 안다네."

 

 이 즈음, 라울이 담배를 물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신경을 쓴 건지, 그는 담배갑도 꺼내지 않았다. 대신 그는 로건의 몸에 이어진 케이블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로건은 라울이 다른 대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보안대의 일을 얘기하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라울은 전혀 뜻밖의 말을 툭 내뱉었다.

 

 "제니퍼가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네."

 "… 누구 말입니까?"

 "루시드 드림 대표, 말릭스의 비서 말일세."

 

 로건은 미간을 찌푸렸다.

 

 "죽었단 말씀이십니까?"

 

 "그래. 지금 그에 관련해서 조사 중이네. 루시드 드림이란 단체는 그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네. 며칠 전부터 연락이 끊기긴 했지만 설마 그런 일을 당한 줄은 몰랐다고."

 

 "타살입니까, 아니면 자살입니까?"

 

 "별다른 외상은 없었지만 둘 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네."

 

 뭔가 냄새가 났지만 이상하게도 로건은 거기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이 가지 않았다. 한 편으로는 이제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데이드림과 총기를 유통하던 단체는 잡혔고, 사건은 일단락된 셈이다. 그가 더 이상 신경 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네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말이네."

 

 보안대장은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면회시간이 다 될 때까지 가만히 앉아서 아무데나 쳐다볼 뿐이었다. 마치 병실에 혼자 앉아 있는 것처럼.

 

 로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차라리 그게 편했다.

 

 라울은 간호사가 들어와 면회시간이 끝났다고 말할 때까지 침묵을 지켰다. 그도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 모양이었다. 라울이 병실 문 앞에 섰을 때, 로건이 그를 불렀다.

 

 "대장님."

 "말하게."

 "저 보안대를 그만두겠습니다."

 

 라울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왜인지 이유를 물어봐도 되나?"

 

 "보이지 않습니까. 저는 이미 보안대 생활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닙니다. 의사도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했고요. 말씀하시면 소견서를 서 줄 겁니다."

 "내 생각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라울이 나직한 어조로 말하며 그를 신중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로건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아무리 대장이라도 그를 꿰뚫어 보진 못할 것이다.

 

 "없습니다."

 

 로건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라울은 잠시 서서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네."

 "다른 팀원들에게는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부관님에게도요."

 "그러지."

 

 라울은 병실을 나가려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다시 돌아보았다.

 

 "아, 참. 내일 보안대에 감사관이 올 예정이네. 그들이 자네를 만나려고 할지도 모르겠군."

 

 그것은 일종의 경고였다. 라울의 예고는 여지없이 적중했다. 다음날, 아돌프가 로건의 상태를 살피고 있을 때, 갑자기 병실 문이 열렸다.

 

 당황한 표정의 간호사를 지나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하나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얼굴 표정은 마치 조각한 것처럼 딱딱했다. 찔러서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인상이었다.

 

 "뭡니까?"

 

 아돌프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그 남자의 앞을 막아섰다.

 

 "중앙 정보국 소속 감사관 제일이오. 13도시 보안대 로건 팀장과 잠시 할 얘기가 있으니 자리를 비키시오."

 

 고압적인 명령조에 아돌프가 눈썹을 휙 치켜들었다.

 

 "로건 팀장은 지금 중환자입니다. 안정과 휴식이 필요한 상태란 말입니다. 미리 허가 받지 않은 면회는 허락할 수 없습니다."

 

 아돌프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도전적으로 맞섰다. 간호사의 눈동자가 놀라움과 두려움, 경외, 걱정 등으로 휘둥그레졌다.

 

 제일 감사관은 싸늘한 눈초리로 아돌프를 쳐다보앗다. 둘의 키는 엇비슷했지만 감사관이 뿜어내는 압박감은 견줄 수준이 아니었다. 움찔도 하지 않는 아돌프의 담력이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가시오."

 "의사는 접니다. 당신이 나가시죠."

 

 간호사는 거의 졸도할 지경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중재한 것은 로건이었다.

 

 "아돌프 씨, 괜찮습니다."

 

 로건이 상체를 일으키며 말했다. 이제 그 정도로 몸을 움직일 수는 있었다.

 

 "하지만 로건 씨……."

 "이미 왔으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나중에 다시 찾아와서 귀찮게 굴게 하는 것보다 지금 만나는 게 낫겠죠.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잖습니까."

 

 감사관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결국 아돌프와 간호사는 나가고, 병실에는 감사관과 그만 남았다. 감사관은 정자세로 앉았다.

 

 "짧게 필요한 질문만 하십시오. 말 하는데 한계가 있으니."

 

 로건이 착용하고 있는 호흡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감사관은 마치 심문하듯이 로건과 휴버트와의 관계에 대해서 질문했다.

 

 휴버트의 얘기를 화제로 올린 것은 아돌프가 얘기해준 이후로 처음이었다. 아무도 그에 대한 얘기를 화제로 올리기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암묵적으로 그 화제를 피했다.

 

 로건은 이미 휴버트는 보안대를 그만 둔 상태였으며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얘기만 형식적으로 되풀이했다.

 

 "혹시 '레지스탕스' 라는 조직에 대해 알고 있소?"

 "레지… 뭐 말입니까?"

 "레지스탕스 말이오."

 

 감사관이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을 습격한 괴한과 휴버트, 그리고 이번 13번 도시에서 일어났던 불법 총기와 마약류 보관, 유통과 관련된 단체와 관련된 조직이오. 거기에 대해 들어본바 없소?"

 

 "전 처음 듣는 얘기군요."

 

 감사관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로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그에게 더 이상 알아낼 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쾌차하길 빌겠소."

 

 그러고는 병실을 나갔다.

 

 로건은 감사관이 나간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창 밖을 쳐다보았다. 라울 대장이 전해주었던 수상한 소식도, 감사관이 새로 전해준 소식도 이제는 더 이상 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의 안에 있던 것들과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이 흩어지고 바스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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