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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일치단결식구 [一致團結食口]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0.29

 
일치단결식구 [一致團結食口] #04
작성일 : 19-11-08 17:47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7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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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부지한테 허락 맡았어!"

 

 팔짱을 끼며 환하게 웃는 주이를 보자 피식,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그간 있었던 일도 이야기할 겸 여주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 주이었다. 영 걱정된다는 표정의 채하를 힐끔 바라보곤 꾸벅 인사하고 집으로 향했다.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중국에선 나도 살인 병기였으니까. 여주가 집으로 향하기 전 했던 말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채하는 희욱의 방으로 들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주혜라고 안전한 게 아니잖아."

 "주이보다 더 위험한 게 주혜야. 그 녀석 살아있다는 걸 알면 남경후가 움직일 수도 있지."

 "어차피 보스는 죽어버렸잖아."

 "남경후가 보스의 엄청난 충신이었잖아. 파산 나고 그 조직 다시 세운 것도 남경후고. 아마 완벽하지 못한 보스의 일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고 싶어 할 거야. 주혜는 19살 중국에서 죽은 거야."

 "아까 여주가 그러더라. 주이 걱정하지 말라고 중국에선 자기도 살인 병기였다고."

 

 책상을 손가락으로 탁탁 치던 그는 머리가 아픈 건지 인상을 쓰며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곤 손을 내저었다. 그만 나가보라는 뜻임에도 채하는 망부석 마냥 멈춰있었다.

 

 "김영한! 박채하 좀 데리고 꺼져!"

 

 벌컥 문이 열리고 영한이 채하를 끌고 나갔다. 한동안은 신경 많이 써야 될 것 같다더니 다들 잠복하러 나간 건지 집안이 썰렁했다. 영한은 곧장 부엌으로 들어가 버리고 거실에 덩그러니 혼자남은 채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엄청 가까이 있었네요."

 "아, 그러게."

 "몰랐던 거에요?"

 "알았을 리가. 난 주혜 본 적 없어. 알고 보니까 안재훈, 안주혜, 안주이 똑 닮았더라. 여주보면서 항상 주혜 생각했었는데 주혜를 보니까 이젠 재훈이가 생각나더라."

 

 영한이 건네는 맥주를 받아든 그의 말에 영한은 저 역시도 사람을 잃어봤지만, 그 마음이 어떨지 감히 가늠되질 않았다. 처연해 보이기까지 한 눈빛을 보자니 말을 잃은 영한 맥주만 들이켰다. 아무래도 희욱이도 채하도 마음이 많이 괴로운 것 같았다.

 

 "앓는 소리 내지 말고 안주혜나 잘 지켜. 그거 잘못되면 우리 재훈이 얼굴 보겠냐?"

 

 갑자기 들리는 희욱이의 목소리에 뒤를 돌자 여전히 찡그린 표정으로 말했다. 자기도 괴로우면서 덤덤한 척하는 게 눈에 보였다.

 

 "안주혜, 우리 집으로 들이자."

 "뭐? 미쳤어? 남자들만 있는 집에 여자를 들여?"

 "뭐라는 거에요. 형님, 걔가 우리 집에서 왜 살아요."

 "그럼 김영한 네가 안주혜 집에 들어갈래?"

 "이 형님이 진짜 미쳤나 봐!"

 

 7년 만에 나타난 애를 불안해서 그냥 어떻게 둬. 이미 눈빛이 확고한 게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영한은 채하를 한번 바라보곤 쿵쾅대며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저 고집을 누가 꺾을지 이미 기정화된 사실임이 분명했다. 한편, 오랜만에 나란히 누운 여주와 주이는 오래도록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언니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난 중국에서 19살 때까지 있다가 20살엔 일본에서 살았어. 너는?"

 "오빠가, 지금 아부지 호적에 넣어서 초등학교 졸업하고 다 같이 이 동네로 이사 와서 중학교 다니고 있었지. 아부지는 다 알고 있었나 봐. 언니 꼭 한번 보고 싶다고 그러셨어."

 

 아버지가 생겼구나, 천장을 보며 7년 동안의 자신을 돌아봤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온갖 핍박을 당해야만 했다. 하루도 편안해 본 기억이 없다. 그저 살기 위해 칼과 총으로 남을 죽이며 살아왔다. 결코 평범하고 평화로운 삶이 아니었다. 그래도 주이에게만큼은 그런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채하 선생님이 그러는데 나쁜 사람들한테 나를 보호해준 거래."

 "응, 그러셨데. 어서 자, 내일도 학교 가야 하잖아."

 "응, 잘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여주는 냉장고를 뒤적거리며 토스트 재료를 꺼냈다. 밥을 해주고 싶지만 거의 해본 적 없는 요리보단 토스트가 낫겠지. 잠에 취한 주이를 깨워 빵을 물리고 겨우 평소에 나오는 시간에 맞춰 나왔다.

 

 "여어- 안녕?"

 "엄마야, 너네 뭐야.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우리가 모르는 게 어디있냐? 근데 왜 김여주는 안 놀래?"

 "아까부터 밖에 있는 거 알았는데."

 "거짓말."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하는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노아와 불신 가득한 바다가 보였다. 아무렴 상관없다는 듯 여주는 주이를 데리고 앞장섰다.

 

 "야, 어떻게 알았냐니까?"

 "그럼 그렇게 오두방정을 떠는데 모르냐?"

 "우리가? 주이 너는 알았어?"

 "알았으면 놀라겠냐?"

 

 티격태격하며 어느새 다다른 교문을 통과하는데 큰소리를 빽 치며 바다와 노아를 잡아 세웠다. 억울한 듯 소리를 지르지만, 딱히 억울할 건 없어 보였다. 넥타이도 안 메고 슬리퍼를 찍찍 끄는데 안 걸리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정석대로 교복을 착용한 여주는 교실로 들어가자마자 교과서를 꺼냈다. 들어온 지 30분도 안 된 거 같은데 요란스레 뒷문이 열리며 바다가 씩씩거리며 들어왔다.

 

 "치사하게 버리고 가냐?"

 "그럼, 너네 벌서는 거까지 내가 기다려줘야 해?"

 

 삐딱하게 올려다보며 대꾸하자 말문이 막힌 바다는 책상만 주먹으로 탕탕 쳤다. 한심하게 바라보던 노아는 자리에 앉아 여주의 하는 양을 바라볼 뿐이었다.

 

 "공부하는 거야?"

 "응."

 "왜?"

 "학생이 공부하는 게 이상해?"

 "아,"

 "여주가 말 잘하네. 이노아, 이바다. 너네도 공부 좀 해라."

 

 실상 이미 23살인 그들에게는 공부가 그다지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여주는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살고 싶어 한국으로 넘어온 거였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 다르지 않게 지내길 원했다. 하교 후 룸카페를 가자며 조르는 주이에게 못 이겨 가게로 향했다. 교과서를 펼쳐놓고 한참 문제를 풀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영한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어, 주이 안녕. 이거 희욱이 형이 먹으라고."

 

 조각 케이크가 담긴 그릇을 내려놓곤 여주에게 할 말이라도 있는 듯 빤히 내려다보는 그였다. 딱히 궁금하지 않은 여주는 눈길도 채 주지 않고 책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내가 쳐다보는 거 안 느껴져?"

 

 놀라게 하려 아침에 문 앞에 도둑처럼 와있는 노아와 바다도 느끼는 그녀가 이렇게 대놓고 보는 그가 안 느껴질 리가 없었다.

 

 "나 할 말 있는데."

 "뭔데요."

 "둘이서만 할 이야기인데."

 

 둘이서만 할 이야기가 있나요? 여전히 시선은 책에 고정한 채로 말하는 그녀에 살짝 화가 치민 건지 이를 악물고 말하는 그였다. 차가운 인상으로 이를 악물자 겁을 집어먹은 주이가 여주의 팔뚝을 치며 이야기하라며 나가 있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우리 집에 들어와서 살래?"

 "제가 왜요?"

 "희욱이 형님이 직접 낸 의견인데."

 "하아, 희욱이라는 사람이 제 오너도 아닌데 제가 왜 따라야 하죠?"

 "위험하잖아. 살아있는 거 들키면 위험해지니까 걱정돼서 그러는 건데."

 "신경 끄시죠. 멍청하게 당하고 그런 캐릭터 아닌데, 나."

 

 드디어 마주쳐진 두 눈이었다. 확고하기만 한 그녀의 말에 영한은 툴툴거리며 룸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날마다 찾아와 집으로 들어오라며 강요하는 영한이었다. 그거 말고는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평화로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평소 같지 않게 오빠 생각이 나서 하교 후 카페로 가자며 조르는 주이를 집에까지 데려다주고 오빠에게 갔다. 별다른 건 아니고 깜깜해서 어두워질 때까지 오빠 자리가 보이는 의자에 앉아 공부를 했다. 머리나 식힐 겸 공원을 돌 때였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휴대폰이 빛을 냈다. 화면을 확인하자 이번이 처음이 아닌 듯 무수한 부재중이 찍혀있었다. 모르는 번호지만 이미 익숙한 번호에 무신경하게 전화를 받아들었다.

 

 "너 어디야 지금!"

 

 대뜸 소리치는 그에 황당해하며 전화를 끊었다. 집 앞에나 있을 듯한 그의 짜증을 받아주기 위해 공원을 돌던 발걸음을 집으로 옮겼다. 평소와 다르게 영한은 여주를 발견하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팔목을 낚아채 아무렇지 않게 비밀번호를 누르곤 집안으로 밀쳤다.

 

 "아! 진짜 미쳤어요? 왜 이래?"

 "너야말로 미쳤냐? 전화는 왜 안 받아! 다 너 걱정하는데!"

 "이거 놓고 말해! 당신이야말로 미쳤어?"

 

 손 아귀힘이 얼마나 샌 건지 붉게 물든 제 팔목에 짜증이나 힘껏 밀치자 제가 그러는 건 상관없는 듯 내일 학교를 가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느라 바쁜 그였다.

 

 "내가 왜 학교를 안가. 갈 거야."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들어, 아무래도 알아차린 거 같다 네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이래? 난 이제 김여주야."

 "너 안주혜인 거 들킨 거 같다고 이 멍청아."

 

 탁, 하며 멈춘 숨이었지만 곧 아무렇지 않게 영한을 바라봤다. 멋대로 신발을 벗고 들어오려는 그에게 들어가지 말라며 화를 냈지만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소파에 한 자리를 차지해버린다.

 

 "학교 갈 생각하지 마. 남경후 그게 얼마나 미친놈인지 알아?"

 "그건 또 뭐야. 확 그냥 다시 일본으로 가버려?"

 "가려면 여기 다 정리하고 똑바로 사라져라. 어쭙잖게 사라져서 난리 나게 하지 말고."

 

 재수 없다며 입을 비죽이던 여주가 교복을 훌렁훌렁 벗곤 소파에 앉았다. 생각보다 부끄러움이 많은지 귀까지 벌게져 고개를 돌리고 앉은 영한을 한번 비웃어주곤 도망 안 갈 테니 방에 들어가 자라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한참을 씻다가 문득 오늘 하루를 떠올렸다. 이상할 건 없었다. 감시당하는 느낌도 그렇다고 위험에 빠질만한 상황도 없었다. 거실로 나가자 소파에서 잠이 든 영한이 보였다.

 

 "일어나요, 방에 가서 자."

 

 죽은 건지 산 건지 미동도 없는 그의 허벅지를 주먹으로 때려도 여전히 두눈을 꼭 감은 그였다. 못 이기는 척 방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여주는 문밖의 부산스러움에 평소보다 1시간은 일찍 눈이 떠졌다. 방문을 열자 말끔하게 씻은 영한이 부엌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냉장고에 먹을게 하나도 없네."

 "잘 안 먹어요."

 "배 안 고프냐?"

 "잠깐 있어 봐요. 나가서 라면이라도 사 올게."

 "같이 나가."

 "참나, 왜요?"

 "혼자 보냈다가 무슨 일 생기면 희욱이 형님한테 혼나거든. 옷이나 갈아입고 나와."

 

 

 *

 *

 

 

 "저 언제까지 집에만 있어야 해요?"

 

 벌써 일주일째다. 처음부터 불만이던 그녀는 드디어 짜증이 폭발했다. 주이도 못 본 지 일주일이다. 왜 죄 없는 그 애까지 못 만나게 하는지 불만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주이까지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주이 근처에 안 갈게요. 그니까 나 외출만 좀 합시다."

 "상황 파악 안 되냐? 주이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위험하다니까?"

 

 버럭 화를 내는 통에 잔뜩 독이 오른 여주는 밖에 있는 사람들이나 치우라며 짜증을 냈다. 영한과 붙어있기만 하면 되는 건데 왜 저렇게 많은 사람들까지 세워둔 건지 모든 게 짜증스러웠다.

 

 "알겠어, 보낼게. 대신 나랑 붙어있어야 된다."

 "나도 나 지킬 줄 알아요.“

 "뭐?"

 "나도 나 하나 지킬 수 있다고요."

 

 눈에 힘을 주고 말하는 그녀를 세워두곤 영한은 전화를 걸어 사람들을 보냈다. 정적이 흐르는 집안, 방으로 들어가 버린 여주에 혼자 거실에 남겨진 영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야, 원. 애도 아니고 이걸 풀어줘야 하는 건가 고민하던 그는 바다와 노아를 부르기로 했다. 30분도 되지 않아 딩동 거리는 초인종 소리에 뾰로통한 표정의 여주가 방문을 빼꼼 열었다.

 

 "나가봐."

 "제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영한에 머뭇거리며 현관문을 열었다. 사복을 입은 바다와 노아가 여주를 반겼다. 반가움도 잠시 혼자 있을 주이 생각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채하 선생님이 있잖아."

 "잠깐,"

 "왜."

 "내가 아니라 주이일 수도 있잖아."

 "뭐라고?"

 "이 새끼들이 노리는 게 내가 아니라 주이가 될 수도 있다고!"

 

 영한이 붙잡을 새도 없이 여주는 뛰쳐나갔다. 제일 가까이 있던 노아만이 상황 파악이 됐는지 맨발로 뛰어나간 여주를 따라가기 위해 뛰었다.

 

 "김여주! 야!"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신호도 무시하며 무단횡단을 하는 여주였다. 하마터면 차에 치일뻔한 걸 영한이 잡아채 구해냈다. 한 소리 하려는 영한을 무슨 힘으로 밀치는 건지 다시 학교로 향했다. 뒤따르던 노아는 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주가 학교로 가고 있으니 잘 붙들고 있으라며 말이다.

 

 "내려."

 "형님?"

 "이노아, 네가 운전해."

 

 여주를 칠 뻔한 차 문을 강압적으로 연 영한이 운전자를 끄집어 내리곤 뒷좌석에 탔다. 멍청하게 서 있는 노아에게 운전하라며 턱짓으로 운전석을 가리켰다.

 

 "사림파 새끼지, 너."

 "예?"

 "어떻게 그냥 대답할래 아니면 대답하고 죽을래."

 

 영한이의 물음에 엉뚱한 사람이 놀랐다.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차주에 품에 있던 나이프까지 깨네 든 영한이 진심인 건지 목 언저리에 칼날을 대곤 웃으며 말했다. 힐끔힐끔, 운전하며 곁눈질하던 노아는 감탄했다. 어떻게 감히 운전자가 사림파일 거라 예상을 하는지 말이다.

 

 "좋게 대답하면 죽은 걸로 하고 살려는 줄게."

 "....으윽,"

 

 새하얀 목덜미에 붉은 길을 내는 영한이었다. 울컥거리며 나오는 피에 두려움에 떨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여주가 틀렸다. 사림파는 희욱이에게 경고했듯이 여주를 죽이려고 했다. 집에서 쉬고 있을 유빈이에게 전화를 걸곤 짐짝을 넘기듯 넘겼다.

 

 "목덜미 꿰매면 될 거다. 수고해."

 

 급격히 피곤해진 영한은 눈꺼풀에 팔을 올렸다. 학교로 가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가서 여주를 찾아와야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여자애들은 뭐하면서 노는 거 좋아하냐."

 "그건 왜요?"

 "그거라도 가져다줘야 찍소리 안 하고 집에 박혀있지."

 "에이, 여주가 어디 그런 캐릭터인가요."

 

 하긴, 빠른 인정을 하며 창밖에 시선을 돌렸다. 벌써 코앞으로 다다른 학교에 기다리라며 차에서 내린 영한은 중앙현관에 있는 커다란 전신거울에서 혹여나 피가 묻진 않았는지 확인하곤 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복도 끝 남자휴게실."

 

 짧게 끝난 통화에 영한은 터덜터덜 목적지로 향했다. 문을 열자 창밖을 내다보는 채하와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주가 보였다. 멍청하긴, 구두를 벗어 여주의 발 근처로 던졌다. 보였을 텐데도 미동이 없는 그녀에게 무릎을 꿇곤 손수 구두를 신겼다. 맨발로 뛰어다닐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만신창이가 된 발을 보자니 한심함에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학교 오는 길이 만 리냐 천 리냐 왜 맨발로 뛰쳐나와서 손 가게 만들어."

 "..끄윽,"

 

 알 수 없는 소리를 낸 여주가 영한이의 허리를 껴안았다. 배 부근이 축축한 걸 봐선 우는 게 분명했다. 당황해서 고개를 돌리자 채하 역시도 당황했는지 눈을 크게 뜨곤 영한을 바라보며 우는 거냐며 속삭였다.

 

 "야, 왜 그러는데."

 

 어설프게 등을 토닥이자 기다렸다는 듯 대성통곡을 시작하는 그녀였다. 가까이 있던 영한이 당황해 큰손으로 여주의 입을 막기 시작했다. 닭똥 같은 눈물이 두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멈출 수가 있을지 고민이 됐다.

 

 "주이가 보고 싶어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영한이를 올려다보며 말하자 기분이 괜히 이상해져 몸을 뒤로 뺐다.

 

 "일단 집으로 가자. 밖에 노아 있어."

 

 안가겠다고 고집만 피울 것 같은 여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두를 벗으려는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그냥 신고 가라는 뜻이었지만 여주는 신발을 벗어 영한의 발 앞에 가지런히 뒀다.

 

 "전 이미 다쳤잖아요."

 "놀고 있네 여주 이 슬리퍼 신고 가."

 

 망부석 마냥 멈춰있는 여주의 발에 슬리퍼를 억지로 신긴 채하는 휴게실에서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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