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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WIND, 너를 부르는 소리
작가 : 파샾
작품등록일 : 2016.9.8

열여덟, 순수했던 우리들의 달콤쌉싸름한 첫 사랑. 순정만화 느낌의 사랑 이야기.

 
07. 아니. 우리 그런 사이 아니야
작성일 : 16-10-12 20:09     조회 : 456     추천 : 1     분량 : 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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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윤아.”

 

 

 급식소에서 나오는 지윤을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함께 있던 윤진이와 연정이가 함께 뒤로 돌자 산호가 웃으며 손을 흔든다.

 

 

 “아까 수학 문제 잘 안 풀리는 거 있다고 했지? 지금 알려줄게.”

 

 “어? 지금? ,,그래. 고마워.”

 

 

 웃으면서 고마움을 표하는 지윤의 입가가 어색해 보인다. 산책을 하고 오겠다는 연정이와 윤진이와 헤어져 계단을 올라가는 내내 지윤의 고개는 자꾸만 운동장이 보이는 창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에는 제대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만나기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아쉬움에 발을 끌게 된다.

 

 

 “어, 류산호다.”

 

 

 지윤의 교실이 있는 5층에 올라서자마자 복도에서 누군가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산호도 꽤나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항상 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을 한 적은 없었는데, 지금 보니 옆에 서 있는 산호는 아주 잘생긴 건 아니지만 충분히 괜찮게 생겼다. 주변의 관심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산호는 새삼스레 자신을 살피는 지윤 보며 마주 웃기만 한다.

 

 

 “-그래서 이렇게 하면 답이 나오는 거야.”

 

 

 복도 창에 난 턱에 기대 열심히 풀이를 해주는 산호에게 미안하게도 지윤은 설명이 제대로 머리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신경이 온통 다른 곳에 가 있는 바람에 자꾸만 넋을 놓기가 일쑤였다. 산호가 이해했냐고 물었을 때 지윤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니었지만 아주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류산호, 송지윤. 너네 둘이 썸 타는 거야?”

 

 “어? 아니. 우리 그런 사이 아니야.”

 

 

 밥을 먹고 돌아오던 짝궁 민소의 말에 지윤이 문제지에서 눈도 제대로 떼지 않고 단호하게 말을 한다. 지윤만큼이나 산호와 친한 민소의 말이었기 때문에 말투에서부터 놀림이 섞여 있어 보였는데도 지윤은 똑 부러지게 아니라 답했다. 그 말에 산호가 빙긋 웃더니 지윤을 톡톡 쳐 부른다.

 

 

 “아니긴 한데, 그래도 그렇게 딱 잘라 말하니까 좀 상천데. 뭔가 고백도 안 했는데 차인 기분이야.”

 

 “어? 아니, 아니.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 너 인기도 많은데 괜히 오해 사면-”

 

 

 산호가 상처 받았다는 듯 어깨를 떨어뜨리며 장난을 치자 지윤이 당황스러움에 횡설수설하며 변명을 하게 된다. 그 모습을 보던 산호가 뭔가 수상하다는 듯 눈빛을 반짝인다.

 

 

 “송지윤 좀 이상한데. 인기는 나보다 네가 더 많잖아. 그리고 왠지 오해 받기 싫은 사람이 있는 것도 너 같은데?”

 

 “어?”

 

 

 당황을 넘어 당혹감에 지윤은 되묻는 듯한 말을 뱉고 눈만 껌뻑이게 된다. 뭐야, 류산호. 아까는 눈치가 그렇게 없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감이 좋은 건데. 그냥 한 번 찔러보는 거라는 걸 알면서도 지윤은 입속에서 말이 엉켜 아무 이야기도 못하고 있었다.

 

 

 “한이준! 네가 여기까지 웬일이냐.”

 

 

 장난스레 웃으며 답을 기다리던 산호의 눈이 지윤의 어깨 뒤로 향했다. 의외라는 목소리가 부르는 이름에 지윤의 몸이 급하게 뒤로 휙, 돈다. 산호가 나타났을 때보다 더한 웅성거림이 복도를 채운다.

 

 

 이준이 2학년 여자반만 있는 5층에 나타난 적도, 나타날 이유도 없었기에 다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목을 하고 있었다. 소곤거리며 이준을 부르는 소리들이 지윤의 귀에는 메아리처럼 크게 울려 퍼진다.

 

 

 걸어오고 있던 이준은 산호와 지윤이 함께 있는 걸 보고 잠시 걸음을 멈춘다. 그러다 곧 가볍게 손을 흔들어 산호에게 인사를 했다. 그 덕에 모두들 이준이 산호를 보러 왔다고 여기는 것 같았지만 딱 두 사람, 이준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지윤과 그 옆에 있던 산호는 사실을 다르다는 걸 알아챘다.

 

 

 “오호- 송지윤, 오해 받기 싫은 사람 있는 거 맞지?”

 

 

 산호가 이준을 보던 눈을 내려 지윤 뒤로 바짝 붙어 속삭이듯 조용히 말했다. 그 말에 놀란 듯 지윤의 어깨가 움찔한다. 산호에게로 몸을 돌리는 잠깐 동안 지윤이 침착을 가장한 눈을 한다. 모르는 소리라는 듯 올려보는 지윤의 눈을 보고 산호가 재밌다는 듯 웃는다.

 

 

 “어, 한이준 간다.”

 

 

 또 한 번 귓속말처럼 건네는 산호의 말에 지윤이 깜짝 놀라며 몸을 빠르게 돌린다. 여전히 걸어오고 있는 이준을 보고선 지윤은 째려보듯 산호를 올려다본다. 그러다 뒤늦게 자신이 지금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하고 있었던 게 기억이 나는지 지윤의 눈빛이 후회와 놀람과 당혹으로 흔들린다.

 

 

 “한이준이 진짜 대단하긴 한가보다. 바른생활 송지윤이 거짓말도 하고.”

 

 

 휘파람 비슷한 소리를 내며 놀리는 산호의 말에 지윤의 얼굴이 조금씩 달아오른다. 이런 반응이 재밌는지 산호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진다. 자꾸 놀리는 말을 건네는 산호가 얄미워 지윤은 결국 산호의 팔을 세게 한 대 때리고 말았다.

 

 

 “어, 한이준 진짜 간다.”

 

 

 아프다는 듯 팔을 문지르며 웃던 산호가 조금 놀란 듯 말을 했다. 지윤은 이번에도 속고 싶지 않아 안 믿으려고 했지만 무의식 반응처럼 돌아가는 몸을 어쩔 수는 없었다. 그런데 정말로 다가오고 있던 이준이 어느새 등을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어-,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실려보이는 소리가 지윤의 입에서 나오자 산호가 다시 한 번 짧게 웃는다. 이준을 잡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안절부절못하는 게 보이는 지윤의 등을 산호가 손바닥으로 가볍게 친다.

 

 

 “송지윤. 너 나한테 빚 하나 진 거다. 나중에 한이준 몫까지 너한테 받을 거니까 잊지 마.”

 

 

 지윤만 들을 정도로 작게 말을 뱉은 산호가 이준에게 성큼 다가가면, 한이준! 크게 불렀다.

 

 

 “한이준. 나 보러 왔으면 보고 가야지 왜 그냥 가.”

 

 

 가고 있는 이준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산호가 빙긋 웃는다.

 

 

 “어, 바쁜 것 같아서.”

 

 

 떨떠름해 보이는 표정의 이준은 반가워하는 산호를 보고도 어색하게 말을 한다. 이준이 그러는 이유를 알 것 같아 산호는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아, 맞다! 지윤아. 아까 문학쌤이 너 점심시간에 도서실로 좀 오라고 전해 달랬어. 내가 이거 말한다는 게 깜빡했다.”

 

 

 이준을 끌고 가다시피 하던 산호가 뒤를 돌아서 모두가 들을 정도로 큰소리로 외쳤다. 갑작스런 말에 어리둥절하던 지윤을 보고 산호가 눈을 한 번 찡긋한다.

 

 

 “도서실이야 도서실. 본관 도서실.”

 

 

 다시 한 번 외치는 산호의 말에 지윤은 심장이 쿵쾅거린다. 암호처럼 알려주는 것치고는 너무 큰소리로 여러 번 말을 해 모두가 알아챌 것 같았다. 그런 괜한 생각을 하면서도 발은 이미 빠르게 도서실을 향해 가고 있다.

 

 

 뛰어 간다고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지윤은 거의 달려가다시피 하는 자신을 보고 누가 뭐라 묻기라도 할까봐 자꾸만 다리를 진정시킨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을 만큼, 숨 쉬는 게 힘들 만큼 급하게 도서실로 달려 갔다.

 

 

 조심히 유리문을 밀고 들어간 도서실 안은 고요하다. 나른한 오후에 책들마저 잠에 빠진 듯 먼지가 풀썩이는 소리조차 없다. 창으로 내리는 늦봄 햇살에게 쫓아오지 말라 말하는 듯 지윤이 발뒤꿈치를 살금, 조심히 올린다. 수줍어 흐려진 그림자가 그 뒤를 짧게 따른다.

 

 

 분류번호가 000으로부터 시작하는 곳부터 시작된 걸음은 800에 이르러 멈췄다. 무심해 보이는 눈으로 꽂혀 있는 책들을 쭉 훑던 이준이 책 한 권을 뽑아든다. 몽실한 꼬리를 흔드는 것 같은 봄바람이 서 있는 이준을 한 바퀴 돌고는 지윤의 심장으로 뛰쳐 들어온다. 살랑이는 두근거림을 누르며 지윤이 천천히 다가갔다.

 

 

 “뭐 봐?”

 

 

 지윤이 가까이 오는 걸 알고 있었는지 갑작스레 건넨 말에도 이준은 조용히 웃기만 한다. 들고 있던 책을 지윤의 눈높이에 맞춰 내린다. 96년 이상문학상 수상집. 표지를 보여준 이준이 책을 휘릭 넘겨 중간을 펼쳐 다시 보여준다. 우수상 타이틀을 달고 있는 페이지의 작품 제목을 톡톡 치며 입꼬리를 올려 씩 웃는다.

 

 

 “이게 마음에 들어서.”

 

 

 ‘첫사랑’*. 이준이 손으로 가리킨 제목에 시선이 닿자 지윤의 입꼬리도 살며시 끝을 올린다. 베실베실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어려워 지윤은 고개를 내려 계속 웃기만 했다.

 

 

 “산호랑 무슨 사이야?”

 

 

 이준이 지윤이 서 있는 쪽으로 책장으로 좀더 다가오며 별로 궁금한 건 아니라는 듯, 지나가는 말투로 묻는다.

 

 

 “친구.”

 

 “..친해?”

 

 

 갑자기 아무 책이나 다시 꺼내 뒤적이며 묻는 질문에 지윤의 입꼬리가 다시 올라간다. 뭐야, 이 질문이 뭐라고 이렇게 기분이 좋아져. 요즘 들어 심장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기분마저 자기 마음대로 구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금 웃는 건 좀 황당한 것 같아 지윤은 입술을 붙이고 있느라 답을 하지 못했다.

 

 

 “많이 친해?”

 

 

 기다리던 이준이 또 한 번 되묻는다. 아까보다 좀더 퉁명스러워진 말투가 귀여웠다. 어쩐지 놀리고 싶어지잖아.

 

 

 “음, 너하고 보단?”

 

 

 지윤이 옆으로 움직여 손가락으로 책들을 훑으며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분명 앞에 있는 책장을 보고 있는데도 시선은 온통 이준이 있는 왼쪽으로 넓어져 있다. 흐음-, 콧소리를 내며 들고 있던 책을 꽂는 얼굴이 심통이 나보인다. 귀여워. 자꾸 놀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근데-”

 

 

 따라붙는 심술을 지우고 뭐라 뒤를 이으려던 지윤의 말은 소란스런 재잘거림과 함께 갑자기 열린 도서실 문에 의해서 막혔다. 여전히 뾰루퉁해 보이는 얼굴을 조금 보다가 지윤이 곁으로 바짝 다가갔다. 팔이 맞닿을 정도로 아주 가까이 가선 용기를 내듯 손을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어설프게 퍼진 손이 조심스레 옆으로 움직이다. 움직임에 두 손등이 살짝 맞부딪친다. 그 작은 마찰에 이준이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숙여 웃었다. 초록으로 무르익는 오월의 나뭇잎 같은 웃음. 미소가 지윤의 심장을 한봄의 햇살처럼 빛을 뿜게 한다.

 

 

 조금만 용기를 내자, 조금만 더. 스스로에게 속삭이는 말을 하며 지윤이 다시 천천히 손을 움직인다. 손 전체를 감싸고 싶은 듯 퍼졌던 손가락이 떨리는 마음을 나타내듯 살짝 오므라든다.

 

 

 다시 한 번 숨을 크게 삼킨 지윤이 느리게 다가가다 새끼손가락을 톡, 마주쳤다. 오늘치 용기는 여기까지. 처음 계획과는 달라졌지만 이 이상은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살며시 건드린 그대로 지윤이 새끼손가락에 손을 마주 걸었다.

 

 

 놀라 닿는 시선을 모르는 척하는 볼이 장미처럼 피어난다. 옅은 분홍이 오렌지빛으로, 오렌지빛이 진한 붉은 색으로. 피었다 졌다를 반복했다. 그 설레는 색에 소년이 그려 넣은 것 같은 싱그러운 미소를 짓고 맞닿은 끝자락에 조금 더 힘을 준다.

 

 

 심장이 손끝으로 심장이 옮겨 간 것처럼 두근거린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는 손톱 위로는 때 이른 한여름 봉숭아물이 붉게 물드는 것 같았다.

 

 

 

 

 *96년 이상문학상 우수상, 성석제 ‘첫사랑’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happydream 16-10-25 00:51
 
너무 재미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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