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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물의 왕국-미르
작가 : 소머즈
작품등록일 : 2019.11.2

악령들의 지배자, 인간의 욕망을 이용하여 사회를 혼란시켜 불멸을 꿈꾸며 자신의 왕국을 다시 세우려는 악마, 100세시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현대 사회에서 늙지않는 세포, 신약개발을 꿈꾸는 비열한 제약회사와 그들에게 빌붙는 악령들, 이에 맞서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진정한 선이 승리한다는 인간들의 믿음을 보여주는 이야기. 하지만 어디서든, 어느때든 선택의 순간에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인간의 욕망, 그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0화 미끼
작성일 : 19-11-08 09:37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3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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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비르.

 그의 이름을 되뇌이는 순간, 준호는 자기도모르게 온몸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웃는 소리는 이가 갈리는 듯 끌끌끌 혀를 차는 소리같았다 .

 비열한 미소를 연상시키는 말그대로 괴상한 웃음.

 마치 자신을 잘 알고 있는 듯한 말투.

 그렇게 병실 침대에서 준호는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다음날, 민호는 서둘러 아버지와 함께 준호의 병실을 찾았다.

 영양제 삼아 링거액이 다 몸속으로 흡수되는 것을 두눈으로 지켜본 후에야 아버지 차선생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민호는 준호와 아버지의 뒤를 따라 걸으며 그의 흰머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암으로 아내를 잃고 훤칠했던 아들녀석의 팔하나를 자르던 날, 몇 달지나지 않아 그의 머리칼은 새하얗게 새어버렸다. 염색을 해도 검은색 머리칼은 오래가지 못했다.

 누가 일부러 밤새 빨래하듯 빨아버리는 냥, 새하얀 흰머리가 밤새 수북수북 다시 올라왔다.

 자기도 모르게 민호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버지 : 됐다. 됐어. ...이제 집으로 가자.

 

 준호의 정기검진 예약일자 확인을 받고야 웃음을 띄었다.

 

 터벅.터벅.

 오랜만에 골목에 들어서는 세 부자의 가슴 한켠에 큰일을 겪고 난 후의 서늘함이 발자국에 남는 것 같다. 그리고 옆집 2층 창가, 수현은 그 세사람의 어딘가 모를 슬픈 모습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준호가 올려다보며 손을 흔들었다. 달랑달랑. 소맷자락이 흔들린다.

 

 

 그날 밤, 준호는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민호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자신의 뒤를 밟는 것 같다며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분이라고 최순경이 전화를 걸어왔었다. 차기자님은 괜찮으신거냐며 묻는 그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방문을 준호가 노크했다.

 

 민호 : 어, 형? 왜 안자구. 수목원땜에? 거기는 병가처리 부탁해놨어.

 

 그의 말에 준호는 엉거주춤 침대에 걸터앉았다.

 차에서 오는 길에 대충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숙자가 사라졌다. 수목원에는 길고양이가 오가긴 했지만, 중성화수술을 한 숙자가 낯선 야생고양이에게 다가간 일은 없었다.

 오히려 항상 연구실 창가에서 그들이 다가올까봐 꼬리를 곤두세우던 녀석이다.

 

 준호 : 숙자는 그럼, 내가 쓰러지고 없어진거야?

 

 민호의 표정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었다.

 어색한 그의 표정에 준호가 오히려 미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민호 : 근데. 숙자 말고 ... 형 뭐, 걱정있어? 할말 있는 눈친데?

 

 준호 : ...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는데.

 

 민호 : .... ?

 

 준호는 뭔가 잘못한 표정으로 침울한 눈빛이었다.

 민호는 준호의 심각한 표정에 오히려 풋,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어깨를 툭 쳐보였다.

 하지만, 준호는 여전히 무엇인가 고민하는 얼굴로 진지한 표정이었다.

 

 민호 : 차박. 아, 말을 해야 믿든지 안믿든지 하지. 뭔데?

 

 민호는 계속 싱글싱글 눈웃음을 흘렸다.

 마치 준호가 말못할 연예고민을 하려는 줄 알던 모양이다.

 설사 옆집 수현이, 한검사를 좋아한다고 해도 흔쾌히 응원할 것같은 표정이다.

 그의 얼굴을 마주보다 준호는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자 민호가 준호의 양 볼을 꽉 잡았다.

 

 민호 : 믿어. 진짜루. 빨리 말해.

 

 준호 : ... 요새 계속 같은 악몽을 꿔.

 

 준호의 말에 민호는 표정이 조금 굳었다.

 몸이 어디 안좋아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민호 : 악몽?

 

 준호 : 응. 악몽. 근데 .. 이게 어릴 때 꿨던것도 아니구, 공포영화속 장면도 아닌데 뭐랄까 ... 그 꿈이 너무 생생해. 느닷없이 튀어나온 괴물이... 꿈이라하기엔.. 너무 익숙해.

 

 민호 : 스트레스를 너무 받은거 아니야? 아니다. 몸이 허해서 그런가보지.

 

 준호 : 스트...레스?

 

 민호 : 그래. 그때 지하실 김씨아저씨꺼 옷 걸린거보고 괜히 잔상이 남는거 아닐까?

 

 준호 : ... 사실, 그 괴물이 말이지.. 자꾸 나한테 미르...라고 하는데.

 

 민호 : ...?? 미르? ... 웬 미...르? ! ... 그 술집도 미르잖아.

 

 준호 : 찾아보니까 우리말을 쓴거라면 용.이란 의미던데.

 

 민호 : ...용? .. 드래곤?

 

 준호는 다시한번 확인하려는 듯 휴대폰속 어학사전을 클릭해보았다.

 민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공포영화를 본거 아니냐 할참이었다. 그러다 문득 물의왕국 미르를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준호가 시름시름 하게 된 건 학회참석차 휴가때 물의왕국 미르를 다녀온 이후부터가 아닌가.

 

 민호 : 형, 그 여사장이 준 향수. 그거 선물받은 담날 형 쓰러지지 않았어?

 

 준호 : 그렇긴 하지.. 근데 향수가 왜?

 

 민호 : 아니, 그 향수가 뭔가 모르게 형을 몽롱한 상태로 해가지구, 뭐냐.. 그 뭐지?

 

 준호 : 환각상태?

 

 민호 : 그, 그래. 환각. 뭐, 그런거를 일으키는거 아니야? 당장 검사해보자.

 

 준호의 표정은 더 심각해졌다. 듣고보니 그럴 듯 하다. 자신이 시름시름 몽롱한 상태였던건 그때부터이니. 정말 향수성분에 환각제 성분이라도 들었던게 아닐까.

 민호는 서둘러 욕실선반에 올려둔 향수병을 가져왔다.

 

 준호 : 우리 수목원에는.. 그만한 분석장비는 없구. 대전 화학연에 맡겨볼까? 선배가 있어.

 

 민호 : 그러자 그럼. 내일 샘플을 조금 나눠서 택배로 보내자.

 

 준호 : 그냥.. 별것 아닌 향수면?

 

 민호 : 별게 아니믄 다행이지만, 환각제나 무슨 이상한 성분 향수라면?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 최순경이랑 내가 옆지구대 약수터서 시신한구가 더 발견된 사건을 알아봤단 말이야.. 그 피해자가 미르 여사장 비서를 따라서 드나들었던 것도 봤다하구. 검출안되는 환각약물 같은 거에 노출되었는지도 모르지.

 

 준호 : 그럼 그 시신도... 심장마비?

 

 민호 : 맞아. 멀쩡히 약수터를 산책하다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큰 추위도 아니었구 평소 주량보다도 훨씬 작은 술한잔에... 대체 그 술집, 정체가 뭔지 모르겠단 말이지. 아, 최순경이랑 내가 사진만 안 찍혔어도 계속 지켜보는 건데.

 

 준호 : 사진...? 조사하더니 걸렸어?

 

 민호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민호를 보다 준호는 여사장 나비를 떠올렸다. 비싸보이는 담배 한 개피를 우주제약 회장의 입에서 요염하게 뺏어재끼던 그 여자. 그리고 세라. 그 뒤 비서. 신약개발차 자신의 제비꽃 연구가 필요하다 했던 나비의 제안을 떠올렸다. 느닷없이 오랜만이라며 나타난 세라. 진세라가 자신의 정보를 흘린거라면.

 

 준호 : 사실, 나도 은회장 제안.. 궁금하긴 해. 결심이 서면 다시 오라고 했었어. 그 사장도.

 

 민호 : 뭐? ... 안돼. 형, 위험해서. 이상하잖아. 그럼 나랑 같이 가.

 

 준호 : 아니. 넌 이미 노출됐어. 내가 가야겠어.

 

 민호 : 뭐야, 그 표정은? 미끼라도 되겠다는거야?

 

 준호 : 미끼?

 

 준호는 민호를 바라보았다. 민호역시 걱정스런 얼굴로 준호를 본다.

 미끼.

 어쩌면 정말 이상한 덫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준호는 결심이 선 듯 하다.

 미끼가 되기로. 둘은 그렇게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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