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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하얀세계
작가 :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9.9.3

잠에서 깨어나 보니 처음 보는 방 안에 있다?

벽도 바닥도 천장도 온통 하얀 방. 그리고 굳게 닫혀 있는 철문.

방 안에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울리고, 그때부터 서로를 죽이는 살육게임이 시작되었다.

 
세 번째 게임(2)
작성일 : 19-11-08 05:13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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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미로는 정말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다양한 문양이 그려진 높다란 벽이 우리들을 마주했고 감옥처럼 사방을 감쌌다.

 

  입구가 어디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무렵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소원대로 길을 잃었네. 무작정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건 아니지?”

 

  퉁명스럽게 말하는 선아에게 손사래를 쳤다.

 

 “확실히 듣고 있으니까 걱정 마.”

 

  우리들이 추적하고 있는 건 사람들의 소리. 그중에서도 불안감이 실려 있는 음색이다.

 

  물론 소리 하나에만 의지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바깥에서 눈여겨봤던 미로의 좌우 넓이. 아마도 우리들이 출발한 곳이 한 면의 중심 지역일 가능성이 높았다. 안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정탐할 때 살짝 나무 위에 올라가서 본 바로 벽의 높이가 안쪽으로 갈수록 미묘하게 높아지는 것 같았으니까.

 

  즉, 피라미드의 구조와 비슷하다는 거다. 높이는 굉장히 낮지만.

 

  그래도 조금씩 오차는 날 것이다. 그래서 갈림길이 나오면 최대한 공평하게 좌우를 반복해서 지나왔다. 전체가 정방향이라면 이걸로 어긋나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겠지.

 

 “그런데 이거 정말 이렇게 걷기만 하면 되는 건가? 괴물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낮이고, 그걸 조심하면 문제될 거 없는 거 아니야?”

 

  뒤에서 따라오며 태연히 말하는 찬영. 그 의견에 동의할 수는 없었다.

 

  분명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런 거대한 무대를 만들어 사람들을 넣어 놓고, 이대로 끝날 리가 없다. 상대는 미지의 세계를 구축하여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자인데 이런 밋밋한 전개를 좋아할 리는 없으니까.

 

  선아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내가 할 말을 대신해 주었다.

 

 “그럴 리가 없지. 가끔 들리는 비명을 보면 함정이나 다른 게 있을 수도 있어. 때에 따라서는 능력을 사용할 필요도 있을 거야.”

 

  능력이라…….

  슬쩍 두 사람을 돌아본 후 턱을 어루만졌다.

 

  능력에 대해 아무도 언급하지 않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금 우리는 급조된 파티. 훗날 적이 될지도 모르고 당장 어떻게 누가 배신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기 능력을 까발리는 건 말도 안 되는 패널티니까.

 

  그래도 한 가지는 단언할 수 있었다.

 

  이 두 사람을 제외하고 미로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미로 탈출에 도움이 될 만한 능력은 없을 거라는 거다. 만에 하나 있다 해도 투시나 기억에 관한 능력 정도겠지.

 

  흠.

  그래도 공략을 위해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모르는 척 제안해 볼까?

 

  그들의 눈치를 보다 이내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내리치며 마치 방금 깨달았다는 듯 떠들었다.

 

 “아, 능력이 있었지? 두 사람도 능력 하나씩은 습득한 상황이겠지?”

 “뭐 그렇지.”

 

  끄덕.

 

  좋아. 이 상태라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우선은 나부터ㅡ 실제와 조금 달라도 먼저 패를 내놓는다면 협조를 구하기 쉬울 것이다.

 

 “기왕 같이 하기로 한 거 서로의 능력을 알아 두도록 하는 건 어때? 신뢰를 쌓기도 좋고 그걸 이용해서 쉽게 클리어할 수도 있으니까.”

 “나쁜 제안은 아닌데, 누구부터 말할 건데?”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으니 먼저 알려줄게. 일단 내 능력은 간단해. 단검을 만들어내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직접 시범을 보여주었다. 내 의지로 허공에 생성된 단검을 잡아들자 두 사람은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물론 이것은 아무 능력도 없는 단검이다. 아니, 굳이 어필하자면 ‘칼날이 날카로운 능력’을 가진 단검이지. 저 둘에게는 이 정도의 정보가 딱 적당하다.

 

  내가 순순히 능력을 밝히자 하는 수 없다는 듯 선아도 입을 열었다.

 

 “……나는 도장을 찍을 수 있는 능력이야.”

 “도장?”

 

  그녀는 직접 보여주겠다는 듯 권총을 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표적은 바닥의 잡풀. 곧바로 그녀는 그것을 뜯었다. 아무런 이펙트도 없었는데 그녀가 내민 풀 줄기에는 붉은 인장 같은 것이 새겨져 있다.

 

 “이러면 어떻게 되는데?”

 “내 뜻대로 조종할 수 있어.”

 

  흐음, 이펙트가 없다는 것과 원거리라는 게 꽤 좋군.

  거리와 표적의 수는 밝히고 싶지 않은 것 같으니 넘어가고…….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생겼다.

 

 “그걸 벽에 찍어서 벽이 무너지도록 명령하는 건 안돼?”

 “유기적인 생명체에 한해서야. 사물은 조종하지 못해.”

 

  그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신경 계통의 제어라고 보는 편이 맞겠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찬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벽을 만졌다. 나와 선아의 입에서 동시에 탄성이 터졌다.

 

 “벽이 사라졌어?”

 

  그는 손가락을 까닥까닥 저으며 벽을 짚고 있던 손을 떼었다. 다시 우리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벽이 나타난다.

 

 “그렇게 훌륭한 건 아니야. 손을 대고 있는 대상을 투명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범위는 뭐, 이음새 같은 걸로 이어져 있지만 않다면 꽤 넓어.”

 “그럼 지면에다 하면?”

 “되기는 하지만 별 의미는 없어. 흙이나 자갈, 모래는 물론이고 암반까지 전부 각각의 개체로 치니까.”

 

  그렇다는 건 방금처럼 하나의 사물이나 생명체로 인식할 수 있는 대상만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소리군. 나쁘지는 않다. 특히 그의 능력은 미로 공략에서 꽤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

 

  투명해진 벽 너머가 보인다는 건 길 찾기가 수월 해졌다는 뜻이니까.

 

  능력을 교류한 후 우리들은 한층 더 대화가 많아졌다. 간간이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리를 제외하면 무척이나 고요하고 적막한 곳이었기에 더 말이 많아졌는지도 모른다. 자연 속에 있는 듯하면서도 그 하얀 방처럼 고독한 미궁.

 

  우린 본능적인 공포심을 떨쳐내듯 떠들며 계속 안으로 향했다.

 

  두 사람도 갑자기 이곳에 소환된 나와 다를 바 없는 형태로 방에서 깨어났다고 한다.

  선아는 밤늦게 학원을 다녀와서 쓰러져 자고 나니 하얀 방이었고ㅡ

  광고 회사 직원이라 말한 찬영 역시 입사 기념 회식을 다녀와서 일어나 보니 이곳이었다고 했다.

 

 “젠장, 겨우 취직했는데 이런 이상한 곳으로 오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난 처음에 무슨 영화 속에 나오는 비밀 기관에 취직한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하기도 했다고.”

 

  동감한다.

  나도 온갖 의심을 품고 방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지.

 

  전에 진행한 게임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사람이 죽고 죽이는 경험을 애써 들추기 싫어하는 건 다들 같은 모양이다. 비교적 파티원을 잘 골랐다고 생각했다.

 

  그런 걸 즐기는 정신 나간 놈이 있다면 틀림없이 이 상황을 그냥 넘기지는 않겠지.

  난 미로를 둘러보며 그 불안한 예감을 떨쳐 내려 애썼다.

 

 “있잖아.”

 

  한참을 걷고 있는데 선아가 말을 걸어왔다.

  어쩐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왜 그래?”

 “이 앞 모퉁이, 뭔가 기분이 나빠.”

 

  앞?

 

  정면을 바라보았지만 특별한 건 없다. 여전히 성벽처럼 이어진 벽과 갈림길 하나가 있을 뿐이다. 게다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잘 모르겠는데. 그건 직감이야?”

 “아니, 능력이야. 여기 와서 받은 건 아니고 내가 본래 가지고 있던 능력.”

 “초능력자라도 된다는 거야?”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남들보다 감각이 좀 예리해. 그래서 알 수 있어. 이 앞에 무슨 일이 벌어져 있어.”

 

  나와 찬영은 서로를 바라보고 머뭇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우리들은 그녀가 말한 곳으로 향했다. 이제 와서 돌아간다 해봐야 시간만 지체할 테고 무언가 다른 위험이 있다면 알아 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모퉁이를 돌자, 나는 선아가 말한 게 무슨 뜻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세상에.”

 

  그곳에는 두세 명의 사람들이 토막 난 채 죽어 있었다. 찢어진 팔과 다리, 그리고 고여 있는 핏물이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다. 모퉁이 안쪽은 막힌 벽이었기에 그곳으로 굳이 지나갈 필요는 없었지만 기분은 충분히 더러워졌다.

 

 “어떻게 된 거지? 함정이라도 있었던 건가?”

 “……아마도 그건 아닐 거야.”

 

  난 찬영의 말을 부정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역겨웠다.

 

 “어째서?”

 “함정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떤 기관이나 상자, 혹은 다른 단서가 될 만한 것조차 없어. 만일 숨겨져 있는 함정이라면 문제가 커지지. 그 정도로 교묘하게 해 둔 미로는 아니야.”

 

  찬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체더미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럼 저건?”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았기에 아예 그것을 외면하고 다시 가던 방향으로 나왔다. 조용히 따라온 찬영도 눈치챘는지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저건 사람이ㅡ 플레이어가 한 짓이 틀림없다.

 

  역시 이 세 번째 게임은,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기 위해 만들어진 전장인 것이다.

 

  하지만…… 왜 죽인 걸까?

  그 의문만은 해소되지 않았다.

 

 

 

 

 

  첫날은 아무 일도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다. 이대로 움직이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정신이 쇠약 해졌다.

 

  다른 둘도 마찬가지다. 기진맥진한 채 벽에 기대어 쓰러진 우리들은 어두운 하늘을 보며 휴식을 취했다. 정말 아무것도 안 줄 작정인가? 빨리 탈출하지 않으면 괴물에게 잡아 먹히기 전에 굶어 죽겠어.

 

 “으~ 배고프군. 있을 수 없지 않냐? 아무리 진행자가 아사에 대해 언급하기는 했어도 며칠이나 걸릴지 모를 탈출에 아무런 영양분도 공급하지 않을 리가…….”

 “이건 내 생각인데, 어쩌면 물과 음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조용히 읊조리는 선아의 말에 나와 찬영은 눈이 번쩍 뜨였다.

 

 “뭐? 어떻게?”

 “아까 죽어 있던 사람들. 그 토막 난 시체 한가운데에 조금 어색한 땅 모양이 있었어.”

 

  그녀의 말에 조금 놀랐다. 나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는데. 아니, 그렇게 세세히 보지도 않았지. 참혹한 살해 현장을 물끄러미 보고 있을 만큼 담대하지 못하니까.

 

  만일 저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껏 지나오며 본 수많은 모퉁이들 중 하나에 또 다른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 그럼 진짜 쓰러지기 전에 찾아보자.”

 

  가만히 앉아 죽나 움직여서 더 빨리 죽나.

  내가 움직이자 찬영도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다행히 그 추측은 곧바로 증명되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단, 모퉁이들 중 하나에 그러한 곳이 있는 게 아니었다. 모든 모퉁이마다 바닥에 위로 들어 올리는 지하실 문이 있었고, 그 아래로 계단이 있었다.

 

  그녀는 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다. 탄탄한 몸매와 차분한 미소 때문에 눈여겨 보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냉철할 줄은 몰랐는데. 우리들은 찾아낸 지하실 입구를 멍하니 바라보며 침묵했다.

 

 “내가 제일 연장자니까 먼저 들어가 볼게.”

 

  용기를 내어 들어간 찬영은 곧바로 쾌재를 불렀다.

 

  내부는 백 명은 커녕 열 명도 수용하기 힘든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쪽 벽에는 군사용 식량과 생수들이 있었다.

 

  가까스로, 숨을 돌릴 수 있는 첫날밤이 되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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