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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Record Of U
작가 : 저녁의나팔수
작품등록일 : 2019.9.6

"세상의 끝이 오지 않아 난처해하는 인류가 있다고 한다면 믿겠는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세상에 두 사람이 있다. 이 세상에 두 사람만 남았다는 뜻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끝이라고 부르는 것이 언제 그들을 찾아올지 두려워하며 벽 속에 숨어 살고, 앞으로도 오지 않을 거라며 아랑곳없이 살아가는 이들도 무수히 많다.
이 둘은 어느 쪽인가? 적어도 첫 번째 부류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두 번째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그들은 배달부다. 악어가 끄는 배를 타고 아직 덜 끝난 세상의 벽과 벽 사이를 오간다. 화물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고, 이야기는 시작과 끝의 사이를 오간다.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다. 끝과 함께 이야기를 담고 있던 세계도 사라진다. 그렇다면, 그 세계에서의 모든 이야기들은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선장은 아직 대답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Tape 1-11
작성일 : 19-11-08 05:02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6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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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폴리스 안에 세워진 알지도 못할 수많은 건물들 사이 어딘가. 평소에는 용도에 맞게 밝게 켜 놓았을 불빛도 오늘은 최소한만 켜 두어, 곳곳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연구용 장비들만으로 이 공간의 용도를 짐작해야만 했다.

 

  사람의 기척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이곳에 감출 필요도 없다는 듯 뚜렷하게 울리는 발소리를 내며 한 남자가 걸어 들어온다. 자신감 넘치게 들어온 손님을 아무도 맞아 주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이 이 공간 안에서 절대 혼자 있지 않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엘리노어-셰퍼드.”

 

  그가 찾는 사람의 이름일 것이다. 허나 말을 거는 목소리로 보나, 한 손에 들고 빈틈없이 사방을 천천히 겨누는 물건으로 보나 그가 사교적인 목적으로 그 사람을 찾는 것 같진 않다.

 

 “늦었네요. 생각보다는.”

 

  그의 생각보다 긴장감이 덜한 목소리가 어두운 공간 안에 울려 퍼진다. 무언가 함정이 있는 건가하고 순간 신경을 곤두세운 그였지만, 믿을 수 있을 만큼 향상된 감각에도 그런 것은 포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건 자신감이 아닌 다른 쪽 감정에서 오는 반응이겠지.

 

 “왜 도망쳤지?”

 

  이야기를 하려면 들어줄 시간은 있다만. 이라고 남자는 질문을 마저 했으나, 엘리노어는 그저 가쁜 숨을 몰아쉴 뿐 들어줄 만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여기로 오는 길에-”

 

  대신에 그녀는 그가 알고 싶던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것을 묻는다.

 

 “다친 사람은 없겠죠?”

 “물론이다.”

 “그렇겠죠. 당신은 ‘할 수’ 있으니까.”

 

  천천히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어가, 칸막이 너머로 돌아 총을 겨눈다. 거기에는 피곤하고 지치고, 그리고 슬퍼 보이는 여자가 더 이상의 저항이나 도망갈 의지도 보이지 않고 그저 칸막이에 기대앉아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었다.

 

 “묻고 싶은 게 많겠죠? 물어봐요. 시간은 당신이 필요한 만큼 있으니까.”

 “조금 전에 한 질문, 대답을 안 했다.”

 “아, 그거요? 그냥, 주위에 다치게 하기 싫은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당신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에요.”

 

  그렇다면 되었다. 그건 조금 전 남자가 시내에서 뜻하지 않은 추격을 벌이면서 갑작스럽게 떠올린 의문이었을 뿐, 그 동안 그가 사건의 뒤를 쫒으며 계속 속으로 되뇌어 왔던 질문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보다, 역시 물어보고 싶겠죠? 어째서 이런 일을 벌였는지.”

 “그래. 그게 지금 내가 널 당장 죽이지 않는 이유지.”

 

  가쁜 숨이 어느 정도 진정된 엘리노어는 그와 마찬가지로 그 동안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한다. 그럴싸하게 구슬려 위기를 벗어나 보려는 목적은 아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하든 그녀는 여기서 죽을 것이다. 단지, 그 전에 스스로가 얽힌 이야기를 미련 없이 완전히 매듭짓고 싶을 뿐이다.

 

 “저도 확인해 보죠. 당신은 칼 노우드. 맞나요?”

 “그렇다.”

 “오래 전, 당신은 군인이었죠. 가장 훌륭했던.”

 “….”

 

  침묵은 대체로 긍정이라는 의미. 보통 군인의 이름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천시 받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임무들은 성격 상 신상 정보가 알려지는 것이 전혀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사망하거나 불명예로 이름을 알리는 것을 빼면, 충분히 알려질 만한 공로를 세우고 나서도 일선에서 물러나 일반인에 가까운 생활로 돌아가고 나서야 그들은 비로소 빛나는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충분히 오래 전, 칼은 이 대륙에 있었던 나라의 대테러부대 대원이었다. 가뜩이나 정부의 필사적인 통제 아래 위태롭게나마 유지되고 있던 세계에서 국가 간의 정규전보다는 어떤 신념이나 혼란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일으키는 테러가 좀 더 치명적인 위협이었기에, 그들 부대에는 과거 어떤 때보다 막강한 권한과 자율성이 주어져 모든 테러를 시도도 하기 전에 차단하도록 했다.

 

  칼의 부대는 그런 면에서 나무랄 곳을 찾을 수 없는 최고의 사람들이었다. 최초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공항을 점거하려던 테러리스트들을 현장에 매복하고 있다 일망타진한 사건 이후, 무엇이든 보이는 상징을 갇다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당시 총을 감추기 위해 위장했던 ‘검은 우산’을 그들의 상징이자 별명으로 부르게 되었다.

  전 세계를 둘러싼 전장은 검은 우산을 위시한 각국의 대테러부대와 테러리스트들 간의 대립으로 구체화되었고, 그 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던 테러 조직 ‘그리고리’와의 싸움은 언론의 국제 면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뉴스가 되었다.

 

 “기억하고 있어요. 그 당시에는 얼굴도 이름도 몰랐지만, 당신들 모두에게 감사하고, 존경도 했었어요.”

 

  비단 검은 우산뿐 아니라, 그나마 남아 있는 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운 그들 모두가 존경받을 가치가 있을 것이다. 다 헤아릴 수도 없는 피가 흐르고 소중한 희생도 잇따른 끝에, 마침내 ‘불타는 검 작전’으로 불리는 마지막 전투에서 그리고리의 수장 아젤이 사살되면서 세상의 길고 끔찍한 밤은 마침내 끝이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당신은 사라졌죠.”

 

  그 역사적인 작전 이후 몇 명의 대원들이 전역하여 사회에 이름이 알려졌고, 칼 또한 전설과도 같은 ‘검은 우산의 대원’으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와 궁금증 어린 질문을 받았다. 허나 본래 규정이 그렇듯이 칼은 다들 궁금해 했던 ‘불타는 검’ 작전의 세부 내용에 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았고,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함께 특별할 것 없이 지내는 것이 확인된 이후로는 예전처럼 극성스러운 호기심에는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 이후로 칼은 언론을 포함해, 평소 가까이 지내던 주변으로부터도 소리 없이 모습을 감추었다. 평소라면 의심 가득한 소식통들이 벌떼같이 몰려들 만한 수상쩍은 변화였지만, 그의 은거지가 사람들의 손에 의해 파헤쳐지는 일은 없었다. 공교롭게도 바로 며칠 후, 다른 대륙의 어떤 도시에서 연구 도중 발생한 사고로 ‘IE감염’이라고 하는 최고 위험 수준의 생물 재해가 발생한 것이다.

 

  전 세계가 이번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를 감염체의 공포와 싸우고 있었으니, 지극히 수상하긴 해도 퇴역 군인 한 명의 소재에 관심을 돌리는 것은 지극히 어려웠다. 그리고 마침내 치료제 및 백신이 개발되어 감염 사태가 종지부를 찍고 세상이 다시 안정되어 갈 무렵, 그로 인한 또 하나의 악몽이 오래된 이름과 함께 깨어났다.

 

 “그 날은 아직도 잊지 못해요. 당신은 알고 있었나요?”

 “아니, 외부와의 연결은 전부 끊고 있었으니까.”

 

  아젤. 그리고리의 리더이자 불과 수 년 전 불타는 검 작전에서 사살되었다고 확인된 자가 전 세계 TV화면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단순히 듣는 것만으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성을 잃어버리기에 충분한 어떤 정보를 그 시각, 그 자리에서 공표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될 것은 알고 있었지.”

 “그런가요….”

 

  엘리노어가 잠시 시선을 떨구며 입을 다문다. 하도 많은 시간이 지나, 이제는 마음의 밑바닥에서 잠잠해졌나 싶었던 불길이 아주 약간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았다.

 

 “너의 가족이, 그 때 죽은 건가?”

 

  칼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침묵으로 답한다. 그 날에 알려진 정보는 그나마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의지하던 사회의 질서라는 것을 순식간에 무너뜨렸고, 대규모 폭동으로 시작된 이 난리는 결국 전 세계가 이웃한 모든 인간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쾌락 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알아요. 당신은 그저 시작일 뿐, 정말로 잘못한 건 그 사람들이죠. 자기들을 뺀 온 세상 사람들을 버리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요, 로 시작된 그녀의 다음 이야기는 좀 더 짧았다. 가족을 모두 잃어버린 그녀를 받아 주고, 키워준 곳은 훗날 ‘진화의 추종자(FOTE)’라고 불리는 과학자들의 집단이었다. 그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성인이 될 수 있었던 그녀는, 과거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IE감염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 다행인지 아니면 반대인지 그 분야에 재능이 있었던 엘리노어는 과거에 문제의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던 아주 중요한 데이터를 복원하는 데에 성공하게 된다.

 

 “감염 사태 발생 전에, 가장 먼저 이루어졌던 유전자 시술의 코드. 그게 제 연구의 성과였어요.”

 

  생물에게 있어서, 마음 속 깊숙이 가지고 있는 ‘희망’을 몸으로 끌어내게 해 준다는 되돌릴 수 없는 시술.

 

 “그 실험체가 우리였던 건가?”

 

  칼 역시 마음속에 뜨거운 것이 끓어오르며, 총의 방아쇠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허나 사과 같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와 그녀 둘 다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 목적과 그 결말을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당신을 일부러 찾은 건 아니에요. FOTE 사람들, 꽤 오래 전부터 당신을 찾아내서 주시하고 있더라고요.”

 

  그녀의 연구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는데, 이미 IE치료제나 백신의 영향을 받은 생물에게는 본래의 시술을 적용한다고 해도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생물은, 기상 위성으로 전 지구에 치료제를 뿌린 시점에서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았다. 모처럼의 성과가 무의미한 것으로 버려질 것이라 여기던 그녀는, 예상과는 달리 추종자들이 대단히 기뻐하며 보여준 ‘완벽한 실험체’의 정체에 잠시 동안 뭐라 해야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이 보여준 건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불타는 검 작전의 아주 은밀한 정보와, 당신이 땅 밑으로 숨어들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그 내용은 본인인 칼 역시 아주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녀의 말대로다. 칼과 그의 동료들은 작전의 날에 그 장소에서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일을 추가로 수행했고, 그 행동이 훗날 전쟁으로 이어져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별다른 논쟁의 여지도 없이, 이 모든 참사의 원인은 칼 노우드 자신에게도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한 일이 잘한 짓이라고 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미안하다고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한 것은 복수라고 해야 할까? 우선 그녀에게 묻자면, 그런 기분은 들지 않는다. 애초에 상당히 믿었고 오랫동안 존경하기까지 한 사람을 드러난 한 가지 사실로 인해 순식간에 미워하는 일은 쉽지 않았고, 정말 그녀에게 닥친 불행의 책임을 그 가족 모두에게 지워야 될지도 간단히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혼자만 그것을 겪는다는 것이 억울하다며 억지를 부린 느낌이었다. 요컨대, 자신의 연구 성과를 은밀하게 그들에게 투입하고 관찰하는 동안, 그녀의 기분은 매우 좋지 않았다.

  칼은 그래…. 라고 한 마디를 내뱉은 뒤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듯, 그림자로 가려진 그의 얼굴에 깊은 주름이 파인다.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군.”

 

  그의 말대로, 엘리노어의 설명에는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그녀가 말한 대로라면, 그 시술 자체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는 힘들다. 적어도 그 효과가 거짓은 아니다. 그 점은 벙커에서 나온 후 지금껏 이들의 뒤를 쫒던 칼 자신이 생생히 느끼고 있다. 허나, 정말로 그렇다면 그의 가족들이 은밀한 실험의 표적이 되고 나서 맞았을 운명은 좀 더 다른 것이었어야 한다.

 

 “맞아요.”

 

  칼 자신은 살아남았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그러지 못했다. 특히 아내인 신디 노우드는 칼이 직접 잠자리에 들도록 했다. 지금은 확인을 위해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순간. 그 시술이 정말로 ‘희망’을 육체에 깨우는 것이라면, 희망에 대한 그들의 해석은 정말이지 너무나 비관적이었다는 것이 된다.

 

  무언가, 무언가가 더 있다. 단순히 그 적당한 미치광이들이 추구하던 '진화' 말고, 더욱 싸늘하게 식어 구역질이 올라오도록 하는 '진실'이.

 

 “하-역시 그것도 말해야겠죠. 이건 저라도 좀 무섭네요.”

 

  자신이 죽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순간에도 침착하던 엘리노어의 목소리가 칼이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떨리고 있었다.

 

 “이건 제 연구가 완성되고 나서, 다른 추종자 연구 팀으로 프로젝트가 넘어간 다음의 일이에요.”

 

  그녀는 스스로가 완성시킨 연구 이후에 다른 연구자들이 덧붙인 내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방금까지와는 달리 목소리에 여유가 없고, 말을 끝마칠 즈음에는 목에 메여 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 스스로도 본능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다음에 입을 닫고 나면, 칼은 더 이상 자신에게 총알을 박아 넣으려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할 거라고.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결국 정말로 그의 가족들이 당했던 일을 듣고 나자, 당장이라도 그녀의 숨통을 끊어 버리고 싶은 충동에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 동시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분노도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엘리노어의 예상과는 달리, 먼저 입을 연 것은 그의 총구 쪽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묻지.”

 

  그가 마지막으로 물어본 것은 정말 의외이게도, 엘리노어 자신이 내심 물어봐 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사실 그것은 칼의 질문이라기 보단 그녀의 부탁 쪽에 더 가까웠다. 그 대답을 모두 듣고 나서, 칼은 그녀를 향해 겨누고 있던 총구를 조금 아래로 내렸다.

 

 -

 

  단 한 번 총성이 울리고, 그녀는 앉은 자세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온 몸의 피가 굳어버리는 것 같은 고통에 시야가 붉은 색으로 물들었고, 근육들이 경련하며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아-하아ㄱ”

 

  볼일이 끝난 그녀를 뒤로 하고, 칼은 뒤로 돌아 발걸음을 옮긴다. 들어야 할 것은 모두 들었고, 이제 그녀를 다시 볼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당장 늦기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긴 참이다. 아마 그녀가 말해주지 않아도 언젠가는 했을 테지만, 그건 결국은 자신이 벌인 일로 인해 불행해진 저 여자를 위한 조의(弔意)라고 해 두도록 하자.

 

 “어,째서….”

 

  엘리노어가 힘겹게 마지막 남은 말을 짜냈지만, 칼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아니면 굳이 대답할 필요 없는 질문이라고 느꼈거나. 그대로 엘리노어 역시 다시는 볼 일이 없을 남자는 그녀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자신이 흘린 피로 따뜻해진 바닥 위에서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먼 곳에서 간신히 들리는 다급한 발소리뿐이었다.

 

 
작가의 말
 

 누구든 타인에게서 자신의 실수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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