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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블러디데이
작가 : 유월
작품등록일 : 2019.9.9

한이연, 세상에 가족이 없는 늘 혼자였던 그녀, 약혼자와 함께 가족을 꾸리고 행복해질 날만을 기다리는데.... 갑작스러운 약혼자의 죽음으로 모든 것은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녀의 약혼자의 죽음과 연관 된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은오라는 정체불명의 아름답지만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남자가 나타난다.

 
021. 복수 2
작성일 : 19-11-08 01:22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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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흡혈귀는 옛날얘기를 시작했다. 느리게, 추억을 회상하듯이. 천천히, 곱씹으면서. 마치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이 순간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즐기고 있었다. 언뜻 쓸쓸함이 비춰졌다.

 

  "이십육년 전 나와 은오는 정말 친했어. 우리는 그때 이곳저곳 여행 다니기를 좋아했지. 그러다가 한국에 여행을 왔었어. 비가 많이 오던 어두운 밤에 거리를 걷고 있는데, 은오가 갑자기 정신을 못 차리면서 막 흥분하는 거야. 알고 봤더니 근처에 사고가 났는지 차가 완전 박살이 나 있고, 운전석과 보조석에 앉은 부부가 피를 흘리고 있는 거야. 그 피 냄새에 은오가 이성을 잃고 달려갔어."

 

  "..."

 

  "아직도 기억나 그 보조석의 여자가 나에게 살려달라고 중얼거리던 모습이. 그 눈빛이. 그런데 내가 미처 손을 뻗기도 전에 은오가 달려들어 피를 빨아먹어서 숨통을 끊어놨어."

 

  "나에게…. 이 얘기를 해주는 이유가 뭐죠?"

 

  "운전자의 피까지 다 빨아먹은 은오는 뒤늦게 죄책감이 드는지 그 자리를 벗어났어."

 

 그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은오가 그런 일을 과연 했을까? 나는 혼란스러웠다. 어쩌면 이게 이 자의 목적이 아닐까?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한 것. 은오를 믿지 못하게 하는 것. 나는 바짝 정신을 차렸다. 이 자를 믿지 말자.

 

  "결국, 내가 남아서 뒷수습을 하려는데, 그때 발견한 거야. 여자의 겉옷 품속에 잠들어 있는 아기를…."

 

  "..."

 

  "그 애가 누구였는지 맞춰볼래?"

 

 흡혈귀가 나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많이 컸어."

 

  "..."

 

  "엄마를 닮은 것 같은데."

 

 뭔가에 얻어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고, 심장은 쿵 내려앉았다. 내 표정을 즐겁다는 듯이 살펴보던 흡혈귀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다가왔다.

 

  "은오에게 널 만나게 하고 싶어서 네 약혼자를 죽인 거야."

 

  "거짓말."

 

  "믿지 못하는군.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진짜야. 은오는 분명히 그 사건을 캐내기 위해서 당신을 찾아갈 거라는걸 난 알 수 있었지. 은오가 어떤 놈인지 잘 아니까. 알지 모르겠지만, 10년 전 은오는 누군가를 잃었어. 비슷한 방법으로. 그렇기 때문에 그런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나자, 그 살인범을 찾기 위해 나선거지. 결국 내 계획대로 당신과 은오두 사람은 만났지."

 

 켄에게서 들었었다. 10년 전 은오가 소중한 사람을 잃고, 깊은 잠에 빠졌다는 것. 왜 은오에게 직접 더 그 얘기를 듣지 않았을까? 느닷없이 후회가 밀려왔다.

 

 "어쨌든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기는 했는데, 설마 둘이 사랑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저, 당신의 존재를 알게 하는 거로도 그놈이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기에는 충분했는데. 하하 사랑까지 하게 되다니!”

 

 많은 생각이 한순간에 머릿속에 파고들었다. 그러다가 불쑥 떠올랐다, 처음 만나던 날 켄이 했던 말이.

 

  ‘은오가 인간의 피를 아예 안 먹게 된 이유가 뭔 줄 알아?’

 

  ‘통제할 수 없으니까.’

 

 마음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고 있던 절망이 내 온몸을 휘감았다. 내 손에 났던 작은 상처를 보고 방안에 자신을 가두던 모습도 생각났다. 내가 납치되었을 때, 힘든 몸을 이끌고 와서 나를 끌어안던 그의 차가운 품도. 모든 것이 뒤죽박죽 맞춰질 수 없는 퍼즐같이 나를 헤집어놨다. 우리가 만나서 쌓은 그 모든 시간은 모두 어떤 의미였던 걸까.

 

  “그럼 나머지 사람들은? 그 외에도 죽은 사람들이 있잖아.”

 

  “그건….”

 

 흡혈귀는 마른 입을 다시 잔에 담긴 피로 축였다.

 

  “은오에게 보내는 신호야. 경고지, 일종의. 불어날 그의 죄책감은 더 커지겠지. 게다가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런 사냥을 아주 많이 즐기게 되었거든.”

 

 어느덧 내 앞으로 온 흡혈귀의 손에는 칼이 들려있었다. 그 칼의 날카로운 끝이 내 목에 닿았다.

 

  "이제는 마지막을 장식할 시간이야."

 

  "..."

 

  "내가 만들어낸 이 길고 지긋지긋했던 이야기의 결말은 물론 비극적인 게 좋겠지."

 

 나는 눈을 감았다.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거야? 하긴. 여기서 도망쳐도 죽을 만큼 괴로울 테니까 그게 그거겠군."

 

  "....“

 

 은오는 말했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켄도 말했다, 내가 마치 죽기 위해 안달이 난 것 같다고. 내게 삶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정말 그런 걸까? 나는 복잡한 이 머릿속이 조용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잠시 기다려. 지금보다 더 끔찍한 죽음을 선물하고 싶으니까.”

 

 끔찍한 죽음이라는 건 뭘까.

 나는 넋이 나간 채로 그 자리에 있었다.

 

  “아, 저기 오네.”

 

 눈을 뜨자, 문 앞에서 숨을 몰아쉬는 은오가 보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위태로워 보였다. 은오의 뒤로 지나가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피의 날 이렇게까지 달려오다니, 사랑이라는게 좋긴 좋은가 보지?"

 

 괴로운 듯 몸을 비틀던 은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면서도 나를 쳐다봤다. 오로지 나만을. 그는 아직 모르고 있다. 그는 듣지 못했을 것이다.

 

  "....은오씨..."

 

 내가 입을 열자, 닿아있던 칼이 목을 살짝 베었다. 은오가 나를 올려다보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우린 왜 이렇게 만난 걸까.

 왜 나는 그날 그 현관문을 열었지?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그를 만난 것을 후회하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은오씨, 나를 죽여요. 우리 이제 그냥 다 끝내요."

 

  "......."

 

  "지겨워요. 지긋지긋해요."

 

 은오의 눈빛이 점점 더 붉어졌다. 피의 날의 그는 내 목에서 흐르는 핏줄기에 서서히 반응하고 있었다. 곧 있으면 날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다. 그가 나를 죽여버린 후 정신을 차리면 죄책감에 시달리겠지. 평생 괴로워하면서도 또 죽을 수도 없겠지. 내 목에 칼을 대고 있는 흡혈귀가 무슨 이유였든, 오랫동안 계획해왔던 은오의 지옥이다.

 

 그런데 나는 그 지옥에 은오를 끌고 가려고 하고 있다. 이십육년 전 그가 내가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부모를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솟구치는 분노 때문에. 평생을 그리워했던 어떤 가족이라는 희망을 그가 짓밟았기 때문에. 그는 물론 몰랐지만. 그의 잘못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마치 내가 지나를 만나기 위해 어떤 가족을 죽어버린 것처럼. 그것과 비슷한 걸까? 어떻게 생각해 봐도 절망적일 뿐이다.

 

  "나를 죽여줘요."

 

  "이연씨가 이렇게 원하는데 망설일 필요 없겠네."

 

 옆에서 빈이 말했다. 그의 칼이 내 목을 더욱 깊숙이 찔렀다. 은오가 내게 달려들며 의자가 뒤로 넘어갔다.

 

 이제 죽는 거구나.

 

 그로 인해 분노하고, 그가 날 죽이게 만드는 복수를 하면서도, 그의 품에서 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모순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봐도, 내 목덜미는 물어 뜯기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걸까.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사랑해요."

 

 나의 귓가의 그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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