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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가면의 기사들
작가 : 스와디아
작품등록일 : 2019.9.2

가면을 쓴 두명의 소년 이야기

 
47.결전(5)
작성일 : 19-11-08 00:21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4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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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커헉.”

 

 

 전황은 이미 불리하다를 넘어서 연합군의 패배로 싸움이 끝나는 것에 가까웠다. 연합군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피오닉 경은 이미 가슴에 칼 하나를 박은 채로 머리 잃은 귀신이 되어 바닥에서 꿈틀대고 있었고, 로메오 경은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 되어 있었다. 마지막 남은 간부라고 볼 수 있는 로버트 경조차 두 팔을 잃은 채로 무릎을 꿇고 공허한 눈동자로 조용히 적들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발트하임 군에도 부상자가 몇 있었지만 그 피해는 연합군에 비하여 너무나 경미했다.

 

 

 “이건 완전히 반칙이군. 최고의 마법사인 동시에 최고의 기사라니.”

 

 

 “원하던 결과는 아니었다.”

 

 

 연합군의 작전은 간단했다. 마법사의 처치. 즉, 발트하임을 최우선적으로 제거하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작전이었다. 발트하임은 서쪽 성벽을 통째로 날릴 정도로 강력한 마법사였으니까. 그가 마법을 쓰는 순간 지금처럼 연합군의 전멸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당연히 적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죠. 최우선적으로 발트하임을 보호하려 들 것입니다. 그만 살아 있다면 전투에는 물론이고 바로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서도 이길 것이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가 이길 확률은 낮습니다.’

 

 

 ‘그러나 불가능 하지도 않죠, 로버트 경. 라그나 녀석과 계속 함께 있다 보니 기적이 생각보다 쉽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요새 드니까요. 드래곤의 등장을 때려 맞추는 그 녀석보다야 확률이 높은 싸움 아니겠습니까. 하하. 전달 받은 사실로 판단을 해볼 때, 저 쪽에서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놈은 란슬롯이라는 검은 놈과 예전 강철의 기사단의 단장이라고 하는 스틸이라는 녀석입니다. 로메오 경과 로버트 경께서 두 놈을 맡아주시는 동안에 제가 발트하임 녀석을 단칼에 베어 버리고 다시 합류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적으로는 저희가 우세합니다.’

 

 

 그리고 작전은 통했다. 로버트 경이 스틸을, 로메오 경이 란슬롯을 상대하는 사이 피오닉 경이 발트하임에게 도달했으니까.

 

 

 그러나 여신이 연합군에게 미소를 보여준 것은 오직 그곳까지였다. 여신은 끝내 연합군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칼에 맞은 것은 발트하임이 아니라 오히려 피오닉 경이었으니까. 발트하임의 검술 실력이 연합군의 예상을 훨씬 웃돈 것이다. 피오닉 경과 호각, 아니 그 이상이었다. 거기다가 간간히 걸려오는 자잘한 저주들이 겹쳐지는 상황에서 피오닉 경의 가슴에 결국 발트하임의 검이 박히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피오닉 경을 그저 죽이는 것에 만족하지 못했다. 끝내 목을 자르고 그 머리를 발로 이리저리 차면서 능욕하였다. 그걸 보면서도 연합군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발트하임의 마법이 윌의 어깨를 강하게 누르고 있었으니까. 분개한 로메오 경이 피를 토하면서까지 마법의 힘에 저항하며 검을 휘둘렀으나 그에 대한 보상은 오직 두 동강난 자신의 시신밖에 없었다.

 

 

 ‘라그나 녀석이 같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군.’

 

 

 로버트 경은 눈을 감았다. 자신의 마지막을 에감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 곳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다. 분노, 아쉬움, 슬픔, 걱정, 긴장, 그리고 안도.

 

 

 “마음의 준비는 끝났나?”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면 죽이지 않을 생각인가.”

 

 

 “... 이제 와서 목숨이 아까운가 보군.”

 

 

 “이 세상에서 목숨이 아깝지 않은 녀석은 없지. 그러나 그 이유는 아니야. 내가 죽고 여기 있는 모두가 죽고나면 너희는 바로크로 돌아가겠지. 카셀을 멸망시키기 위해서. 그러니 그냥. 이렇게 100년만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 카셀이라는 나라가 100년만 더 지속될 수 있게.”

 

 

 “꿈같은 이야기군. 그러니 꿈이지. 현실이 아니야.”

 

 

 발트하임은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검은 아무런 이변 없이 로버트 경의 목을 잘라내었다.

 

 

 -----------------------------------------------------

 

 

 “이제 내 볼일은 다 끝났어. 우리 이야기의 결말이 이거라니. 약간은 허무하군.”

 

 

 로크는 그 동안 무거웠던 자신의 가면을 벗었다.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조금씩 사라져갔다. 피부가 빠른 속도로 노화되어 가더니 결국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피부가 썩어 없어지자 눈알이 떨어져 내리고 그 자리에는 그저 텅빈 공간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 녀석은 나에게 검은 가면을 넘겨주고는 힘겹게 걸어갔다. 예쁜 얼굴의 소녀. 드래곤의 폴리모프를 향해서. 마법의 힘이 다해 조금씩 몸이 무너져 내려갔지만 멈추지 않았다. 다리가 부서지니 팔로 몸을 끌었고, 팔이 부서지니 턱으로 땅을 긁어내렸다. 그렇게 그 녀석은 끊임없이 나아갔다. 그 소녀의 곁으로.

 

 

 “처음부터 이렇게 됐어야만 했어. 나는 괴물이 아니니까. 그리고 내가 괴물이 아닌 채로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네 덕분이야, 일라나. 너를 되살린 그 날, 나는 내가 널 구원했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구원받은 것은 나였을지 몰라. 이제는 내가 너를 진실로 구원할 차례겠지. 혼자 두지는 않을께.”

 

 

 그러나 끝내 그 녀석의 몸은 그녀의 몸에 닿지 못하고 모두 부숴져 버렸다. 나는 그 모습을 마지막까지 지켜보았다. 그 녀석의 움직임이 완전히 멎는 그 순간까지. 그리고 조용히 가루로 변한 그 녀석의 몸을 집어서 소녀 위에 뿌려주었다. 그리고 나의 가면을 벗어 그 녀석의 가루 위에 놓아 주었다.

 

 

 “나에겐 이 검은 가면이 어울린다고 했었지. 너에게는 이 순백의 가면이 어울려. 누구보다도 순수했던 나의 동생, 로크. 농노였던 시절의 너도, 내 앞을 가로막은 그 어떤 순간까지도 너를 사랑했어.”

 

 

 로크는 나에게 자신의 마력을 모두 주고는 소멸했다. 그것으로 나에 대한 녀석의 복수는 끝났다. 내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은 나 자신을 괴물로 만드는 외길밖에 없었기에.

 

 

 아주 조금은 내 선택이 후회되긴 하였다. 자신의 가면과 모든 마력을 나에게 넘겨주고 지었던 로크의 홀가분한 표정. 그것이 이제 막 선택한 나의 길에 대한 회의를 가져다 주었으니까.

 

 

 푸핫.

 

 

 그리고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후회. 후회는 선택이라는 권리를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는 사실을, 나는 잠시나마 잊고 있었다.

 

 

 --------------------------------------------

 

 

 뚜벅 뚜벅 뚜벅.

 

 

 어두운 성 안에서 탁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진다. 주위에 있는 많은 시체들. 연합군은 전멸한 모양이다.

 

 

 “로크인가?”

 

 

 성의 왕좌에 앉아 있는 발트하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주위에는 강철의 기사단이 열을 맞춰 서 있었다. 드래곤의 개입만 없었다면 100년도 전에 그가 앉아 있어야 했던 자리. 무척이나.

 

 

 불편해보였다.

 

 

 나는 눈을 감고 생각하였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모습의 창. 창보다는 바늘에 가깝다. 그리고 그것이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상상. 그것은 발트하임의 심장과 의자를 꿰뚫었다. 그런 상상.

 

 

 그리고 눈을 뜬 나의 세상에는 그것이 실재로 펼쳐졌다. 커다란 폭음과 함께 그 창은 정확하게 발트하임의 심장을 뚫었다. 그러나 정작 발트하임 본인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너는... 로크가 아니군. 라그나라고 했었나.”

 

 

 “...”

 

 

 나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았다.

 

 

 “그래. 로크에게는 얘기를 자주 들었단다. 유능하고, 어딘가 어긋한 형이라고 하더군.”

 

 

 “그 녀석은 당신의 옆에서도 저를 형이라고 불러주었습니까?”

 

 

 “아니. 그러지는 않았어. 그냥 너와 그 녀석의 관계가 형과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이지.”

 

 

 “그 녀석이라면 아마 저보고 대가리에 나사 하나 풀린 괴물이라고 말을 했을 것 같군요.”

 

 

 “푸하하하. 정확해. 로크를 보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너희는 정말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군.”

 

 

 “그리고 그 만큼 반대되어 있습니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요.”

 

 

 발트하임은 조용히 턱을 앞으로 내밀어 천장을 향해 고개를 올렸다. 한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죽기 전에는 이 왕좌에 꼭 앉아보고 싶었는데, 죽은 뒤에 앉아 보니 아무런 의미가 없군. 공허할 것이라 생각을 못했던 것은 아닌데, 이건. 상상 이상이야. 지금에 와서야 앉은 이 왕좌가 아무 의미도 없다는 사실을, 왜 나의 국민들은 알지를 못할까.”

 

 

 “그들이라고 모를 것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들도 알고 있습니다. 이 전쟁의 끝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정도는요. 왕좌를 위해서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저 싸우러 왔기에 싸우고 있을 뿐이죠. 당신과 똑같은 마음으로 말입니다.”

 

 

 “아니. 너는 아무것도 몰라. 나의 마력의 원천은 죽은 자들의 열망을 느끼는 것이지. 나의 국민들은 원하고 있어. 이 왕좌에 내가 앉기를. 다시 발트하임이라는 나라를 다시 세우기를 말이야.”

 

 

 “오만입니다.”

 

 

 발트하임은 갑자기 왕좌를 박차고 일어났다. 가슴에 꼽혀 있는 창따위는 마치 진흙처럼 부서져 내렸다. 가슴에는 아직도 창의 너비로 뚫린 구멍이 있었다. 공허함. 그것을 형상화한다면 지금의 발트하임의 모습이 아닐까. 나는 생각하였다.

 

 

 “웃기지 마.”

 

 

 어느새 발트하임의 손에는 검이 들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의 끝은 정확히 나를 가리키고 있다.

 

 

 “증명하고 싶다면 입이 아니라 검으로 증명해라, 라그나. 그게 기사의 법이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강한 마력이 내 주위를 뒤덮어갔다. 로크의 마력을 흡수하고 나서 마력에 더 민감해져서 그런 것일까, 처음 발트하임을 대면했을 때보다 몇 배는 소름끼치는 감정을 느꼈다. 마치 커다란 산을 마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길 수 없다.

 

 

 나의 몸과 마력은 그 당연한 대답을 쉼 없이 되새기고 있었다. 그러나 물러날 길은 없었다. 이제부터 나의 길은 오직 외길이니까.

 

 

 싸운다.

 

 

 나도 준비를 했다. 로크가 했던 것처럼. 검은 연기를 모아서 검의 형상을 상상해나갔다. 그리고 그것은 실재로 내 손에 있었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겨야 한다. 그 생각은 발트하임의 마력과 함께 힘껏 나의 어깨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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