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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21화
작성일 : 19-11-08 00:14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3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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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찾아주신 모든 고객님. 오늘도 즐거운 게임 되셨길 바랍니다! 영업종료까지 5분 남았으니, 모두 자리를 정리해 주시고, 각 딜러들은 게임을 리셋 해 주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안내방송이 나오자 꼼짝 않고 게임에 집중하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커졌다. 그들을 상대하는 딜러 역시 마찬가지.

 테이블위에서 손이 빠르게 움직였고 자세는 부산스러워 졌다.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는 것이 원망스런 사람들도 있었다. 얼굴을 찌푸리며 딜러에게 삿대질을 하는 사람,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우기는 사람,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주위의 사람들까지.

 어찌 됐든 카지노의 규칙은 절대적이고, 시간이 되면 모든 게임은 자동으로 종료된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쉬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칩을 만지작거리거나 테이블 주변을 서성였다.

 그러는 사이 다시 한 번 퇴장을 재촉하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카지노 영업은 1분 뒤 종료됩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모두 퇴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딜러 옆의 카드 셔플러가 멈췄다. 테이블 위의 화면이 회색으로 변하고, 바닥 조명등도 꺼졌다. 게임을 하던 사람들의 반응은 격해졌다.

 

 “에이 시팔!!”

 “꼭 따려고 할 때, 빌어먹게 영업종료야?!”

 

 칩을 던지는 사람. 의자가 뒤로 넘어갈 정도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사람.

 딜러들은 그들을 무시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개중에 버티고 앉아 5분만 더를 외치는 사람에게는 보안요원이 다가갔다.

 그러면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독촉하는 딜러와 보안요원을 번갈아 노려본다. 그들은 피곤에 찌든 표정위로 광기를 드러내곤 출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본전이네.”

 

 정 대표는 딜러팁을 던지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음료를 좀 가져다 드릴까요?”

 “에스프레소. 더블 샷으로.”

 

 정 대표가 딜러에게 말하며 옆 자리의 김 대표와 한 대표를 보았다.

 둘은 정 대표와 같이 딜러팁을 테이블 위로 던지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에스프레소 더블 샷 한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딜러는 생글 웃으며 팁을 챙기더니, 빠른 걸음으로 옆의 바 뒤쪽으로 사라졌다.

 정 대표는 고개 돌려 아래를 보았다. 사람들이 카지노 직원들에게 몰려 우르르 빠져나가고 있다. 소떼가 소몰이 개에게 쫓겨 가는 모습처럼 보인다.

 정 대표를 포함한 이들이 있는 곳은 카지노 가장 안쪽의 복층 RVIP 테이블. 테이블은 다른 일반 테이블보다 훨씬 넓고 테두리가 금박으로 감싸져 있었다.

 차별되는 모습과 일반 회원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는 우월감을 느낄 만 했다. 하지만 대표 3명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정 대표. 오늘 회원장 모임이지?”

 

 김 대표가 칩을 케이스에 담으며 물었다.

 

 “…안건은 이미 정해졌고, 남 대표야 지금 부재중이니, 우리들끼리 결정 할 수밖에.”

 

 회원장은 명목상 카지노의 모든 회원들을 대표하는 자리다. 고객이 바라는 요구를 카지노와 협상하는 위치다. 하지만 정 대표가 가진 권한은 좀 달랐다.

 사실 회원을 대표하는 회원장 자리 자체가 다른 일반 카지노에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고객의 요구를 협상할 수는 없다.

 다만 여기 카지노가 워낙 특별해 회원장이라는 자리가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 카지노의 사외이사이며, 김 대표와 한 대표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사외이사임에도 경영에 어느 정도 간섭이 가능하다.

 

 “임시 회의니 저번 주에 말한 정 대표의 안건에 동의하네. 나머지는 알아서 결정해도 괜찮아.”

 “나도 마찬가지.”

 

 김 대표는 케이스를 품에 넣으며 말했고, 한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 대표는 그들을 보며 작게 웃었다.

 

 “그럼 나 혼자 새벽 1시에 컴퓨터와 이야기해야 하는군.”

 “고생해. 심심하면 보안팀과 좀 놀던가.”

 “그럼 내일 보자고.”

 

 어느새 홀의 불은 모두 꺼져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빠져나가 고요했다. 딜러와 보안요원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RVIP자리만 무대의 주인공처럼 천장의 샹들리에가 빛나고 있었다.

 

 “에스프레소 더블 샷 나왔습니다.”

 

 다시 테이블로 온 딜러가 정 대표 앞에 커피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복층에 따로 마련된 출입구로 한 대표와 김 대표가 나간다. 정 대표는 그들을 물끄러미 보며 커피를 들었다.

 

 

 

 

 

 

 

 

 

 

 ‘부우우웅!’

 

 충분히 열이 오른 엔진은 거침없이 바퀴를 굴렸다. 톨게이트가 다가오자 유란은 잠시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얻는가 싶더니, 다시 엑셀을 밟았다. 묵직했던 엔진음이 기어가 바뀌며 날카롭게 치고 올라간다.

 파란 선이 그어진 도로를 쭉 따라, 차단기 없는 요금소를 그대로 지나친다. 순간 위잉 거리는 소리와 함께 백미러에 붉은 빛이 반사된다.

 

 “요금 안냈어. 차에 하이패스 없는 거 같은데.”

 “그거야 연구소 작자들이 내야지요.”

 

 훔친 차에 요금도 연구소가 내야 한다는 유란의 말에 철수는 작게 웃었다. 하긴 지금까지 당한 걸 생각해면 더한 짓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톨게이트를 빠져나가자마자 3군데의 IC가 그들을 맞이했다. 유란은 가장 오른쪽 도로를 향해 핸들을 틀었다. 차는 도로의 이음새를 밟고 덜컹거리며 램프구간으로 올라갔다.

 

 “어때요?”

 “뭐가?”

 “난생 처음일지도 모르는 도심 밖 외출이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하다가 벗어나니 시원하지 않아요?”

 “글쎄. 기분은 덤덤한데.”

 “혹시… 방콕하는 그거 뭐라더라? 아. 히키코모리는 아니죠?”

 “전혀. 아마 살 날 얼마 안 남아서 그렇겠지. 맞다. 나 가다가 갑자기 죽으면 시체는 어쩔 거야?”

 “깨끗한 수의로 갈아입힌 다음 권시로 잘 싸서, 금포까지 편히 받혀드리죠. 질 좋은 오동나무 관에 보 싸서 명당에 묻어줄게요. 비석에는 뭐 써줄까요?”

 “됐어, 화장해. 천국가게 사자밥이나 거하게 차려주면 고맙겠네. 또 모르지. 염라대왕이 나 불쌍하게 살았다고 금수저로 환생시켜 줄지.”

 

 피식거리며 농담을 주고받을 동안 차는 고속도로로 완전히 올라왔다.

 유란이 1차선으로 바꾸며 속도를 더 올린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최대한 빨리 이동해야 한다. 그렇게 차를 달리는데 얼마가지 않아 앞쪽 길이 이상하게 보였다.

 

 “저게 뭐야?”

 

 일정 간격으로 위치한 가로등이 끊겨져 있었다. 밤인데다 불까지 없으니, 도로 중간에 새까만 커튼이 쳐진 것 같다.

 

 “가로등이 고장난건가?”

 “그러기에는 수가 너무 많은데요. 마치 딱 여기까지다 하고 끊어버린 것 같아요.”

 

 유란은 속도를 천천히 줄여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불이 들어오는 마지막 가로등을 기준으로 도로는 끊겨 있었다. 그리고 끊어진 부분부터 자갈과 흙이 뒤섞인 비포장도로다. 편평하게 다져 놓아 제법 반듯한 길이었지만, 커다란 바리케이드 때문에 차를 움직일 수 없다.

 철수는 중앙분리대로 쓰이는 콘크리트 바리케이드를 발로 차며 유란에게 물었다.

 

 “혹시 내비게이션이나 지도에 공사 표시가 돼 있어?”

 “전혀요. 그냥 길이 쭉 이어진 걸로 나와요.”

 

 유란이 폰을 붙잡고 살펴보는데, 비포장 도로 너머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여기는 공사중이라 통행이 안 됩니다.”

 

 새카만 어둠속에서 갑자기 사람 목소리가 들려오니 안 놀랄 수가 없다. 유란은 폰을 떨어뜨릴 뻔 했고, 철수는 바리케이드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 했다.

 어둠속에서 나온 사람. 50은 돼 보이는 머리 희끗한 장년의 남자다.

 남색 옷에 검은 구두. 그리고 왼쪽 가슴팍에 회색실로 도로공사라는 글씨가 수 놓여 있다.

 유란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지방으로 가려 하는데 여기 공사중인가요? 지도에 정상으로 나와서요.”

 “저도 여기 살지 않아 잘 모르는데, 어쨌든 여긴 통행 불가입니다.”

 

 장년의 남자는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혹시 다른 길도 공사중인가요? 톨게이트 지나니 길이 세 갈래던데요.”

 “저야 안전요원으로 여기 파견 오는 거지, 관계자가 아닙니다. 자세한건 도로공사에 문의 바랍니다.”

 

 유란은 저도 모르게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뻔히 길이 끊겨 있는데 모르겠다는 대답과 그의 딱딱하게 굳은 얼굴 표정은 마치 로봇이 입만 움직여 말하는 것 같았다. 경직된 자세 또한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다른 길로 가보자. 여기만 공사 중일지 모르니까.”

 

 철수가 차로 발걸음을 돌리며 말했다. 유란은 철수를 뒤따라가며 남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말없이 제자리에서 둘을 빤히 보고만 있었다.

 시동을 걸고 도로 끝에서 유턴해 다시 반대편 차선을 탔다.

 유란은 천천히 속도를 높이며 백미러를 보았다. 장년의 남자는 다시 어둠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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