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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기억합니다.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9.16

떠오를 듯, 말 듯 한 기억에 가끔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나도 예상 못한 상황에서 떠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분명 좋은 것이길 바라봅니다.
‘나’는 없는 기억에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나’의 주변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다고 별 의심 없이, 심각하지 않게 생각 합니다. 분명 ‘나’의 기억과 관계 되지만, 굳이 찾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일까요?

‘은호’는 매순간 떠오른 기억에 매순간 아파합니다. ‘은호’의 모든 기억 속에 ‘선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듭니다. 그러나 ‘선우’에 대한 기억이 점점 옅어질까봐 두렵습니다.
‘은호’는 ‘선우’와 함께 했던 기억이 아프지만 그 기억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우’가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사실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26.선우가 떠나고 세 번째 겨울. 비가 왔던 날
작성일 : 19-11-08 00:03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2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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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우는 눈을 떴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시 돌아왔다. 선우 옆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우리 은호, 은호 괜찮죠? 아무 일 없죠?”

 선우는 마지막 은호의 모습이 걱정이 되었다.

 

 은호가 움직이지 않고 비가 내리던 그 길 위에 서 있었다. 그런 선택을 할 줄 몰랐다. 은호에 대한 기억이 없는 보호자 선우는 은호가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우가 기억해낸 은호의 모든 모습은 그렇지 못했다.

 

 “당신의 딸은 괜찮습니다. 조금 충격을 받았지만, 아마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충격이었을 겁니다.”

 선우는 누군가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당신의 딸은 그 충격이 당신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아마 그 순간의 느낌을 기억하며 힘을 낼 것입니다.”

 

 선우는 은호의 마지막 그 눈빛을 기억해냈다. 길 위에 서서 무언가를 바라보는 은호의 눈빛이 그렇게도 불안했었다. 그리고 빗속에 누워 자신을 부르던 은호의 모습이 떠올랐다. 은호가 있던 그 순간을 떠올리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은호가 그렇게도 슬퍼하고 아파하고 결국에는 그런 선택을 하려했던 게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저는 우리 은호가 잘 지낼 거라고...”

 그렇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선우도 느껴보았던 그 슬픔은 결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선우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누군가는 선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선우의 슬픔이 위로를 받고 있었다.

 “당신의 딸은 당신보다 훨씬 잘 지낼 것입니다. 당신이 그렇게 키웠으니까요.”

 

 선우는 울었다. 선우는 은호를 그렇게 잘 키우고 싶었다. 밝고 씩씩하고 행복하게 키우려고 최선을 다했었다. 그래서 은호가 잘 지낼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은호는 선우가 떠나고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 은호, 잘 지내겠죠? 잘 살아내겠죠? 다시는 이런 선택 안하겠죠?”

 선우는 누군가에게 확답을 받고 싶었다. 은호에 대해 물을수록 은호가 너무 보고 싶었다.

 

 누군가는 선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는 믿기로 했다. 아니 믿을 것이다. 그래야 했다. 은호를 위해 그렇게 믿고 바라야 했다.

 

 “이제 이곳에서 당신의 딸에 대한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지내면 어떨까요? 당신은 충분히 했습니다.”

 누군가는 은호를 떠올리며, 은호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선우에게 말했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할 줄 아시잖아요.”

 누군가는 알았다. 선우가 어떤 선택을 할 거라는 것을. 그래도 물었다. 그래야 선우도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으니까. 매번 이런 순간이 되어야지만 자신의 선택을 알게 되지만, 이 모든 결정이 선우에게도 결코 쉬운 게 아니었기에 이 순간만이라도 그 선택에 확신을 가져야했다.

 

 “언젠가 저는 은호에 대한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이곳에서 잘 지내겠죠. 그런데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다시 우리 은호 옆에 가겠습니다.”

 

 선우도 이런 선택을 언제까지 하게 될지 확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직은 은호를 보호해야 했다. 은호가 조금 덜 아파할 때까지, 조금 더 클 때까지.

 

 “당신의 그 선택을 존중합니다. 당신의 그 결정이 기억과 함께 돌아올 때마다 너무도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걱정이 되지만, 당신도 당신 딸만큼이나 그 시간들을 잘 지나올 것입니다.”

 

 선우는 누군가가 해준 그 말에 용기가 생겼다. 힘을 낼 수 있었다. 아무도 모르지만, 선우 자신도 스스로 한 선택을 기억 못할 것이지만,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저는 비록 행복한 기억이 없지만, 이곳에서 저는 그래도 행복합니다. 이곳에 펼쳐진 아름다움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우는 말하고 싶었다. 자신이 그렇게도 보고 싶어 했던, 매 순간 바랐던 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그렇게도 부정했던 그 사실을 선우는 이제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모든 것은 당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결과물입니다. 당신은 힘들었지만, 당신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서 선하게, 아름답게 잘 살아왔기에 이곳에서의 모든 것을 당신이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선우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 어떤 말로도 느낄 수 없는 최고의 위로였다.

 

 “저 열심히 살아온 거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진짜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은호 덕분이었습니다. 은호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선우는 지금 이 순간 드디어 행복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누군가가 해준 말로 지금까지의 상처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준비 되었습니다. 이제 시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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