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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기억합니다.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9.16

떠오를 듯, 말 듯 한 기억에 가끔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나도 예상 못한 상황에서 떠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분명 좋은 것이길 바라봅니다.
‘나’는 없는 기억에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나’의 주변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다고 별 의심 없이, 심각하지 않게 생각 합니다. 분명 ‘나’의 기억과 관계 되지만, 굳이 찾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일까요?

‘은호’는 매순간 떠오른 기억에 매순간 아파합니다. ‘은호’의 모든 기억 속에 ‘선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듭니다. 그러나 ‘선우’에 대한 기억이 점점 옅어질까봐 두렵습니다.
‘은호’는 ‘선우’와 함께 했던 기억이 아프지만 그 기억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우’가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사실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24.선우가 떠나고 1년 후, 첫 번째 겨울
작성일 : 19-11-08 00:00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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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오늘도 나의 임무를 위해 이쪽 세계에 왔다. 날씨가 어떤지 예상 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두터운 옷을 입고 잔뜩 움츠려서 바쁘게 지나다니고 있었다.

 

 나는 오늘의 임무를 위한 일정표를 받았다. 별다른 주의사항은 없었다. 내가 보호하는 아이는 거의 집 밖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내가 본 이 아이는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은 먼 곳을 향했다. 무엇이 이 아이를 어둡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세상의 모든 고통을 혼자 다 가진 것 같았다. 내가 이 아이를 보면서 유일하게 짐작한 내용이었다. 다른 건 어떤 것도 예상할 수 없었다.

 

 제대로 된 목소리도 들어본 적 없었다. 어떠한 다른 표정도 본 적이 없었다. 가끔 누군가 방문해도 듣기만 할 뿐이었다.

 

 아니다. 한번은 이 아이가 심하게 운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거리를 두고 그냥 바라만 보았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 순간은 이 아이의 슬픔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졌었다.

 

 “나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요. 그냥 나 좀 놔둬주세요. 제발 부탁 할게요.”

 아이는 그렇게 울며 말했다. 그 말을 듣던 다른 사람들은 같이 울기만 했다. 그렇게 그때 처음 이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 아이의 우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이의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아이의 어두컴컴한 집 거실에 나는 혼자 앉아 있었다. 아이는 오늘도 방안에서 꼼짝도 않고 있었다. 살짝 인기척도 느껴졌지만, 최대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꽤 오랜 시간 변화도 없었다.

 

 내가 지금 이 아이를 위해 할 일은 딱히 없었지만, 나는 그래도 이렇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가까운 공간에 앉아 있기로 했다.

 

 나는 조용한 공간속에서 서서히 복잡해지고 있었다. 사실 오늘 좀 이상한 감정이 불쑥 나타나서 이쪽 세계에 오자마자 불편했다. 내가 보호하는 이 아이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래서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나는 잠시 이쪽 세계를 좀 걸어보기로 했다. 그래야 나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언제부터,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냥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보면 그렇게 이 일을 싫어하거나 힘들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딱히 지금은 하는 일이 많지 않아, 아무것도 안하고 기다리는 일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쪽 세계를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었다.

 

 내가 지내는 곳과 확실히 다른 세계였다. 나의 세계는 아름다웠지만, 이쪽 세계는 다양했다. 그래서 좋았다. 처음에는 실망한 적도 있었지만, 신기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변화를 구경하는 것을 즐겼다.

 

 오늘은 거리도 유난히 무표정했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거리를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았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즐겁게 이 거리를 즐길 날씨가 아닌 게 확실했다.

 

 나는 발길 가는대로 거리를 걸었다. 나는 내가 어디를 걷는지 알지 못했다. 어디를 향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냥 어디든 그렇게 걸었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길 위에 서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걸까?’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움직임 없이 서 있었다.

 

 못 움직인 것인지, 안 움직인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그 길 위에서 이상한 감정에 휘감겨 있었다. 설명하고 싶었지만 어떠한 것도 떠올리지 못하는 그런 감정이었다.

 

 어떤 한 곳에 나의 시선이 멈췄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그곳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했다. 점점 무언가 들리고, 그리고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비가 오지 않는데, 내가 바라보고 있는 그 곳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울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의 아픔이 느껴졌다.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은호...”

 그 사람은 나였다. 내가 그곳에 누워있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기억이 났다. 내가 떠나던 날의 기억에 나는 그렇게 나를 기억했다. 그날을 기억했다. 은호가 기억났다.

 

 그렇게 방안에서 꼼짝없이 틀어박혀 있는 그 아이가 은호였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한없이 어두웠던 그 아이가 은호였다. 은호가 내 옆에 있었다. 그런데 나는 몰랐다. 어떻게 내가 은호를 기억 못 할 수가 있는지 궁금했다.

 

 은호에게 가야했다. 그런데 나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

 

 “당신들의 아들이 기억을 했습니다. 기억을 그렇게도 숨겼는데, 어떻게 그 기억을 찾아냈을까요?”

 누군가가 말했다.

 

 “우리 아들은 괜찮은가요?”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우리는 이 모든 일들을 예상은 했었습니다. 당신들의 아들이 이런 선택을 하게 될 거라는 것도, 그리고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이런 일이 잘 생기진 않겠지만 당신의 아들에게는 일어날 수도 있을 거라는 걸 말입니다.”

 누군가는 한쪽에 누워있는 선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잠을 자고 있는 듯, 편안한 모습의 선우가 누워있다. 선우의 부모님과 누군가는 선우가 깰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선우가 저쪽 세계에서 떠나던 날, 선우의 부모님은 선우가 그런 선택을 할 것이라는 걸 전해 들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 사항이었다. 그러나 선우에게는 오직 그 선택만 있었다. 선우 부모님이 떠났던 그때, 선우 부모님은 선우를 기억해야 했다. 선우 부모님에게는 오직 그 선택만이 필요했다. 선우를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부모님은 선우를 위해 선우의 선택을 돕고 있었다. 선우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이었다.

 

 이곳에서는 행복한 기억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억이 없는 선우는 그렇게 살지 못했다. 없는 기억에 당황해 했고, 조금은 불편해 했고 그래서 가끔은 힘들어 했다. 그런 선우를 바라봐야하는 부모님은 안타까웠지만, 선우를 위해 그렇게 지켜만 봐야 했다.

 

 “우리 아들의 기억이 사라진 게 아닌가요?”

 누군가는 선우의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저쪽 세계와 이쪽 세계는 더 이상 연결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쪽 세계를 가기 위해서는 기억을 숨겨야 했습니다. 언젠가 필요할 행복한 기억을 지울 수는 없으니까요.”

 선우의 부모님은 묻고 싶었다. 선우가 왜 이 선택을 계속 해야 되는지.

 

 “당신의 아들은 이 선택을 아마도 계속 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신 아들의 행복한 기억은 그의 딸과 관계된 것뿐이니까요. 그 행복한 기억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이곳에서는 더 이상 행복한 기억이 될 수 없습니다.”

 선우의 부모님은 선우를 바라보았다. 이제 정말 그들이 선우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저희들은 아들의 선택을 언제나 따를 것입니다. 저희가 해 줄 수 있는 건 그것 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가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선우는 눈을 떴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선우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부모님이 보였다.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누군가도 있었다.

 

 “제가 왜 여기 있죠?”

 선우는 명확하진 않았지만, 자신이 있던 곳이 이곳이 아님은 기억할 수 있었다.

 

 “기억나는 것 없나요?”

 선우는 무언가를 생각해내기 위해 집중했다. 빗방울, 길 위, 그리고 은호.

 

 “은호였어요. 제가 보호하는 아이가 은호였어요.”

 선우의 눈에서 기쁨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은호를 보고도 몰랐다는 사실이 너무도 미안할 뿐이었다.

 

 “당신의 선택이었습니다. 당신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억이 없어야 하는 조건에 당신이 동의했습니다.”

 선우는 다시 다 기억이 났다. 자신이 한 선택도 떠올랐다. 그리고 왜 이곳에서 행복하지 않았는지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은호. 은호를 기억하지 못해 행복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것 말고는 설명할 수 없었다.

 

 “이제 그만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이곳에서 살아가기를 권합니다.”

 누군가는 선우를 보며 말했다. 누군가는 선우가 어떤 선택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요. 저는 다시 은호에게 가겠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저는 기억을 지우겠습니다.”

 누군가도, 선우의 부모님도 선우의 결정을 막지 않았다. 막을 수 없음을 알았으니까.

 

 “그럼, 다시 당신의 기억을 지우겠습니다. 준비 되었습니까?”

 선우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은호를 다시 기억 못한다는 사실이 온 몸에 가시처럼 박혀 고통이 되었지만, 선우는 은호의 곁으로 가는 그 방법을 다시 택했다.

 

 선우는 눈앞에 보인 부모님에게 눈빛으로 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미안함을, 그리고 기억을 지웠던 것을 알지 못해서... 그랬기에 전하지 못했던 고마움들도.

 

 그렇게 선우의 눈은 다시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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