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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72화)
작성일 : 19-11-07 22:06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5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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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

 

  선호는 빠른 걸음으로 차 회장을 향해 조용히 다가갔다. 아직까지는 아무도 선호의 움직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제 차 회장과의 거리가 이 십여 미터 정도로 가까워졌다.

  차 회장 일행이 엘리베이터 입구로 들어 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열려있는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선호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차 회장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그를 만나야만 했다.

  그제야 경호요원들이 로비를 가로질러 차 회장에게 달려오는 선호를 발견했다. 체격이 단단해 보이는 경호요원 한 명이 급하게 선호의 앞을 가로 막아섰다. 선호는 달려오던 탄력을 이용해 그대로 몸을 날려 경호원의 턱을 발로 걷어찼다.

  급작스런 공격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경호원이 맥없이 로비 바닥으로 나가 떨어졌다. 로비 여기저기에서 놀란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이 갑작스런 소란함에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선호의 돌발적인 행동에 걸음을 멈춘 차 회장의 시선이 선호와 마주쳤다. 차 회장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화들짝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차 회장 곁에 서 있던 경호원이 허리에 찼던 테이저건을 빼들어 선호를 겨누었다. 선호가 잠시 주춤 거렸다.

  그 바람에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체되었다. 차 회장이 재빠르게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로비에 있던 경호원들이 선호 곁을 촘촘하게 둘러싸며 거리를 좁혀왓다. 차 회장이 점점 멀어져 갔다. 이제 몇 걸음만 더 옮기면 차 회장은 엘리베이터에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선호는 막아서는 경호원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칫하면 차 회장을 놓치고 만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뒤돌려 차기로 엘리베이터 방향에서 테이저건을 겨누고 있던 경호원의 손을 걷어찼다. 테이저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선호는 주춤거리는 경호원을 손으로 밀쳐내고, 차 회장을 향해 빠른 걸음을 내달았다. 그러나 뒤로 밀려났던 경호원이 발을 들어 앞차기로 선호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선호가 ‘윽’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졌다. 마치 묵직한 둔기로 맞은 것처럼 충격이 컸다.

  아직 차 회장이 엘리베이터를 타지는 못했지만 불과 몇 걸음만 더 가면 엘리베이터였다. 차 회장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닫히면 그것으로 모든 일도 닫히게 되는 것이다.

  선호는 경호요원들과 실랑이하며 지체 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발차기로 치명적인 급소인 경호원의 목을 걷어찼다. 선호의 발차기에 얻어맞은 경호원이 뒤로 나자빠졌다.

  길을 뚫린 선호는 망설이지 않고 곧장 차 회장을 향해 내달았다. 옆에서 경호요원 한 명이 몸을 날려 선호를 덥쳤다. 그러나 선호는 몸을 빙글 돌리며 뒷발차기로 경호원의 목덜미를 걷어찼다. 경호요원이 로비 바닥에 넘어지며 저만치 미끄러져 갔다.

  이제 선호를 가로막는 사람은 없었다. 엘리베이터 홀로 뛰어드는 선호를 보고 여직원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선호가 품에서 날카로운 칼을 빼어들고 차 회장에게 다가갔다. 미래전략실장은 한쪽 구석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차 회장이 거구를 벌벌 떨면서 선호에게 말했다.

  “뭘 원하는 거야……. 모든 것은 다 박 실장이 꾸민 거라고. 난 모르는 사실이야.”

  “뭘 모른다는 거지?”

  “정말이야……. 전부 박 실장이 자기 출세를 위해 꾸민 짓이야.”

  선우가 칼끝을 차 회장의 목에 댔다. 차 회장의 두 눈에 공포가 드리워졌다. 그렇게 이 세상에서 두려울 것 없을 것 같았던 차 회장도 죽음 앞에서는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살집 좋은 차 회장의 얼굴에 땀이 흘렀다.

  엘리베이터 홀 입구에는 많은 경호요원들이 몰려있었지만 아무도 선 듯 나서지 못했다. 차 회장이 위협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행동으로 차 회장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심각해질 것이 뻔했다.

  “하나만 묻자. 왜 필수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거야?”

  “그건……. 박 실장이 장 대표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유림실업을 자기가 차지하려고 그랬던 거야. 나도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고 박 실장에게 야단을 쳤어. 정말이야. 내말 믿어줘.”

  “이제 박 실장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겠다고?”

  “아니야! 그건 오해야……. 난 정말 모르는 일이라니까.”

  차 회장이 파고드는 칼끝을 피해 목을 위로 치켜세우고 두 손을 흔들며 자신이 시킨 일이 아니라고 부인을 했다. 선호는 그런 차 회장의 태도가 가증스러웠다. 차라리 그가 솔직히 자신에게 사건의 실체를 말해 주었다면 적어도 그를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래? 그러면 우리 같이 저승에 가서 죽은 필수랑 박 실장에게 물어보면 되겠네…….”

  “그러지마……. 내가 십 억 줄게...... 아니 백억!”

 

  그때 엘리베이터 맞은 편에 있던 비상계단의 문이 벌컥 열리며 민 반장과 차 형사가 뛰어 나왔다. 졸지에 차 회장을 위협하고 있는 선호와 맞딱뜨린 상황이 되어버렸다. 순간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민 반장이 두 손을 들어 차 형사를 제지했다.

  차 형사의 손에는 어느새 권총이 들려 있었다. 선호가 차 회장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민 반장과 마주섰다. 민 반장이 두 손을 가볍게 흔들며 선호를 진정시켰다.

  “김선호!!……. 이제 그만 해!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알았으니까 지금부터는 우리에게 맡겨. 이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잖아. 그 칼 내려 놔. 어서!”

  선호가 민 반장의 두 눈을 노려보았다. 선호는 그가 이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민 반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자기를 잡으려는 강력반 형사반장인데도 이상하게 그의 눈빛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인간들의 눈빛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 반장님 이십니까?”

  “그래. 내가 민태용이요.”

  민 반장의 눈을 노려보는 선호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제 모든 것이 마무리될 시간이 된 것 같았다.

  “날 믿고 그 칼 내려 놓아.”

  “후후후……. 우습잖습니까? 처음 본 당신을 믿으라니.”

  “그래. 당신 말이 맞아. 처음 본 내 말을 믿어달라고 하니……. 나도 참! 그렇지만 이 나이에 거짓말을 하겠나?”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죠. 중요한 건 본질입니다. 당신에게는 진실이 무엇인지 하나도 중요하지 않겠죠. 중요한 건 그저 빨리 범인을 잡기만 하면 되는거겠죠.”

  “그래. 맞아……. 당신 말이 다 맞아. 그래도 내 말을 들어. 칼을 내려 놓고 차 회장을 이리로 보내. 그러면 당신은 살 수 있어. 진실은 그 다음이야. 내 말 알아듣겠어?”

  선호는 민 반장의 말에 믿음이 갔다. 어쩌면 그라면 믿을 수가 있을 것이란 엉뚱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알았다. 민 반장의 말처럼 모든 것이 다 끝났다는 것을…….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까지 자신을 지겹게 괴롭히던 조급한 마음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지나간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고, 가슴을 짙누르던 고통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민 반장의 말처럼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었다.

  칼을 내려 놓으면 자기는 구속이 될 것이고, 언제 끝날지 모를 지루한 재판이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은 이번 사건에 대해 시간이 지남과 비례하듯 조금씩 조금씩 잊혀져 갈 것이고, 그리 오래지 않아 더 이상 아무도 기억하는 사람조차 없을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흘러갈 것이다.

  박 실장의 말이 맞았다. 싸움에서는 정의로운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정의로운 것이다. 선호는 지금까지 자기가 싸워왔던 싸움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자신도 차 회장이나 박 실장처럼 꼭 이겨야 할 만큼 정의롭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살아남을 만큼 충분한 능력이 있지도 않았다. 그들이나 자신이나 다를 것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본다면 차 회장과의 싸움에서 자신이 이길 것이라 생각한 것부터가 어리석었다. 최소한 차 회장은 자신을 살릴 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돈이든, 지위든, 권력이든.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든 말든 상관없이…….

  그건 정말 다른 사람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누가 타인의 삶에 대해 비난을 할 수 있겠는가.

 

  민 반장이 두 손을 들어보였다. 그러나 선호에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선호가 잘못된 생각을 할까하는 우려에서 나온 배려였다. 그것이 민 반장의 동작 하나하나에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선호는 저런 민 반장이라면 한 번쯤 믿고 자신의 삶을 맡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민 반장이라면 이번 일들을 제대로 처리할 것 같았다. 적어도 차 회장이나 부당한 권력과 타협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선호는 꼭 민 반장이 아니더라도 정말 그 누구라도 믿고 싶었다. 그만큼 외롭고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민 반장 뒤에서 두 손으로 권총을 겨누고 있는 차 형사의 눈매가 날카로웠다. 여차하면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쏠 기세였다. 선호는 민 반장과 차 형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민 반장은 선호가 망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천천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선호! 내 말 들어……. 모든 사실을 우리가 다 알고 있어. 우리를 믿고 그 칼 내려 놔. 지금 그런 행동은 오히려 불리할 수 있어.”

  차 회장이 때맞춰 나타난 민 반장의 등장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생겼다는 생각을 했는지 선호에게 타협을 시도했다. 조금 전의 비굴했던 목소리에 어느새 자신감마저 배어나왔다.

  “이봐! 정말이야. 내가 백 억 줄게……. 그리고 내가 경찰에게 모든 것을 다 말할게. 당신에 대해 유리하게 진술해 줄게. 그러니 칼 좀 내려놓고 말을 하자고.”

  그러나 선호는 대답대신 차 회장의 목을 더 바싹 끌어안고, 칼 끝에 힘을 주었다. 차 회장이 어쩔 줄을 모르고 손만 벌벌 떨었다. 차 회장은 덩치만 컸지 겁이 많았다.

 

  엘리베이터 입구는 경호요원 대신 경찰 특공대원들이 배치됐다. 검은 방탄복에 방탄 헬멧과 고글을 착용하고 선호를 향해 MP5a5 서브머신건을 조준하고 있었다. 아마 민 반장의 지시만 있다면 즉각 발사를 할 것이다.

  김선호는 상황 판단을 해야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불리해질 것은 눈에 훤했다. 칼로 계속 차 회장을 위협하면서, 인질로 삼아 여기를 빠져 나갈 수는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다음 기회를 도모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민 반장의 말대로 칼을 놓고 자수하여 법의 심판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차 회장을 죽이고 자기도 죽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았다. 어떤 방법도 자기가 선택할 수는 있었지만 어느 방법도 자신이 원하는 방법은 아니었다.

  차 회장 같은 사람들에게는 법이란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미 수도 없이 봐왔다. 차 회장은 이곳을 떠나면 바로 힘센 변호사들 뒤로 숨어 버릴 것이다. 차 회장 같은 사람들은 결코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러나 이렇게 끝을 내기에는 너무 많은 희생이 따랐다.

  선호가 망설인다는 것을 눈치 챈 차 회장이 자기 목을 끌어안고 있는 선호의 팔을 잡았다. 이제 모든 상황이 끝났으니 그만 자기를 풀어놔달라는 표시였다. 선호는 차 회장의 몸에서 역겨운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차 회장의 얼굴에 살짝 억지웃음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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