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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69화)
작성일 : 19-11-07 21:57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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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

 

  박두희는 사우나실로 들어가 물 서너 바가지를 돌 위로 끼얹었다. 따뜻하고 촉촉한 수증기가 얼굴과 온 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박두희는 긴 나무 의자에 몸을 기대고 물을 적신 수건을 얼굴에 덮었다. 뜨거우면서도 미세한 수증기 입자가 얼굴을 촉촉하게 적셔왔다. 그리고 폐부 깊숙이까지 따스한 공기가 스며들었다.

  메말랐던 몸이 조금씩 물기를 머금는 것 같았다. 기분이 조금은 좋아진 것 같았다. 조금 있으면 온 몸에 생기가 돌 것이고, 그럼 다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 난 이런 과정을 수도 없이 이겨내 왔는데 이까진 일로 낙담할 이유가 없다. 차 회장도 지금 저렇게 화를 내지만 나 없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도 지금 두려운 걸 거야.

  그런 생각을 하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박 실장은 눈을 감았다. 피곤이 밀려왔다. 언제부터인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아마도 이번 일이 꼬이면서부터였던 것 같았다.

  처음부터 박 실장은 이번 일을 반대했었다. 그러나 차 회장의 분노와 야심을 꺾을 수가 없었다. 뒤늦은 후회였지만 아무리 차 회장이 가슴에 맺힌 분노가 컸다고 해도 끝까지 말렸어야 했다. 최소한 정치인인 정 의장만이라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자신이 끝까지 반대하지 않은 이유를 자신은 안다. 어쩌면 자신이 강하게 반대를 했다면 차 회장은 다른 방법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배제한 채로. 그것은 박 실장이 원하는 그림은 아니었다. 자신이 빠진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박 실장은 오히려 이번 일을 자신의 신분 상승을 위한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적당한 선에서 못이기는 척 한 발 물러났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번 일을 잘만 해결한다면 차 회장은 자신의 분노와 욕망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은 차 회장의 신임을 얻어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욕망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그룹 부회장…….

  박 실장은 그런 생각만 해도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때 뜨거운 기운 속에 한 줄기 차가움이 스며들었다.

  ‘뭐지?’

  박두희는 의문과 동시에 뭔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불길함을 느꼈다. 누군가 옆에 앉는 것이 느껴졌다. 이 사우나에서는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방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규칙처럼 지켜졌었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가장 우선으로 했다. 그것이 멤버십으로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아니, 다른 빈 방도 많은데……. 하필 사람이 있는 데도 들어오는 이 무례함이 뭐야?’

  사우나를 찾은 멤버들이 많을 때에도 멤버들은 아무 불평 없이 빈 방이 날 때까지 중앙의 욕조에서 몸을 닦으며 기다렸다. 더군다나 지금은 빈 방이 없을 정도로 멤버들이 많을 시간이 아니었다. 자기가 들어 왔을 때에도 별로 사람이 많지 않았었다.

  갑자기 날카로운 금속이 옆구리를 찔렀다.

  박두희는 직감적으로 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속 특유의 차가움이 따뜻해진 온 몸에 금세 소름을 돋게 했다. 박 실장은 이 남자가 빈 방이 없어 이방에 들어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가 누구인지도 깨달았다. 김선호! 자기가 찾고 있던 김선호가 오히려 자기를 찾아 온 것이다. 박두희는 몸을 살짝 틀었다. 그러자 동시에 칼끝에 힘이 실리며 살을 비집고 들어왔다. 칼날만큼이나 날카로운 통증이 옆구리에 퍼졌다.

  “움직이지 마……. 아니면 죽인다.”

  역시 예상대로 김선호였다. 박 실장이 손을 들어 수건을 걷어내려 하자 김선호가 제지했다.

  “그냥 그대로 있어. 피차 얼굴을 보고 싶지 않잖아.”

  “원하는 것이 뭐야?”

  “이 모든 사건들이 차 회장이 지시했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 당신은 그냥 차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뿐이잖아. 당신까지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아.”

  박 실장은 처음에 가졌던 긴장감이 조금은 사라졌다. 온 몸에 돋은 소름도 사라졌다. 박 실장은 김선호가 자기를 찾아 온 것이 오히려 잘 된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김선호의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었다.

  “알았어. 내게 원하는 것이 뭐야?”

  “필수가 가지고 있던 핸드폰이 사라졌어……. 당신은 그 핸드폰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지. 그 핸드폰만 내게 주면 돼.”

  박 실장은 김선호가 아직 아무런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잘못 판단했다. 그렇다면 자기를 죽이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런……. 아무 증거도 없이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

  “그래. 협박하는 거야.”

  “그런데 이를 어쩌지? 나도 그 핸드폰이 없는데…….”

  이제는 박두희에게서 긴장감이나 두려움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김선호의 서툰 행동에 자신감까지 생겼다. 자신이 상황을 뒤집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이런 어리석은 놈 때문에 차 회장에게 자기가 겪었던 수모에 부아가 났다.

  “좋아. 그럼 모든 것을 자세히 내게 말해. 순간을 모면하려고 거짓말 하면 넌 죽어. 그리고 혹시라도 어리석은 행동을 할 생각은 마.”

  김선호가 칼끝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러나 박두희는 처음처럼 김선호가 두렵지 않았다. 박두희가 얼굴에 쓰고 있던 수건을 천천히 거두었다. 예상대로 김선호는 그런 박두희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너야 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네. 근데 여기는 어떻게 들어왔지? 멤버가 아니면 들어 올 수 없는 곳인데……. 당신 같은 사람들이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닐 텐데.”

 

  박두희는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조금 있으면 사우나 매니저가 멤버가 아닌 사람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아챌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김선호가 난감한 상황이 될 것이었다. 박두희는 어쩌면 이런 상황이 자기에게 유리한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몰려들면 김선호는 꼼짝없이 독안에 든 쥐 꼴이 될 것이다. 그런 급박한 상황을 이용해서 아직 사건의 실체를 잘 모르는 것 같은 김선호를 구슬려 자기 사람으로 만들면 차 회장을 협박할 수 있는 도구로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차 회장이 왜 이번 일을 꾸민 거야?”

  “나도 모르지. 그건 차 회장에게 물어 봐.”

  선호가 칼끝에 힘을 주었다. 이번에는 살짝 피가 배어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박두희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자기가 두려워 한다는 느낌을 주면 게임에서 지는 것이다.

  “이러지마……. 이러면 너만 더 힘들어져.”

  “그러니까 말해!”

  “난 아무것도 몰라.”

  김선호가 이번에는 칼로 힘껏 허벅지를 찔렀다. 비명이 저절로 나왔다. 박두희가 찔린 허벅지를 손으로 만졌다.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화가 치솟았다. 이런 버러지 같은 놈이.

  “정말이야. 차 회장이 자기 사업에 방해하는 사람들을 제거하기 위해 나를 이용한 것뿐이야. 나도 피해자라고!!”

  “그럼 왜 필수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거야?”

  박두희가 수건으로 상처를 누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오해야. 유림실업의 장 대표는 스스로 자기가 그 일을 떠맡은 거야. 그렇지 않으면 도박 빚을 갚을 방법이 없었던 거지. 둘이 친구 사이니까 내말이 믿기지 않겠지만……. 유림실업은 장 대표의 도박으로 이미 파산하기 직전이었어. 속 빈 강정 같았지.”

  “거짓말 하지 마!”

  “내 말을 못 믿겠으면 나중에라도 유림실업의 고문 회계사에게 물어 봐. 그럼 내 말이 맞는다는 것을 알거야.”

  선호는 혼란스러웠다. 박 실장의 말이 거짓인지, 아니면 정말 필수가 자신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자청한 일인지 선호도 자신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행동을 보면 필수도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사우나 실에 자욱했던 수증기가 점점 엷어졌다. 선호가 바가지로 물을 떠 돌 위에 뿌렸다. 다시 뿌연 수증기가 방안을 가득 찼다. 이 정도면 밖에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이번에는 네 목을 그을지도 몰라. 내가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 해.”

  박두희는 선호가 장교 출신이라는 것을 생각해 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 칼 좀 치우지.”

  선호가 칼을 거뒀다. 박두희가 수건을 들어 찔린 허벅지를 보았다. 출혈은 멈춘 것 같았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차 회장이 왜 그들을 죽인거야?”

  박두희는 잠시 머뭇거렸다. 무조건 모른다고 하기 보다는 김선호를 회유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까지는 사건의 실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몇 년 전 일인데……. 차 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 선친이 갑자기 쓰러지자 자식들 간에 경영권 싸움이 벌어진 거야. 이사회에서 장남이었던 차 회장 보다는 차남을 밀어주는 분위기였어. 차 회장의 경영능력을 못 믿겠다는 것이 표면상의 이유였지. 그 때 정 의장이 다가온 거야.”

  “정 의장이?”

  “당시 정 의장은 국회의장 자리가 탐이 났는데 뒤를 받쳐줄 재력이 딸렸던 거지. 그래서 차 회장에게 뒷돈을 대주면 자기가 대승그룹의 숙원인 수도권에 반도체 공장을 건립할 수 있도록 힘을 써 주겠다고 약속한 거지.”

 

  박두희가 찔린 상처가 아픈지 인상을 찌푸렸다.

  “차 회장은 정 의장이 유력한 차기 국회의장 후보였고, 국회에서 오랫동안 통상위원회 위원장직을 해왔기에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고 본 거지. 그렇게만 된다면 차 회장은 대승그룹의 오랜 숙원을 해결한 능력을 인정받아 단숨에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이사회와 외국인 주주들의 불신의 시선들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 판단을 한 거지.”

  “그런데?”

  “그런데 막상 정 의장이 국회의장이 되자 도와주겠다던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느닷없이 경쟁사인 S전자가 먼저 수도권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설립 허가를 따낸 거지…….”

  박두희가 슬쩍 김선호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김선호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뒤통수를 맞은 차 회장은 펄쩍 뛰며 분개했지만 살아있는 권력인 정 의장에게 맞설 수는 없었던 거지. 결국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려다 오히려 발목만 잡힌 거지.”

  김선호는 그런 내막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이렇게 더러운 거래가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박 실장은 김선호의 얼굴에 비치는 비장한 표정을 보면서 그가 의협심이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김선호의 의협심을 잘 활용한다면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것도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선호를 더욱 더 분노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박 실장은 차 회장의 비리를 과장되게 이야기 하면 효과적일 것 이란 판단이 들었다.

  “거기서 멈췄으면 좋았을 걸……. 어쩌면 정 의장의 욕심이 지나쳤는지 모르지. 차 회장이 절치부심하면서 반도체 공장 증설을 위해 서울에서 가까운 수도권에 있는 소도시에 비밀리에 부지 매입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그 지역으로 군부대 이전 계획이 발표된 거야.”

  박 실장은 김선호의 표정을 살피면서 차 회장과 정 의장 간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했다.

  “그때까지도 대승그룹 안에는 차 회장을 반대하는 세력이 남아 있었는데……. 그 쪽에서 차 회장의 부지 매입 계획을 경쟁사인 S전자에 흘렸고, S전자는 다시 정 의장에게 부탁을 한 거지.”

  “그래서 부대 이전을 하게 된 거라고?”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된 거지. 어차피 부대야 오래전부터 이전할 계획은 가지고 있었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정 의장이 부대 사단장과 국방위원장에게 압력을 넣은 거지……. 당시의 국방위원장과 정 의장과는 대학 선후배로 정 의장 계열에 속하는 인물이었지. 사단장은 승진을 앞두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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