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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68화)
작성일 : 19-11-07 21:56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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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

 

  차 회장이 뒷짐을 지고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멀리 성남비행장에서 커다란 군용기 한 대가 힘차게 창공을 행해 박차 오르는 것이 보였다.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며 서 있던 차 회장이 뒤로 돌아섰다. 그 앞에 박두희 실장이 앞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래……. 경찰에서 찾아왔었다고?”

  차 회장의 말에 박 실장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차 회장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묻는 것인지 아니면 확인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애매한 표정으로 박 실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저 표정은……. 민 반장이 왔던 걸 어떻게 알은 거야. 짧은 순간이었지만 박 실장의 머릿속에는 많은 의문이 떠올랐다.

  비록 회장실과 같은 층에 기획조정실이 있었지만 별도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어 박 실장의 수많은 외부 손님들에 대해 회장실에서 세세히 알기는 어려웠다. 누군가 자기 부하 직원 중에 회장 끄나풀이 있는 것 같았다. 박 실장은 이번 일을 마무리 지으면 반드시 그 쥐새끼를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별 것 아닙니다. 회장님께서 걱정하실 일은 없습니다.”

  “박 실장? 나랑 같이 생활한 게 얼마나 됐지?”

  “......... ”

  박두희는 차 회장이 묻는 말의 요지를 머릿속으로 가늠해보았다. 순간적으로 ‘아차’싶었다.

  “한 이 십년 됐나?......”

  “죄송합니다. 사소한 일이라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다.”

  박 실장의 말에 차 회장이 같잖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록 건방진 놈이란 말은 안했지만 박 실장은 눈빛에서 차 회장의 심중을 읽을 수가 있었다. 누가 너에게 판단을 하라고 했냐는 눈빛.

  “사소한 일?”

  “죄송합니다.”

  박 실장이 얼른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박 실장도 많이 컸네……. 처음 신입사원으로 들어왔을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차 회장이 검지로 박 실장의 가슴 윗부분을 가볍게 툭툭 쳤다.

  “사소한 일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하는 거야……. 박 실장은 내가 판단한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는 거고. 내 말 알겠어?”

  박 실장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설마 경찰이……. 그것도 강력반 형사가 할 일이 없어서 박 실장을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여기저기 찔러보다가 우연히 왔다? 그리고 하필이면 왜 박 실장일까?”

  장필수를 왜 죽였냐고 묻던 민 반장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박 실장은 그 말은 꺼내지 않기로 했다. 지금의 분위기로 보아 쓸데없이 문제만 키울 소지가 다분해 보였다.

  “경찰에서 장필수의 죽음에 대해 물었다며?”

  “......????”

  차 회장의 말에 박 실장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색을 않으려 했지만 얼굴은 창백하리만큼 새하얗게 질렸다.

  “왜?”

  무덤덤하게 물었지만 내가 그 정도도 모를 것 같으냐는 표정이었다. 박두희는 자기가 차 회장은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일을 너무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만 판단했다는 때늦은 후회감이 밀려왔다.

 

  “그래. 내가 몰랐다 치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지? 박 실장 선에서 모든 책임을 질수 있다는 생각인가?”

  박 실장은 그 순간 판단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차하여 한 발을 잘못 디디면 그 순간 자기의 추락은 불을 보듯 뻔했다. 박 실장은 끝까지 충성심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만이 자기가 이 자리에서 살아남는 길이었다.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차 회장이 믿어도 되겠냐는 표정으로 박 실장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한편으로는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 너도 끝장이라는 암시가 담겨 있었다. 박 실장은 마치 저승사자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오금이 저려왔다. 차 회장을 모신지 벌써 2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처럼 차 회장이 무섭게 느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박 실장은 방안이 너무 덥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이셔츠 속으로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래……. 박 실장이 이 모든 것을 무덤 속까지 끌어안고 가. 그 뒤는 걱정하지 말고.”

  차 회장이 말을 마치고 자기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쌓여 있는 결재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박 실장이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잊기라도 한 듯 서류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박 실장은 자기가 실수를 했고, 멍청하게 행동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본인 자신이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점이 박두희를 심하게 흔들어 놓고 있었다.

  이제 차 회장은 자신에게 이전과 같은 신뢰를 갖지 않을지도 모른다. 차 회장은 능히 그럴 사람이었다. 차 회장의 거만함과 난폭함을 잘 알고 있는 박 실장은 어쩌면 이번 일이 자신에게 마지막 시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일에 실패한다면 영원히 끝장이 날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김선호를 반드시 제거해야만 한다. 피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거다. 산 자들이 자기들에게 맞는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차 회장은 여전히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 무거운 공간속에서 만년필의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침묵을 깨고 있었다. 박 실장은 회장실을 나가야할지 아니면 차 회장의 말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 서 있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박 실장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회장은 자기가 맞상대할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룹 회장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자기와 같은 일반인들이 살아가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일지도 모른다.

  “그만 나가 봐. 그리고 민 반장인가 하는 사람 오면 잘 대접하고……. 김선호가 와도 잘 대접하고. 사람은 들 때도 중요하지만 날 때도 중요한 거야. 소문 내지 말고.”

  말을 마친 차 회장이 만년필을 든 손을 까닥이며 박 실장에게 그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러나 박 실장은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렇다고 계속 서 있을 수도 없었다. 그것은 잘못하면 차 회장에게 반항하는 모습으로 비칠 우려도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박 실장은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차 회장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다음 돌아서서 회장실을 걸어 나왔다. 그때 박 실장의 등 뒤로 차 회장의 말 한마디가 꽂혔다.

  “장필수는 박 실장 솜씬가?”

  뒤를 돌아 차 회장을 바라보았지만 차 회장은 아무 말도 안했다는 것처럼 결재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예…….”

  자기의 대답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가타부타 말을 않은 채 차 회장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서류 검토를 하고 있었다. 박 실장은 이마 위가 서늘해졌다. 아침에 새 와이셔츠를 입고 왔는데 땀에 젖어 축축했다. 어디 가서 샤워를 하고 새 와이셔츠로 갈아입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박 실장은 자기를 바라보지도 않고 있는 차 회장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사무실 문을 조용히 닫았다. 그때 차 회장이 인터폰으로 비서에게 지시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박 실장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 비서……. 나 지금 나간다. 미래전략실장 들어오라고 해.”

  “예. 회장님. 알겠습니다.”

  회장실 비서인 이경진이 인터폰을 내려놓고 박 실장을 쳐다보았다. 볼일이 다 끝났으면 얼른 자리를 비켜 달라는 뜻이었다. 박 실장이 들어서는 안 될 거북한 통화일 것이다. 박 실장이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작게 끄덕인 뒤 회장실을 나왔다.

  박 실장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차 회장이 지금까지 업무 수행에 자신을 배제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차 회장은 자기대신 미래전략실장을 불렀다. 박두희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권력 서열의 피비린내 나는 투쟁은 꼭 전쟁터가 아니더라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제기랄…….’

  박두희는 자기 사무실로 걸어오면서 조만간 자기의 위상을 반드시 되찾아 오리라고 마음을 다졌다. 미래전략실장이 황급히 회장실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얼굴에 자신만만함이 담겨있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그 얼굴에 낭패감을 담아 줄 테니.’

  자기 사무실로 돌아온 박 실장은 문을 거칠게 닫았다. 그 바람에 크지는 않았지만 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그 작은 문 닫는 소리가 마치 커다란 대못이 자기 가슴에 박히는 것 같았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파르르 떨던 박 실장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지금 어떻게 돼가고 있는 겁니까!…….”

  박 실장이 상대에게 질책을 하듯이 물었다. 그러나 상대방의 목소리는 누군가 들을까봐 조심스러워 하는 것처럼 작고 나지막했다.

  “예. 실장님. 김선호의 춘천 집을 뒤졌는데 이미 튀었습니다. 계좌에서 현금으로 거액을 인출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녀석이 눈치 채고 어딘가에 숨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어딘가에 숨어있는 그 놈을 찾아내라고 내가 돈을 주는 것 아닙니까!! 지금까지 내가 준 돈이 얼만데!! 이제 찾아내라고!! 찾아내서 내 앞에 끌고 오세요! 그것이 내가 돈을 준 이유고, 당신이 해야 할 일 인거에요!!! 아시겠습니까!!!”

  남자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나 이내 비굴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예……. 조금만 시간을 더 주십시오. 반드시 찾아내 잡아끌고서라도 데리고 가겠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

  “이 삼일만 말미를 주십시오.”

  “안 돼요. 내일까지 끌고 와요.”

  “내일까지는 좀…….”

  “그래요? 그럼 다른 사람을 찾아보죠.”

  “아! 아닙니다. 내일까지 찾아내겠습니다.”

  “좋아요……. 이제야 서로 말이 통하는군요. 꼭 그래야만 됩니다. 안 그러면 당신도 죽습니다.”

 

  전화 통화를 끊고 박 실장은 두 손으로 마른 얼굴을 비볐다. 뭔가 영 찜찜했다. 박 실장은 차 회장이 사무실을 나간 것을 확인한 다음 회사를 나섰다. 아무래도 샤워라도 해야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았다.

  회사를 나선 박 실장은 선셋 플라자 호텔의 사우나로 갔다.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완벽할 정도로 보장이 되었다. 개인 로커에서 가운으로 갈아입은 박 실장이 젖은 와이셔츠를 매니저에게 건네며 세탁해 달라고 주문을 했다. 매니저가 박두희의 와이셔츠를 받아 들었다.

  한낮의 사우나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호텔 사우나는 자작나무 장작으로 방을 덥히는 핀란드식이었다. 중앙에 커다란 욕조가 있었고 벽을 따라 서너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방들이 빙 둘러 있었다. 각 방마다 사우나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한 쪽 벽에 작은 난로가 만들어져 있었고 그 난로 안에는 넓적하고 단단한 옥돌들이 차곡차곡 채워져 있었다. 난로 옆에는 나무로 만든 커다란 물통에 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무바가지로 물을 떠서 달궈진 돌멩이 위로 끼얹으면 순식간에 뜨거운 증기가 방안에 가득 퍼졌다. 그러면 사우나실은 촉촉하면서도 적당히 더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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