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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67화)
작성일 : 19-11-07 21:55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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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

 

  다음 날 아침 집에서 나온 선호는 미니밴에 올랐다. 그리고 차 안에서 준비해 온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아래위가 붙은 주황색 정비복을 입고 머리에는 안전모까지 챙겨 썼다. 엷은 갈색 고글을 끼자 정말 엘리베이터 보수 기사처럼 보였다. 준비를 마친 선호는 대승그룹 사옥으로 향했다.

  출근 시간이 지난 뒤에 대승그룹 사옥에 도착한 선호는 미니밴을 사옥의 메인 출입구 전면 주차장에 댔다. 차 키는 그대로 꼽아두었다. 만에 하나라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쉽게 이곳을 빠져 나가기 위해서였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위한 방책이었다.

  선호는 차에서 내려 천천히 트렁크로 가면서 주위를 재빠르게 살폈다. 주위는 평소와 다름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지만 선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선호는 뒤 트렁크에서 커다란 공구 가방을 꺼내들고 건물 로비로 들어갔다.

  곳곳에 검은 양복을 단정하게 입고 흰 와이셔츠에 검은색의 폭이 좁은 넥타이를 짧게 맨 경비요원들이 두 손을 앞쪽에 가지런히 모은 채 사옥을 출입하는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었다. 그러나 정비복을 입은 선호에게 눈길을 주는 경비요원은 아무도 없었다. 선호는 천천히 그러나 아주 자연스럽게 안내데스크로 갔다.

  “엘리베이터 정기 점검 나왔는데요.”

  안내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이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옆에 있던 남자 직원을 쳐다보았다. 남자 직원이 선호를 한 번 흘낏 쳐다보더니 데스크 위에 놓여 있던 검은 표지의 업무일지를 뒤적였다.

  “오늘이 맞아요? 오늘 업무 사항에는 기록이 안 되어있는데?”

  “오늘 맞는데요?……. 이것 보실래요?”

  선호가 남자 직원에게 스마트기기를 꺼내 보여주었다. 남자 직원은 선호가 내민 핸드폰 화면을 보았지만 복잡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분명히 액정모니터에는 오늘 아침 10시부터 ‘대승그룹 엘리베이터 정기 점검’이란 문자가 찍혀 있는 것을 보았다.

  “야간 근무자들이 기록하는 걸 또 빼먹었나보네.”

  남자 직원이 혼잣말로 투덜거렸지만 그렇다고 확인도 없이 작업을 시킬 수는 없었다. 담당자에게 확인이라도 하려는지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선호는 입술이 바짝 말랐다. 여기에서 지체하면 할수록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때 갑자기 경비요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여기저기에서 낮은 무선기로 서로 주고받는 교신음이 들려왔다. 남자 직원이 얼른 전화기를 내려놓더니 선호에게 다급한 손짓을 했다.

  “아! 빨리 저쪽으로 가 계세요. 회장님 오십니다.”

  선호도 덩달아 뭔가 급한 것처럼 당황해하는 모습으로 로비 구석으로 달려갔다. 선호가 로비 한쪽에 있는 커다란 재스민 나무 화분 뒤로 몸을 감췄을 때 정문의 유리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그 뒤로 검은색 양복을 쫙 빼입은 젊은 사람 몇 명이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라 들어왔다. 차 회장이었다. 차 회장은 로비로 걸어 들어오면서 곁에서 따라오는 남자에게 무엇인가 지시하는 것이 보였다.

  선호는 나무 뒤에서 차 회장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는 일반인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와 떨어져 있는 곳에 별도로 설치되어 있었다.

  차 회장이 도착하기 전에 엘리베이터 문은 이미 열린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고, 주위에는 경비 요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차 회장과 뒤를 따르던 남자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경비요원이 곧바로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 시키는 붉은색 차단줄을 엘리베이터 앞에 쳤다. 긴장감마저 돌던 로비에 다시 활기가 돌고 사람들의 몸놀림이 다시 느슨해졌다. 선호도 천천히 로비로 걸어 나와 보수점검 표시판을 들고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요원이 다가오는 선호에게 물었다. 그의 귀에는 투명한 리시버가 꽂혀 있었다.

  “얼마나 걸립니까?”

  “상시 점검이니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대략 십 분 정도면 끝납니다.”

  선호의 말에 경비 요원이 그 정도면 문제없을 것이란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로비를 주시했다. 선호는 엘리베이터 앞에 ‘보수점검’이란 표지판을 세워 놓고 점검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표시창에 ‘점검 중’이란 빨간 글씨가 떴다.

  선호는 재빨리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동안은 엘리베이터 운행을 멈출 수는 있겠지만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를 오랫동안 세워둘 수는 없었다.

  선호는 빠른 동작으로 스위치 박스 커버를 뜯어내고 여러 가닥의 전선 사이에 가지고 온 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도청장치를 심었다. 그리고 다시 박스 커버를 닫은 뒤 점검 버튼을 해제 시켰다.

  이제 차 회장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바로 선호의 차에 장치된 수신기에서 엘리베이터 안의 상황과 대화를 실시간으로 전송해 올 것이다.

 

  수사회의가 시작되었지만 차 형사가 보이지 않았다.

  민 반장은 차 형사가 수사 자료를 분석하느라 어젯밤 늦게 퇴근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좀처럼 회의에 늦는 경우가 없었던지라 무슨 일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차 형사는 회의가 한참 지나고 나서야 헐레벌떡 회의실로 뛰어 들어왔다. 민 반장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아침은 먹었냐?”

  “예……. 아무리 미워도 마누라가 아침은 꼭 먹여 보냅니다.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가 밥을 안차려 준 것이 죽을 때까지 맘에 걸릴 거라면서.”

  차 형사의 농담 같은 말을 들으면서 민 반장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강력계 형사들은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일반 사람들은 흔히들 범인들이 경찰에게 잡히면 순순히 수갑을 찰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강력계 형사들이 쫒는 범죄자들은 대개가 폭력범들이나 살인범들처럼 흉악하고 난폭한 중범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잡히면 최소한 몇 년은 감방에서 썩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어떡해서라도 붙잡히지 않고 도망치려고 했다.

  그래서 검거 과정에서 형사들에게 순순히 잡히느니, 형사들에게 어느 정도 가해를 입히더라도 도망칠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했다. 그렇게 하다 잡혀도 어차피 자기가 받을 형량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기에 형사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반항하기 일쑤였다.

  “아이고 이런……. 아침부터 하는 말하곤? 그래. 밥들은 꼭 챙겨 먹어라. 한 번 못 찾아먹은 밥은 이 생애에서는 두 번 다시 찾아 먹지 못한다. 다들 먹자고하는 일인데 걸러서야 되겠나.”

  “반장님! 그럼 일단 짜장면이라도 시킬까요?”

  김 형사의 말에 한 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민 반장은 이런 부하들이 정겨웠다. 비록 자기가 해주는 것은 부족한데도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이 따라와 주는 것이 고마웠다.

 

  “오늘 김선호의 소유로 되어 있는 춘천의 한 아파트를 찾아냈다. 그곳에 김선호가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은밀히 조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제가 김 순경하고 갔다 오겠습니다.”

  김 형사가 자진해서 출장을 요청하자 여기저기에서 ‘우우우’하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싫어요. 왜 제가 김 형사님하고 춘천을 가요. 다른 분하고 가세요.”

  김 순경이 입을 삐쭉거렸다.

  “김 순경! 그럼 나하고 갈까?”

  박 형사가 슬쩍 김 형사를 쳐다보며 놀려댔다.

  “자!자!자! 집중들 해. 지금 농담 할 겨를이 있는 거야? 춘천에는 김 형사와 김 순경이 다녀오고…….”

  민 반장의 말에 모두들 ‘와’하는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쳤다. 민 반장이 탁자를 가볍게 ‘탁탁’쳤다.

  “문제는 법원의 수색영장을 받을 시간이 없다는 거다. 김 형사! 내말 무슨 말인지 알지?”

  “알았습니다.”

  김 형사가 아무 문제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 김선호의 계좌에서 며칠 전에 거액이 전액 현금으로 인출 됐다. 이건 김선호가 장기전을 계획하고 있거나 수사를 피해 영원히 잠적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조만간에 김선호를 잡지 못하면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내 말 알겠지!?”

 

  민 반장의 말에 강력반 형사들은 ‘예’라고 대답은 했지만 김선호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난감한 표정들이었다. 회의는 그렇게 끝마쳤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력반 형사들이 저마다 자기의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민 반장은 커피를 한 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 반장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김미림 순경이 형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커피 필요하신 분?”

  형사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며 저마다 손을 들었다. 손을 들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김 순경이 빙그레 웃으며 회의실을 나갔다. 김 형사가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김 순경을 따라 나갔다.

  “야! 김 형사! 넌 또 어딜 가는 거야?”

  민 반장이 나가는 김 형사를 불러 세웠다. “예…….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김 형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우물쭈물 거렸다.

  “김 형사! 그렇게 해서는 절대 김 순경 마음 못 얻는다.”

  차 형사의 말에 김 형사의 얼굴이 붉어졌고, 내막을 아는 동료들이 놀리듯이 웃자 김 형사가 ‘에이, 선배님도...... ’하며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뭐야? 둘이 그런 사이야?”

  민 반장이 자기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때늦게 알았다.

  “모른 척 하십시오…….”

  “이런! 이런……. 진작 귀띔 좀 해주지. 난 그것도 모르고 어제 김 순경 앞에서 김 형사를 꾸짖었잖아. 김 순경이 얼마나 무안했겠어.”

  “괜찮아요. 그래도 그 친구 여자답지 않게 호탕합니다. 얼굴도 예쁘고 일도 잘하고…….”

  그때 김 순경이 자판기 커피를 받침에 들고 오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그 뒤를 따라 들어오던 김 형사가 어색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한 마디 던졌다.

  “또 내 얘기들 하셨죠?”

  “야! 막내야! ‘또’라니? 언제 우리가 두 사람 얘기를 했다고?”

  박 형사가 김 순경에게서 커피를 받아들며 슬쩍 퉁을 준다.

  “맘대로들 하세요.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합니까?”

  “어이구 무서버라......”

  박 형사의 능청에 모두들 한 바탕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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